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9화 오래 기다렸다!
무인들은 할 말을 잃었다.
산맥의 다른 곳에 있던 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이런 순간에 진남이 스스로 금 열쇠를 내놓을 줄 몰랐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진남이 금 열쇠를 내놓은 건 그들의 주의를 다른 데로 옮기려는 것이었다.
그들이 서로 빼앗게 하다 다섯 시진이 거의 되었을 때 다시 빼앗으려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공격해 금 열쇠를 빼앗으면 무인들에게 쫓기지 않을 수 있었다.
사실 진남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산맥에는 무인들이 몇백 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불과 이십여 명만이 진남을 공격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마지막에 공격하여 열쇠를 얻고자 했다.
"내 것이다!"
한 무인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발아래에 구름계단이 나타나더니, 빠른 속도로 금 열쇠를 향해 뛰어갔다.
동시에, 수많은 기운이 산맥에서 솟아올랐다.
어떤 이는 큰 새로 변하고, 어떤 이는 발로 고검을 딛고, 어떤 이는 신혼합일하여 날아갔다.
수단이 끊임없었다.
어부지리는 누구나 다 잘 알았다.
그러나 이익에 눈이 멀어 뒤에 올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많았다.
마지막에는 공격하는 천재도 많을 게 뻔하고 싸움도 가장 격렬해질 것이었다.
그들처럼 경지가 낮은 무인들은 반대로 먼저 금 열쇠를 빼앗고 비장의 수를 통해 금 열쇠를 지켜 두 번째 관문에 진급하는 편이 나았다.
사실, 이렇게 하면 위험도 크고 불확실한 요인이 많았다.
그러나 공격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잠깐 사이에 하늘에 오십여 명의 무인이 싸우며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이상이 연거푸 일어나고 빛이 반짝거렸다.
용 모양 금 열쇠는 무인들의 손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네가 금 열쇠를 내놓지 않을 줄 알았건만. 그럼 이제 누가 어부일지 한번 보자."
묘산 등은 진남을 노려보더니 한마디 하고는 날아올랐다.
진남은 그들의 뒷모습을 한번 보더니, 고개를 돌려 산맥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왼쪽 눈을 움직여 산맥 안을 꿰뚫어 봤다.
강대한 기운이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숨어있었다.
'진정한 강자는 아직 공격을 드러내지 않았구나.'
"기대되는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단천도를 옆에 꽂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늘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구경했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한 건 무인들을 죽일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제명쟁탈전이 방금 시작되었는데, 첫 번째 관문에서 체력을 많이 소모하면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손실이 클 것이었다.
다만 제명쟁탈전이 시작되자 바로 용 모양 금 열쇠를 꺼내지 않았던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으면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하늘에는 싸움에 참가한 무인들이 점점 많아졌다.
수단을 써 금 열쇠를 얻은 자가 도망치려 하면 사방에서 공격하거나 산맥 안에 숨어있던 무인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공격했다.
다섯 시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산맥 안에서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드리운 사내가 솟아올라 무조 정상의 기운과 경지를 드러냈다.
"장혼구령(長魂勾令)!"
사내가 길게 소리치자 등 뒤에 떠 있던 천급 오품 무혼이 검은색 긴 줄로 변하여 하늘로 빠르게 날아갔다.
줄은 무인들을 지나 용 모양 금 열쇠를 감더니, 사내의 앞으로 당겨졌다.
"아차!!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잘 있거라!"
사내는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쥐고 있던 제부를 빠르게 태웠다.
허공지력(虛空之力)이 그를 감쌌다.
그는 앞서 스스로 여러 번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때문에,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움직였다.
"어찌 그리 쉽게 금 열쇠를 얻겠느냐?"
이때,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다란 형상이 산맥 안에서 일어섰다.
형상의 커다란 손에서 수많은 부문이 뿜어져 나오며 사내의 몸을 덮었다.
사내는 몸이 굳었다.
그의 손에서 타던 제부도 연소를 멈추었다.
"제방 서열 칠십구 위의 무인, 거자(鉅子)다!"
"드디어 손을 썼구나!"
허공의 오십여 명의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잠시 후 그들은 제술을 가득 뿜었다.
그들이 뿜은 제술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작아져라."
그러자, 이미 준비하고 있던 거자가 크게 소리쳤다.
그의 커다란 몸은 빠르게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본래의 절반 정도가 되었다.
"꿈 깨!"
"참허구한검(斬虛九寒劍)!"
"몽발삼천령사(夢發三千靈絲)!"
산맥 깊은 곳에서 세 개의 강한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흐릿한 궁전, 매우 기묘한 한빙지검(寒氷之劍), 그리고 삼천 개의 은색 실이 날아왔다.
공격은 위력이 대단하고 강했다.
진남은 왼쪽 눈으로 훑어봤다.
그는 이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경지가 거자와 비슷하다는 건 판단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 명은 거자보다 더 강했다.
거자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손에 쥐고 있던 용 모양 금 열쇠를 던졌다.
'내가 여기 있는 천재들을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 억지로 용 모양 금 열쇠를 가져가려 한다면 중상을 입을 것이다!'
삼대 무인은 공격을 멈추고 용 모양 금 열쇠를 빼앗기 시작했다.
거자, 긴 머리 사내 그리고 하늘에 있던 무인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물러서 기회를 엿보거나 싸움에 참여했다.
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다섯 시진까지 이제 시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싸움은 점점 치열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맥 위의 분위기는 저도 모르게 팽팽해졌다.
"하나, 둘, 셋, 넷……."
진남은 왼쪽 눈에 보라색 빛을 반짝이며, 이 모든 걸 지켜보았다.
그는 속으로 숫자를 셌다.
마지막 순간 진남은 방대한 전의를 조금도 남기지 않고 폭발시켰다.
그는 찬란한 빛으로 변하여 싸움터로 날아갔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제부터 싸움은 내가 주인공이다!'
"진남?"
거자, 긴 머리 사내, 삼대 무인 그리고 다른 무인들은 진남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용 모양 금 열쇠를 빼앗는 동시에 살초를 드러내 진남을 공격했다.
"깨라!"
진남이 칼을 내리치자 수많은 제술이 산산조각 났다.
그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한 방 한 방 내리쳤다.
짧은 시간에 칼을 몇백 번 휘둘렀다.
이에 무인 중 안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도기 앞에 나타난 법보, 제술, 부적 등은 모두 두 동강이 났다.
"……!"
거자, 긴 머리 사내, 삼대 무인 등 천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남이 손에 쥔 칼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강할 줄 몰랐다.
휙-!
진남은 도기가 길을 연 순간 커다란 손을 만들어 금 열쇠를 잡았다.
금 열쇠를 얻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른 무인들의 폭풍우 같은 공격을 막는 것이 더 어려웠다.
거자, 긴 머리 사내, 삼대 무인 등은 동시에 제술을 드러냈다.
"붕멸영역! 세상 만물을 부수어라!"
진남은 길게 소리 질렀다.
흑광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붕멸영역은 위력이 강했지만, 많은 무인들의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바로 뚫렸다.
진남은 이를 진작에 예상하고 왼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또, 반동의 힘을 이용하여 보답천하를 펼쳐 빠른 속도로 뒤로 날아갔다.
"진남이 도망치려 한다!"
거자, 긴 머리 무인, 삼대 무인 등이 소리쳤다.
"진남, 도망치려고? 유영지화(幽影之畫)!"
묘산 등은 콧방귀를 뀌더니 빠르게 싸움에 참여했다.
방원 몇 리의 허공이 시커메졌다.
옛 화권을 펼쳐 만물을 화권에 빨아들이려는 것 같았다.
"화신영역!"
진남의 위쪽의 허공이 찢어지며 유위가 걸어 나왔다.
그의 등 뒤에 길이가 방원 삼 리 되는 불바다가 화염산처럼 진남을 덮쳤다.
이것은 유위의 계획이었다.
많은 사람이 쟁탈에 참가하게 한 후 마지막에 화신영역(火神領域)을 펼쳐 용 모양 금 열쇠를 가진 자를 덮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는 쉽게 금 열쇠를 가질 수 있고 남은 시간을 버틸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거자, 긴 머리 무인, 삼대 무인 등도 빠르게 손을 휘둘렀다.
사방에 거대한 파문이 일었다.
그들은 살초를 드러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쟁탈전이었다.
처음에는 수단을 남기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조금도 숨김이 없었다.
"소홍!"
진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큰소리로 외쳤다.
아래의 산맥에서 기운이 연거푸 용솟음쳤다.
해골 소홍이 맨 앞에 서고 뒤에 여덟 구의 해골이 서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흰색 기운이 솟아올라 해골 소홍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해골 소홍의 기운은 무조 정상 경지로 높아졌다.
"벌신(伐神)!"
해골 소홍이 싸늘하게 외쳤다.
해골 소홍은 허공에서 차갑고 시커먼 창을 뽑더니, 발끝을 튕겨 순식간에 커다란 폭풍을 일으키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창끝에서 수많은 검은색 번개가 일어나 유위와 묘산 등을 공격했다.
유위와 묘산 그리고 거자 등 천재들은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강한 조력자가 있을 줄 몰랐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몇백 개의 도기를 뿜어, 거자 등을 내리쳤다.
이어 그는 하늘로 빠르게 날아갔다.
거자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묘산과 유위는 진남을 막지 못했다.
그들은 원래도 진남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이제 거리가 더 멀어져 버렸다.
게다가 진남이 수단을 펼쳤으니 짧은 시간에는 진남을 막을 수 없었다.
'다섯 시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이번 관문의 용 모양 금 열쇠를 진남에게 빼앗긴단 말인가?'
펑-!
이때, 산맥 안에서 나무가 터지더니 백의 사내가 뛰어나왔다.
사내는 납계에서 장검을 꺼내더니 한마디 말도 없이 강력한 검기를 뿜어 용처럼 포효하며 진남을 공격했다.
속도가 엄청나고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저자는……."
거자 등 무인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백의 사내를 알았다.
서열이 이십팔 위의 백의 검객 무진(無塵)이었다.
'무진이 이 공간에 있었다니. 그것도 산맥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니!'
"하하하! 무진, 용 모양 금 열쇠는 나의 것이다!"
이때,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산맥 안에서 울려 퍼졌다.
강에서 사내의 형상이 천천히 나타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기이한 두 눈에서 묘한 빛을 뿜었다.
두 개의 흐릿한 그림자가 진남을 공격했다.
"제방 삼십구 위 요동 수남(水男)이다!"
무인들은 모두 헛숨을 들이켰다.
하늘로 날아가던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살초를 내려다봤다.
그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흥분하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오래 기다렸다!"
검객 무진과 요동 수남은 어리둥절했다.
'오래 기다렸다고?'
'우리가 있는 걸 알고 있었나?'
그들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우리가 있는 걸 알고 있었으면 뭐 해? 우리의 살초는 위력이 엄청나. 일반사람은 버틸 수 없을 걸?'
'시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지만, 진남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눌러라!"
진남은 길게 소리쳤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등 뒤에서 붕멸무수와 네 그루의 전신무수가 동시에 하늘로 솟아올랐다.
나무마다 엄청난 제술기운을 드러내 그들의 검과 두 눈을 눌렀다.
우르릉-!
하늘을 진동하는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술과 요동이 진남의 엄청난 힘에 산산조각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