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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52화 (652/1,498)

652화 여덟 개를 모두 가지겠다!

"속상해하지 말거라. 전생에서 환생할 때 나는 이미 예상했다. 내가 수련한 무심태상공법의 중요한 관문이 '정(情)'이다. 정을 없애면 나는 공법을 완성하고 무제가 되고 무신이 될 수 있다."

석청범은 평온하게 말했다.

"네 몸은 내가 환생시킨 것이다. 이제 공법을 사용해서 너를 다시 환생시킬 것이다."

"모든…… 모든 게……. 진짜였어……."

어청동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었느냐?"

"그래요……. 전생에 사형은 저를 죽이고 무제가 되었지요. 그러나 공법을 완성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를 환생시켰죠……. 저는 믿지 않았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들을 믿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진짜였다니……."

어청동의 두 눈이 스르륵 감기고 기운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미안하다."

석청동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

"그러나 걱정 말거라. 너는 다시 환생할 것이다. 네가 환생했을 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누리게 해주마."

"모든 것을…… 누리게 해준다고요? 죄송해요, 사형……. 이제 못하겠어요……. 사형이 저를 한 번 죽였을 때 믿지 않았어요……. 두 번째 관문에서 저를 몇백 번 죽였을 때도 믿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더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사형. 부디…… 무신이 되길……."

어청동의 두 눈에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이리 바보 같을까? 너무 바보 같아.'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고 두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그녀의 몸은 천천히 금이 가고 발밑에서 그녀를 감고 올라온 연꽃들이 시들었다.

잠시 후, 그녀는 한 무더기의 모래로 변했다.

시골도 남지 않았다.

석청범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봤다.

무심태상공법을 수련한 그였지만, 무슨 이유인지 수많은 기억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왔다.

그는 떨리는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모래의 촉감이 느껴졌다.

"청, 청동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한 무더기 모래만 있을 뿐.

이번에 그녀는 진짜 사라진 것이었다.

다시 환생할 수도 없게 완전히 없어졌다.

* * *

다섯 번째 제단.

오창천은 미간을 찌푸리고 온몸의 기운을 계속 뿜었다.

그는 풍화홍뇌대겁을 이겨내고 환상의 공간에서 제명과 싸우는 중이었다.

"안 돼, 이대로 패할 수 없다! 마지막 초식을 펼치자!"

환상의 공간에서 오창천은 여전히 기운이 가득한 제명을 바라보며 법인을 만들었다.

그의 왼팔 오른팔에 구미요호와 암흑기린의 혈통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이것은 그가 반년 동안 폐관 수련하면서 깨우친 살초였다.

그 위력이 강해서 대제 경지의 일 단계의 강자와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초식을 펼치려면 구구와 양제의 혈통의 힘을 그의 두 팔에 주입하게 해야 했다.

"삼수합일, 만요강림!"

오창천은 포효했다.

그의 가슴에 전령의 기운이 터지고 양팔에서 구미지기와 기린지기가 솟아오르며 세 기운이 합쳐졌다.

합쳐진 기운이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펑-!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창천의 오른팔에서 암흑기린의 기운이 터지며 엄청난 기운을 드러냈다.

"이게……."

오창천은 믿을 수 없었다.

슉-!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제명은 한 방에 그의 가슴을 찔렀다.

환상의 공간이 사라졌다.

제단 위에 있던 오창천의 본체도 오른팔이 터지고 피가 흘렀다.

그의 입가에도 피가 흘렀다.

제단을 봉인했던 힘이 점점 사라졌다.

그는 제명을 받지 못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야?"

이를 지켜보던 구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창천은 삼수합일의 살초를 장악했다. 그런데 왜 제명을 받는 데 실패한 거지?'

슉-!

그때, 어떤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제단에 올랐다.

그림자는 사정없이 오창천을 걷어차 제단에서 떨궈버렸다.

"양제, 너……."

구구는 충격을 받았다.

오창천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양제가 왜? 우린 형제잖아…….'

"하하하."

양제는 제단에서 서서 밀려오는 풍화홍뇌대겁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창천, 의외지? 내가 네 오른팔에 손을 좀 썼다. 바로 이날을 위해서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양제의 음모였다.

"왜, 왜 그랬느냐?"

오창천은 창백한 얼굴로 양제를 노려보았다.

'한때 풍파를 함께 이겨내고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그렇게 많은 추억과 우정들을 잊은 걸까?'

"왜? 왜라고 물었느냐? 나는 지금껏 모든 영예와 빛을 모두 너에게 빼앗겼다. 용제원이나 요신금지의 어느 누구 하나 나를 똑바로 본 적이 있느냐?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제명을 받는 사람은 내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을 가질 사람은 내가 될 것이다!"

양제의 얼굴에는 분노와 뿌듯함이 섞여 이상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오랫동안 참았다.

오창천은 그의 말을 듣자 씁쓸하게 웃었다.

'다들 인간족이 음험하고 교활하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 보니 교활한 것은 인간족이 아닌 질투하는 어두운 마음일 뿐이었구나.'

* * *

두 번째, 세 번째 제단.

첫 번째 제단과 다섯 번째 제단에서 변고가 일어났을 때 마녀 천천과 불타 진자래의 싸움은 절정에 이르렀다.

수많은 마두와 수많은 부처들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엄청난 빛을 뿜었다.

"땡중! 내 최강 일격을 받아라!"

마녀 천천이 외치며 열 개의 부적을 꺼냈다.

열 개의 부적이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슉-

부적에서 엄청난 마기들이 끊임없이 나오자 마도세계가 이뤄진 것만 같았다.

열 장의 부적은 타마산장의 마도대제가 마녀 천천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부적에는 방대한 마기가 주입되어, 마녀 천천이 살초를 드러낼 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만마중상(万魔衆相)!"

마녀 천천은 법인을 만들었다.

수많은 마기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그림자들이 하나하나 허공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림자들의 유난히 크고 공포스러운 기운이 바다처럼 가득했다.

그것들은 마도대제의 분신이었다.

"아미타불, 만마중상, 십대마율……. 과연 대단하다. 하지만 나도 준비한 것이 있다. 열 명의 마제가 대단할까? 아니면 백 명의 부처가 대단할까?"

불타가 합장했다.

그의 목에 걸었던 염주가 갑자기 부서졌다.

슉-

염주에서 거대한 불의가 풍겼다.

허공에 서로 다른 부처의 형상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몇백 개의 불광이 반짝이며 온 세상을 정화할 것 같았다.

"죽여라!"

마녀 천천은 그 모습을 보자 명령을 내렸다.

십대 마영은 허공을 넘어 주먹을 휘두르며 개세마술을 펼쳤다.

몇백 개의 부처가 합장하고 선창을 했다.

불음이 하늘을 진동하고 불술이 수없이 쏟아졌다.

쿵-!

수많은 강기가 휘몰아쳤다.

양대 제단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불타와 마녀 두 천재의 대결은 격렬했다.

얼마나 싸웠을까?

기운이 점점 잦아들고 마녀 천천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불러낸 십대 마영은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불타 진자래는 더 처참했다.

그의 입가에는 금빛 선혈이 흐르고 머리 위의 몇백 개의 부처들은 부서져서 볼품이 없었다.

게다가 모두 마기에 물들었다.

"콜록콜록. 또 네가 이겼구나."

불타 진자래는 낮게 기침을 했다.

마녀 천천은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두 눈에 복잡한 감정이 드러났다.

'내가 진짜 이렇게 해야 할까? 제명을 위해서 땡중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야 할까? 하지만 하지 않으면 가족의 원수는 어떻게 갚고, 스승님의 기대는 어떻게 해……. 안 돼! 가족과 스승님을 위해서 반드시 손을 써야 해!'

"항고마기(亙古魔氣)!"

마녀 천천은 낮게 외쳤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오래되고 진한 마기가 솟아올랐다.

그녀는 손바닥을 그대로 불타 진자래의 가슴을 향해 내리쳤다.

퍽-!

묵직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불타 진자래는 온몸이 마기가 가득 차 검게 변했다.

"미안하다. 내 임무는 너에게 중상을 입히는 거였다."

마녀 천천은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항고마기가 불타 진자래의 몸 안에 들어가면 적어도 십 년 안에 그의 경지는 다시 회복될 수 없었다.

"나도 알아. 내 임무도 너에게 중상을 입히는 거였다. 이 제명은 참 나쁘구나."

진자래는 겨우 웃음을 쥐어짰다.

마녀 천천은 깜짝 놀랐다.

'우리 둘의 임무가 똑같다니?'

문득 그녀는 무언가 알아차리고 불타 진자래의 손을 살폈다.

그녀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불타 진자래의 왼쪽 손바닥에는 불광이 빛나고 있었다.

신비한 불도 공간처럼 수많은 부처들이 있었다.

'장심불국(掌心佛国)! 이 초식은 위력이 엄청나다. 사용했으면 나는 막지 못했을 거야!'

마녀 천천의 작은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는 드디어 알아차렸다.

지난번에 그녀가 불타 진자래를 이긴 것은 그가 일부러 져줬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불타 진자래는 일부러 져줬다.

지금껏 그가 양보한 것이었다.

"너……."

마녀 천천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니다. 깊게 생각하지 말거라. 축하한다. 무제가 되었구나."

불타 진자래는 부드럽게 말했다.

항고마력이 힘을 발휘하자 그는 신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자고로 불마는 대립했다.

그러나 운명이 장난을 쳤다.

그녀는 그에게 넘을 수 없는 대겁이었다.

도장의 천재들은 충격을 받았다.

석청범, 오창천, 불타, 마녀의 변고가 동시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변고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남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석청범이 어청동을 죽였어?'

진남은 어청동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

그러나 석청동을 위한 어청동의 마음을 진남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석청동이 자신의 공법을 원만하게 하려고 잔인하게 그녀를 죽일 줄 몰랐다.

'그리고 양제! 제명을 위해 형제를 배신하다니! 공법과 제명을 위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을까? 나와 상관없는 일들이지만 저들이 무정하니 나도 옛정을 봐주지 않겠다!'

"다들!"

진남은 입을 열고 우레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뭐 하려는 거지?"

당청산과 강벽난과 싸우던 남천영사도 어안이 벙벙했다.

사마공, 현월, 목목은 뭔가 깨달았다.

진남의 모습을 보니 큰일을 벌이려는 것 같았다.

주변의 천재들은 시선을 돌렸다.

"미안하지만 마녀의 제명 외에 나머지 여덟 개는 내가 가지겠다!"

진남은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의 등 뒤로 다섯 무수가 동시에 떠올라 강한 기운을 풍겼다.

그의 말에 천재들은 깜짝 놀랐다.

'여덟 개의 제명? 진남이 여덟 개의 제명을 다 가져가겠다고? 장난해?'

네 개의 제명은 아직 차지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남은 네 개의 제명을 진남이 빼앗으려면 몇십 명의 천재들과 적이 되어야 했다.

게다가 석청범, 도천중, 양제, 음천도인 등은 이미 제단에 올랐기에, 봉인의 힘이 펼쳐져 있었다.

아무도 그 힘을 뚫을 수 없었다.

"단천도는 만물을 벨 수 있다. 제단의 힘을 부수라!"

진남은 전의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진남은 발끝을 차고 하늘로 날아올라 석청범과 도천중, 양제, 음천도인 넷이 있는 제단으로 단천도를 휘둘렀다.

네 개의 도기가 강대한 위력을 뿜으며 날아갔다.

펑-! 펑-! 펑-! 펑-!

네 개의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네 개 제단을 감싼 봉인의 힘에 파문이 일었다.

비록 도기는 봉인의 힘을 뚫지 못했지만, 안에 있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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