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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20화 (620/1,498)

620화 나를 공격하겠다고?

"나를 물어 죽이겠다고?"

진남은 콧방귀를 뀌더니 물었다.

"진운과 어떤 사이냐?"

"진운? 누나를 알아?"

진영은 경악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무성 경지 오 단계의 무인이 누나와 연관이 있을 줄 몰랐다.

욕설을 퍼부으려던 갑옷을 입은 사내는 깜짝 놀라 욕을 모두 삼켰다.

"네 누나의 면을 봐서 살려주겠다. 꺼져라!"

진남은 표정이 평온했다.

그가 꺼져 라고 외칠 때 보이지 않는 용위가 사각금동호에게 떨어졌다.

사각금동호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마치 무서운 존재를 만난 것처럼 소리를 지르더니, 곧바로 줄행랑을 놓았다.

"소호, 뭐 하는 거냐! 어서 멈춰라!"

진영의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사각금동호는 미친 것처럼 도망쳤다.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한바탕 소란을 떨고 나니 거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거리 사방의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넋을 잃었다.

'좀 전에는 어떻게 된 거지?'

'사각금동호는 무성 경지 육 단계의 존재다. 이 청년은 고작 무성 경지 오 단계인데, 사각금동호가 도망치다니?'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서 다른 거리로 들어갔다.

거리를 거닐면서 그는 양옆의 모든 걸 훑어봤다.

그는 속으로 조용히 거리 아래의 벽돌과 기와, 나무, 꽃과 풀 안의 도의를 느꼈다.

그는 경지가 제압당했지만, 그래도 쉽게 일심이용 할 수 있었다.

그는 성 안의 모든 걸 둘러봤다.

여섯 시진이 지난 후, 진남은 적어도 만 개의 도의를 느꼈다.

"이상하다. 도의들은 매우 난잡하고 아무런 실마리가 없다. 심지어 한 가지 도술에서……."

진남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이렇게 많은 도의를 느꼈으니 단서를 조금은 발견해야 했다.

"음……. 그래도 혹시 수확이 있을지 모르니, 황성 전체를 다 돌아보자."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얼마 못 가 나무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진남은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거리 양옆에 이 층 높이의 나무 건축물이 있었다.

'향루(香樓)'라는 두 글자를 쓴 간판이 걸려 있었다.

글자체가 매우 우아했다.

"어? 이곳의 도의는 좀 기이하구나."

진남은 기이한 점을 발견하고 향루로 걸어갔다.

향루에 들어간 진남은 깜짝 놀랐다.

향루 안에는 상이 진열되어 있었다.

상에는 여러 가지 맛있는 요리들이 가득했다.

주위에 많은 무인들이 고기를 먹고 영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향루는 주루였다.

"뭘 도와드릴까요?"

하인이 진남을 보자 바로 다가왔다.

진남은 첫 번째 층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들어 이 층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이 층으로 가도 되느냐?"

그의 말이 끝나자 하인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시끄럽던 주루는 금술을 친 것처럼 조용해졌다.

술을 마시던 무인들은 모두 의아한 눈길로 일제히 진남을 바라보았다.

'고작 무성 경지 오 단계면서 이 층으로 가겠다고?'

'저 자식……. 살고 싶지 않나?'

'처음 황성에 온 게 분명해!'

"허허,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고작 무성 경지 오 단계가 이 층으로 올라가겠다고?"

조용하던 주루 안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진남을 야유하고 조롱했다.

무성 경지 오 단계를 얕잡아보아서가 아니었다.

황성에서 무성 경지 오 단계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그들은 진남이 무식하다고 생각했다.

남주에는 황실, 진씨 가문, 백씨 가문 삼대 세력이 있었다.

진씨 가문의 가주는 진국대장군(鎭國大將軍)이었다.

삼십만 명의 화염대군(火焰大軍)을 거느리고 많은 천재 제자들을 키웠다.

백씨 가문 가주는 현재 재상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었다.

백씨 가문 가주의 딸은 바로 현재 황후였다.

지금 그들이 있는 이 향루는 바로 백씨 가문 셋째 아가씨가 만든 것이었다.

향루 이 층으로 가는 계단에는 강한 금제, 진법이 가득했다.

죽지 않고 이 층으로 올라가면 백씨 가문의 예우를 받게 될 수 있었다.

하나, 무성 팔 단계의 경지가 안 되는 자가 위로 올라가면 죽을 게 뻔했다.

"죄송합니다. 안전을 고려하여 이 층으로 올라가실 수 없습니다."

하인은 말했다.

그는 진남을 얕잡아본 게 아니었다.

다만, 그의 안전을 위해 막은 것이었다.

"그럼 경지가 충분하면 올라갈 수 있단 말이냐?"

진남은 물었다.

"당연합니다."

하인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백씨 가문 셋째 아가씨께서는 이 층으로 올라오면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접대하라고 하셨습니다. 또 백씨 가문의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 좋다. 해 보고 싶다."

하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은 옅게 웃으며 발끝을 튕겨 계단 앞으로 다가가 위로 올라갔다.

그는 지금은 무성 경지 오 단계였지만 전신의 왼쪽 눈은 여전히 강력했다.

이곳의 금제, 진법을 모두 꿰뚫어 볼 수 있기에 큰 문제 없었다.

하인은 깜짝 놀랐다.

주루의 일 층에 있던 무인들도 깜짝 놀랐다.

'이런 상황에 감히 위로 올라가겠다고?'

'진짜 살고 싶지 않나?'

이때,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진남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낮은 폭발음이 울려 퍼져 강한 진법과 금제가 깨졌다.

"……?"

일 층에 있던 무인들과 하인은 넋을 잃었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뭐야! 고작 무성 경지 오 단계잖아!'

'무성 경지 칠 단계도 죽일 수 있는 금제와 진법이 소용없다고?'

잠깐 사이에 진남은 이 층에 올라가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났다.

"전, 전부 깨졌다!"

나이가 많은 무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무성 경지 팔 단계의 강자들을 많이 겪었다. 이 층으로 올라가려면 누구나 강한 법술을 펼쳐 금제와 진법을 공격하거나 다른 수단을 펼쳐 금제와 진법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저 청년은 한가하게 산보하는 것처럼 바로 올라갔다. 또 진법과 금제를 전부 부쉈다. 이는 무성 경지 구 단계의 고수도 할 수 없을 건데……'

주루 일 층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차리고 숨을 들이켜고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그제야 눈앞의 청년이 절대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인은 깜짝 놀라 넋이 나갔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영패를 꺼내 신념을 전했다.

* * *

향루 이 층.

이 층에는 길이가 사십여 장에 달하는 독실만이 있었다.

방 안은 매우 진귀한 고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방에는 향기가 가득하고 안에 여러 가지 술이 있었다.

벽에는 고화가 가득 걸려 있었고, 가운데는 금색 부들방석이 있었다.

이 층의 독실은 폐관수련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었다.

진남은 부들방석으로 다가가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신념을 펼쳤다.

"향루 안의 나무와 모든 물건에 있는 도의는 확실히 다르구나. 마치 완벽한 도법에서 나온 것 같아."

진남은 생각에 잠겼다.

'왜 이 향루의 도의는 거리의 다른 도의와 다를까? 설마…… 이런 특별한 곳은 도의가 다른 건가?'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향루의 도의를 거의 느꼈으니 진씨 저택, 백씨 저택이나 황실로 가서 자신이 한 생각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뚜벅- 뚜벅-

진남이 독실을 나오자 향루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걸음 소리엔 힘이 있었다.

천군만마처럼 기세가 강했다.

쾅-!

향루의 대문이 벌컥 열렸다.

주루 안의 무인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감히 황성에서 향루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화염갑옷을 입고 살기등등한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모두 열세 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무성 경지 칠 단계였다.

그 뒤로 영기 장포를 입고 표정이 엄숙한 청년이 눈썹이 짙은 사내와 함께 들어왔다.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씨 가문 이공자 진영이잖아?'

'저자가 왜 부하들을 이끌고 여기로 왔지?'

진영은 주위를 훑어봤다.

진남을 발견하지 못하자 크게 소리쳤다.

"샅샅이 뒤져라. 그 자식이 어디 숨었든 반드시 찾아내거라."

"알겠습니다."

열세 명의 화염갑옷을 입은 사내들은 일제히 대답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좀 전의 하인이 다급히 걸어와 말했다.

"진 공자, 무슨 일입니까? 여기는 향루입니다. 여기서는 무력을 쓸 수 없습니다."

짝-!

진영은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고 하인의 뺨을 때리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규정? 나는 진영이다. 내가 너희 셋째 아가씨를 두려워할 것 같느냐?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라. 아니면 너희들을 전부 불구로 만들겠다."

하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영이 자신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줄 몰랐다.

"역시 진씨 가문 이공자구나. 위풍 있어."

이때, 진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지난번에 진운을 생각해서 진영을 봐줬는데, 설마 부하들을 데리고 올 줄 몰랐다.

"응? 너 왜 이 층에 있어?"

진영과 옆에 서 있던 눈썹이 짙은 사내는 고개를 들어 진남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향루의 규칙을 잘 알았다.

'적어도 무성 경지 팔 단계가 되어야 이 층에 올라올 수 있다. 한데, 어떻게 올라갔지?'

"모두 공격하거라! 저 자식을 붙잡아라!"

진영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진남이 어떻게 이 층으로 올라갔는지 또 누나와 어떤 사이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가문으로 돌아간 후 그가 무엇보다 더 아끼던 사각금동호가 완전히 예전의 위풍을 잃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부들부들 떨었다.

진영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는 황성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한 번도 그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화가 나 열세 명의 화염 정예병사를 끌고 와 진남을 진씨 저택으로 끌어가 혼내주겠다고 생각하고 온 것이었다.

"나를 공격하겠다고?"

진남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그는 천황도술을 연마하기 위해 남주 황성에 왔다.

굳이 일을 만들고 싶진 않았지만, 싸우는 건 두렵지 않았다.

"감히 누가 향루에서 함부로 하는 거냐."

이때,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여인이 시위 두 명을 끌고 걸어 들어왔다.

여인은 청삼을 입고 머리를 얹고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서생의 기운이 있었다.

"셋째 아가씨께서 오셨어!"

"볼 만 하겠어."

주루 안의 무인들은 모두 눈빛이 반짝거렸다.

"백씨 가문 셋째 아가씨?"

진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주루 이 층에 올라와서 온 거구나.'

"백청련(白靑蓮), 너 무슨 뜻이야?"

진영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설마 백청련이 올 줄 몰랐다.

"진영 공자, 이분은 우리 백씨 가문의 손님입니다. 진 공자, 저의 체면을 봐서 이번 일은 넘어가 주면 안 되겠습니까?"

백청련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

그녀는 유능한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 향루를 지었다.

진남은 무성 오 단계의 경지로 계단의 금제와 진법을 부쉈다.

비범한 점이 있었다.

인재를 아끼는 그녀는 진남을 자신의 부하로 들이려 했다.

때문에, 그녀는 진남을 위해 나선 것이었다.

"네 체면을 봐달라고? 네 체면을 봐주면 내 체면은 누가 봐주냐? 나는 오늘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화염 정병을 움직였다. 하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반드시 저자를 진씨 저택으로 데려갈 거다. 백청련 이래도 나를 막을 거냐?"

진영은 콧방귀를 뀌더니 영패를 꺼냈다.

영패는 사각형이고 온통 금색이었다.

세 마리 용이 새겨져 있고 용 발은 한데 뭉쳐 반짝반짝 빛나는 '진'자를 받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백청련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진영이 진국대장군의 영패마저 꺼낼 줄 몰랐다.

그녀는 속으로 망설였다.

만약 그녀가 계속해서 참견하면 진영의 미움을 살 뿐만 아니라 진국대장군의 미움을 살 수 있었다.

'저자 때문에 진영과 진국대장군의 미움을 살 의미가 있을까?'

그녀는 고민하면서 진남을 원망했다.

'대체 뭘 하다가 진영의 미움을 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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