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9화 제명 대신 진남을 구하다니
진남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무제라니! 내가 그토록 바라고 노력하던 경지이다!'
무제가 되면 많은 비밀들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창람대륙의 거두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천문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기초와 실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 이변이 벌어졌다.
진남의 몸속에서 떠다니던 투명한 그림자는 아홉 무수에 도착하자 더 내려가지 않고 멈추었다.
"왜 이러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림자는 이내 다시 움직여 아홉 무수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찬란한 금빛을 펼치며 아홉 무수를 감쌌다.
방대한 본원 제력이 드러나고 아홉 무수가 변화를 일으켰다.
그러나 진남은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진남, 너 뭐 하는 거냐? 대제로 진급하려면 제명과 네 무수가 결합해야 대제의 힘이 탄생한다. 그러나 한 개의 제명은 한 개의 무수와 결합할 수 있다!
그런데 아홉 개의 무수라니! 심지어 서로 다른 성질의 무수잖아! 대체 어떻게 결합할 거야?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다!"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구리거울에 있던 신비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무척 화가 났다.
잠깐 진남을 살피지 않았을 뿐인데, 그새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사실 진남의 잘못도 아니었다.
창람대륙의 비밀을 아는 사람도 몇 안 되었기 때문이다.
"네?"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그녀의 말을 통해 결합이 실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있었다.
"아홉 무수, 벗어나거라!"
진남은 크게 외치며 신념을 움직였다.
아홉 무수는 진남의 부름을 듣고 강대한 무조의 힘을 위로 뿜었다.
그러나 결합은 이미 시작이 되었고, 방대한 본원 제력은 이미 모든 것을 봉쇄했다.
"파하거라!"
진남은 포효했다.
그의 의지는 마치 하나의 단단한 철로 변한 것만 같았다.
붕멸무수와 여덟 전신의 나무는 진남의 의지에 응한 듯 엄청난 붕멸의지와 전신의지를 발산하더니, 처음으로 결합하여 위로 힘껏 부딪혔다.
펑-!
결합된 아홉 무수의 힘에 부딪힌 본원 제력이 날아갔다.
결합되는 과정에 숙주의 반항을 받은 본원 제력은 빠르게 물러나 투명한 그림자로 변했다.
"후……."
진남은 그제야 안도했다.
'성공하지 못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큰일 날 뻔했다. 한데, 제명과 결합할 수 없다면, 대체 어떻게 무제가 되어야 하지?'
궁금증이 떠오르자마자 진남은 온몸이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촤륵-!
개조했던 피부, 근골, 내장, 영혼이 모두 어떤 흡입력에 의해 본원 제력을 전부 빼앗겼다.
방금 그의 몸속에 들어온 것들은 뇌겁의 세례를 받지 않았기에 완전히 결합되지 않았다.
본원 제력은 결합할 수 없으니 물러서며 모든 제력을 빨아들여 다시 제명으로 변했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제명이 제력을 빨아들일 때마다 그의 몸은 뜯겨나가는 것 같았다.
"아악!"
엄청난 고통에 진남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고통이 그의 이성을 삼켜버렸다.
제명은 수많은 신비한 것들로 결합된 것이라 부서지거나 멈추지 않았다.
이내 제명이 원상태로 회복이 되어 다시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돌아갔다.
* * *
도장에서 넋을 놓고 지켜보던 천재들은 진남의 갑작스러운 비명에 놀라서 몸을 흠칫 떨었다.
이어 그들은 허공의 신비한 소리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진남의 몸에서 풍기던 찬란한 금빛도 사라졌다.
진남은 제단에 서 있었다.
그의 몸에서 연이어 폭발음이 터지더니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진남의 모습은 이내 처참해졌다.
동시에, 그의 머리 위쪽에 금빛 그림자가 천천히 날아오르더니, 진남의 등 뒤로 가서 멈췄다.
금빛 그림자는 진남과 하나가 되었던 제명이었다.
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모든 천재들은 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제방의 관문을 통과하고 다른 천재들을 이긴다면 제명의 인정을 받으면 무제가 될 수 있었다.
이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진남은 왜 크게 다친 걸까? 설마, 진남이 제명을 받는데 실패했나?'
'멀쩡하던 제명이 왜 스스로 나온 걸까?'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역사 이래 제명의 인정을 받은 후 제명을 받는 데 실패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혹시 진남이 무도 규칙을 초월해서 제명과 어떤 충돌이 생긴 게 아닐까? 그래서 제명을 받는 데 실패하지 않은 걸까?"
이때, 방상청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다른 천재들과 달리 방상청은 무예에 천부적 재능이 높았다.
진남도 그 점은 인정했다.
그래서 문제점을 바로 인식한 것이었다.
물론 실제와 좀 달랐지만, 대체적인 맥락은 비슷했다.
주변의 천재들은 그 말을 듣고 생각이 탁 트였다.
'그래! 진남은 무도 규칙을 초월했다! 그러니 제명과 충돌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럼 진남이 실패했으니…….'
주변의 천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제 진남은 중상을 입었으니, 쉽게 그를 이길 수 있을 것이었다.
'진남을 죽이면 단천도를 얻을 수 있고 단천 보물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진남 등 뒤의 제명도 얻고 무도 규칙을 초월하는 방법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여기까지 생각한 천재들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진남은 살아있는 보물창고였다.
"현월, 목목, 진남을 보호하거라!"
이때, 사마공이 먼저 반응하고 외쳤다.
그는 손가락을 튕겨 고동색의 그릇을 던졌다.
그릇은 허공에서 커지더니 진남을 덮었다.
현월과 목목도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현월은 본체로 변해 진남의 앞에 막아섰다.
목목은 공법을 움직여 무정지검을 꺼냈다.
"썩 꺼져라!"
"단천도는 내가 가지겠다!"
"단천도는 내 것이다! 감히 내 것을 빼앗아? 죽고 싶은가 보구나!"
고성이 울려 퍼지고 천재들은 사정없이 달려들었다.
천재들은 왜 이들이 진남을 보호하는지는 몰랐지만, 이유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셋은 실력이 중등 수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마공은 수단이 많고 현월과 목목도 꽤 실력이 있었지만, 끝없이 날아드는 제술에는 겨우 버틸 뿐이었다.
달려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이게 바로 제명쟁탈전이었다.
설령 석청범이나 마녀 천천 같은 천재들이 중상을 입고 전력을 잃어도 다른 천재들은 몰려들어서 공격했을 것이었다.
진남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때, 그의 납계에 있던 옥패에서 푸른색 빛이 번쩍였다.
빛은 조용히 진남의 몸속으로 흘러들었다.
그의 상처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빠르게 회복이 되었다.
"진남의 몸에 있는 법보가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사마공은 이를 바로 발견하고 눈을 반짝이며 전음했다.
"조금만 더 버티자. 진남은 회복하고 있다. 그럼 문제없을 거다!"
현월과 목목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쿵-! 쿠쿠쿵-!
폭발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
십여 명이 되던 천재들의 공격이 순식간에 이십여 명으로 늘었다.
"더 이상은 못 버텨!"
사마공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현월과 목목도 몸을 바들바들 떨며 계속 밀려나고 있었다.
그들의 몸속의 기운들도 충격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었다.
슉-!
바로 그때, 강대한 기운이 빠르게 날아왔다.
날아온 사람은 도천중이었다.
그는 당청산에게서 벗어나 진남을 공격하려고 날아왔다.
"단천도, 단천도만 얻으면 돼! 당청산 두고 보자!"
도천중은 두 눈에 탐욕이 가득했다.
도천중 외에도 실력이 강한 제방 서열 십 위안에 든 천재들이 모두 달려들어 진남을 공격했다.
진남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제명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끝났군……."
사마공은 죽을상을 했다.
'빌어먹을, 아직 도신이 되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죽는 건가?'
바로 그 순간, 시공간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당청산의 잔잔한 눈동자가 처음으로 격렬하게 일렁거렸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돕지 않으면 많은 천재들의 공격에 진남은 죽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나선다면 자신 앞에 있는 제단의 제명은 다른 사람이 가져갈 것이었다.
지금껏 해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었다.
'제명이다! 백 년에 한 번 오는 기회다! 이번 기회를 낭비하면 무제가 되기까지 백 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강벽난도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중주에서 겪은 싸움들에서 적들을 상대하느라고 그녀의 수명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 무제가 되지 못하면 그녀는 일 년도 채 살지 못할 것이었다.
증제는 그녀의 목숨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녀가 진남을 도우러 간다면 음천도인이나 다른 무인들이 그 기회에 제단에 올라 제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 그녀가 제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슉-
수많은 제술들과 공격들이 엄청난 위력을 뿜으며 날아왔다.
마치 해일이 덮치는 것만 같았다.
사마공은 그 모습을 보자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온몸의 힘을 다해 외쳤다.
"진남, 빌어먹을, 나한테 제기 백만 개는 빚졌소!"
'이번에는 손해가 크다. 다음 생에 진남에게 다시 따져야겠다!'
바로 그때였다.
두 개의 엄청난 기운이 빛처럼 날아왔다.
눈부신 도기와 오래되고 신비한 수레바퀴가 놀라운 힘을 발휘하며 제술들을 전부 자르고 부셨다.
"응?"
도천중과 천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하하! 이놈들아, 간이 부었구나! 감히 내 사제를 건드리다니!"
귀를 찌르는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당청산이 살신처럼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칼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들을 쏘아보았다.
그는 진남을 선택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백 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백 년을 기다리면 또 어떠한가? 사제는 이 세상에 하나뿐이다. 사제가 죽는다면 백 년이 아니라 천 년을 기다려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흥! 두 번째 관문에서 나를 몇백 번이나 괴롭혔지만, 네 놈이 다른 사람 손에 죽는 건 보고 싶지 않구나."
강벽난은 진남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제명을 놓칠 수 있었지만, 지금 진남을 돕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뭐. 결국 이게 내가 원하는 길이야.'
"이런……."
도천중과 천재들은 믿을 수 없었다.
당청산과 강벽난이 제명을 포기하고 진남을 보호하다니?
'둘 다 미친 거 아니야?'
당청산과 강벽난은 제명을 받을 가능성이 무척 높은 사람들이었다.
'제명이잖아! 아무리 우정이 귀하다고 하지만 제명에 비하면 하찮은 것인데!'
"하하하, 당청산 네가 진남을 보호하겠다고 하면 이 제명은 내가 갖도록 하마!"
도천중은 크게 웃으며 돌아서서 네 번째 제명으로 날아갔다.
그는 단호하게 칼을 휘두르던 당청산이 진남을 이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할 줄 몰랐다.
"사망도인, 제명을 포기하느냐?"
음천도인은 환한 표정으로 아홉 번째 제명을 얻으러 달려갔다.
사망도인의 방해가 없으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미친 거 아니야?"
"에잇, 나도 물러가자!"
진남을 공격하던 천재들은 그 모습에 욕설을 퍼부으며 돌아서서 제명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다들 둘의 실력을 잘 알았다.
억지로 달려들어봤자 죽음뿐이었다.
순식간에 진남을 노리던 천재들은 몇 남지 않았다.
그러나 위기가 다 해결이 된 것은 아니었다.
당청산과 강벽난이 다시 제명을 쟁탈하러 가면 도천중, 음천도인 심지어 석청범 등도 진남을 공격할 수 있었다.
오창천과 구구, 양제, 진자래 등은 안도했다.
사실 그들도 고민했지만, 쉽게 결단할 수 없었다.
진남이 위험에서 벗어나고 공격을 받지 않으니 그제야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