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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21화 (621/1,498)

621화 진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다

"두렵느냐?"

백청련이 아무 말 없자 진영은 고개를 돌려 진남을 봤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백청련이 너를 도와준다고 내가 방법이 없을 것 같으냐? 누구든지 내가 골탕 먹이고 싶으면 골탕 먹일 수 있다!'

공격하려던 진남은 그의 말을 듣자 눈이 반짝였다.

그는 마침 진씨 가문에 가 자신이 생각한 바를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진남은 바로 말했다.

"백씨 아가씨, 도와줘서 고맙소. 다만, 이 일은 신경 쓰지 마시오."

그는 또 진영을 보며 말했다.

"너를 따라 진씨 저택으로 가겠다."

"너……!"

백청련은 화가 났다.

'바보 아니야? 진영을 따라 진씨 저택으로 간다면 진영이 마음대로 골탕 먹일 게 분명하잖아!'

사람들도 모두 속으로 한탄했다.

'이 청년은 대단하지만, 진씨 가문을 이기지 못할 거다.'

"눈치가 빠르구나. 다들 우두커니 서서 뭐 하느냐? 저 자식을 묶어라!"

진영은 고개를 쳐들고 명령을 내렸다.

열세 명의 화염정병(火焰精兵)은 순식간에 진남에게 덮쳤다.

"나를 묶겠다고? 어디 묶어 보거라."

진남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엄청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열세 명의 화염정병은 순식간에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큰 적을 만난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진영과 백청련 등도 마음이 서늘해지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이렇게 강한 기운을 뿜는 거지?'

"길을 안내하거라."

진남은 계단을 내려오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

진영은 안색이 변하였다.

그는 화를 내려 했지만, 방금 전의 광경을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돌아가자!"

그는 지금은 참았지만, 후에 진씨 저택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진남을 혼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남이 수단이 있다 해도 진씨 가문에서는 꼼짝도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열세 명의 화염정병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진영이 명령을 내릴까 봐 걱정했다.

방금 전의 엄청난 기운을 생각하니 그들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진영은 열세 명의 화염정병을 이끌고 향루를 걸어 나왔다.

진남은 백청련을 향해 공수하더니 무덤덤한 표정으로 진영 일행의 뒤를 따라갔다.

조용하던 향루가 시끄러워졌다.

"기백이 대단하다!"

"진짜 기백이 대단해. 불과 한마디 말로 진영 등을 놀래키다니."

"흥! 기세가 있으면 뭐 해? 진씨 가문에 도착하면 죽진 않는다고 해도 최소 불구가 될 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

진남의 말로는 꼭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진짜 이상하구나. 그는 절대 만만치 않은 인물일 거야. 나도 진씨 저택으로 가봐야겠다."

백청련은 결심하더니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 년 후 오늘의 결정을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잠시 뒤, 황성, 진씨 저택.

진씨 저택은 방원 삼백 리를 차지했다.

궁전이 늘어서고 기세가 방대했다.

진씨 저택의 위에는 온갖 대진과 금제가 쳐져 있었다.

반보 무조 경지의 강자라도 안으로 쳐들어가려면 꽤 애를 먹을 것이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구나. 진씨 저택의 도의도 좀 다르구나."

진씨 저택을 훑어보던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빨리 걸어라. 뭘 머뭇거리느냐?"

앞에서 걷던 진영이 재촉했다.

그는 진씨 저택으로 들어가 진남을 혼내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진운이 준 영패를 꺼내 신념을 전하고는 진씨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진씨 저택에 들어서자 앞에서 걷던 진영이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격해라! 어서 이자를 묶어라!"

진씨 저택에 도착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

열세 명의 화염정병도 결심하고 크게 소리치며 성자의 힘을 폭발해 진남을 공격했다.

진남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발끝을 튕겨 그림자로 변하여 가볍게 열세 명의 화염정병의 공격을 피했다.

"어어?"

진영은 당황했다.

쿵-!

진남은 다시 몸을 날려 열세 개의 권영을 날렸다.

열세 명의 화염정병은 눈앞이 흐릿해졌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주먹이 연거푸 날아와 그들의 가슴을 때렸다.

펑펑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전부 날아갔다.

진남은 현재 무성 경지 오 단계였지만 갖고 있는 수단으로 이들을 상대하는 건 전혀 문제없었다.

진영은 깜짝 놀랐다.

그는 상대가 무성 경지 오 단계인 주제에 이렇게 강한 전력을 품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여기는 진씨 저택이다! 여봐라, 이 자식을 잡아라!"

당황하던 진영은 정신을 차리고 크게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진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진씨 가문의 하인들도 경악했다.

그들은 설마 진씨 가문에서 행패를 부릴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슉-!

기운들이 연거푸 하늘로 솟아올랐다.

짧은 시간에 열다섯 명의 화염정병들이 동시에 날아왔다.

그들은 모두 무성 칠 단계였다.

화염정병들은 한눈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고 성광을 드러냈다.

그리고 고술을 펼쳐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강한 기운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진남은 코웃음을 치더니, 발끝을 차며 날아올랐다.

그의 등 뒤로 크고 하얀 날개가 펼쳐졌다.

진남은 날개를 펄럭여 수많은 강기를 일으켰다.

정병들은 강기에 밀려 뒷걸음질 쳤다.

이것은 진남이 배운 수많은 제술 중 하나인 대우격천(大羽擊天)이었다.

중주에 있을 때는 제술의 힘이 너무 약해 사용한 적이 없었다.

오늘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밀려나자 진남은 그들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진남이 손으로 결인을 만들자 커다란 금색 봉우리가 나타나 그들을 힘껏 눌렀다.

제술 구소중산(九霄重山)이었다.

스물여덟 명의 화염정병들은 안색이 변해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러나 진남을 본 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작 무성 경지 오 단계잖아! 대체 무슨 술법이길래 이렇게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거야!'

"뭣들 하는 게냐? 얼른 공격하거라!"

진영은 당황해서 달려온 화염정병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화염정병들은 하나둘 싸움에 참가하더니, 힘을 합쳐 진남을 공격했다.

진남은 전신의 화신이라도 된 듯 싸울수록 더욱 용맹해졌다.

제술들이 연이어 그의 손에서 펼쳐지며 엄청난 힘을 폭발했다.

진남은 비록 무성 경지 오 단계였지만, 몸 안에 있는 힘이 무성 오 단계를 훨씬 뛰어넘었다.

"한 무리 무성들과 싸우는 게 이렇게나 흥분될 줄이야!"

진남은 온몸 가득한 전의를 느끼며 감탄했다.

그는 중주에 있을 때 반제 강자와 싸워야 최선을 다할 수 있고 통쾌했다.

그런데 지금 무성 무리와 싸우면서도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덤벼라!"

진남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길게 외치며 엄청난 기운을 드러냈다.

쿵-!

진씨 저택 대문 근처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주변에 있던 진씨 가문의 하인과 제자들은 넋을 놓고 싸움을 구경했다.

그들 눈에 진남은 천신처럼 눈부셨다.

마치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지켜보던 진영도 불안해졌다.

'이미 서른세 명의 화염정병들이 진남을 공격하고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데도 여전히 우세를 차지하다니? 예전의 진자래도 이 정도는 못 할 텐데…….'

"무엄하다! 진씨 저택이 너 같은 애송이가 날뛸 곳이더냐?"

이때, 진씨 저택 깊숙한 곳에서 호통이 울려 퍼졌다.

성광을 뿜는 커다란 손이 쑥 나와 진남을 잡으려 했다.

드디어 진씨 가문 장로가 나섰다.

그는 무성 경지 정상급의 강자였다.

하지만 진남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발끝으로 땅을 차더니 빠른 속도로 커다란 손을 피했다.

"셋째야, 부끄럽구나!"

"오호, 이 녀석 대단해. 고작 무성 경지 오 단계가 무성 경지 정상급의 공격을 피했어!"

여러 목소리가 진씨 저택 위쪽에서 울려 퍼졌다.

"허! 잔재주가 좀 있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진씨 가문에 와서 소란을 피운 건 죽을죄다. 무릎을 꿇어라!"

한 백발노인이 진남의 위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손을 내밀었다.

강력한 성광이 펼쳐졌다.

그가 직접 나섰으니 진남을 죽이는 것도 쉬운 일이었다.

"무릎을 꿇으라고?"

진남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 안에서 엄청난 기운이 깨어나고 있었다.

그때, 위엄 있는 호통이 진씨 저택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졌다.

"다들 그만!"

하늘에 있던 백발노인은 흠칫 놀라더니 두려운 표정으로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았다.

슉-!

어떤 그림자가 허공에 나타났다.

몸집이 큰 중년 사내였는데 검은색 장포를 입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이 이글거렸다.

그의 온몸에선 패기가 흘러넘쳤다.

"가주를 뵙습니다!"

"장군을 뵙습니다!"

백발노인과 화염정병들은 공수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진국 대장군 진장려(陳長厲)였다.

그는 이미 반보 무조의 경지에 이르렀다.

"아버지!"

진영은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

진장려는 손을 들어 진영을 제지했다.

그는 진남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네가 운이의 벗이냐?"

진남은 진씨 저택의 대문을 지나면서 진장려에게 전음했다.

그래서 진장려도 알고 있었다.

그는 진남을 만나기 싫었던 게 아니었다.

다만, 진불회의 분신이 오늘 진씨 가문에 돌아왔기에 진장려는 진불회를 대면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아버지! 이놈이 사각금동호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대놓고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인이라고 욕했습니다!"

진영은 얼른 진남에게 거짓 죄명들을 뒤집어씌웠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어차피 믿지도 않을 텐데 반박을 위해 심력을 쓰고 싶지 않았다.

"허튼소리는 그만하거라!"

진장려는 진영을 노려봤다.

그리고 다시 무표정하게 진남을 쳐다보며 말했다.

"운이의 체면을 봐서 네가 진씨 저택에서 소란을 피운 것은 이렇게 넘어가겠다. 그리고 진씨 가문과 너의 원한도 이대로 없었던 일로 하자꾸나. 그만 가보거라."

진장려는 진국 대장군이었다.

그는 아들의 성정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보는 안목도 있었기에 진남이 내력이 있다는 것도 알아보았다.

그래서 진남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는 진남을 진씨 저택에 불러들여 손님 대접을 해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진씨 저택에는 더욱 중요한 사람이 와 있었다.

진영은 그 모습을 보자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진영은 진남을 진씨 저택에 끌어들였지만, 혼을 내주지 못해서 분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명령이 있었다.

불만스러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재미있구나. 돌아오자마자 진씨 저택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만날 줄이야! 남주에 새로운 천재가 나타난 것 같구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머리의 사내가 가사를 걸치고 진씨 저택 깊숙한 곳에서 나왔다.

그는 온몸에서 짙은 불광을 풍겼다.

"불회 형님!"

진영은 그를 보자 얼굴이 환해졌다.

"진불회?"

"세상에나, 진불회가 돌아왔어!"

"저분이 전설 속의 진불회 사형입니까? 실력이 진자래 선배 다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아. 진자래 선배님은 남주의 제일 천재이고 진불회 선배님은 제이 천재야. 남주에 온 지도 한참 되었는데 오늘 나타날 줄이야!"

진장려가 나타났을 때 진씨 저택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진불회가 나타나자 진씨 저택 사람들은 난리 법석을 떨었다.

진자래, 진불회 이 둘은 남주의 전설이고 가장 빛나는 천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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