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화 남주로
"하하하!"
천황도제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내 도술은 절대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다! 팔천 년 전에 개세기공(蓋世奇功)이 세상을 눌렀을 때 아무도 막지 못했다. 심지어 무신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천황도술은 개세기공을 눌렀다."
천황도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자신감은 뼛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도술에 대한 뿌듯함이었다.
진남은 이런 뿌듯함을 잘 알았다.
전천전지, 무소불전, 무소불능의 오만함과 같았다.
"저자의 말이 맞다. 그가 비록 팔천 년 전에 가장 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도술은 진짜 가장 강했다. 그러니 배우거라."
이때, 구리거울 속의 신비한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선배님, 배우겠습니다. 도술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주십시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천황도제의 오만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그는 이미 결심했다.
"이 도술은 쉽게 얻을 수 있다. 내가 너의 경지를 무성 오 단계로 누르겠다. 남주의 황성으로 가거라. 황성에서 지내면서 스스로 느끼거라.
다만, 언제 완전히 느낄 수 있는지는 확답을 줄 수 없다. 삼 개월이 될 수도 있고 일 년이 될 수도 있고 십 년이 될 수도 있다."
천황도제가 말했다.
"네?"
진남은 얼떨떨했다.
그는 천황도제의 심사가 그의 경지를 누르고 남주 황성으로 가 스스로 느끼는 것일 줄 몰랐다.
어떤 방법으로 그의 자질이나 경지 등을 검증할 줄 알았다.
"왜? 두렵느냐? 나의 천황도술을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 하고 싶지 않으면 강요하지 않겠다."
천황도제는 콧방귀를 뀌며 경멸하듯 말했다.
"선배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이런 기이한 방법은 처음 들어서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두려움?
그는 두려움이 뭔지 몰랐다.
그리고 좋은 기회는 놓치면 다시 오지 않았다.
그는 세상에 둘도 없는 도술이 필요했다.
기회가 앞에 있었다.
설사 앞에 불바다가 있고 깊은 골짜기가 있다 해도 기회가 있다면 그는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 것이었다.
"그렇구나."
천황도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황성에서 천황도술을 느끼면 엄청난 이익이 있을 거다. 아, 도술을 느끼기를 포기하면 이 철편을 찬란한 땅에 도로 가져오거라."
진남은 신도가 있었고, 그분의 삼생겁이지만, 천황도제는 진남이 천황도술을 얻을 거라고 확신하지 않았다.
때문에, 설사 진남이 실패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천황도술을 계승할 사람을 찾아 천황도술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선배님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응. 좋다."
천황도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 복잡한 눈빛으로 구리거울을 바라봤다.
잠시 후 천황도제는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사라졌다.
천황도제의 형상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진남의 신념은 머릿속에서 나왔다.
"남주 황성이라……."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폐관수련하는 진운에게 신념을 전했다.
천황도술은 범상치 않기에 느끼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두 달 후면 제명쟁탈전이 열렸다.
때문에, 그는 제명쟁탈전이 열리기 전에 천황도술을 느끼고 장악해야 했다.
그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진남 오라버니, 우리 황성으로 가시려고요?"
진운은 눈을 뜨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
'진남은 중주 제방의 천재 인물이다. 적어도 제방 서열 백 위 안에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뭐 하러 황성에 가려는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녀는 빠르게 말했다.
"진남 오라버니, 황성에 가려면 이 영패를 갖고 가세요. 여기서 백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옛 제단이 있습니다. 우리 황성에서 백 리 정도 떨어진 곳까지 데려다줄 수 있습니다."
그녀는 진남에게 영패를 건넨 후 황성의 지도, 세력이 분포된 옥간을 진남에게 건넸다.
"이 영패는 저의 개인 영패입니다. 진남 오라버니 황성에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영패를 움직이면 저희 아버지가 도와드릴 겁니다."
진운은 또다른 영패를 건넸다.
"고맙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진운이 준 물건들이 있으면 많이 수월할 것이었다.
진운은 계면쩍어하며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지금 가실 겁니까? 적풍운 등에게 알릴까요?"
"그럴 필요 없다. 너희들은 수련을 계속하거라."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동방 등에게 신념을 전하고는 발끝을 튕겨 하늘로 날아갔다.
진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운은 결심했다.
'나는 이번에 꼭 역천개명에 성공하겠다. 언젠가 진남 오라버니 같은 강자가 될 거야.'
"어?"
진운은 바닥에서 붉은색 옥간을 발견했다.
'이 옥간은 어디서 나타난 거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신념으로 훑어봤다.
옥간 안의 제술을 본 그녀는 넋을 잃었다.
* * *
잠시 후 찬란한 땅의 옛 궁전 삼 층.
"어? 진남 사형이 신념을 보내셨구나. 사형께선 위기를 넘기셨나보다. 이미 찬란한 땅을 떠나셨대."
오동방은 힐끗 보더니 기뻐하며 말했다.
화극무도, 소청청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했던 일이야."
강벽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남이 떠나갔으니 중요한 일을 해야겠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할 거냐? 아니면……."
"아니야, 여기서 헤어지자."
오동방 등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들은 사망도인을 잘 몰랐고, 사망도인은 소문도 너무 나빴다.
"나는 너와 함께 가겠어."
줄곧 아무 말 없던 목목이 말했다.
오동방 등은 깜짝 놀라 말리려다 싸늘한 목목의 표정을 보자 포기했다.
강벽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목목은 총명하구나. 내가 말하는 중요한 일이 사람을 죽이는 거라는 걸 아는구나.'
* * *
삼 주 향의 시간이 지난 후.
창람대륙 남주, 황성에서 몇십 리 떨어진 곳.
휙-!
인형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진남이었다.
진남이 사방을 제대로 관찰하기도 전에 철편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한데 뭉쳐 흰색 용으로 변하여 진남의 체내에 들어오더니 진남의 힘을 가뒀다.
진남의 기운은 무성 오 단계 경지로 눌렸다.
"이렇게 빨리 연마가 시작되었구나. 좀 불편하구나."
진남은 몸을 움직였다.
진남은 철편에서 뿜어져 나오는 봉인을 억지로 뚫을 수 있었지만, 봉인을 뚫으면 수련이 실패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저기가 황성인가?"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먼 곳을 바라보았다.
면적이 넓고 기세가 방대한 금색 성이 우뚝 서 있었다.
황성에서 온 병사들이 무리를 이루어 성 주위를 순찰했다.
'이 성은 좀 이상하구나. 나는 불의와 도의를 느꼈다. 도의는 아마 천황도술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의는 어디서 온 걸까? 설마 진불회?'
진남은 한 가지 생각을 하며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그는 황성에 들어섰다.
성에 들어서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무인들이 안에서 오가서 무척이나 시끌벅적했다.
진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커다란 조각상이 있었다.
조각상은 옅은 불광을 뿜어 사람들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조각상이 바로 중주의 이름 있는 불타 진자래였다.
"진짜 그구나."
진남은 조각상을 보고는 볼을 긁적였다.
남주도 동주와 풍속이 같았다.
강한 천재가 나타나면 반드시 웅장한 조각상을 세웠다.
"남주는 실력이 우리 동주보다 훨씬 강하구나. 무성 정상의 강자가 이미 서른여 명이나 되고 반보무제가 한 명 있고 기타 무성 구 단계, 팔 단계의 강자들은 셀 수 없이 많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황성의 거리와 거리에 있는 돌을 자세히 훑어봤다.
'천황도술이 황성에 있으면 찾을 단서가 있을 거다. 그게 아니라면…… 설마 천황도제는 나더러 성에 앉아 스스로 느끼라는 걸까?'
"응? 재미있구나. 이곳의 벽돌과 기와, 나무, 꽃과 풀은 모두 깊고 옅은 도의를 품고 있다. 도의들은 모두 보통이 아니구나."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천황도술을 느끼라는 건 나더러 이곳의 모든 도의를 느끼라는 건가?'
"아니다. 팔천 년 간 황성을 다녀간 동술이 강한 무인이 나뿐만이 아닐 거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오지 않았어도 이미 누군가는 천황도술을 얻었을 것이다."
진남은 빠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나는 아직 황성에 대해 잘 모른다. 이곳의 모든 물건이 갖고 있는 도의를 느끼는 동시에 황성을 둘러보자. 혹시 뭔가 발견할지도 모르지."
진남은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번의 연마는 전에 폐관할 때와 달리 속세에서 연마하는 것이었다.
그는 마음을 편히 가지고 황성의 모든 걸 체험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켜라, 비켜! 이놈들! 죽고 싶으냐?"
앞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천군만마가 달려오는 것처럼 커다란 거리의 땅이 흔들렸다.
진남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높이가 삼 장이고 넓이가 오 장 남짓한 머리에 뿔이 네 개 나고 두 눈에 금빛이 반짝이는 요호(妖虎)가 호화로운 마차를 끌고 왔다.
요호의 경지는 요성 육 단계에 도달했다.
갑옷을 입고 눈썹이 짙은 사내가 나는 듯이 마차를 몰고 있었다.
눈썹이 짙은 사내의 경지는 무성 일 단계였다.
"사각금동호(四角金瞳虎)다! 진씨 가문의 이공자다! 그가 황성에 돌아왔어!"
"헉, 어서 비키자!"
거리에 있던 무인들은 모두 비켜섰다.
무성 경지 육 단계에 도달한 무인들도 있었지만 막아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남주에서 진씨 가문은 황실 다음으로 횡포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옆으로 비켜섰다.
그는 이런 일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여기 온 목적은 천황도술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이때, 사각금동호가 달리는 동시에 커다란 입을 벌리고 양옆의 무인들을 향해 포효했다.
무인들은 놀라 안색이 창백해졌다.
사각금동호는 남주에서 횡포하게 구는 것이 익숙해져 사람들이 놀라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사각금동호는 마차를 끌고 진남과 반 장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달려왔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진남을 향해 시뻘건 입을 벌리고 소리치려 했다.
진남은 시커먼 눈동자가 싸늘해졌다.
'감히 나에게 포효하겠다고?'
"네 놈이 감히?"
진남은 움직이지 않고 차갑게 한마디 했다.
보이지 않는 위압이 진남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포효하려던 사각금동호는 깜짝 놀랐다.
그는 큰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본능적으로 멈춰서더니 두려움이 가득한 눈길로 뒤로 물러갔다.
"누구냐! 이것이 누구의 마차인지 아느냐?"
마차를 몰던 갑옷을 입은 사내는 이 광경을 보자 소리쳤다.
거리에 있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진씨 가문 이공자와 대드는 무인이 있을 줄 몰랐다.
사람들의 눈길이 저도 모르게 진남에게 쏠렸다.
그러나 그들은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겨우 무성 경지 오 단계잖아? 황성에 처음 오나……?'
황성에서 진씨 가문 이공자를 건드린 사람들 중에 경지가 무성 구 단계보다 낮은 무인들은 화를 피하지 못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고작 무성 경지 오 단계가 내 길을 막느냐? 소호, 물어라!"
마차 안에서 귀찮아 하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씨 가문 이공자 진영(陳榮)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