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화 죽기 싫으면 진남을 풀어주시오
백청련은 깜짝 놀랐다.
'왜 반항하지 않지?'
"주제 파악은 하는구나. 그럼 얌전히 따라오너라!"
형부상서는 콧방귀를 뀌더니 돌아서서 앞장섰다.
칠십 명의 무성 칠 단계 무인들과 오십 명의 무성 오 단계의 무인들은 앞뒤로 진남을 에워싸고 감옥으로 향했다.
진남은 표정이 평온했다.
그는 몰래 영패 하나를 꺼냈다.
그는 제 의지로 악귀 감옥에 가지만 그렇다고 이번 일을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황후 네가 나를 음해하려고 해? 그럼 응해주지."
진남은 중얼거리며 신념을 불어넣었다.
"흑룡, 모든 사람을 데리고 남주 황성으로 오시오!"
* * *
같은 시각, 연황전장.
흑룡은 부하들을 데리고 방대한 기운을 풍기며 내장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금지에 가고 있었다.
혈강이 그들에게 금지의 비밀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흑룡과 혈강은 원한을 털어낸 후 서로 협력하는 사이가 되었다.
덕분에 흑룡도 세력을 확장했다.
흑룡 사람들은 진남에게 진심으로 탄복했다.
진남이 아니었더라면 그들은 아직도 혈강과 죽기 살기로 싸웠을 것이다.
"응?"
흑룡 통령은 걸음을 멈추고 영패를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에게서 전음이 왔다. 바로 남주 황성으로 오라는구나."
"남주 황성이요?
부하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구석진 곳엔 뭐 하러 간 거지?'
"내가 물어볼게."
흑룡 통령은 신념을 전했다.
잠시 후, 그는 진남이 보낸 답을 듣자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진남은 남주 황성에 있는데 형부의 사람들에게 잡혀 악귀 감옥에 갇힐 거라고 하는구나."
그의 말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뭐라고? 감옥에 갇힌다고?'
진남은 제방 오십이 위이고 단천도를 가지고 있었다.
남주에 가느라고 경지를 억제했겠지만, 그래도 남주를 휩쓸기엔 충분한 실력일 터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람들은 동시에 외쳤다.
부통령은 문득 무언가 생각나서 말했다.
"통령, 남주 황제와 여러 제후들이 우리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그들에게 먼저 진남을 만나라고 할까요?"
"음, 사람을 보내 황제와 제후들에게 알리거라. 진남을 잡아들이다니 다들 살기 싫은 모양이다."
* * *
남주 황성의 거리.
많은 무인들이 상황을 알아보려고 달려왔다.
거리들이 시끌벅적해졌다.
진남은 흑룡 통령이 보낸 신념을 확인하고 영패를 거두었다.
진남이 용제원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흑룡을 부른 것은 구미요제나 다른 강자들이 직접 나타나면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형부상서는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외쳤다.
"여봐라, 백청련도 붙잡아라. 그녀는 진남과 함께 있었으니 서로 결탁했을지 모른다. 백청련은 천지 감옥에 가둔다."
방금 황후는 형부상서에게 신념을 전해 백청련도 단단히 혼내라고 했다.
"네!"
수십 명의 무사들은 대답하고 바로 백청련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한 일은 내가 책임진다. 이 일은 내가 저지른 일이고 백청련과는 상관없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악귀 감옥에 가려는 것은 도의 때문이었다.
그래서 백청련이 연루되는 것이 싫었다.
"허허, 백청련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알아서 조사한다. 네놈은 나서서 뭐라 할 처지가 아니다."
형부상서는 차갑게 웃었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진짜 잡아갈 거냐? 이 일의 책임을 너에게는 묻지 않으려 했지만, 저 여인을 건드린다면 너는 반드시 후회할 거다."
"후회?"
형부상서는 어이없어서 주변 사람이 귀가 아파할 정도로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 한번 해 보거라. 죄인 주제에 어떻게 나를 후회하게 할 거냐?"
그의 두 눈에 조소가 가득 어렸다.
'진남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했구나.'
진남은 그를 무시하며 백청련에게 전음했다.
"걱정 마시오. 아무 문제 없을 거요. 이것도 수련이라고 생각하시오."
백청련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아직도 농담할 기분이 들어?'
그들은 황성 형부로 끌려갔다.
백청련은 천지 감옥에 갇히고 진남은 소문이 무성한 악귀 감옥에 갇혔다.
얼마 후, 이 일은 날개가 돋친 듯 황성에 쫙 퍼졌다.
"그 말 들었어? 진남이라는 무인이 백씨 가문 도련님인 백기를 죽이고 악귀 감옥에 갇혔대."
"어머, 그게 진짜야?"
"진짜지 그럼. 진남은 무성 경지 오 단계의 실력으로 다섯 무성 경지 팔 단계의 무인들을 물리치고 백기를 죽였대!"
"너 그것도 알아? 진남은 황후에게 미움을 샀대."
"그래? 휴, 대단한 천재가 이렇게 죽겠구나."
반 시진도 되지 않아 황성에 진남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탄식했다.
* * *
진씨 저택.
"아, 아버지! 아버지! 큰일이에요! 큰일 났어요!"
진영은 다급한 표정으로 대전으로 뛰어들었다.
"둘째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 가주께서는 저택에 안 계십니다."
한 집사가 진영을 막으며 말했다.
"저택에 없으셔? 어, 얼른 명령을 전하거라. 장로들보고 빨리 이곳에 모이라고 하거라!"
진영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집사는 그런 진영의 모습에 당황해서 여러 장로들을 찾으러 갔다.
잠시 후, 진씨 가문의 장로들이 대전에 모여들었다.
"둘째 도련님,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우리를 전부 불렀소? 나는 방금 돌파를 앞두고 있었단 말이오."
한 장로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형부상서가 진남을 악귀 감옥에 가두었다는 소문을 못 들었느냐?"
진영은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진씨 가문은 아무런 소문도 듣지 못하다니!'
그의 말에 장로들은 안색이 변했다.
'농담이겠지? 형부상서가 진남을 가두다니? 진남이 화나서 날뛰면 결과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텐데……?'
"이 일은 뭔가 이상하오……."
한 장로가 말했다.
"이상하건 말건 장로들은 나와 함께 형부로 가자. 가서 진 형을 구해야지!"
진영은 흥분해서 말했다.
장로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두 눈에 빛이 돌았다.
'그래! 이번 일을 잘 처리하면 진씨 가문은 진남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 * *
같은 시각, 황궁의 한 침궁.
위엄 있는 얼굴에 금포를 입은 중년 사내가 옥간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남주의 황제 왕립풍(王立豐)이었다.
그의 저장주머니에서 오랫동안 반응이 없던 영패가 미약한 빛을 뿜었다.
"어? 흑룡의 사람들이 왜 나를 찾는 걸까?"
왕립풍은 눈을 반짝거렸다.
동시에, 무왕(武王), 묵왕(墨王), 이부상서(吏部尙書), 병부상서(兵部尙書) 등 황성의 거물들은 연황전장에서 전해온 신념을 받았다.
* * *
형부, 천지 감옥.
열 명의 무인들에 둘러싸인 진남은 어두운 회랑을 지나 지하 깊숙한 곳에 도착했다.
앞에는 다섯 장이 되는 검은 철로 만든 문이 있었다.
문에는 오래된 진법이 반짝이며 빛을 뿜었다.
문 안에서 귀신들의 포효가 전해졌다.
진남을 둘러싼 무인들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어? 이게 악귀 감옥인가? 짙은 도의를 풍기잖아?'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혼자 들어가거라!"
한 무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진남은 앞으로 나가 진법을 지나쳐 악귀 감옥에 들어섰다.
감옥에 들어선 진남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안은 그리 크지 않았다.
방원 십 장 정도 되고 시커멨다.
아무런 빛도 없었다.
진남은 문득 무언가 느낀 듯이 고개를 들었다.
지붕에 시커먼 그림자들이 몇백 개 있었다.
그것들은 진남의 시선을 느끼자 눈을 번쩍 뜨고 혈광을 내뿜었다.
공포스러운 포효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악령인가? 괜찮네. 보통의 반보 무조 경지들은 감당할 수 없겠어. 하지만 너무 시끄럽구나."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악령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그의 등 뒤로 전신의 혼이 솟아올랐다.
엄청난 전신의 위엄이 악귀 감옥 안에 가득했다.
감옥 안에 울리던 포효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흉악한 악령들은 괴물을 만난 것처럼 눈에 공포가 가득했다.
그것들은 감히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나를 방해하지 말거라."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신념이 그물처럼 퍼졌다.
* * *
형부 대전.
형부상서는 천 년 침향 의자에 앉아 영차(靈茶)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도와주셔서 고맙소."
형부상서 옆에 있던 우아한 중년 사내가 공수하고 말했다.
그는 백씨 가문의 가주이자 재상인 백상생(白相生)이었다.
"상국 대인 과분하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오. 대인, 백청련은 어떻게 하시겠소?"
형부상서는 넌지시 물었다.
"마두와 결탁했으니 반드시 혼내줘야 하오!"
백상생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번에 그는 백기의 죽음으로 화가 많이 났다.
"상국 대인, 영명……."
형부상서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고함이 울려 퍼졌다.
"형부상서, 간이 배 밖으로 나왔습니까? 당장 진남을 풀어주십시오! 아니면 오늘 형부를 박살 내겠습니다!"
형부상서와 백상생은 깜짝 놀랐다.
그들 앞에 진영이 장로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형부의 병사들은 위풍당당하게 몰려드는 그들의 기세에 눌려 감히 막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응? 네놈들, 이게 무슨 짓이냐! 진씨 가문에서 감히 반역을 꾀하는 것이냐? 진남과 진씨 가문이 어떤 사이든지 진남은 반드시 악귀 감옥에 가둬야 한다! 이건 황후의 명이다!"
형부상서는 굳은 표정으로 꾸짖었다.
"얼른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황후의 지지를 받는 그는 진씨 가문 사람들을 겁내지 않았다.
"황후?"
진영과 장로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황후가 진남에게 손을 썼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진영 일행은 곧 냉소를 지었다.
'황후면 어때서? 진남의 내력을 알면 아무리 황후라고 해도 절대 진남을 공격하지 못할 거다!'
형부상서와 백상생은 그런 진영 일행의 태도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은 문득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치대로라면 황후 이름을 거론하면 진씨 가문 사람들은 물러가는 게 맞았다.
'그런데 왜 은근히 무시하는 것 같지?'
바로 그때, 먼 곳에서 펑 펑 펑 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화염정병들이 살벌한 표정으로 날아왔다.
모두 무성 경지 팔 단계였다.
화염정병들은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잠시 후, 커다란 정원에 백여 명의 화염정병들이 꽉 찼다.
형부 장군이나 병사들은 겁을 먹고 감히 다가서지도 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허튼소리 작작 하고 죽기 싫으면 진남을 풀어주시오."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갑옷을 입은 진장려는 엄청난 기운을 풍기며 느긋하게 걸어왔다.
그는 진영의 신념을 받은 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진씨 가문의 화염정병들을 불러 달려왔다.
다만, 진장려는 꾀를 부렸다.
조정에서 그와 형부상서는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일부러 진남의 신분을 말하지 않았다.
형부상서가 눈치 없이 진남을 풀어주지 않으면 그는 당당하게 형부를 없앨 수 있었다.
더구나 황제가 책임을 물을 때 진남의 신분을 말하면 그는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형부상서와 백상생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남을 위해 진장려가 진씨 가문 전체를 동원할 줄 몰랐다.
'진남이 고작 천재일 뿐이라면 이 정도까지 할까?'
"진장려!"
형부상서는 심호흡을 하고 호통쳤다.
"진남은 죄악이 극심하오. 그래서 황후가 직접 잡아들이라고 명했소. 그런데 이런 행동은 황후에 대한 불경이고 황실에 대한 불경이요! 당장 물러가시오! 그렇지 않다면, 설령 자네가 진국 대장군이라고 한들 뒷일을 감당할 수 없을 거요!"
"진 장군, 진남은 우리 백씨 가문의 핵심제자를 죽였소. 자네가 진남을 구하겠다면 백씨 가문과 척지는 거요!"
백상생이 냉랭하게 말했다.
'백씨 가문의 제자를 건드렸으니 진남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