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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25화 (625/1,498)

625화 명분을 세우겠다

"안 팝니다."

진남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황후가 아니라 황제라고 해도 그는 팔 수 없었다.

팔고 싶지 않으면 팔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간단했다.

"응?"

곱사등 노인의 혼탁한 두 눈에 한기가 스쳤다.

방 안의 기운은 살벌하게 변했다.

"진짜 팔지 않겠느냐?"

백령의 아름다운 눈에도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진자래나 진불회를 제외하고 그녀가 지금껏 만난 사람 중에서 진남은 가장 신비하고 강한 천재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싫었다.

진자래조차도 최고가 되기 전에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백만 원석을 주겠다. 팔겠느냐?"

백령은 화를 내지 않고 싸늘하게 물었다.

백기는 그녀의 말을 듣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도배는 백만 원석이 아니라 천만 원석을 주고도 사기 어렵다. 백령이 이렇게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무척 화가 났다는 뜻이다. 진남이 계속 눈치 없이 군다면 백령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황후에게 미움을 사면 아무리 대단하고 신비한 인물이라고 해도 황성에서 처참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백청련은 얼굴에 기쁜 표정이 사라지고 걱정이 가득했다.

'어떻게 하지?'

"아니요."

진남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거래가 안 되니 협박을 하시겠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만개의 원석에 팔겠느냐? 그래도 안 팔겠느냐? 잘 생각해 보거라. 예전의 진자래도 나의 제안을 거절한 적은 없었다."

백령은 진남을 노려보며 위엄을 드러냈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제황의 기운에 눌렸을 것이다.

"꺼져라!"

진남은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돌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위압을 풍겼다.

'감히 나를 위협해? 황후가 아니라 대제라고 해도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진남의 꺼지라는 말은 백청련, 백기, 곱사등 노인에게 청천벽력이었다.

그들은 넋이 나갔다.

황후 백령도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나에게 꺼지라고 한 거야? 남주 황후인 나에게 꺼지라고?'

"이놈이 감히! 죽고 싶은 게구나!"

곱사등 노인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무시무시한 살기를 드러냈다.

무성의 힘이 주변에 가득했다.

"그만!"

바로 그때, 백령이 호통쳤다.

"마마……."

곱사등 노인은 흠칫하더니 살기를 빠르게 갈무리했다.

백령은 손을 내젓더니 진남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를 활짝 피우며 말했다.

"좋다, 아주 좋아. 역사 이래, 내가 황후가 된 이래 나에게 꺼지라고 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그러니 걱정 말거라. 내 반드시 재미있게 놀아주마. 죽지 못해 사는 게 어떤 건지 가르쳐주마."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엔 한기가 가득했다.

방 안의 온도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황후는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곱사등 노인은 차가운 시선으로 진남을 훑어보더니 황후의 뒤를 따라갔다.

"허허, 대단해. 오늘 정말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진남아, 진남. 황후에게 꺼지라고 하다니. 곧 크게 후회하게 될 거다."

백기는 고소해하며 말했다.

진남에게 불행이 닥치자 그는 무척 기뻤다.

황후는 매우 화가 났다.

그러니 백청련도 함께 혼내줄 수도 있었다.

그럼 백기는 백씨 가문의 소족장이 될 희망이 컸다.

백기가 자리를 뜨자 백청련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얼른 황성을 떠나거라. 황후의 세력은 너무 커서 네가 감당할 수 없다."

진남은 신비하고 강했지만, 황후의 힘과 비교하면 한참 멀었다.

"걱정 마시오. 아무 문제 없소."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황후가 똑똑한 사람이라면 사람을 보내 나를 건드리지는 않겠지.'

그는 지금 경지가 무성 오 단계이지만 몇십 명의 무성 정상급 강자와 싸워도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진짜로 그렇게까지 한다면 진남도 참지 않을 생각이었다.

흑룡의 사람들이나 용제원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다.

천황도제는 강자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진남은 이번 수련은 혼자 힘으로 완성하고 싶었다.

"진남! 네가 실력이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황후의 세력은 네가 생각하는 이상이라고!"

백청련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진짜 괜찮소. 낭자는 사람을 보내 백선각을 관리하시오. 나는 폐관수련을 해야겠소."

진남은 백청련을 밖으로 밀어내고 금제 몇 개를 쳤다.

백청련은 화가 났지만, 발만 동동 구르다가 가버렸다.

"드디어 조용해졌구나."

진남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신념으로 백선각의 도의를 깨우치기 시작했다.

그는 일심이용으로 다른 신념은 도배에 보냈다.

"나에게 단천도가 있어 도배를 바로 연화할 수는 없겠구나. 심염으로 도배를 태우고 도의를 풀어내면 느끼기 더 쉬울 것 같다."

진남은 고민 끝에 입을 벌리고 심염을 뿜어 도배를 태웠다.

잠시 후, 도배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 * *

같은 시각, 남주 황궁.

"마마, 알아보았습니다. 진남은 열흘 전에 황성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진남은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 진운과 사이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남이 지닌 내력이 작지 않다고 합니다.

제 생각으론 진남은 중주의 천재인데 어떠한 이유로 무성 경지 오 단계의 힘으로 남주로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얼굴이 핏기없이 하얗고 온몸이 흠뻑 젖은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중주에서 온 천재? 그러니까 오만하게 나에게 그런 태도를 보인 거구나."

백령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마마, 이제 어떻게 할까요?"

옆에 있던 곱사등 노인이 물었다.

"사람을 보내 악귀 감옥을 열어라. 감옥을 열려면 닷새가 필요하다. 닷새 동안 진남이 어떤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나에게 보고하거라. 닷새 후, 백기에게 입궁해서 나를 만나러 오라고 해. 그리고 진남을 죽이라 전하거라. 그럼 진남이 백기를 죽이겠지?

그렇게 되면 나는 명분을 세워 진남을 악귀 감옥에 가두겠다. 명분이 생긴다면 그자의 뒤에 있는 사람이 와도 할 말이 없을 거다."

* * *

같은 시각, 백선각 오 층.

도배가 터지면서 뿜어져 나온 도의가 방안에 가득 찼다.

진남은 잔잔한 물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그 도의를 하나하나 느꼈다.

이틀 후, 그는 백선각의 기이한 도의와 도배에 있던 도의를 전부 깨우쳤다.

그의 이마에 세 개의 도문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감오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진남은 문득 남주 황성에 와서 진영을 만난 일, 향루에서 백청련을 알게 된 일, 진씨 저택에 쳐들어간 일, 진불회가 나타난 일 그리고 백기를 상대하고 황후에게 대든 일들이 모두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 왜 이러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한참 후, 진남의 머릿속에 한 생각이 떠올랐다.

'도배가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어떠한 이가 안배해 둔 게 아닐까? 그럼 내가 만난 사람들과 겪은 사건들도 미리 준비되었던 것이 아닐까?'

진남의 두 눈에 빛이 돌았다.

그는 며칠 동안 벌어진 일들을 곰곰이 생각했다.

닷새가 되던 날 진남은 천천히 눈을 뜨고 폐관수련을 끝냈다.

사흘 동안 과거를 돌이켜보니 수많은 생각이 들고 많은 걸 깨달았다.

그는 문득 문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을 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수련을 계속해야겠구나."

진남은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 하나의 기운을 발견했다.

황(荒)의 기운이었다.

"내 추측이 맞았어. 내가 황성에 들어선 순간부터 벌어진 모든 일들은 수련이었다."

진남은 미소를 지으며 오 층의 금제를 풀고 백선각에서 나왔다.

그는 백선각의 도의를 모두 깨우쳤다.

그러니 더 있어봤자 의미가 없었다.

"응? 백청련이 없네?"

진남은 신식으로 훑어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백씨 가문에 가볼 때가 되었어.'

그러나 두어 걸음 옮기던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 몇몇 무인들이 그를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경지가 낮지 않았다.

"황후의 사람들이네."

진남은 평소처럼 가던 길을 갔다.

그는 일부러 그 사람들을 떼어내지 않았다.

"진남, 빨리 가!"

바로 그때, 고함이 들리더니 백청련이 나타났다.

그녀는 네 발에 불꽃이 이는 요마를 타고 나타났다.

"백기가 사람들을 데리고 너를 잡으러 온다! 얼른 말을 타고 황성을 떠나자!"

닷새 전 진남의 태도에 그녀는 무척 화가 났다.

하지만 그녀는 차분하게 사람을 보내 황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다. 그리고 백기가 공격하려는 것을 알고 바로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진남에게 은혜를 입었다.

그러니 진남이 황성에서 죽게 할 수 없었다.

거리에 있던 무인들은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가지 않아도 되오."

진남은 고개를 흔들고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백청련이 탄 요마가 멈추었다.

"뭐 하는 거야!"

백청련은 화가 났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이제 갈 수 없게 되었소."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백청련은 순간 멈칫했다.

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연이어 거리에서 울려 퍼졌다.

백기는 말을 타고 앞장서서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무성 팔 단계의 흑포 무인 다섯이 따랐다.

"하하, 백청련, 배짱도 크다. 감히 진남을 데리고 황성을 떠날 생각을 해?"

백기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백청련을 약 올리려고 했다.

'내기석에서 이기면 뭐 해? 결국은 내가 이겼다!'

"백기, 뭐 하는 거예요? 여기는 황성이에요. 무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는데 대놓고 황실에 도발하는 거예요?"

백청련은 침착하게 꾸짖었다.

"허허, 황성의 규칙으로 나를 제압하려고? 그럼 이게 황후의 명령이라면 어쩔래?"

백기는 음흉하게 웃었다.

"뭐? 황후……."

백청련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걱정하던 일이 끝내 벌어졌다.

"자, 공격하거라. 진남을 죽여라. 백청련이 방해하면 같이 죽여라!"

백기는 서늘한 시선으로 명령을 내렸다.

쿵-!

그의 뒤에 있던 다섯 흑포 무인들이 빠르게 달려 나왔다.

강력한 혈력(血力)이 쏟아지더니, 마장, 마수, 마검으로 변해 날아왔다.

거리는 순식간에 마기가 가득했다.

거리에 있던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저자는 백씨 가문의 백기잖아? 그리고 저 여인은 백청련? 이게 무슨 일이지? 설마 집안싸움인가?"

"너 방금 못 들었어? 황후의 명령이라잖아?"

여기저기에서 놀란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성에는 규정이 있었다.

성 안에서 무력을 쓸 수 없었다.

아니면 신분을 막론하고 엄하게 처벌했다.

덕분에 몇 년 동안 황성에서 싸우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순히 싸우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사람을 죽이려 하는 것이었다.

"진남, 먼저 가. 내가 이들을 막을게!"

백청련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등 뒤에 여섯 쌍의 하얀 날개가 펼쳐졌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등시에,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온몸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웅-

엄청난 전의가 솟아올랐다.

무성 경지 오 단계인 진남은 황성에서 겨우 중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러나 그는 순식간에 무성 경지 팔 단계의 마의들을 진압했다.

백청련은 나서려던 행동을 멈추었다.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죽어라!"

진남은 발끝을 차며 주먹을 휘둘렀다.

달려들던 다섯 무성 팔 단계의 흑포 무인들은 안색이 굳었다.

백기도 몸이 굳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왜 두려운 마음이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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