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9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해
"응?"
백발노인은 당청산과 오창천의 반응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겠습니다."
당청산과 오창천은 잠시 침묵하더니 동시에 말했다.
제명을 받은 후 어떤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발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두 개의 반짝이는 금광이 하늘로 솟아올라 당청산과 오창천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그들은 기운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도장에는 마녀 천천까지 세 명이 제명을 받고 있었다.
"이번 제명쟁탈전은 완전히 끝났다. 이번 제명쟁탈전에서 발생한 일을 제명을 받은 것 외에 다른 소식은 누구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 만약 조금이라도 발설하면 내가 직접 찾아가 죽일 것이다. 그럼 저들 셋을 제외하고 다들 중주로 돌아가거라."
백발노인은 예리한 눈길로 무인들을 둘러보더니, 손을 저어 수많은 금광을 뿜어 사람들을 덮었다.
휙-!
모두가 사라졌다.
* * *
삼 주 향의 시간이 흐른 뒤 중주, 유정도장.
몇만 명의 무인들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앞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새하얗고 길이가 몇천 장 되는 도장이 떠올랐다.
반짝거리던 금빛도 천천히 사라졌다.
이 광경을 본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광이 사라지고 도장이 나타났다. 제명쟁탈전 세 번째 관문이 끝났다.'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림자가 연거푸 내려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백여 명이 되었다.
그들은 모두 제방 첫 번째 관문, 두 번째 관문에 참가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죽지 않았기에 제전이 끝나자 전송되어 나왔다.
이어 서른여 개의 그림자가 도장의 맨 앞에 떨어졌다.
"봐! 전부 나왔어!"
"진짜 많구나. 이번 제전에서는 몇 명이 죽었을까?"
"응? 저기 석청범이다! 옆에는 불타, 도천중, 천음 도인, 무면 무인이야!"
무인들은 앞에 있는 서른여 명의 얼굴을 확인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러 세력의 제자들과 장로들은 앞으로 다가와 제명쟁탈전에 참가했던 천재들을 거느리고 종문으로 돌아가거나 동굴로 돌아갔다.
* * *
몇 시진 후.
세 시진 후 제방에서 발생한 모든 일이 유영루와 무인들을 통해 중주 전체에 전해졌다.
용제원, 보리사, 표묘환부, 천도문, 혼난문, 무심종, 타마산장 등 세력들의 거물부터 제자까지 모두 깜짝 놀랐다.
중주 전체는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맙소사! 이번 제명쟁탈전에 제명을 받은 자들은 마녀 천천, 오창천과 당청산이다! 제명을 세 개밖에 받지 못하다니!"
"왜 제명을 세 개밖에 받지 못했지?"
"제방 십 위 안에 든 자들 중에서 겨우 두 명이 제명을 받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도 몰라. 소문에 따르면 몇십 명의 천재들이 제전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려 하니 그 자리에서 불에 타 죽었대. 이 소문이 이미 여러 세력에 전해져 세력들은 모두 천재들에게 캐묻지 못한다고 하더군."
"진짜야! 창우궁의 곽릉대제가 직접 기억을 빼앗으려 했대. 그런데 제화가 하늘에서 내려와 하마터면 곽릉대제를 태워 죽일 뻔했대!"
"대제를 태워 죽이려 했다고? 제명쟁탈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던 거지?"
"그러게 말이야!"
"엄청난 일이 일어났을 거야!"
"그런데 석청범마저 제명을 받지 못할 줄이야. 이번에는 손실이 커!"
"천재들도 많이 죽었대. 사망도인도 죽었대!"
"이번 제명쟁탈전은 마녀 천천, 당청산, 오창천 세 명만 진급했어, 그들은 출관하면 대제가 되는 거야."
"대제라……,"
반신지국에도 폭풍이 일었다.
이번 제명쟁탈전은 실로 너무 기이했다.
제명이 적고 제방 삼 위 안에 든 천재들 중에서 한 명만이 성공했다.
또 제전에서 있었던 일은 누구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었다.
중주 전체가 시끄러울 때 이성 세력, 삼성 세력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어찌 됐건 이제 모든 것이 끝났고 되돌릴 수 없었다.
세력들은 천도문, 타마산장 그리고 용제원의 실력을 다시 가늠해야 했다.
동시에 전에 천재들에게 나눠줬던 자원도 조정이 필요했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석청범과 불타 진자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팔십 년이나 백 년 후에 제명쟁탈전에 참가할 수 있다.
그러나 팔십 년이나 백 년이 지난 후 그들의 세력에 새로운 강한 천재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 * *
용제원.
제명을 받은 삼대 천재 중의 한 명이 있는 세력이 된 용제원은 시끌벅적했다.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오창천이 제명을 받았으니 용제원의 지위는 나날이 높아질 것이었다.
패주의 지위를 아무도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러나 흥분한 제자, 장로들과 달리 용제원의 신비한 곳에서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는 모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오창천이 제명을 받아 그들은 무척 기뻤다.
그러나 기대했던 진남이 실패할 줄 몰랐다.
진남은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였다.
화르륵-!
기이한 화염이 타오르더니 화염 가운데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무신의 기운이었다.
"요신을 뵙습니다."
용제 등은 긴장하며 서둘러 공수했다.
"진남은?"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이미 인족봉으로 돌아왔습니다."
용제가 서둘러 공수하고 말했다.
"음."
요신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제명을 받지 못했으니 우리 요족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었다. 오늘부터 용제원은 그에 대한 보호와 모든 자원공급을 물리거라. 그리고 그더러 무도규칙을 초월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거라. 그러면 요족은 그를 한 번은 보호해줄 수 있다. 이상이다."
말이 끝나자 화염은 마치 나타난 적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용제, 구미요제, 암흑요제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원장님……"
한참 후 구미요제가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어찌 됐건 제 마음속에서 진남은 여전히 우리 용제원의 제자입니다. 그가 위험해지면 저는 무조건 보호할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암흑요제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용제원의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죽어서도 용제원의 귀신이다. 요신의 계획을 떠나 진남은 우리 용제원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또, 구구의 말을 들어보면 오창천이 제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진남의 공로인 것 같다."
용제는 정색하고 말했다.
"용제원의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죽어서도 용제원의 귀신이다."
"그러나……."
"그의 미래는 매우 힘들 것이다."
용제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구미요제와 암흑요제는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도규칙을 초월한 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나쁜 일이기도 했다.
* * *
용제원, 인족봉 안.
진남은 큰 돌 위에 앉아 머나먼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명쟁탈전에서 나온 후 그는 사마공 등과 완전히 헤어졌다.
해골 소홍, 천기견들과 천기서 등은 이번에 수확이 꽤 많았다.
"진남."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목목이었다.
진남은 얼떨떨해하며 말했다.
"제명쟁탈전에서 고마웠다."
그는 목목이 자신을 도와줄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내가 너에게 빚진 거야."
목목은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너를 오해했어. 아버지는 네가 죽인 것이 아니라 비악무조 등이 꼼수를 부린 것이었어."
"회복해서 다행이야."
진남은 옅게 미소 지었다.
"응."
목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더니 말했다.
"진남, 제명을 받든 받지 못하든 중요하지 않아. 우리는 아직 젊어. 팔십 년을 기다리면 되잖아. 전에 네가 동주에 있을 때를 생각해 봐. 그때 너는 약하지만 두려움 없고 용맹했어."
그녀의 눈에 색다른 빛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전에 큰 병에 걸려 수련을 할 수 없었다.
그때 진남의 패기 넘치던 기세를 그녀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했다.
"걱정하지 마. 나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
진남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에서 엄청난 빛을 뿜으며 말했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해. 머나먼 남쪽에 내가 소멸시켜야 할 물건이 있거든."
* * *
반신지국, 남쪽의 땅.
낡은 문이 오래도록 무너지지 않고 우뚝 서 있었다.
이때, 보라색 빛이 문 위에서 반짝거렸다.
작은 변화였지만 사방에서 이곳을 지키던 거물들의 눈에는 벼락같았다.
"어떻게 된 거지? 보라색 빛이라니?"
"뭐? 보라색 빛이라고? 설마 비악여제가 또 나타나려나?"
"반천맹도 붉은색 빛밖에 일으키지 못했는데, 누가 보라색 빛을 일으킨 거지?"
놀란 목소리들이 남천문에서 울려 퍼졌다.
"모든 삼성 등급과 이성 등급의 적을 죽이지 않았어? 누가 보라색 빛을 일으켰지? 남천지령 어떻게 된 거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변화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남천지령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 * *
끝없는 허공 속.
시커먼 수정이 끝이 어딘지 모르고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끔씩 허공 속의 거물들이 수정을 발견했지만, 잠시 조사해보고는 관심을 끊었다.
아주 평범한 수정일 뿐이었다.
문득 빛이 용솟음쳐 올랐다.
시커먼 수정에서 매우 밝은 꽃들이 피어나더니, 흰옷을 입은 여인이 꽃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너는 진남을 구했다. 그러니 너를 한 번 도와주겠다."
흰옷을 입은 여인은 말을 마치고 손을 저었다.
끝없는 생명본원이 시커먼 수정에 주입되었다.
* * *
용제원, 인족봉.
진남은 목목을 배웅한 후 유영루의 영패를 꺼내 신념을 전했다.
제명쟁탈전이 끝난 후 그는 아직 중주의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
'석청범은 표묘환부를 떠났다. 반신지국으로 가려는 것 같다.'
'불타 진자래는 만귀도(萬鬼道)에 일 년을 갇히게 됐다. 제명쟁탈전에서 진자래는 마녀 천천을 봐준 것 같다. 타마산장의 강자들은 모두 이를 용납해주지 않았다.'
'몇백 명의 천재들이 어렴풋이 진남에 대해 언급했다. 진남이 이번 제명쟁탈전의 기이한 변화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제명쟁탈전에서 제방 서열 천 위 안에 든 천재들이 칠백아흔여덟 명 죽었다.'
'용제원, 천도문, 타마산장 세 개 세력의 강자들은 연합하여 등제의식(登帝儀式)을 진행하려고 협상하고 있다. 장소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용제원에서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유영루에서 전해온 소식을 보며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제방지령이 제명쟁탈전에서 발생한 일을 숨기려 했다.
때문에, 그가 아홉 그루의 무수를 갖고 있는 일을 첫 번째 관문과 두 번째 관문에 참가했던 천재들 외에 중주에서는 아무도 몰랐다.
잘된 일이었다.
아니면 그의 소문은 창람대륙 전체를 흔들었을 것이었다.
"천당과 지옥이구나. 제명을 받으면 앞날이 창창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모든 걸 잃는구나."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제방과 신방의 이런 방법이 이해되지 않았다.
'무인의 미래가 고작 한 번의 싸움으로 결정되다니?'
"후!"
진남은 길게 한숨을 쉬더니 눈빛이 평온해졌다.
그는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
이제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