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화 백 년을 노력해도 상대가 안 된다
검객 무진, 요동 수남, 묘산, 유위, 거자 등 무인들은 하늘 위의 패기 넘치는 다섯 그루의 무수를 바라보았다.
마치 엄청난 빛을 뿜는 태양을 보는 것처럼 눈부셨다.
그들의 마음속에 엄청난 파도가 일었다.
'다섯 그루의 무수?'
'진남에게 무수가 다섯 그루나 있다니!'
'이는 창람대륙의 무도규칙에 맞지 않거늘! 설마 진남이 규칙을 초월했나?'
진남은 희미하게 웃었다.
무연각이 한 말, 단천대제의 행동을 보고 진남은 깨달았다.
만약 그가 무도규칙을 초월한 일이 드러나면 창람대륙 전체에 엄청난 파문이 일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 할 것이었다.
그러나 제명쟁탈전이 시작되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제명을 받고 제위에 오르면 창람대륙의 거물이 되기에 자신을 보호하기 충분했다.
다섯 시진이 임박했다.
"무도규칙을 초월했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진짜 무도규칙을 초월한 자가 있구나.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검객 무진은 중얼거리며 더는 공격하지 않았다.
그는 검광으로 변하여 멀리 날아갔다.
그는 검심이 큰 충격을 받아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다른 무인들도 점차 정신이 들었다.
그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남이 경지가 폭락했다고? 제방 서열 팔백여 위라고? ……우습구나!'
'진남은 진정한 절세천재다. 제방에 이름 오른 석청범, 마녀 천천, 불타 진자래 등도 무도규칙을 초월하지 못했다!'
"설마 저자가 쥔 칼은……?"
견식이 넓은 한 무인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는 이제야 발견했다.
진남이 쥐고 있는 칼은 전설 속의 칼과 똑같았다.
"다섯 시진이 되었다. 진남은 두 번째 관문에 진급한다. 금문으로 들어가 두 번째 관문으로 가거라."
이때, 우렁찬 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진남은 빠르게 기운을 거두었다.
첫 번째 관문에서 그는 금 열쇠를 잘 지켰다.
게다가 힘을 많이 쓰지 않고 진급했다.
"소홍, 너희들은 납계로 돌아오거라."
진남은 고개를 숙여 해공 소홍과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우렁찬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한 개의 금 열쇠로는 한 명밖에 가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데리고 갈 수 없다. 억지로 들어가려 하면 자격을 박탈할 것이다."
"한 명밖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해골 소홍, 천기견들과 천기서 등은 이 공간에서 실력이 강한 편이 아니다. 그들은 연합해야만 강하다. 모두 흩어진다면 위험할 것인데…….'
"주인님, 가십시오. 우리는 첫 번째 관문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해골 소홍이 말했다.
"멍멍!"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들은 제명을 얻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관문에서 조용히 제기를 빨아들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골 소홍이나 천기견들이나 천기서는 모두 나의 사람이다. 만약 저들을 여기 내버려 두고 혼자 간다면 나는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주인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제명을 얻을 자격이 없습니다. 두 번째 관문으로 가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주인님께서 그래도 마음에 걸리시면 제명을 얻은 후 계속 우리를 데리고 천하를 지배하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어떻습니까?"
해골 소홍은 진남의 생각을 꿰뚫어 보듯 낮은 소리로 말했다.
해골 소홍의 말을 들은 진남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진남은 빛으로 변하여 하늘 깊은 곳의 금문으로 날아갔다.
그는 결심했다.
'제명을 얻든 얻지 못하든 앞으로 너희들과 함께 수련하면서 창람을 떨치겠다.'
무인들은 날아가는 진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해골 소홍과 천기견들과 천기서도 고개를 들고 진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내 낮은 소리로 웃더니 고개를 돌려 산맥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금지를 찾아 제기를 많이 빨아들여 몸을 되찾고 모든 기억을 회복해야 했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진남은 자신이 낯선 곳에 도착한 걸 느꼈다.
그는 눈을 천천히 뜨고 사방을 둘러봤다.
이곳은 길이가 삼십 여장에 달하는 방이었다.
방안에는 짙은 제기가 떠 있었고 부들방석 하나, 책 한 권, 술 한 주전자와 나무 책상이 하나 있었다.
"응?"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고 왼쪽 눈을 움직이려 했다.
그는 깜짝 놀랐다.
이 방은 그의 동력을 가릴 수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조의 힘을 움직여 방문을 밀었다.
그러나 방문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진남은 단천도를 천천히 드러냈다.
그는 이 방이 그의 칼을 막을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진남, 이틀 후면 방문이 스스로 열린다. 칼로 공격하지 말거라."
두 번째 관문의 제사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
규정에 따르면 제사는 말하면 안 되었다.
그러나 진남이 칼을 뽑는 걸 보고 그는 머리가 아파 서둘러 말렸다.
"그렇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천도를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의문이 생겼다.
'왜 두 번째 관문에서는 이 방 안에 있게 하는 거지? 제기를 빨아들이라는 건가? 근데, 제기를 빨아들이는 것만이라면 너무 이상하잖아.'
"에잇, 모르겠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길게 생각하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 *
이틀 후.
기이하고 신비한 방 안에서 끼익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진남은 꼭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뜨고 문 밖으로 걸어갔다.
방문을 나서니 그의 앞에 새하얀 도장이 나타났다.
도장 가운데는 빛기둥이 있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신비한 방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미타불, 진남 시주 우리 또 만났구나."
진남은 고개를 돌려봤다.
멀지 않은 곳에 중이 서 있었다. 제방 서열 삼 위의 불타 진자래였다.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두 번째 관문은 나더러 불타 진자래와 겨루라는 건가?'
"진남? 너야? 어……? 너는 불타 진자래?"
다른 곳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매가 호리호리하고 예쁘게 생긴 여인이 다가왔다.
여인은 오만함이 사라지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진자래와 싸우는 거라고 오해한 게 분명했다.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이 여인이 생각났다.
'표묘환부의 제자 어청동(於淸彤)이랬지? 지난번 반신의 무덤이 열려 여러 세력의 천재들이 반신의 무덤으로 갈 때 석청범이 직접 그녀를 데려다줬다. 신분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진남. 네가 왜 여기 있어?"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곳에서 짙은 죽음의 기운을 뿜는 흑포인이 나타났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강벽난이 어떻게 여기 있지?'
"사망도인?"
어청동은 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뭐야? 나는…… 나는 석청범의 사매다. 네가 나를 공격하면 석청범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녀의 말에 불타 진자래는 눈길이 사나워졌다.
그가 합장하자, 손바닥에서 불광이 반짝거렸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두 번째 관문에 온 걸 환영한다."
이때, 제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부터 너희 넷은 맹우다. 함께 싸울 것이다."
"맹우?"
불타 진자래는 깜짝 놀랐다.
진남과 강벽난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은 눈을 반짝였다.
그들은 속으로 적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청동만이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그렇다. 맹우다."
제사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두 번째 관문에는 임무가 매우 많다. 만약 임무를 잘 완수하면 바로 진급할 수 있다. 잘 완수하지 못하면 네 명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때문에, 너희들은 힘을 합쳐야 한다.
만약 진급하지 못하면 다음 임무가 시작된다. 진급할 때까지 각 임무에서 이룬 성과를 모을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진남, 강벽난, 불타 진자래는 각성했다.
어청동도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사망도인, 불타 진자래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혼자서는 진급할 수 없습니까?"
강벽난은 물었다.
"그렇진 않다. 혼자서 임무를 잘 완성하면 진급할 수 있다. 빈자리는 다른 사람이 대체한다."
제사가 말했다.
"그렇군요."
강벽난은 생각에 잠겼다.
"이제 임무를 주겠다. 너희들은 일 주 향의 시간 내에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제사는 계속 말했다.
"이번 임무는 반신지국의 암황성(暗皇城)에 있다. 암황성은 다른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다. 암황성의 성주느느 이제 곧 암살을 당할 것이다. 너희들은 성주를 보호하고 적을 물리치거라. 그렇다면 임무 완수다.
임무를 진행하는 동안 너희들의 경지는 무조 일 단계로 눌릴 것이다. 임무를 진행하는 동안 죽으면 몸과 도기는 모두 사라진다. 자, 그럼 임무를 시작하거라."
제사의 말이 끝나자 빛기둥에 긴 향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향은 천천히 타기 시작했다.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너무 쉽잖아. 나는 경지가 무조 일 단계로 눌렸다 해도 체내의 아홉 그루의 무수를 드러내면 혼자서 무조 경지 삼 단계의 강자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진자래와 강벽난도 함께다. 그렇다면 어청동까진 손을 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어쩌다 보니 내가 중과 맹우가 되었구나."
강벽난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진급과 관련되는 중요한 일이니 한마디 하겠다. 첫째, 두 번째 관문에서 암황성 성주를 죽이려는 자는 아마 이번 제전에 참가한 다른 천재일 것이다."
진남과 진자래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둘째, 우리 넷이 연합하라는 건 함정일 수 있어. 어청동은 우리 넷 중에서 가장 약해. 때문에, 어청동에게서 문제가 생기기 쉬워."
강벽난은 어청동을 힐끔 봤다.
어청동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녀는 아픈 곳을 찔린 것처럼 소리쳤다.
"사망도인, 무슨 뜻이야? 나는 경지가 너와 진자래보다 낮다. 하지만 설마 내가 진남보다 못할까?"
'나는 제방 서열 백이십일 위다. 진남은 경지가 폭락하여 팔백여 위밖에 안 된다. 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진남에게서 생길 거라고.'
불타 진자래와 강벽난은 눈길이 묘해졌다.
진남은 표정이 평온했다.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표정이 다들 왜 그래?"
어청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는 백 년을 노력해도 진남의 상대가 될 자격이 안 될 거다."
강벽난은 어청동에게 면박을 줬다.
"뭐라고?"
어청동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만, 그녀가 화를 내기도 전에 강벽난은 싸늘한 눈길로 물었다.
"입 다물어. 진남, 임무를 시작하기 전에 이 여인을 너에게 맡길게. 어때? 괜찮겠어?"
"그거 좋구나."
진자래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의견이 없었다.
그는 어청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너……."
어청동은 부아가 터졌다.
'진남보고 나를 돌봐주라고 하다니? 장난하나!'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 제사는 맹우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강벽난의 눈에 사망지화가 타올랐다.
사방이 싸늘해졌다.
"아미타불, 어 시주,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니 협조하거라."
불타 진자래는 합장하고 말했다.
어청동은 안색이 어두워져 화를 내려 했다.
그러나 두려움이 앞서 콧방귀를 뀌고는 뾰로통하게 고개를 돌렸다.
표묘환부에서는 석청범이 그녀를 돌봐주었다.
하니, 그녀가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한 적 있었을까?
"진남, 암황성의 임무는 뭔가 숨겨진 것이 있을 거야. 성주를 보호하는 정도로 간단하지 않을 거야. 혹시 나와 불타, 진자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라도 혼자 적을 죽여 진급하거라."
강벽난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말을 들은 진남은 미소를 지으며 전음했다.
"함께 진급하면 더 좋잖아?"
강벽난은 그 대답에 멈칫하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긴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