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6화 제방쟁탈전의 시작
구미요제는 기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여 마지막에는 입술을 깨물었다.
'진남 괘씸한 놈. 아무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경지가 강해졌구나. 괜히 걱정했잖아. 혼내줘야겠어!'
"요제, 저들은……"
화지진은 이를 악물고 두 눈에 살기가 번뜩거렸다.
그는 소양이 깊어 화를 거의 내지 않았다.
또, 그는 진남을 매우 싫어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그는 화가 나고 진남을 비웃는 자들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저들의 얼굴을 잘 보고 있어라."
구미요제는 사나운 눈길로 진남을 조롱하는 강자들, 천재들을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화지진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뜻이지?'
허공 깊은 곳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사방의 허공이 찢어지더니 엄청난 요위가 폭풍우처럼 몰려와 도장을 휩쓸었다.
커다란 소일천랑이 맨 먼저 뛰어와 고개를 들고 길게 소리치더니 용제원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것의 뒤에서 구미요호와 시커먼 기린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커다란 형상은 두 개의 큰 산처럼 하늘에 나타났다.
강자들과 천재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석청범, 마녀 천천, 불타 진자래, 도천중, 얼굴 없는 무인, 천음도인, 방상청 등의 눈에 빛이 스쳤다.
"용제원이다!"
"구구와 양제다!"
"용제원의 삼대 천재가 왔다!"
"대단한 형상이구나. 저들은 경지가 더 강해진 것 같아!"
"근데 태고자금전룡 오창천은 어디 있지?"
수많은 강자와 천재들은 고개를 돌려 허공 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길이가 백 장 되는 용이 허공에서 천천히 헤엄쳐 나왔다.
용이 온몸의 비늘에서 눈부신 보라색 빛을 뿜었다.
시뻘건 눈과 보기만 해도 강한 용발에 도장에 있는 강자들과 천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용 중의 왕 태고자금전룡족의 천재 오창천이 왔다.
"도착했어?"
용의 머리 위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져 정확하게 도장에 있는 사람들의 귀에 전해졌다.
도장에 있던 천재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오창천은 시뻘건 입을 크게 벌렸다.
그것의 옆에 서 있던 구미요호와 암흑기린도 동시에 시뻘건 입을 크게 벌렸다.
그들은 온몸의 요기를 미친 듯이 모으기 시작했다.
오창천의 용 머리 위에서 한 청년이 천천히 일어섰다.
시커먼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청년의 왼쪽 눈에 보라색 빛이 반짝였다.
진남은 고개를 숙여 유정도장에 있는 모든 천재들을 내려다봤다.
도장에 있던 강자들과 천재들은 모두 눈을 찌푸렸다.
"여러분, 오랜만이다!"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말이 끝나자 태고자금전룡, 구미요호, 암흑기린 등은 동시에 가득 모았던 요기를 폭발해 세상을 뒤흔들 듯 포효했다.
천지가 떨렸다.
엄청난 요위가 사방을 휩쓸더니, 하늘이 분노한 것처럼 방대한 강기가 중주에 이름 있는 거물들과 천재들을 향해 몰아쳤다.
세 마리 요수가 포효했다.
거센 강풍이 도장에 있는 모든 강자들과 천재들의 머리카락과 옷깃을 날렸다.
천지를 진동하는 포효소리 때문에 강자들과 천재들은 귀에서 윙윙 소리가 났다.
그들은 용 머리 위에 선 청년과 방금 전의 광경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천재들은 소름이 끼치고 몸이 서늘해졌다.
'용 머리 위에 서다니!'
'제방 서열 오 위인 태고자금전룡족의 천재 오창천의 머리 위에 서다니!'
'그뿐만 아니라 삼대 천재도 큰소리로 포효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들은 절대 눈앞의 광경을 믿지 않았을 것이었다.
다들 용의 오만함을 잘 알았다.
게다가 태고자금전룡의 천재다.
"헉! 진남이다!"
사마공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제일 먼저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피가 들끓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당청산의 무표정하던 얼굴도 진남이 나타난 처음엔 약간 떨렸다.
'어느 사내가 전룡을 타고서 멋있게 나타나고 싶지 않을까?'
흑포를 입은 강벽난의 두 눈에 눈부신 빛이 반짝거렸다.
입가에도 아름다운 미소가 번졌다.
'진남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석청범, 마녀 천천, 불타 진자래, 도천중 등 천재들은 넋을 잃었다.
그들 중에는 걸음마다 연꽃을 피우며 중생을 내려다보며 온 자도 있고, 마신의 어깨에 앉아 활짝 웃으며 온 자도 있었다.
등 뒤에 불수를 떠올리며 세상을 비추며 온 자도 있고, 귀신이 끈 마차를 타고 엄청난 음기를 뿜으며 온 자도 있었으며, 칼 다섯 개를 딛고 허공을 가르며 온 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강림하는 방식은 앞에 있는 사내와 비하면 하찮아 보였다.
한 무제 강자는 눈을 빛낸다.
눈앞에 벌어진 광경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을 자극하여 어릴 때의 소망이 생각났다.
그는 지금은 제명을 이어받아 거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커다란 세력을 거느리고 원수가 수없이 많기에 진남처럼 쉬이 활개를 칠 수 없었다.
도장의 강자들과 천재들도 모두 일제히 반응했다.
"뭐라고?"
"진남? 저자가 진남이라고?"
"헉! 정말이다! 진남이 오창천의 머리 위에 섰어! 오창천의 머리 위에!"
"놀랍다! 진남은 여전하구나!"
"진남은 서열이 떨어지지 않았나? 한데 어떻게 한 거지?"
실성한 듯한 목소리와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의문 섞인 목소리가 도장에 울려 퍼졌다.
좀 전의 광경은 그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
"하하!"
진남은 큰소리로 웃더니, 용 머리에서 뛰어내려 용제원을 향해 걸어갔다.
오창천, 구구, 양제도 사람 형상으로 변하여 따라갔다.
구미요제는 화가 나 진남을 흘겨봤다.
진남을 책망하려던 그녀는 좀 전의 천재들, 강자들과 대제들의 표정이 생각나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웃음소리는 듣기 좋고 고혹적이었다.
"사형, 진남, 여러분은……."
화지진이 진남 일행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뭔가 말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네가 본 그대로다."
오창천이 담담하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화지진과 제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이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진남 도우, 오랜만이다. 네가 이렇게 놀랍게 나타날 줄 몰랐다. 탄복한다. 한데, 너는 경기가 폭락하지 않았느냐?"
목소리의 주인은 제방 서열 일 위의 석청범이었다.
휙-
사람들의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맞다! 진남은 경지가 폭락했잖아?'
'근데 진짜 팔백여 위나 폭락했다면 오창천이 어떻게 진남을 머리 위에 서게 했을까? 설령 진남의 경지가 떨어지지 않았다 해도 자격이 안 될 건데.'
"흥! 물어볼 필요 있어? 제방 서열이 잘못될 리 있어? 내가 보기에 용제원의 음모야.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어 우리의 무도심을 흔들려는 것일 거야!"
귀찮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도문의 최립허였다.
진남이 멋있게 내려오는 모습에 그는 크게 질투 났다.
하여, 석청범이 묻자 바로 나선 것이었다.
그는 진남이 실력으로 오창천을 굴복시켰다는 걸 절대 믿을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많은 천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립허의 말도 일리가 있어.'
'석청범은 물론 신방의 천재들도 오창천과 세 마리 요수를 굴복시킬 수 없다.'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제방쟁탈전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 한번 겨뤄보자. 몸도 풀고 분위기도 올라가고 좋잖아. 어때?"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최립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제방 백 위 안에 들고있었다.
그러나 진남이 겨루자고 하니 왠지 두려웠다.
'만일……. 만일 진남의 경지가 폭락하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석청범, 마녀 천천, 불타 진자래, 도천중 등 천재들은 진남의 태도를 보고 생각에 잠겼다.
'제방 순위에 대해선 진남이 말한 게 없다. 어떻게 된 건지 확실히 알기 전에는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겠다.'
유정도장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처음처럼 혼란스럽지 않았다.
많은 대제 강자들은 암암리에 각종 수단을 써 진남을 꿰뚫어 보려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진남은 보통 사람과 같았다.
진남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천재들을 관찰했다.
반 시진 후, 유정도장의 앞에 서서 줄곧 침묵하던 열다섯 명의 제사들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무제들과 강자들은 유정도장을 떠나거라. 제방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자들은 이곳에 있을 수 없다."
그 말에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드디어 제명쟁탈전이 시작되나?'
"이 옥간에는 여기 있는 모든 제자들의 초상화와 경지 등 정보가 있다. 제전이 시작되면 너희들은 반드시 모든 걸 기억해야 한다. 방심하지 말거라."
구미요제는 용제원의 제자들에게 전음했다.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구미요제가 손을 젓자 옥간이 진남 등의 손에 떨어졌다.
구미요제는 진남을 향해 눈을 찡긋하더니 발끝을 튕겨 유정도장을 떠나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대제와 강자들도 모두 같은 행동을 했다.
그것들이 온 첫 번째 이유는 제자들을 안전하게 도장으로 데려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천재들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일반적인 무인들과 달리 여러 세력의 제자들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진남이 옥간을 잘 간직하자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고 가면을 쓴 무인이 다가왔다.
진남은 눈빛이 사나워졌다.
파란색 긴 두루마기를 입은 무인은 경지가 매우 대단했다.
"진남 도우, 이건 공주가 나에게 부탁한 물건이요. 중요한 순간에 목숨을 구해줄 수 있소. 공주를 실망시키지 마오."
꾀꼬리처럼 듣기 좋은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앞이 희미해지더니, 파란색 긴 두루마기를 입은 무인이 사라졌다.
진남의 손에는 수많은 옛 무늬가 새겨진 주먹만 한 네모난 나무 상자가 쥐어져 있었다.
"공주가 나에게 준 물건이라고?"
진남은 어리둥절하여 나무 상자를 쳐다봤다.
나무 상자에는 파란색 옥패가 들어있었다.
옥패에서 부드러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안에는 엄청난 생명력이 있었다.
옥패는 상처를 치료하고 목숨을 구하는 효능이 있었다.
매우 비싼 물건이었다.
"묘묘 공주는 반신지국의 유실약원에 있지만, 여전히 신경 쓰고 있구나."
진남은 나무 상자를 꽉 쥐었다.
공주를 만난 건 그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
무제들과 강자들은 도장을 떠나갔다.
침묵하고 있던 열다섯 명의 제사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이번 제명쟁탈전은 삼천삼백 마흔두 명의 무인이 참여한다. 서열에 따라 제령(帝令)을 나눠주겠다."
말이 끝나자 하늘에서 제광이 떨어졌다.
무인들의 앞에 현묘하고 기이한 영패가 나타났다.
"제명쟁탈전에서 이 영패는 너희들의 모든 걸 기록할 것이다."
열다섯 제사가 계속 말했다.
진남과 천재들은 모두 마음이 흔들렸다.
'제령은 그저 모든 걸 기록하는 작용뿐일까? 다른 쓰임이 없나?'
다들 의심스러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제명쟁탈전은 세 개 관문으로 나뉜다. 관문에 들어서면 각 관문을 책임진 제사가 알려줄 거다."
열다섯 제사의 몸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의 앞에 높이가 십 장이고 넓이가 삼 장인 금색 대문이 나타났다.
대문 안에는 흰색 빛이 소용돌이쳤다.
"이제 제방 서열에 따라 문 안으로 들어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