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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58화 (658/1,498)

658화 다음번을 기다려라

"미, 미안해……"

강벽난은 미안해했다.

'내가 좀 더 강하고 아까 방심하지 않았다면 남천영사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진남은 제명을 받다 실패하지 않았을 텐데!'

"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내가 너를 살릴 거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옥패 안의 생명의 힘을 최고로 운행해 강벽난의 몸에 주입했다.

"그만……. 옥간은 정말 나에게 도움이 안 돼……"

강벽난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생명력을 전부 다 썼지만, 사망수정(死亡水晶)으로 변하여 스스로 도를 느낄 거야……. 만약 성공하면 나는 죽음의 몸을 연마할 수 있어. 다시 말해, 나는 죽지 않아……."

그녀의 옥처럼 새하얀 발부터 피부가 조금씩 찢어지더니, 수정으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자신의 몸의 변화를 느낀 강벽난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사망고서에 적힌 대로 그녀는 모든 생명력을 태워 사망수정으로 변하면 죽음의 몸을 연마하여 바로 제명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가능성은 무척 작았다.

무도규칙을 초월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었다.

진남은 못 들은 것처럼 여전히 그녀를 회복시키려고 애썼다.

"진남…… 한 가지만 대답해 줘."

강벽난이 힘겹게 말했다.

강벽난을 구하려고 애쓰던 진남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네가 나를 용서할 수 없더라도…… 더는 나를 원망하지 말아줘……. 한 번만 기회를 준다면, 절대…… 너를……."

강벽난은 절절하게 부탁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몸이 전부 부서져 수정으로 변해 하늘 가득히 채웠다.

수정들은 천천히 모이더니 커다란 흑색 수정을 이루었다.

안은 시커멓고 사람 형상이 보이지 않았다.

"강, 강벽난?"

진남은 몸을 부르르 떨며 크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흑색 수정은 죽은 듯 조용했다.

"강, 강벽난……. 강벽난…… 제발……."

진남은 떨리는 목소리로 연거푸 강벽난을 불렀다.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마지막에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힘이 마치 그의 심장을 꽉 움켜쥔 것 같았다.

그는 숨이 막혔다.

그는 사망수정을 돌아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찔렀다.

한참 후, 그는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두 눈은 시뻘게졌다.

그는 끝없는 허공을 향해 포효했다.

"남천문! 나는 하늘에 맹세한다. 반드시 너를 부숴버릴 거다! 박살 낼 거다! 반드시!!"

우르릉-!

그의 몸에서 기세가 터지며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무인이 된 이래 가장 크게 화가 났다.

그가 전에 남천문을 부수려고 한 건 전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이유가 바뀌었다.

강벽난으로.

이 광경을 본 당청산, 사마공, 목목 등은 마음이 복잡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도장 위에 아직 죽지 않은 천재들은 얼굴에 드러났던 기쁨이 사라졌다.

그들은 모두 진남의 방대한 살기에 깜짝 놀랐다.

모두가 진남의 분노를 받을까 걱정했다.

"침착해라!"

이때, 구리거울 속의 신비한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벽난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녀는 사망수정으로 변했다. 스스로 사망지서(死亡之書)를 완전히 느끼면 스스로 도를 증명하고 살아날 수 있다."

"……죽지 않았다고?"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문득 강벽난이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망지서는 뭐야? 스스로 도를 증명한다는 건 뭐고? 내가 어떻게 그녀를 도울 수 있는 거야?"

진남은 끝없는 어둠에서 빛을 본 사람처럼 다급히 물었다.

"스스로 도를 증명하는 건 바로 스스로 무제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제위에 오른다고?"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스스로 제위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았다.

창람대륙은 현재 본원 제력과 신격의 힘이 모두 제방과 신방에게 장악되었다.

본원 제력과 신격의 힘이 없이 제위에 오르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어떻게 하지?'

진남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스스로 제위에 오르기 매우 어렵지만, 희망은 있다."

신비한 여인이 싸늘하게 말했다.

"너에게 알려 주겠다. 그러니 침착하거라."

진남은 몸을 떨고 숨을 몇 번 들이쉬더니, 조금은 진정한 채로 물었다.

"알려 줘.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첫째, 사망수정을 허공에 넣어라. 끝없는 허공에서 끝없는 어둠과 고독을 느껴야만 강벽난은 사망지서를 느낄 수 있다.

둘째, 너 자신부터 스스로 제위에 오르거라. 그럼 너는 제방과 신방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창람대륙에서 네가 조종할 수 있는 본원 제력을 얻으면 그녀를 도울 수 있다.

셋째, 그녀에게 네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알려 주거라."

말이 끝나자 구리거울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녀는 강벽난에게서 자신의 예전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남이 의리를 보았다고 해도, 그녀는 이번 일에 참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남은 잠시 후 표정이 확고해졌다.

'반드시 스스로 제위에 올라 본원 제력을 조종할 것이다. 그러면 강벽난을 도울 수 있다.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으면 된다. 절대 나 때문에 강벽난이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강벽난, 걱정하지 마. 나는 꼭 스스로 제위에 오를 것이다. 나중에 돌아와 너를 도울 것이다. 그러니 너는 절대 자신의 의지를 잃지 말고 잘 살아야 한다. 나는 창람대륙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진남은 사망수정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어 손가락 끝을 찔러 정혈을 수정에 떨어뜨렸다.

사망수정은 살짝 흔들리더니 정혈을 전부 빨아들였다.

진남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몸이 떨리기 시작하고 나서야 수정에 정혈을 떨어뜨리는 걸 멈췄다.

"가거라."

진남은 표정이 복잡했다.

그는 주먹으로 허공을 부수고 사망수정을 받들어 허공에 넣었다.

진남은 사망수정이 허공 깊은 곳으로 날아가는 걸 조용히 바라봤다.

그는 수정이 완전히 보이지 않아서야 눈길을 거두었다.

이제 그는 스스로 제위에 올라야 했다.

제위에 올라야만 강벽난을 돕고 남천문을 찾아 쳐부술 수 있었다.

"진, 진남? ……자네 괜찮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사마공이 한참을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그녀는 죽지 않았습니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진남은 미소를 지으며 당청산 등을 보며 말했다.

"이번 일은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당청산, 사마공, 목목 등은 그제야 안심했다.

좀 전까지 진남의 모습은 너무 놀라웠다.

"응? 기운이 왜 이렇게 많이 약해졌소?"

이때,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봤다.

백발노인이 허공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제방의 영이었다.

백발노인은 의문이 가득한 눈길로 구대 제명을 바라봤다.

'진남이 제명을 전승하는 것이 실패했다고 해도 구대 제명이 이렇게나 약해질 리가 없는데? 구대 제명의 기운은 평소의 육대 제명 정도이다.'

구대 제명은 살짝 떨더니 전음했다.

"강제로 중단되면서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소."

"한 개의 무수와 융합되는 것과 다르오. 아홉 그루의 무수와 결합하다 강제로 중단되어 우리의 본원 제력이 사라졌소."

"진남 체내의 신비한 힘은 너무 강하오. 강제로 중단될 때 우리는 바로 빠져나올 수 없었소."

그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제방의 영에게 그것들의 기운이 약해진 건 진남이 삼대 제명의 본원 제력을 빨아갔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이 이렇게 한 건 진남이 스스로 무제가 되려고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삼대 제명의 본원 제력도 흡수했으니, 스스로 무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동안 스스로 무제가 된 무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제방이 진남을 신경 쓰고 진남에게 참견하는 걸 막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들의 거짓말 덕분에 진남은 큰 번거로움을 피하고 창람대륙을 뒤집을 기회가 생겼다.

"그렇군."

백발노인은 제명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 의심하지 않고 복잡한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봤다.

그는 남천영사가 마지막에 엄청난 힘을 폭발해 진남이 제명을 받는 걸 중단시킬 걸 몰랐다.

그것만 아니면 진남은 이미 구제일신이 되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제명을 얻지 못하였기에 두 번째 기회가 없었다.

아무리 진남이 무도규칙을 초월했고, 또 내력이 대단하고, 얼마나 강하든 상관없었다.

그는 여전히 무조 경지였다.

예전의 진남은 그들의 가장 강한 수였다.

이제 진남은 그들의 계획에서 중간 정도의 영향력밖에 발휘하지 못할 것이었다.

백발노인은 한숨을 쉬더니 진남과 다른 사람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이번 제명쟁탈전은 이변이 발생하여 구대 제명이 모두 상처를 입었다. 때문에, 제명쟁탈전을 앞당겨 끝마치겠다. 아직 제명을 받지 못한 자들은 다음번에 제명이 열려야만 받을 수 있다."

"뭐라고요?"

"다음번을 기다리라고요?"

"아니, 제명쟁탈전이 이변이 발생한 것이 우리 탓입니까?"

도장의 석청범, 도천중 등 아직 죽지 않은 천재들은 백발노인의 말을 듣자 분개했다.

이번에 제명을 받지 못하면 다음번은 적어도 팔십 년을 기다려야 했다.

'평생동안 팔십 년이 몇 번이나 된다고……. 이건 말도 안 된다!'

"규칙이다."

백발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 위엄이 뿜어져 나왔다.

석청범 등 천재들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백발노인의 기세에 순간 숨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백발노인은 진남을 보며 물었다.

"나는 나의 약속을 실행하겠다. 당청산에게 제명을 한 개 주겠다. 강벽난이 없으니 다른 한 개는 오창천에게 주겠다. 어떠냐?"

그가 제명을 내놓으려고 하는 건 이미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의 경지가 크게 손상받을 수 있었다.

또, 진남은 이미 무도규칙을 초월했고 내력이 엄청났다.

중등 수 중에서는 가장 강했다.

때문에, 진남에게 선심을 베푸는 셈이었다.

석청범 등 천재들은 백발노인의 말을 듣자 화가 나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규칙? 이게 규칙이라고?'

'왜 당청산과 오창천만이 우대를 받는 거야!'

그들은 화가 났지만 감히 입밖으로 꺼낼 용기는 없었다.

그들은 앞에 있는 백발노인의 미움을 살 용기가 없었다.

"사형, 창천, 제명을 받는 건 큰일입니다. 이건 다른 사람이 준 것이기에 연화하면 제한과 위협을 받고 다른 사람의 수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제명을 받을지 말지는 두 분 스스로 결정하십시오."

진남은 대답하지 않고 당청산과 오창천에게 전음했다.

그러나 그는 두 사람을 말리지 않았다.

사람은 모두 각기 지닌 운명이 달랐다.

또, 당청산과 오창천은 제명을 받지 않고 스스로 제위에 오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들은 스스로 체내에 삼대 제명과 맞먹는 본원 제력을 빨아들인 진남과 달랐다.

당청산과 오창천은 깜짝 놀랐다.

진남의 말은 그들에게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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