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화 돌에서 깨어나다
사람 형상의 돌에 틈이 생긴 걸 본 청년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청년은 자신이 산 돌이 설마 이보일 줄은 몰랐다.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어서 가문으로 돌아가자."
청년은 거리를 훑어보더니, 사람 형상의 돌을 메고 빠른 속도로 성의 한 저택으로 뛰어가 대문을 닫았다.
"금이 세 줄이나 갔어."
청년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 형상의 돌을 쳐다봤다.
이때, 돌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도와 원석을 구해오거라. 그것을 부숴서 돌에 뿌리거라."
청년은 깜짝 놀랐다.
그는 귀신을 본 것처럼 물었다.
"저, 저에게 말한 겁니까?"
'사람 형상의 돌 안에 사람이 있다니.'
"응. 도와주면 꼭 보답하겠다."
사람 형상의 돌이 계속 말했다.
"……좋습니다!"
청년은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는 돌 안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돌 안의 사람이 범상치 않을 것 같았다.
돌 안의 사람을 도와주면 그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었다.
* * *
그 시각, 중주, 용제원.
둥 둥 둥!
낡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묘한 소리가 종소리와 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고 혈액순환이 빨라졌다.
"나는 구미요제다. 다들 내 명령을 듣거라. 여러 장로들은 제방서열전에 참가하는 천재들을 거느리고 도장에 모이거라!"
구미요제의 말에 용제원이 시끌벅적해졌다.
방대한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이날만을 기다려 왔었다.
휙-!
여러 산봉우리에서 봉주를 선두로 용제원의 천재들이 기운을 뿜으며 도장에 도착했다.
잠깐 사이에 도장에는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
오동방, 소청청, 화극무도, 암름, 목목 등 내문제자들도 도장에 왔다. 그들은 매우 흥분되었다.
어흥-!
이때, 엄청난 포효소리가 용제원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얼굴색이 하얀 청년이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몸에서 요조 경지 구 단계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현월이다!"
"이미 요조 경지 구 단계에 도달했구나!"
도장의 천재들은 청년을 보자 다들 부러워했다.
현월이 만요원에 들어가 폐관수련하게 된 건 진남 덕분이라는 걸 그들은 잘 알았다.
현월은 도장을 훑어보더니 신념을 드러내 인족봉을 관찰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뭔가 말하려다 참았다.
'주인님은 마지막에 올 수도 있어.'
이어 엄청난 기운들이 깊은 곳에서 나타났다.
화지진과 다른 진전제자들이었다.
"하하하, 드디어 제방 싸움이 시작되는구나! 드디어 마음껏 경지를 드러낼 수 있겠다!"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개의 형상이 떠오르고 강대한 요위가 퍼졌다.
용제원 삼대 천재, 오창천, 구구, 양제였다.
천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헉!"
"기운이 대단하구나!"
"역시 삼대 천재는 폐관하고 있었어!"
오창천 등은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때문에, 그들에 대한 소문이 허다했다.
용제원의 제자들도 의심했었다.
이제 모든 의문이 풀렸다.
화지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반년 동안 그는 수많은 기연을 만나 경지가 폭등했다.
삼대 천재와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오창천 등은 천재들을 훑어보았다.
진남이 보이지 않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에 섰다.
휙-!
아름다운 형상이 사람들 앞에 떠올랐다.
천재들은 모두 넋을 잃었다.
구미요제였다.
"너희들의 운명을 결정할 시간이 되었다."
구미요제의 눈에 걱정스런 빛이 스쳤다.
"창람대륙에는 강자가 수없이 많다. 제위에 올라야만 진정한 거물이 될 수 있다. 천급 십품 무혼을 갖고 있고 반제의 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제위에 오르지 못하면 여전히 거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요족은 인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많은 고통을 겪었다. 너희들의 부모와 가족, 형제들이 싸움의 고통을 겪지 않게 하려면 강해지거라. 제명쟁탈전에서 제명을 받아 하늘로 솟아오르거라!"
구미요제의 말이 끝나자 수많은 포효소리가 도장에서 울려 퍼져 하늘을 흔들었다.
다들 제명을 받고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생각뿐이었다.
구미요제는 도장에 있는 요족 천재들을 바라보며 걱정이 점점 깊어졌다.
'유정도장으로 출발할 시간이 되었는데 진남은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거지? 정말 무슨 일 생겼나?'
"네가 먼저 이들을 데리고 가거라. 나는 용제원에 남아 진남을 기다리겠다. 그는 꼭 돌아올 것이다."
암흑요제가 전음했다.
구미요제는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진남을 중히 여겼다.
그러나 제명쟁탈전은 몇백 명의 요족 천재들의 운명과 연관된 거라 진남 때문에 그들에게 지장 줄 수 없었다.
"준비되었느냐?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유정도장으로 가겠다!"
구미요제의 몸에서 수많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도장이 시커메지더니 온몸이 새하얗고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커다란 물체가 하늘에 떠올랐다.
물체는 엄청난 기세를 뿜으며 온 세상을 삼킬 듯했다.
요족 천재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시만요! 요제 대인, 진남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때, 외침이 들려왔다.
현월이었다.
천재들은 그 말에 도장을 둘러보더니, 다들 안색이 변했다.
"그러게!"
"진남은? 진남은 왜 아직도 오지 않지?"
"혹시 무슨 변고가 생겼나? 설마?"
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 * *
같은 시각, 중주.
보리사, 표묘환부, 천도문, 혼난문, 무심종, 검문, 유영루, 명정문, 창우궁, 무극신맹, 풍뇌각 등 이성 세력과 무량산, 극한곡, 무흔파(無痕派), 청홍종, 경뇌서원, 비성애, 금광전 등 삼성 세력의 천재들이 모두 용제원처럼 도장에 모였다.
용제원처럼 대제들과 강자들이 직접 나서서 천재들을 격려했다.
천재들의 전의가 드높아졌다.
대제들과 강자들의 안내 하에 수많은 천재들이 유정도장으로 날아갔다.
제명쟁탈전의 서막이 열렸다.
* * *
중주의 강자들이 출발할 때.
남주의 한 조그마한 성의 옛 정원 안.
청년은 부랴부랴 문을 열고 들어와 보따리를 풀었다.
쉰세 개의 원석이 들어있었다.
방금 누나를 찾아가 겨우 얻은 것이었다.
"선배님, 저에게는 이것밖에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시작하겠습니다."
청년은 조심스럽게 말하며 원석을 부숴 사람 형상의 돌에 뿌렸다.
한참 후, 사람 형상의 돌은 반짝반짝 빛나고 옅은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
"고맙다."
사람 형상의 돌 안의 사람이 대답했다.
돌 겉면에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열여덟 번째 금이 갔을 때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년은 앞이 흐릿해졌다.
정원에 사람이 나타났다.
청년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
그의 앞에는 백의의 청년이 서 있었다.
백의 청년의 주위엔 회색 기운이 감돌았고 두 눈은 그윽했다.
그의 두 눈은 마치 다른 사람을 빨아들일 것 같았다.
백의 청년은 도술을 깨달으려고 남주에 왔다가 황석으로 변한 진남이었다.
"끝내 나왔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기지개를 폈다.
한 달 동안 느끼면서 그는 몇 번이나 하마터면 자신을 돌로 여기고 마음이 흩어질 뻔했다.
하지만 끝내 세상에서 제일 강한 도술의 하나인 천황도술을 장악했다.
"내 몸 상태부터 확인하자. 황령(荒靈)은 이 도술을 깨우치면 좋은 점이 엄청 많을 거라 했다. 황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지 보자."
진남은 자신의 체내에 신념을 주입했다.
몸을 훑어보던 그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붕멸무수는 이미 팔 장으로 자라고 다른 여덟 그루의 전신무수는 육 장으로 자랐다.
그는 실력이 크게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아홉 그루의 무수에 회백색의 황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황의 기운은 도술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응? 황의 기운 덕분에 나는 경지가 전부 가려져 일반 사람과 같구나."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의 기운은 매우 평범했다.
이 몸이 그의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도 황의 기운을 꿰뚫어 볼 수 없었을 테고 진짜 경지를 알 수 없었을 것이었다.
'이것도 좋구나. 나의 기운은 사람들을 방심하게 할 수 있겠다.'
"지난번 제방 서열이 변화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오늘이 제방의 제명쟁탈전이 열리는 날이다. 빨리 용제원으로 돌아가야겠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선, 선배님?"
어리둥절하던 청년은 정신을 차리고 진남을 불렀다.
"우리는 지금 어디 있느냐? 중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
진남은 물었다.
"어……. 북쪽으로 가야 합니다. 북쪽으로 계속 가면 중주에 도착합니다. 선배님 지금 떠나시겠습니까? 제가 마차라도 찾아드릴까요?"
청년은 갈등하며 낮게 말했다.
'보수를 준다 했잖아? 설마 까먹었나? 아니면 귀띔해줘야 하나? 한데, 경지도 없잖아? 아니면 경지가 너무 높아 내가 보지 못하는 건가?'
"그래. 너는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옥간을 너에게 주마."
진남은 웃으며 옥간을 꺼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청년은 정신이 번쩍 들어 환하게 웃었다.
그가 옥간을 받자 펑 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정원의 대문이 열렸다.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 숨어있었구나. 어서 이번 달의 원석을 바치거라. 아니면 혼내주겠다!"
청년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남은 소리나는 쪽을 바라봤다.
무종 경지 정상 경지의 무인 세 명이 걸어왔다.
"응? 누구냐?"
세 사람은 진남을 발견했다.
그들은 진남이 경지가 전혀 없는 걸 발견하고 안심했다.
"가기 전에 너를 도와 번거로움을 해결해주마. 나는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 이 영패를 보고 스스로 꺼지거라."
진남은 태연자약하게 영패를 던졌다.
영패는 남주의 진씨 가문을 대표했다.
이 영패는 전에 진장려가 진남에게 준 것이었다.
세 사람은 영패를 보자 귀청이 찢어질 듯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이건 어디서 굴러온 바보야. 아무 경지도 없는 일반 사람이면서 영패로 우리를 위협하려고? 우리더러 꺼지라고? 형제들, 우리 연합하여 이 자식들을 혼내주자!"
세 사람은 안색이 흉악해져 무종 경지의 기운을 드러냈다.
진남 옆에 서 있던 청년은 안색이 더 하얘졌다.
그가 매우 강하고 신비하게 생각했던 선배가 이렇게 무능할 줄 몰랐다.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때, 큰 외침이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다들 멈추거라!"
무황 경지의 위압이 하늘에서 날아왔다.
두 눈이 횃불처럼 빛나고 화염갑옷을 입은 중년 사내가 큰 걸음으로 다가왔다.
"진, 진 장로!"
세 무인과 청년은 깜짝 놀랐다.
진 장로는 경지가 고작 무황 경지지만, 가문에서의 지위가 매우 높았다.
진 장로는 남주 진씨 가문의 제자였다.
남주 진씨 가문은 남주에서 거물이었다.
진 장로는 싸늘한 표정으로 세 무인과 청년을 힐끗 보더니, 주위를 둘러봤다.
영패를 발견하자 눈빛이 반짝이며 물었다.
"이 영패는 누구 거냐?"
그가 온 건 진씨 가문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영패요?"
세 무인은 어리둥절했다.
청년도 어안이 벙벙했다.
"진 장로십니까? 이 형제가 저를 도와줬습니다. 진장려에게 이 형제를 잘 보살피라고 전해주십시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바로 발끝을 튕겨 사라졌다.
영패를 알아보는 사람이 왔으니 그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