662화 창람 나무
"흥! 때려라."
콧방귀 소리가 정원에서 울려 퍼졌다.
서른여 마리의 대요들은 하늘을 향해 소리치더니 엄청난 강기를 뿜으며 제술을 펼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의 머리 위에 엄청난 살기가 휩쓸었다.
"베라!"
진남은 단천도를 휘둘렀다.
도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꺼져라!"
진남은 발끝을 튕겨 날아오르며 크게 소리쳤다.
그의 등 뒤에 아홉 그루의 무수가 동시에 드러나 아홉 개의 빛으로 변했다.
쿠쿠쿠쿵-!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아홉 그루의 무수가 드러나자 서른여 마리의 대요는 순식간에 밀려나며 비명을 질렀다.
진남의 아홉 그루의 무수는 몇십 명의 제방 정상의 천재들도 물리칠 수 있었다.
정상급의 대요를 물리치는 건 말할 나위 없었다.
"어? 천황도술도 배웠느냐? 기세등등한데?"
이때, 수피를 입고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노인이 나무판을 딛고 하늘에 떠올랐다.
단천대제였다.
예전과 달리 단천대제의 본존이었다.
단천대제는 야윈 손바닥을 뻗어 휘둘렀다.
방대한 압력이 아홉 그루의 무수를 막았다.
그는 귀찮은 듯 말했다.
"대제도 되지 못하고 무슨 낯으로 나를 찾아왔느냐? 내가 너에게 했던 충고를 까먹었느냐?"
단천대제의 몸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성난 파도 같은 힘이 그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졌다.
그는 전에 진남에게 만약 실력이 강해지지 않으면 그를 찾아와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찾아오면 호되게 혼내주겠다고 했었다.
"선배님, 대제가 되지 못했지만, 이번 제명쟁탈전에서 저는 대제가 된 것보다 더 중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남은 평온하게 말했다.
'단천대제는 미치광이다. 나의 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은 단천대제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더 중요한 생각? 무엇이 대제가 되는 것보다 중요하냐?"
단천대제는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말해 보거라. 만약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는 일이 년 정도 되어야 회복될 중상을 입을 것이다."
"제가 선배님을 찾아온 건 부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배님 어떻게 하면 저의 아홉 그루의 무수를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진남은 천천히 말했다.
"아홉 그루의 무수를 하나로 융합시킨다고? 흥! 난 또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아홉 그루를 하나로 융합시킬 생각이 든 게냐?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이구나! 아홉 그루를 하나로 융합시키지 않으면 너는 머리가 이상한 거다."
단천대제는 진남의 말이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
이때, 진남의 체내에서 짙은 위압을 띤 찬란한 금광이 뿜어져 나왔다.
주위의 서른여 마리의 요수들은 무서운 존재를 만난 것처럼 불안하게 비명을 질렀다.
"설마……."
단천대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맞습니다. 이건 제가 구대 제명에게서 흡수한 본원 제력입니다. 세 개 제명과 맞먹습니다. 제방은 아직 모릅니다."
진남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배님, 저는 아홉 그루를 융합시켜 스스로 대제가 되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천대제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예로부터 스스로 대제가 되려고 한 천재가 적지 않았다.
단천대제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다만, 제방과 신방이 본원 제력과 신격의 힘을 꽉 잡아 그나 다른 천재들은 생각만 있을 뿐 힘이 없었다.
하여 제명쟁탈전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스스로 본원 제력을 얻었다고?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선배님?"
단천대제가 말이 없자 진남은 떠보듯 물었다.
'스스로 대제가 되겠다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나?'
단천대제는 정신이 번쩍 들어 두 손을 허리춤에 차고 하늘을 보며 으쓱해서 웃었다.
"하하하하, 제방 네가 아무리 교활해도 진남이 본원 제력을 얻었을 줄 몰랐지? 네가 계속해서 잘난 체 할 수 있는지 보자!"
그는 표정이 밝아졌다.
마치 오랫동안 그의 가슴을 누르고 있던 악기를 전부 뿜은 것 같았다.
진남은 그런 단천대제의 모습을 보곤 어리둥절했다.
"허허!"
단천대제는 정신을 차리고 성큼 앞으로 다가가 친절하게 손바닥으로 진남의 어깨를 두드리며 흥분하여 말했다.
"역시 나의 후계자구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스스로 대제가 되겠다니, 좋은 생각이다! 제명을 받은 것보다 더 좋구나!"
그는 흥분하여 말을 쏟아냈다.
스스로 대제가 된다는 것은 대제나 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대제가 된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흠흠, 선배님. 저는 선배님의 후계자가 아닙니다."
진남은 헛기침을 하고 대제의 말을 고쳐주고 진지하게 말했다.
"선배님, 저는 본원 제력이 있지만 아홉 그루의 무수를 융합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선배님께서는 혹시 그 방법을 아십니까?"
아홉 그루의 무수를 융합하는 것은 그가 현재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단천대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뜻이냐? 넌 나의 후계자인데, 아니라니? 네가 지금 손에 뭘 들고 있느냐? 바로 단천도다! 예전에 내가 생명을 써 만든 단천도라고! 한데, 인정하지 않는 거냐?"
진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모습을 본 단천대제는 화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마. 난 아홉 그루 무수를 융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단천대제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창람의 나무."
그의 말이 끝나자 작은 공간의 모든 것이 굳었다.
"창람의 나무요? 그건 뭡니까?"
진남은 의문이 들었다.
"남천문을 아느냐?"
단천대제는 진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남천문은 압니다."
진남은 눈에 살기가 번뜩이며 물었다.
"창람의 나무가 남천문과 연관 있습니까?"
"맞다! 남천문, 남천신지, 제방, 신방은 모두 엄청난 비밀이 있다. 다만 너는 아직 대제가 되지 않았기에 알려 줄 순 없다."
단천대제는 옛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창람의 나무는 내가 우연히 알게 된 거다. 옛날에 창람대륙의 맨 남쪽 땅에는 남천문이 없고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나무는 아래로는 인간 세상에, 위로는 구천에 닿았다. 그 위엄은 신도 들여다볼 수 없었다고 하지.
전설에 따르면 옛날 무인들이 구천에 올라가려면 이 창람의 나무를 따라 위로 기어 올라가야 했다고 하지. 창람의 나무를 끝까지 기어오르면 구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몇 마디 말이었지만 진남은 마음이 설레었다.
'아래로는 인간 세상, 위로는 구천에 닿는 나무라고? 나무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 구천에 도착할 수 있다고? 대체 창람의 나무는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러나……."
단천대제는 말투가 싸늘해졌다.
"창람의 나무는 부서졌다. 강자의 말에 따르면 창람대륙에 엄청난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전쟁의 결과 남천문이 창람의 나무를 부수고 창람의 나무의 자리를 빼앗고 남쪽의 땅을 차지했다고 한다."
"뭐라고요?"
진남은 놀랐다.
그는 남천문에 이런 비밀이 있을 줄 몰랐다.
그는 줄곧 거물들이 반신지국을 지키지 위해 남쪽의 땅에 남천문을 세운 줄 알았다.
"남천문의 진정한 비밀은 나도 모른다.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다."
단천대제는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걸 따질 때가 아니다. 너의 아홉 그루 무수는 규칙을 초월했다. 또 두 가지 무수가 있다. 때문에, 그것들을 융합하려면 창람의 나무를 찾아야 한다."
이 말을 들은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창람의 나무를 찾아야 한다고요? 남천문이 이미 그것을 부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창람의 나무는 창람대륙의 수요로 생긴 거다. 하니, 어찌 그리 쉽게 부숴지겠느냐?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창람대륙에는 여전히 창람의 나무의 조각이 반신지국에 남아있다."
단천대제는 이어 말했다.
"사천 년 전에 한 천재가 우연한 기회에 창람의 나무의 조각을 하나 얻었다. 조각을 열고 역천개명하여 대제가 되었지. 나중에 남천신지가 그자를 죽였지만 창람의 나무의 조각이 아직 존재한다는 걸 증명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아홉 무수를 합치기 위해서는 반신지국에 가 창람의 나무의 조각을 찾아야 하는 겁니까?"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응, 맞다.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너의 능력에 달렸다. 항상 명심하거라. 창람의 나무의 조각을 얻으면 남천문과 남천신지의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네가 창람의 나무의 조각을 얻은 걸 알면 너를 죽이려 할 것이다."
단천대제가 경고했다.
마지막에 한마디를 보탰다.
"창람의 나무는 매우 비범하다. 창람의 나무를 찾아 아홉 그루 무수에 융합시키면 아홉 그루 무수에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단천대제는 흥분되었다.
'무도규칙을 초월한 아홉 그루의 무수와 창람의 나무가 하나로 융합되면 얼마나 강한 무수가 될까?'
생각만으로도 피가 끓어올랐다.
"이변이 있을 수 있다고요?"
진남은 깜짝 놀랐다.
이내 그의 표정이 확고해졌다.
'창람의 나무의 조각이 가장 적합하구나. 반드시 찾아야겠다. 남천문과 남천신지가 위협할 거라고?'
진남은 남천문과 남천신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생사를 대적하는 적이 되었다.
"너 잠깐 기다리거라. 너에게 한 가지 물건을 주마. 너는 창람의 나무를 본 적 없으나, 이걸 갖고 있으면 창람의 나무의 조각을 만나게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물건이 있으면,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해 놓치는 일은 없을 거다."
단천대제는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져 서둘러 공수하고 말했다.
이번에 단천대제는 그를 도와 마음속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또 작은 부분까지 고려해줬다.
"고마우면 스승이라고 불러보거라."
단천대제는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단천대제가 그를 많이 도와줬다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를 스승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에게 스승은 오로지 청룡 성주 한 명뿐이었다.
"됐다. 재미없다. 요수들보다 귀엽지 않다."
단천대제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돌아서 낡은 정원으로 걸어갔다.
그는 진남을 위해 법보를 만들려 했다.
"잠시만요, 선배님, 한 가지 일이 생각났습니다."
진남은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물었다.
"선배님께서는 선배님께서 남기신 보물이 남천문을 부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저에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남천문의 명성은 다들 잘 알았다.
그것을 부수는 건 매우 어려웠다.
때문에, 진남은 남천문을 부수는 방법이 매우 궁금했다.
"보고 싶으냐? 꿈 깨거라. 네가 스스로 무제가 되면 보여주겠다."
단천대제는 진남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내가 너에게 정한 목표는 무신 강자가 되는 것이다."
그 말에 진남은 더 궁금해졌다.
그는 머리를 굴려 일부러 단천대제를 도발했다.
"선배님, 헛소문 아닙니까? 제 생각에 남천문을 부수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께서 저를 놀리시는 것 같습니다"
"흥! 수작 부리지 말거라. 내가 격장법에 속아 넘어갈 것 같으냐?"
단천대제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좋다. 총명하구나.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떠보는 걸 싫어한다. 오늘 너에게 제대로 보여주겠다. 나를 따라오거라."
말을 마친 단천대제는 기세를 뿜으며 낡은 정원으로 걸어갔다.
진남은 기뻐하며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