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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55화 (655/1,498)

655화 구대 제명

"무심검(無心劍)!"

석청범은 길게 소리치며 희미한 검을 들어 진남의 가슴을 찔렀다.

무심검은 형태가 없는 검이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모든 걸 찌를 수 있었다.

"무심검? 이것이 네가 어청동을 죽이고 연마한 거냐? 좋다!"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아홉 그루의 무수가 다시 공격을 펼쳤다.

"하하, 진남, 나의 무심검은 이제 곧 무도규칙을 초월한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막을 수……. 악!"

석청범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말을 다 끝맺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홉 그루의 무수가 그의 무심검을 부수고 그의 가슴을 공격했다.

석청범은 진남의 아홉 그루의 무수야말로 진짜 무도규칙을 초월했다는 걸 간과했다.

커다란 도장 위의 육십여 명의 천재 중 절반이 죽었다.

나머지 절반은 중상을 입고 신음을 흘렸다.

"이겼다! 이겼어! 역시 내 형제야! 현월, 목목 어서 움직이거라! 나를 도와 저들의 저장주머니를 전부 꺼내자. 어? 진남 뭐요! 왜 이렇게 세게 때렸소! 저장주머니가 다 찢어졌잖소……!"

사마공은 처음에는 기뻐하더니 욕설을 퍼부었다.

오창천, 구구 등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나 속으로는 매우 기뻤다!

'이겼다! 그럼 진남이 제명을 이어받고 구제의 몸이 되겠구나!'

"진남! 경고한다. 네가 만약 구제의 몸을 이루면 너는 남천신지, 남천문의 끝없는 추격을 받을 것이다. 무신도 직접 너를 죽이려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졌다고 투항하고 남천문에 들어와도 늦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본 남천영사는 조급하고 화가 나 서둘러 소리쳤다.

"그래? 그럼 기다리고 있겠다."

진남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앞에 있는 제단으로 걸어갔다.

그의 등 뒤에서 아홉 그루의 무수가 솟아올라 첫 번째 제단, 세 번째 제단, 마지막 제단으로 날아갔다.

붕멸무수가 맨 먼저 날아오르고, 뒤에는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가 따랐다.

각 제단과 제명에 각각 한 그루의 무수가 날아갔다.

중상을 입은 천재들과 오창천, 그리고 남천영사와 당청산, 강벽난 등은 모두 긴장하곤 진남을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못했다.

신비한 도장도 뭔가 느낀 듯 허공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는 주문을 외우는 것 같았다.

진남은 허공에 떠올라 아홉 제명을 보며 신념을 움직였다.

아홉 그루의 무수에서 제술의지가 뿜어져 나왔다.

진남이 전에 굴복시켰던 제명 외에 다른 여덟 개의 제명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엄청난 제기가 장내를 휩쓸었다.

대제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덟 개의 제명이 전부 깨어났다!

"대담하구나!"

"무지하다! 건방지구나!"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 명은 제명을 하나밖에 받지 못한다."

"너는 이미 규칙을 파괴했다. 너는 규칙의 분노를 감당해야 한다!"

여덟 개의 제명은 깨어나더니 모두 분노하여 소리쳤다.

허공에 풍화홍뇌대겁이 불어와 여덟 그루의 무수를 부수려 했다.

당청산, 강벽난, 오창천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숨이 간당간당하던 천재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들이 보기엔 아직 기회가 있을 것만 같았다.

"하하하! 진남, 너무 건방지구나! 제명은 천지에서 생기고 본원에 따라 나온다. 그것들은 제명 규칙을 지켜야 한다. 한데, 한 번에 그들 아홉을 전부 굴복시키려 하다니! 너는 이미 큰일을 저질렀다. 대제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죽어야 한다!"

이 광경을 본 남천영사는 기뻐했다.

원래 여덟 개 제명이 진남을 이토록 거부할 줄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더 기뻤다.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진남은 끝났다!'

진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두 눈을 감고 여덟 개의 제명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도 제명들이 이렇게 강하게 반항할 줄 몰랐다.

그러나 그는 반드시 모든 제명을 받아야 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규칙이요? 맞습니다, 저는 규칙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개 제명은 한 그루 무수에만 해당합니다. 예전에는 아무도 무수를 아홉 그루씩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있습니다!"

진남이 눈에서 빛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제명이 진짜 영험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명의 진정한 숙명은 천재와 융합되어 무도 황제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까? 만약 오늘 아홉 개의 제명이 전부 저에게 귀속되면 저는 세상에 하나뿐인 구제의 몸이 됩니다.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이때, 진남의 등 뒤에 떠 있던 전신의 혼이 크게 포효했다.

커다란 강풍이 일어 하늘에 모였던 풍화홍뇌대겁을 부쉈다.

전신이 여덟 개 제명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하늘 깊은 곳에 떠 있던 여덟 개 제명은 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덟 개 제명은 기운을 가라앉히고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제명의 본질은 무도 황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아홉 개 제명은 너희 소원을 들어주겠다. 전례를 깨고 너의 몸에 들어가겠다. 그러나 네가 한 말을 명심하거라. 너는 만고(萬古)에서 가장 위대한 황제가 되거라!"

여덟 제명의 외침은 하늘을 찢을 것 같았다.

여덟 개의 제명 그리고 진남이 전에 항복시킨 제명은 엄청난 금광을 뿜으며 남천영사, 강벽난, 당청산 등이 지켜보는 앞에서 진남의 몸에 들어갔다.

"성공했다!"

"진남은 진짜 성공했어!"

"구제일신이다! 구제일신이야!"

석청범 등 천재들은 모두 넋을 잃었다.

강벽난, 당청산, 오창천, 사마공, 목목 등의 두 눈에 기대가 드러났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제명, 너희들은 제명 규칙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 어떻게 저놈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느냐!"

남천영사는 실성하여 포효했다.

말을 마친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남이 성공적으로 구제일신을 이루고 이어 구신일신을 이루면 창람대륙에서 그는 무적의 존재가 된다. 후에 그가 삼생겁의 그 여인과 연합하면 남천문을 지킬 수 있을까?'

금광이 진남의 체내에 주입되는 순간 그의 몸에서 전에 없이 강한 파동이 일었다.

크라아아아-!

그의 등 뒤에서 방대하고 사나운 용의 형상이 떠올라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몇만 마리의 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도장의 위쪽 하늘에 틈이 생기더니 금색 제기가 틈으로 내려왔다.

제기는 눈 깜짝할 새에 도장을 금색으로 물들었다.

몇만 마리의 용과 어울려져 광경이 놀라웠다.

제명을 받고 이렇게 엄청난 이상을 일으킨 무인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진남의 체내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방대한 본원 제력이 그의 육체, 혈액, 근골, 내장 등을 전부 씻어 그는 전보다 최소 아홉 배 강해졌다.

그의 몸에 매우 대단한 힘이 생겼다.

"아홉 개 제명, 무수에 융합되거라!"

진남은 속으로 외쳤다.

그의 신념의 안내 하에 아홉 개 희미한 금색 그림자가 그의 체내로 날아 들어와 붕멸무수부터 시작하여 각각의 무수에 들어갔다.

아홉 개 금색 그림자가 찢어지더니, 방대한 본원 제력이 뿜어져 나와 무수와 융합되었다.

엄청난 힘이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역시 한 개 제명은 한 그루의 무수밖에 융합되지 못하는구나. 이제 제위에 오르는 건 문제없겠다."

이 광경을 본 진남은 흥분되었다.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그의 왼쪽 눈, 왼팔, 단천도에서 파란색 전신의 힘이 뿜어져 나와 그의 체내로 들어갔다.

전신의 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아홉 그루의 무수에 도달했다.

"응?"

진남은 얼떨떨했다.

'전신의 신체 부위가 왜 지금 반응을 일으키는 거지?'

촤르륵-!

파란색 전신의 힘은 빠르게 퍼져 파란색 그물을 이루었다.

그물이 변하고 있는 아홉 그루의 무수를 천천히 덮었다.

방대한 본원 제력도 뭔가 느낀 것처럼 빠르게 발악하며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강력한 파란색 전신의 힘은 대번에 그것들을 전부 눌렀다.

그러자 무수가 변화를 멈췄다.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이때, 부드럽고 익숙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진남아, 나다."

말이 끝나자 진남의 머릿속에 형상이 떠올랐다.

전신의 왼팔, 예전의 청룡 성주였다.

"스승님……."

진남은 얼떨떨해졌다.

* * *

같은 시각, 중주, 신비한 곳.

백발노인의 앞에 있던 바둑판의 바둑알이 전부 깨져 흑색의 기운으로 변했다.

기운은 한데 엉켜 흑백 용으로 변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열 몇 명의 제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구대 제명이다!"

"제명 규칙이 이렇게 깨지는 건가?"

"이제부터 제명은 한 사람에게만 속하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들은 규칙이 깨지면 이어 발생하는 반응이 엄청나다는 걸 잘 알았다.

"허허."

백발노인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놀랄 것 없다. 제명이 규칙을 깬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내가 구대 제명에게 언질해 것도 있지만, 진남 체내의 그 물건이 있다는 걸 제명이 안 것도 있지. 하지만, 결국 진남 자신의 의지가 제명을 움직였다. 그러니 앞으로 다시 규칙을 깨기는 매우 어려울 거다."

제사들은 이 말을 듣더니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게다가 이번 내기는 우리가 완벽하게 이겼다. 진남은 삼생겁이 있다. 그의 성격으로 마지막에는 틀림없이 남천을 뒤집으려 할 거다. 남천문에게 이제 곧 엄청난 적이 생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강한 수가 생긴다."

백발노인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백 년 동안 그렇게 표정이 밝았던 적 없었다.

* * *

같은 시각, 창람대륙, 반신지국의 남쪽 끝.

이곳은 무질서하고 끝없이 오묘한 땅이었다.

전설 속에서 구천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이 땅에는 창람대륙의 모든 거물들이 두려워하는 창람신물 남천문이 우뚝 서 있었다.

윙-!

커다랗고, 오래되고, 신비한 남천문의 밑에서부터 붉은색 빛이 엄청난 속도로 위로 퍼졌다.

남천문이 이내 붉게 물들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붉은빛이다! 지난번 반천맹(反天盟)이 건립되었을 때도 붉은빛이 나타났다!"

"그럼 이번에 또 반천맹과 대등한 위협이 생겼단 말이야?"

정신을 차린 남천문 부근에 있던 거물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때, 남천문 깊은 곳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된 거냐? 왜 또 이렇게 강한 적이 나타난 거지?"

"얼마 전에 나는 서른두 명의 남천영사를 제명쟁탈전, 표묘고도, 북주육해(北洲陸海), 동주무명관(東洲無名觀) 등 여러 곳에 보냈다. 그들더러 삼성의 적 여섯 명, 이성의 적 열세 명, 일성의 적 서른한 명을 죽이라고 했지. 이번 위기는 아마 여러 등급의 적들한테서 온 것일 거다."

천지가 벌어지는 것 같은 웅장한 목소리가 남천문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남천문지영(南天門之靈)이었다.

"삼성, 이성의 적 중에서 누군가 일어서려나 보구나! 제명쟁탈전일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에 제방 그 영감탱이가 제어와 무도규칙을 초월한 기운으로 우리를 유인하여 공격하게 했잖느냐?"

늙은 목소리는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럼 명령을 내리겠다. 남천영사들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삼성, 이성의 적을 전부 멸하거라. 혹시 몸이 죽어 도의가 사라지면 남천문 안에서 다시 육신을 만들어주고 남천령왕(南天靈王)으로 봉하겠다!"

남천문의 영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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