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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28화 (628/1,498)

628화 빌거라

"그렇소?"

진장려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진씨 가문 장로들과 화염정병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자 성자의 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장려가 명령을 내리면 그들은 바로 공격할 수 있게 준비했다.

바로 그때,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이부상서 대인께서 오셨습니다."

"호부상서 대인께서 오셨습니다."

"병부상서 대인께서 오셨습니다."

세 개의 외침과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백발노인과 고풍스러운 차림의 중년 사내, 그리고 얼굴에 흉터가 난 중년 사내가 동시에 걸어왔다.

그들 뒤로는 무성 정상급의 호위들이 따라왔다.

"응?"

형부상서와 백상생은 어안이 벙벙했다.

'저들이 왜 왔을까? 그것도 동시에.'

"상국대인. 아, 진 장군. 자네들도 있었구먼."

셋은 그 모습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곧 상황을 파악하고 공수했다.

"세 대인은 무슨 일로 이렇게 왔소?"

백상생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허허, 나는 한 선배의 부탁을 받고 왔소. 방금 진남이라는 도우를 잡아들였다지? 내 체면을 봐서 풀어주시오."

이부상서가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말했다.

"진남은 재능이 대단하오. 그러니 한번 기회를 주시오."

호부상서가 말했다.

"진남을 풀어주시오."

병부상서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형부는 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다.

진장려 일행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이 일에 진남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세 명의 거물들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

백상생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형부상서는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진씨 가문을 막는 것만 해도 힘이 달리는데, 이번에는 그와 동급인 세 대인들까지 나선 것이었다.

형부상서는 문득 진남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 살짝 후회되었다.

그는 진남을 상대하는 게 이렇게 시끄러운 일일 줄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황후의 명령이라고 해도 핑계를 대고 거절했을 것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왕께서 오셨습니다!"

"묵왕께서 오셨습니다!"

바로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형부에 울려 퍼졌다.

형부상서와 백상생 그리고 진장려 일행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무왕과 묵왕은 황제의 형과 동생이었다.

실제 권력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보다 높진 않았지만, 신분 지위가 높았다.

'저분들이 왜 왔지? 설마…….'

형부상서는 가슴이 철렁했다.

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커다란 몸집에 웅장한 기운을 가진 중년 사내가 다가왔다.

그에게선 맹수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의 뒤에는 이목구비가 그림처럼 수려하고 흰색 옷을 입은 청년이 부채를 들고 따라왔다.

그는 품위가 있었다.

"두 왕을 뵙습니다."

백상생과 진장려 등은 정신을 차리고 공수했다.

"어? 다들 여기에 있네? 형부상서, 나는 말을 돌려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네가 잡은 진남을 풀어주거라."

무왕은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해하더니 곧 털털하게 말했다.

" 나도 지인의 부탁을 받았다. 진남을 풀어주거라."

묵왕도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말에 형부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진장려와 세 명의 상서들도 두 왕까지 진남을 구하러 올 줄 몰랐다.

백상생은 완전히 얼굴이 굳어버렸다.

형부상서는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진남을 잡았을 때의 그 기세가 전혀 없었다.

'왕 두 분! 삼대 상서! 진국 대장군까지! 이렇게 엄청난 사람들이 진남을 구하러 왔다니!'

'진남을 풀어주지 않으면 조정의 절반 이상의 거물들에게 미움을 사는 짓이다! ……하지만 진남을 풀어줬다가 황후가 책임을 물으면 어떻게 하지?'

형부상서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그는 표정이 계속 변했다.

"어떻게 할 거요?"

진장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세 명의 상서대인과 두 왕들도 눈을 빛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 위압이 퍼져 커다란 산처럼 형부상서를 눌렀다.

"경(卿)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는 건가요?"

이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령이 봉황이 새겨진 도포를 걸치고 싸늘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그녀의 뒤로 곱사등 노인이 따라왔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두 왕 외에 다른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예를 거두세요."

백령은 손을 저으며 위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사람들을 굽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는 길에 전해 들었어요. 왕숙(王叔) 두 분과 진 장군, 상서대인 세 분께서는 진남을 위해 오셨다지요? 사실입니까?"

왕들은 입술을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서대인들도 고민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들은 흑룡에 신세를 진 게 있었다.

진남을 도우러 온 것도 신세를 갚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황후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황후의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만약 입장을 고집한다면 황후와 척지는 것이었다.

진장려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진남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황후의 압박도 무섭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황후를 함정에 빠뜨릴까?'

그가 고민하는 사이 백령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 누가 되었든 황성에서 법을 위반하면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해요. 아니면 황실의 위엄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여러분이 진남을 위해 사정을 하러 왔으니 형기를 사 년 줄여줄게요. 진남은 악귀 감옥에서 일 년만 처벌을 받게 할게요. 이렇게 하면 될까요?"

일 년을 복역하는 거나 오 년을 복역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다 미쳐버릴 것이었다.

다만 그녀의 말은 이들에게 물러설 핑계를 마련해 준 것이다.

사실 백령도 살짝 후회되었다.

그녀는 진남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지지 세력을 모을 줄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녀는 계획을 바꿔 몰래 진남을 죽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일이 이 지경까지 되어 버렸으니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혹여 물러섰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큰 수치였다.

'한 나라의 황후가 고작 무성 경지 오 단계의 무인도 처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

왕들과 상서들은 그 말을 듣자 고민하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 납시오!"

바로 그때,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백령, 백상생, 진장려 등은 충격을 받았다.

'황제가 왔어?'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만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릎을 꿇었다.

황제 왕립풍은 호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느긋하게 다가왔다.

그는 제황의 기운과 반보 무조의 기운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어? 령아? 형님? 셋째야? 그리고 자네들까지? 다들 여긴 어쩐 일인가?"

왕립풍은 놀란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

다급하게 오다 보니 그는 아직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왕들과 상서대인들은 가슴이 철렁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들이 보기에 황제는 황후의 편을 들어줄 것만 같았다.

황후가 몇 마디 보태면 그들이라도 황제의 미움을 살 게 뻔했다.

반면, 형부상서와 백상생은 기뻤다.

황제가 왔으니 이제는 별문제 없을 것만 같았다.

"폐하, 오늘 진남이라는 자가 분풀이를 하려고 거리에서 백씨 가문 핵심제자를 죽여서 형부상서가 그를 잡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진국 대장군이 사람들을 데리고 형부에 와서 사람을 풀어주라고 소란을 피웠습니다. 두 왕과 상서대인 세 분은 말리려고 온 것입니다……."

백령은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했다.

그녀의 말에 두 왕들과 세 상서대인은 그녀에게 신세를 진 셈이었고, 책임은 모두 진장려에게 돌아갔다.

진장려와 진씨 가문 사람들은 속으로 비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

두 왕들과 상서대인들은 속으로 몰래 안도했다.

"오? 그래? 진 장군, 자네가 진남 도우와 인연이 있을 줄 몰랐다."

왕립풍은 웃으며 말했다.

"마침 나도 인연이 좀 있어서 온 거다. 형부에서는 진남을 풀어주거라."

황제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황제가…… 진남을 도우러 온 거였어?'

진장려 일행을 제외하고 황후 백령, 재상 백상생, 형부상서, 무왕, 묵왕 그리고 세 상서 대인들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설마 황제도 진남을 도우러 온 것일 줄은 몰랐다.

무왕과 묵왕 그리고 상서대인들은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입장을 고수할 걸……. 그럼 흑룡의 신세도 갚고 황제와 같은 입장이 될 텐데.'

가장 후회를 하는 사람은 황후 백령, 백상생 그리고 형부상서였다.

고작 진남을 상대하려고 황제와 진국 대장군 양대 세력에게 미움을 산 것은 손해가 막대했다.

"폐하, 이 일은 사실 폐하까지 귀찮게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소신이 온 이후 황후와 여러 대인들이 방해했습니다. 제가 알아본 데 의하면 백기가 먼저 무성 경지 오 단계 고수들을 데리고 진남을 포위하고 공격했습니다. 진남은 반항하다가 실수로 백기를 죽인 것입니다."

진장려는 얄밉게 백령 등을 돌아보더니 공수하고 황제에게 보고했다.

사실 황제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진장려에게 더욱 유리했을 것이었다.

그는 원래 병사들을 데리고 형부를 공격하고 진남을 구할 계획이었다.

그럼 진남은 진장려에게 커다란 신세를 지고 황후 일당을 더욱 미워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황제가 나타났으니 그는 원래 계획대로 할 수 없었다.

왕립풍은 눈빛이 싸늘해졌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혼자서 여섯을 상대할 수 있다니 천재구나. 형부상서, 뭐 하는 게냐?"

"네? 아! 네, 네……. 소신 지금 바로 진남을 풀어주겠습니다."

형부상서는 허둥지둥 천지 감옥으로 달려갔다.

황후 백령, 백상생 그리고 두 왕들과 세 상서대인들은 어색하게 제 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진남이 나오면 임기응변을 할 생각이었다.

* * *

악귀 감옥 회랑.

열 명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사실 귀찮은 표정이었다.

"이해할 수 없어. 대인은 대체 무슨 생각이길래 우리더러 여기를 지키라고 하는 거야? 악귀 감옥에 들어가면 죽음뿐이잖아?"

"그러니까, 시간 낭비야."

그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때, 사람 그림자가 다급하게 다가왔다.

그들은 화들짝 놀라서 자세를 바로 했다.

"대인!"

열 명의 병사들은 당황했다.

"빨리, 빨리! 악귀 감옥을 열거라! 시간을 지체하면 다들 봉변을 당할 각오를 하거라!"

형부상서가 부르짖듯 했다.

그 말에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왜 갑자기 진남을 풀어주려는 걸까?'

그들은 미처 생각할 새도 없이 몸이 반응했다.

그들은 영패들을 꺼내 무성의 힘을 주입했다.

커다란 대문의 진법에서 주황색빛이 반짝거렸다.

"지, 진남 도우. 허허, 내가 알아보니 너는 정당방위더구나. 아무 죄도 없어서 석방되었다. 그러니 이제 나와도 된다."

형부상서는 문 쪽으로 다가가서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 그래? 하지만 이곳도 괜찮은 것 같으니 나는 나가지 않겠다."

진남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울려 퍼졌다.

형부상서는 표정이 굳었다.

'이곳이 괜찮다고? 악귀 감옥을 괜찮다고 하다니?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거지?'

화가 났지만 형부상서는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황제와 진국 대장군이 직접 구하러 올 정도의 사람이라면 진남의 내력은 엄청날 것이었다.

형부상서는 심호흡하고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그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진남 도우, 나오는 게 어떠냐? 나오기만 하면 사죄의 의미로 혈색 용삼을 주겠다."

병사들은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가 알던 형부상서 맞아?'

"내가 백청련을 붙잡지 말라고 했던 게 기억나느냐? 내가 그랬잖아. 후회할 거라고. 지금 나를 나가게 하는 방법은 쉽다. 빌거라."

악귀 감옥에서 진남은 냉소했다.

'나를 너무 우습게 아는구나. 황후의 제안을 거절했을 뿐인데 이런 대우를 하다니. 이번에 톡톡히 교훈을 주지 않으면 내가 만만한 줄 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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