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4화 팔백 위나 떨어졌다
"진장려?"
진 장로는 어리둥절했다.
'왜 이렇게 익숙하지?'
한참을 생각하던 진 장로는 안색이 확 변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장려라면 남주 황성의 진국대장군이잖아?'
진 장로는 저도 모르게 영패를 바라봤다.
영패를 본 그는 더 놀랐다.
'이 영패는…… 전설 속의 진부지존영패(陳府至尊令牌) 아닌가? 이 영패가 있으면 진씨 가문의 십만 대군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전에 멀리서 한 번 본 적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다니.'
세 무인은 진 장로의 표정을 보고 긴장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선배가 진짜 거물이었나?'
"진, 진 장로?"
안색이 창백해진 청년은 입을 열었다.
"자, 자식, 아. 아니다. 도, 도우, 이름이 뭐라고?"
진 장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길로 세 무인을 바라봤다.
세 무인은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 * *
그 시각, 중주, 용제원.
구미요제는 아수라장이 된 도장을 보며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는 뭔가 느끼고 신념을 영패에 주입했다.
용제원 제자가 보내온 소식이었다.
'여러 세력이 이미 유정도장으로 움직였습니다.'
"요제 대인, 대인께서 먼저 제자들을 이끌고 유정도장으로 가십시오. 싸움이 시작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주인님을 기다리겠습니다."
현월이 공수하고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도 남겠습니다."
오창천은 빙그레 웃었다.
구구, 양제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흘 동안의 진남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그들은 지금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진남이 오기를 기다려 그를 도와주려 했다.
제자들은 모두 얼떨떨했다.
현월이 남는 걸 그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삼대 천재도 남으려 하다니.
"그렇게 하거라. 그러나 명심하거라. 제전이 시작될 때까지 진남이 돌아오지 않으면 너희들은 계속 기다려서는 안 된다."
구미요제는 당부하더니 사람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다들 준비를 마쳤느냐? 준비를 마쳤으면 나를 따라 유정도장으로 가자!"
"준비 마쳤습니다!"
제자들은 높게 소리쳤다.
구미요제의 인솔하에 제자들은 허공으로 올라갔다.
커다란 도장 위에 현월, 오창천 등만 남았다.
휙-!
이때, 두 개의 형상이 나타났다.
현월, 오창천 등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일제히 인사했다.
"원장님, 암흑 대인!"
두 개 형상은 용제와 암흑요제였다.
"진남은 대체 뭐 하러 갔기에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늦는 거냐!"
용제는 화를 냈다.
'진남은 제명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나? 무도규칙을 초월하고 전에 없이 강한 절세천재라 해도 제명을 받지 않으면 무조 경지밖에 오를 수 없다. 다음번 제명쟁탈전이 시작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암흑요제는 히죽거리고는 아무 말 없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양대 대제와 네 명의 천재들이 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봤다.
인족봉 위에 분홍색 해골 일행이 걸어오고 있었다.
해골이 맨 앞에 서고 그녀의 어깨에 천기서가 앉아 있었다.
천기견들이 옆에 서고 여덟 구의 해골이 뒤를 따랐다.
"헉, 양대 요제가 우리를 보고 있어!"
천기견들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용제는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
"원장님, 이들은 주인님의 애완동물입니다."
현월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용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긴말하지 않았다.
그는 왠지 해골이 범상치 않은 것 같았다.
양대 요제, 용제원의 삼대 천재, 현월과 해골 소홍, 천기견들과 천기서들은 도장에서 조용히 진남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 * *
한 시진 후, 중주, 유정도장.
이전에 하늘을 덮었던 모래는 사라지고 커다란 제광이 가득했다.
제광 속에 신비한 궁전이 떠 있었다.
궁전의 사방에는 길이가 몇백 장에 달하는 신비한 그림자가 시위처럼 서 있었다.
땅 위의 유정도장도 완전히 달라져 길이가 만 장이고, 넓이가 구천 장이 되는 커다란 도장으로 변했다.
도장은 온통 금색이고 수많은 현묘하고 기이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를 보면 신성하고 장엄한 기분이 들게 했다.
도장 끝에는 열다섯 명의 흰색 형상이 서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신비한 제사들이었다.
제사들 아래에는 사방에서 온 세력들과 제방에 이름 오른 무인들이 서 있었다.
얼핏 봐도 족히 이천 명은 되었다.
다들 천재였기에, 그 장면이 매우 웅장했다.
"제방의 제명쟁탈전도 신방처럼 열세 개의 제명이 있나 모르겠구나."
"봐, 저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가 바로 화수 방상청이야!"
"방금 그가 왔을 때는 엄청 멋있었어. 사방의 허공이 벌겋게 물들었었어!"
"저기! 저자는 제방 팔 위의 얼굴 없는 무인이야!"
"습, 저자는 기운이 대단하구나!"
"기운이 대단하다고? 얼굴 없는 무인의 뒤에 있는 그 흑포인을 보거라. 저 여인이 바로 명성이 자자한 사망도인이다. 저 여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죽음의 기운만 느껴도 깜짝 놀랄 거야!"
"에잇, 빌어먹을 사마공, 저 자식도 왔군!"
"그런데, 제방 십 위 안에 든 자들은 한 명밖에 오지 않은 것 같은데?"
도장은 시끌벅적했다.
천재들은 서로 관찰하느라 바빴다.
사망도인, 도제 후계자 등 도장에 도착한 거물들은 자신의 원수를 보고 이를 깨물었다.
만약 공격할 수 있다면 진작에 싸움이 일어났을 것이었다.
쿵-!
이때, 천지를 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장 위의 대제, 강자, 천재들은 일제히 고개를 쳐들었다.
몸집이 크고 새하얀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가 요위를 뿜으며 걸어 나왔다.
도장 위의 제광을 전부 누를 것만 같았다.
천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구미요제다! 용제원에서 왔구나!'
줄곧 무표정하던 강벽난은 눈빛이 흔들렸다.
건방진 미소를 짓고 있던 사마공은 더 기고만장했다.
줄곧 두 눈을 감고 있던 당청산도 눈을 떴다.
'왔나?'
구미요제는 사람 형상으로 변하여 가볍게 웃으며 도장으로 내려왔다.
화지진 등 천재들은 그녀의 뒤에 정연하게 줄을 서 방대한 기세를 뿜으며 일제히 걸어 나왔다.
많은 천재들은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누군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오창천은? 구구와 양제는? 그리고 진남은? 그들은 왜 오지 않았지?"
"제방 십 위 안에 든 자들 중 두 명밖에 오지 않았어. 다들 서열이 낮은 자들이야!"
천재들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천도문, 표묘환부, 보리사의 가장 강한 천재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강벽난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마공도 천천히 표정이 굳었다.
이때, 왼쪽 하늘에서 매우 찬란한 다섯 개 빛이 나타났다.
길이가 삼십 장, 넓이가 오 장 되는 다섯 개의 큰 칼이 예리한 기운을 뿜으며 하늘을 가르고 내려왔다.
칼 위에는 도천중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는 엄청난 기세를 뿜으며 천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쿵-!
동시에, 하늘 오른쪽 허공이 찢어지더니, 방대한 구음지기(九陰之氣)가 쏟아져나왔다.
열 마리의 커다랗고 흉악한 귀신이 쇠사슬을 잡아당겨 귀화(鬼火)가 훨훨 타오르는 마차를 끌어냈다.
마치 지옥음왕(地獄陰王)이 온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강대한 기운이 연거푸 하늘에 솟아올랐다.
"너희 둘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이때, 장난 섞인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키가 팔십 장 되고 뿔이 네 개 나고, 등에 날개가 달린 커다란 마신이 허공에서 걸어 나왔다.
그것의 어깨에는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여자아이는 새하얀 발을 꼼지락거렸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불창이 연달아 울려 퍼지더니 불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투명하고 오랜 불의를 뿜는 매우 큰 나무가 떠올랐다.
나무 아래에는 중이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불광을 보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커다란 마신 위의 여자아이는 이 광경을 보자 콧방귀를 뀌더니 표정이 싸늘해졌다.
"하하!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구채련화(九彩蓮花)가 활짝 피어나고 석청범과 한 여인이 다가왔다.
그들은 제위를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달리 그는 행동이 대범했다.
다른 천재들은 그의 앞에서 빛을 잃었다.
유정도장 위의 천재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석청범이다! 석청범이 왔어!"
"마녀 천천과 진자래, 그리고 도천중과 천음도인(天陰道人)이야!"
"후, 패기 있구나. 석청범은 이미 반제 경지에 도달했어!"
"마녀 천천이 이렇게 큰 마신을 불러내다니!"
"진자래의 보리수 환상은 또 어떻고!"
"도천중은 칼이 세 자루 아니었나? 언제 다섯 자루가 되었지?"
도장은 시끌벅적했다.
여러 세력의 무제 강자들은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천재들이 이런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도장에 있는 천재들을 놀라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잘 알았다.
도장의 천재들은 저도 모르게 부러움과 존경을 드러냈다.
"응?"
석청범, 마녀 천천, 진자래는 도장에 도착한 후 바로 용제원 쪽을 바라봤다.
진남이 보이지 않자 그들은 모두 눈썹을 찌푸렸다.
'진남과 용제원의 삼대 천재는 왜 아직도 오지 않지? 무슨 꿍꿍이가 있나?'
그들은 흥미가 생겼다.
'진남은 제방에서 변수라고 불린다. 어떤 모습으로 도장에 나타날까?'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도장의 뜨거운 분위기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반 시진 정도 지났을 때 이변이 발생했다.
천재들의 가슴에 용 형상이 나타나더니 가운데의 숫자가 변하기 시작했다.
"응? 제방 서열이 변화가 있나?"
"하하, 제전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 변화인가?"
"나는 제방 서열이 삼십 위 올라갔어!"
천재들은 모두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어떤 천재들은 기뻐하고 어떤 천재들은 실망했다.
마지막에 제방 서열이 이런 충격을 줄 줄 몰랐다.
그러나 상위 서열은 큰 변화가 없었다.
석청범은 여전히 일 위였다.
구미요제는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도장에 있는 천재들을 관찰도 하지 않고 영패에서 소식이 전해오기만 기다렸다.
진남이 용제원에 돌아왔으면 용제가 그녀에게 알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녀의 납계 안의 영패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구미요제는 정신이 번쩍 들어 영패를 들여다봤다.
영패를 들여다본 그녀는 얼떨떨해했다.
유영루에서 소식을 보내왔다.
구미요제 뿐만 아니라 도장에 있던 대제들과 천재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유영루의 대제도 어리둥절하여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유영루에서 소식을 전해오다니? 중주에 큰일이 발생했나?'
사람들은 의문이 들어 모두 영패에 신념을 주입했다.
영패를 들여다본 천재들은 경악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진남의 서열이 제방 구십육 위에서 팔백구십육 위로 떨어지다니!'
'진남이 한 달 동안 폐관수련하고 싸움을 하지 않았다 해도 기껏해야 몇십 위 정도 떨어질 것이다. 이렇게 한꺼번에 팔백 위나 떨어질 리가 없다!'
'위험에 부딪혀 경지가 폐기되었다면 제방에서 사라질 것이다!'
'한꺼번에 팔백 위 떨어졌다는 건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경지가 폭락한 것이다!'
도장에 있던 대제들과 강자들은 이천여 년 전에 제방 서열 오십여 위의 제자가 공법을 수련하다 사도에 빠져 무수에 상처를 입고 경지가 폭락하여 서열이 오백여 위나 떨어진 걸 잘 알았다.
현재 진남의 상황과 똑같았다.
그러나 다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