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화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진남은 이름을 듣자 깜짝 놀랐다.
"불회, 이거 미안하게 됐구나. 방금 오해가 좀 있어서 소란스러웠다."
진장려는 진불회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진국 대장군의 위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불회 형님, 이놈은 실력이 좀 있다고 여러 번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니 저를 위해 나서주십시오!"
진영은 뒤질세라 입을 열었다.
그는 이대로 진남을 보내기 싫었다.
진불회는 손으로 진영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웃었다.
그리고 말없이 진남에게 시선을 돌렸다.
방 안에 있던 그는 밖의 소란을 느끼고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대체 누가 진씨 저택에 찾아온 건지 보려고 나왔다.
연속 제술을 펼치는 것으로 보아 일반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진남의 모습을 확인한 진불회는 어안이 벙벙했다.
'어라……? 진남이 웬일로 여기 왔지?'
진영은 진불회가 대답을 하지 않자 굴하지 않고 말했다.
"불회 형님, 오늘 반드시 제 억울함을 풀어주셔야 합니다. 제 사각금동호도 저놈 손에 죽었습니다. 게다가 진씨 가문을 얕잡아보고 저를 여러 번 모욕하고……."
진장려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봤지만, 진영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그는 진남에게 자신을 건드린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주려고 마음먹었다.
진장려는 아들의 태도를 보자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하지만 그는 굳이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
진불회가 진남을 혼내주더라도 그는 모른 척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딸의 벗이라고 해도 진남을 돕지 않을 생각이었다.
진영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불회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얼른 진남에게 다가가 물었다.
"진남 도우, 어, 어떻게…… 여기로 왔느냐?"
그의 말에 진영과 진장려 그리고 주변의 진씨 가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 도우?'
'설마 진불회가 아는 청년인가?'
'진불회가 저 청년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어쩐지 존중해주는 것 같기도 한데?'
"기연을 얻어 남주 황성에서 단련하려던 참이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런데 너는 왜 중주에서 여기까지 온 거냐? 설마 너 진씨 가문의 사람이냐?"
"허허, 예전에 나는 진씨 가문 제자였다. 마침 시간이 남아 분신으로 돌아온 거다."
진불회가 웃으며 말했다.
"불회, 이분은……."
옆에 있던 진장려는 저도 몰래 입을 열었다.
"아, 소개하는 걸 깜빡했습니다. 여기는 진남 도우입니다. 우리 중주의 천재급의 인물입니다."
진불회가 이어서 말했다.
"진남은 제방에서의 순위가 저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의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
진장려, 진영 그리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넋이 나갔다.
'고작 무성 경지 오 단계인 진남이 중주에서 왔다고?'
'그것도 진불회보다 더 대단한 천재라니?'
'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아 참, 진영아, 방금 뭐라고 했느냐? 살고 싶으면 얼른 진남 도우에게 사과하거라!"
진불회는 진영에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진영은 겁도 없이 진남을 건드렸구나. 마침 내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진씨 가문, 심지어 남주 황성이 멸망할 뻔했어.'
"저, 저는…… 저는……."
진영은 겁을 먹고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는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별볼일 없는 무성 오 단계가 이렇게 엄청난 내력이 있을 줄 진영은 생각도 못 했다.
'제방 서열이 진불회보다 높은 천재가 왜 하필 남주 황성처럼 구석진 곳에 오냔 말이야!'
진장려와 진씨 가문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조금 전에 진영은 진남에게 미움받을 짓을 했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지켜보기만 했다.
만일 진남이 크게 화를 낸다면 진씨 가문은 큰 화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됐다."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진영 같은 사람들과 얽히기도 싫었다.
이제 진씨 가문에서 진남의 신분을 다 알게 되었다.
그러니 굳이 진남이 손을 쓰지 않아도 진씨 가문에서 진영을 혼낼 것이다.
"빌어먹……. 아미타불. 그렇게 건방지게 굴더니 이제 잘못을 알겠느냐? 진남 도우가 너를 봐줬지만, 죗값은 치러야지. 오늘 단단히 혼나야겠다!"
진불회는 망설이지 않고 손바닥을 날렸다.
엄청난 불의가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와 진영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진영은 평소 패악하고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기 좋아했다.
그는 무도심도 단단하지 않았다.
진불회의 불의는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 무도심을 박살 냈다.
진영은 몇 달 동안은 고통 속에서 지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진영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뭐 하느냐? 얼른 진남 도우에게 봐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거라!"
진불회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됐다. 그만하거라."
진남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늘 진씨 저택을 찾은 것은 며칠 머물고 싶어서입니다. 진 가주, 혹시 그래도 되겠습니까?"
"되지, 되고말고. 무조건 된다. 여봐라, 아랫사람들에게 통지하고 정성 들여 준비하거라. 오늘은 내가 직접 진남 도우를 접대하겠다."
진장려는 크게 외쳤다.
진씨 가문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분분히 준비하러 떠났다.
"진남 도우, 불회, 대전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떠냐?"
진장려는 둘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불회와 함께 가주 대전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 진불회가 물었다.
"진남 도우, 남주 황성에서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 내가 같이 가 줄까?"
진장려도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그런 상상은 하지도 말거라. 이곳에는 보물이 없다."
진남은 진불회를 속이려는 게 아니었다.
진남이 남주 황성에 온 것은 천황도술을 깨우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천황도술을 진불회에게 줄 수는 없었다.
"험험!"
진불회는 마른기침을 했다.
그는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허허 웃으며 물었다.
"진남 도우, 솔직하게 말해 보거라. 삼대 제자를 네가 죽인 거지?"
얼마 전 삼대 제자가 죽자 진불회는 가장 먼저 진남을 떠올렸다.
진장려는 그 말을 듣고도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론 놀라서 가슴이 벌렁거렸다.
진남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내력을 가진 것 같았다.
'제, 제자? 그들은 대제의 아들들이잖아. 진남이 대제의 아들들과 겨루었다면 중주에서 대체 얼마나 대단한 등급의 천재인 거야?'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모함하지 말거라."
진남은 손을 흔들며 인정하지 않았다.
곧 진씨 가문에서 준비한 음식들이 올라왔다.
진남은 남주에서 지인을 만나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진불회와 술을 몇 잔 마시고 가주 대전에서 나왔다.
그는 진장려가 마련해준 정원에 도착하자 바로 도의를 깨우치기 시작했다.
* * *
진남이 가주 대전을 나가자 진불회는 표정을 굳혔다.
"진 아저씨, 이것만 반드시 지키십시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진남에게 미움을 사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그를 도와주십시오! 제 말을 알겠습니까?"
진불회가 말했다.
진장려는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되질 않았다.
'진남의 내력이 대단하니 나는 중요하게 대할 것이다. 한데, 진불회는 왜 한 번 더 강조하는 걸까?'
"다른 것들은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것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사형께서 진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형은 이후에 제명쟁탈전에서 진남을 가장 강력한 상대로 보고 있습니다."
진불회는 심호흡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뭐라?"
진장려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진자래는 남주의 전설이고 현재 제방 서열 삼 위인 천재였다.
'진자래도 진남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진불회는 진장려에게 여러 가지를 더 당부한 후에야 떠났다.
진장려는 진씨 저택 사람들을 불러 진씨 가문의 누구도 진남을 방해하지 말고 진남의 신분을 폭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진남은 이 모든 일을 모르고 있었다.
진남은 현재 도의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정원에서 나와 진씨 저택의 여러 구역을 돌아다녔다.
그는 돌아다니는 동시에 도의를 깨우쳤다.
닷새가 되자 진남은 진씨 저택의 모든 도의를 전부 깨우쳤다.
그는 정원으로 돌아와 폐관수련을 진행했다.
"이 도의들은 혼잡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은 형태가 있다. 향루가 도의 조각이라면 진씨 저택은 완전체이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의 머릿속에 그림이 떠올랐다.
도의들이 적혀 있는 그림이었다.
그의 신념이 커다란 손으로 변해 머릿속의 혼잡한 도의들을 짜 맞추었다.
* * *
같은 시각, 진씨 저택의 대전.
진장려는 뜨거운 차를 들고 아래에 있는 백청련에게 웃으며 말했다.
"청련아, 다음에 올 때는 이렇게 많은 물건을 가져올 필요가 없다. 굳이 이렇게 예를 차리지 말거라. 자, 이제 무슨 일로 왔는지 말해 보거라."
그는 백청련을 좋게 보았다.
그녀가 가져온 보물들도 마음에 들었다.
백청련은 보기 좋게 웃으며 떠보듯이 말했다.
"진 아저씨, 그럼 바로 말씀드릴게요. 얼마 전에 제 벗이 진영 공자와 충돌이 있었어요. 혹시 알고 계시나요?"
닷새 전, 백청련은 진남이 진씨 가문 저택에서 싸웠다는 소문을 듣고 당황했다.
그녀는 진남의 배짱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하룻밤을 고민한 그녀는 결단을 내리고 진남을 구하러 왔다.
그녀가 진남을 구하기로 결심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백씨 가문에서 그녀의 입지가 점점 좁아졌기에 천재 강자의 도움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진남은 성격이 별로였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며칠 동안 기이한 이보들을 모아 진장려를 찾아온 것이었다.
"응? 네가 말한 벗이 진남 도우냐?"
진장려는 몸을 곧게 세웠다.
"네? 아, 네. 그자입니다."
백청련은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진남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허허, 청련이 너 진남 도우의 벗이었구나. 그날 일은 내 아들의 잘못이라서 단단히 혼냈다. 진남 도우는……. 사람을 시켜 너를 그에게 데려다주라고 할까?"
진장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상하게 말했다.
그는 백청련이 진남의 신분을 모른다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한 일이었다.
진불회가 아니었다면 그도 진남의 신분을 몰랐을 것이다.
그의 말에 백청련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다르네?'
그녀는 진장려가 냉담한 태도를 보일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많은 이보를 준비했고, 그를 설득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진국 대장군 진장려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았다.
그는 딱히 공정하고 강직한 성격이 아니었다.
누구든지 진영을 괴롭히거나 진씨 가문을 건드리면 그 사정이 어쨌든지 사정을 봐줄 만한 위인이 아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그, 그래요."
백청련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아! 얼른 기어들어 와서 청련을 진남 소우에게 안내하거라!"
진장려는 밖에 대고 호통쳤다.
잠시 후, 진영이 뒤뚱뒤뚱 뛰어와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청련 누이, 갑시다. 제가 진 형에게 안내해주겠습니다."
백청련은 그 말을 듣자 더 어리둥절했다.
'진 형? 내가 알던 그 진영이 맞아?'
그녀는 진영의 안내를 받으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남의 정원에 도착했다.
진남이 머무는 정원은 면적이 크고 영기가 짙었다.
정원이 상고의 광석과 오래된 향목으로 만들어진 것을 발견한 그녀는 저도 몰래 몸을 떨었다.
또다시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그녀는 진남이 차가운 감옥에 갇혔을 거라고 상상했다.
그런데 상상과 달리 호화로운 정원에 머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