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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29화 (629/1,498)

629화 스스로 경지를 폐해라

"빌, 빌라고?"

형부상서는 저도 몰래 화를 낼 뻔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는 가슴 속 분노를 억누르고 이를 악물었다.

"진남 도우. ……제발 부탁이다."

"부탁해도 소용없다."

진남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너……!"

형부상서는 이마에 핏줄이 터질 듯했다.

'이놈이 나를 놀려?'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라!"

진남은 차갑게 말했다.

형부상서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한참 동안 서 있던 그는 돌아서서 나갔다.

그는 무척이나 후회했다.

다시 기회를 준다면 그는 절대 진남에게 미움을 살짓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 * *

한참 후, 형부대전.

형부상서가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진남은?"

왕립풍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는 화가 났다.

'내가 직접 왔는데 이것들이 계속 진남을 가둬?'

황후 백령과 백상생 등은 안색이 변했다.

"폐, 폐하께 아룁니다……."

형부상서는 울고 싶었다.

그는 거물들의 시선을 받으며 겨우 말했다.

"진남은……. 진남은 악귀 감옥이 편안하다고, 그는…… 나오기 싫답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장려만이 눈을 반짝거렸다.

'진남이 나오기 싫다고 했다면 이미 크게 화가 난 거다. 내가 뭘 하지 않아도 황후 일당은 죽게 생겼군.'

왕립풍은 멍하니 있다가 호탕한 웃을 터뜨렸다.

"악귀 감옥이 편안하다니, 우리 남주에 오랜만에 재미있는 사람이 나타났구나. 여봐라, 나를 악귀 감옥으로 안내하거라. 내가 직접 데려와야겠다."

"네!"

두 시위가 대답했다.

왕립풍이 앞장서고 남주의 거물들이 뒤를 따랐다.

그들은 위풍당당하게 악귀 감옥으로 향했다.

그러나 왕립풍과 황후 백령, 백상생 등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남주 변경.

쿵-!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길이가 백여 장이 되고 커다란 검은색 용을 닮은 제기 큰 배가 허공을 가리고 내려왔다.

방원 수백 리의 땅이 금이 가고 엄청난 강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배에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가득했는데, 전부 흑룡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남주에 오면서 경지를 억눌렀지만, 기세는 여전히 엄청났다.

"보고. 다섯 흑룡 성원들이 황성에 먼저 도착했습니다."

흑룡의 무인 한 명이 앞으로 달려와 흑룡 통령에게 말했다.

"음, 좋다. 명령을 전하거라. 전속력으로 달려 빨리 남주 황성에 도착하자. 그리고 형제들에게 큰 싸움을 할 준비를 하라고 하거라."

흑룡 통령은 입술을 핥았다.

폭풍은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 * *

천지 감옥에 있는 악귀 감옥.

병사들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왕립풍, 백령, 백상생 등을 보자 화들짝 놀라서 바닥에 엎드렸다.

'황제와 황후, 진국 대장군 그리고 여러 거물들이 다 같이 악귀 감옥을 찾아오다니! 그것도 무성 경지 오 단계인 청년을 위해서!'

"진남 도우, 이분들은 남주의 황제 폐하, 황후 마마, 상국 대인 그리고 두 분의 왕 그리고 세 분의 상서 대인들이다."

진장려가 빠른 걸음으로 악귀 감옥 문 앞에 다가가 말했다.

"네."

문 건너편에서 무덤덤한 대답이 들렸다.

거물들은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나 무례한 반응은 그들은 처음 겪었다.

"무엄하다! 감히 황제 폐하께 무례하게 굴다니!"

무성 정상급의 시위들이 호통쳤다.

"됐다. 예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

왕립풍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고 그는 검은색 대문에 대고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도우, 이번 일은 형부의 실수이다. 내 이미 형부상서를 처벌하고 네 억울함을 풀어줬다. 그러니 이제 나와도 된다. 우리 함께 궁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자꾸나."

백령은 두 눈에 복잡한 감정과 불쾌함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죄송합니다만 나갈 수 없습니다."

진남은 바로 거절했다.

"나올 수 없다니?"

왕립풍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 저런 태도를 보인다고?'

왕립풍은 불쾌한 표정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 않고 물었다.

"왜 나올 수 없느냐?"

진남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폐하, 제 억울함을 풀어주셨다고 하셨습니까? 백기가 저를 죽이려고 한 것은 황후의 지시를 받고 앞잡이가 된 것뿐입니다. 진심으로 제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악귀 감옥에서 나가게 할 생각이라면 제 요구는 높지 않습니다……."

진남은 잠깐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말을 했다.

"황후가 사과의 의미로 스스로 경지를 폐하게 하면 됩니다."

그의 말에 왕립풍, 백령, 백상생, 무왕, 묵왕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진남을 악귀 감옥에 가둔 배후 지시자가 누군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남이 백령보고 스스로 경지를 폐하게 하라는 요구를 할 줄 몰랐다.

'농담이지?'

백령은 이 나라의 황후였다.

아무리 먼저 잘못했다고 해도 스스로 경지를 폐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 소문이 남주에 돌기라도 한다면 황실의 체면은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백령, 백상생 그리고 형부상서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기뻤다.

진남은 너무 건방졌다.

지금 저런 말을 한다는 건 황제의 위엄을 도발하는 행위였다.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할 수도 있어!'

아니나 다를까, 왕립풍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반보 무조의 위엄이 회랑에 가득 차서 일렁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화를 똑똑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황제가 진남을 도우려고 나선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흑룡의 무인한테 신세를 진 것도 있고 다른 하나는 진남의 내력이 대단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친하게 지내려는 것이었다.

'감히 내 앞에서 황후더러 스스로 경지를 폐하라고 하다니? 내력이 좀 있고 흑룡의 무인이 도와준다고 해도 너무 방자하구나! 남주는 제방 삼 위인 진자래가 수호하는 곳이다!

수많은 중주의 이성 세력들도 감히 남주에 와서 소란을 피우지 못하는데 대체 뭘 믿고 이리도 방자하단 말이냐!'

"젊은이들은 철이 없어서 주제 파악이 안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네 스스로 나와서 백령에게 사과하면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

왕립풍은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진남은 그 말을 듣자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사과하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하셨습니까? 똑똑히 들으십시오. 계속 백령을 감싸고 스스로 경지를 폐하게 하지 않는다면 황성을 짓밟을 것입니다!"

마지막 그의 말이 끝나자 엄청난 살기가 악귀의 감옥에서 전해졌다.

진남은 진자래의 체면을 봐서 백령더러 스스로 경지를 폐하라고 했다.

하지만 황제가 따르지 않겠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황후 백령, 백상생, 무왕, 묵왕 그리고 상서대인들은 넋이 나갔다.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건방진 말을 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장려는 오히려 기뻤다.

'진남이 황조를 뒤엎으면 혹시 우리 진씨 가문이 황제가 되는 거 아니야?'

"허, 좋다. 짐은 지금껏 너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황후더러 스스로 경지를 폐하라고 하고 황성을 짓밟겠다고 하다니! 그럼 두고 보자, 네가 어떻게 황성을 짓밟는지!"

황립풍은 이마에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말했다.

"내 명령을 들으라. 악귀 감옥을 최고로 돌리고 진남을 백 년 동안 가두어라. 백 년이 되기 전에는 절대 풀어주지 말거라!"

말을 마친 그는 옷소매를 뿌리치며 돌아서려고 했다.

황후 백령, 형부상서 등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들은 무척이나 통쾌했다.

'진남은 황제를 화나게 했으니 아무리 배경이 있다고 해도 백 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바로 그때, 천지 감옥 위쪽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내가 허공에서 나타나더니 장검을 아래로 휘둘렀다.

찬란하고 방대한 검기가 날아왔다.

형부의 병사들과 화염정병들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쿵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검기는 땅 위에 삼십 장 깊이의 골짜기를 만들며 천지 감옥을 두 동강 냈다.

천지 감옥의 가장 깊숙한 회랑에 있던 백령, 백상생 왕들 그리고 상서대인들은 둘로 잘린 회랑을 보며 온몸이 오싹했다.

"폐하를 보호하라!"

두 시위는 외치며 황제의 좌우에 섰다.

왕립풍은 역시 황제답게 반응이 빨랐다.

그는 두 눈에 금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어 살폈다.

"누구시오? 왜 형부의 천지 감옥을 자른 것이오?"

슉-!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하늘에서 회랑으로 날아왔다.

사내는 검은색 면사포를 쓰고 있었는데 가슴에는 흑룡 그림이 있었다.

그는 왕립풍을 무시하고 악귀 감옥의 문을 바라보았다.

"흑룡의 사람인가?"

왕립풍은 미간을 찌푸렸다.

황후 백령, 백상생 등 거물들도 알아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흑룡은 연황전장의 양대 세력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들도 잘 알았다.

'흑룡의 사람들이 왜 왔지? ……설마 진남을 구하러 온 걸까?'

왕립풍 등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얼굴을 가린 사내가 낮게 외쳤다.

"다 나오거라. 이곳이다!"

슉-!

네 개의 그림자가 동시에 내려왔다.

그들은 모두 반보 무조 경지였다.

왕립풍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를 보호하던 시위들도 큰 적을 만난 것처럼 긴장했다.

"묻겠소. 혹시 진남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요?"

왕립풍이 떠보듯이 물었다.

"음, 황제시죠? 비켜주십시오."

다섯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들을 지나쳐 검은색 문 앞에 섰다.

얼굴을 가리지 않은 네 사내는 안색이 변하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진 형, 우리가 왔소."

고작 한마디였지만 청천벽력이었다.

이들 다섯은 흑룡에서 집사 등급이었다.

원래 경지도 무조 사 단계 정도이니 진남을 진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진 형이라는 말에 왕립풍, 백령, 백상생 등은 안색이 변했다.

'대, 대체 무슨 신분이길래 다섯 흑룡 무인들이 왜 그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걸까?'

"진 형,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오?"

다섯 흑룡 무인들이 물었다.

"삼 주 향을 태우거라."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흑룡 무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삼 주 향을 꺼내 불을 달았다.

연기와 향이 주변에 감돌았다.

"삼 주 향이 탈 동안 고민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백령이 스스로 경지를 폐하지 않으면 황성을 없애겠습니다."

진남은 말했다.

다섯 흑룡 무인들은 입을 쭈욱 벌리고 웃었다.

살벌한 살기가 가득했다.

"진남, 진짜 그렇게까지 해야겠느냐?"

왕립풍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는 다섯 흑룡 무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황실은 수많은 반보 무조 경지의 강자들이 수호하기 때문이었다.

이들 다섯을 상대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황성은 커다란 손실을 볼 것이었다.

악귀 감옥의 진남은 가볍게 웃더니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해? 백령은 나를 죽이려고 판을 짰다. 내가 비범한 실력을 지녔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이미 죽었을 거다. 그런데 백령의 신분 때문에 없던 일로 해야 하는가? 그건 안 되지!'

황후 백령과 백상생 등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대단하구나. 황성을 없애겠다니? 고작 반보 무조 경지 다섯이 남주에서 건방을 떨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곱 명의 흰색 용포를 입은 노인들이 다가왔다.

그들의 기운도 모두 반보 무조 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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