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화 반제 강자와 맞서다
"이따 얘기합시다."
진남은 강풍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걸 느끼고 망설이지 않고 왼팔을 들었다.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진남은 튕겨 나가며 입가에 피를 흘렸다.
그러나 그는 반동의 힘을 이용하여 발끝을 튕겨 다시 일어서더니 오른팔에서 엄청난 도기를 뿜어 내리쳤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 전신의 오른팔, 보답천하 등을 최대로 움직였다.
오동방 등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진남이 무성 경지의 무인들 때문에 반제 강자의 미움을 살 줄 몰랐다.
'이제 우리는 반제와 싸워야 할 뿐만 아니라 마기 청년 등과도 싸워야 하잖아?'
"저들은 진남의 친구다."
강벽난은 한마디로 설명했다.
그녀의 눈에 기이한 빛이 반짝거렸다.
진남의 행동이 미련하고 유치했지만, 그녀는 왠지 그런 진남이 마음에 들었다.
"하하하!"
마기 청년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진남이 이토록 의리를 중히 여길 줄 몰랐다. 무성 경지의 무인 몇 명 때문에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다니!"
마기 청년 등은 조롱하듯 미소를 지었다.
'진남 등은 견인수 왕에 올라탔기에 빠른 속도로 먼저 신비한 궁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를 따돌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무성 경지의 무인 몇 명 때문에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다니. 진남이 미련하기 짝이 없구나.'
이때, 커다랗고 시뻘건 형상이 궁전 대문을 뛰어나왔다.
형상은 엄청난 살기를 뿜으며 빠른 속도로 진남을 향해 달려왔다.
또 다른 한 명의 반제였다.
오동방 등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진남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그러나 두 명의 반제가 앞에서 공격하고 뒤에는 마기 청년 일행이 있으니 자신들은 틀림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마기 청년 등은 이 광경을 보자 잠시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하늘도 우리를 도와주는구나!'
"갑시다. 여러분, 우리 반제 강자들과 연합하여 진남 일행을 죽여버립시다."
마기 청년은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그가 살기를 드러내자 반제 강자들이 시뻘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소름이 끼쳤다.
마기 청년뿐만 아니라 다른 천재들도 두려움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반제들은 그들에게 참견하면 자신들의 적이 된다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이변이 일어났다.
앞에 있던 궁전이 떨리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궁전에서 용과 봉황의 형상이 날아올라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이건……."
강벽난, 오동방 등과 마기 청년 일행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상이 일어나는 건 지보가 나타난다는 징조였다.
"강벽난, 멍하니 서서 뭐 해? 그들을 데리고 먼저 들어가. 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
진남은 전음했다.
적풍운 등은 그의 친구들이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강벽난, 오동방 등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
강벽난은 잠깐 침묵했다.
그녀는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수많은 흑기를 뿜어 오동방 등을 감쌌다.
오동방 등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들을 끌고 궁전으로 날아갔다.
진남은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그의 체내에서 거대한 기운이 깨어나고 있었다.
'양대 반제면 어떻고, 마기 청년이면 어때! 모든 경지를 드러내 한바탕 제대로 싸우겠다!'
"궁전 안에 지보가 나타날 것 같소. 우리 이렇게 합시다. 진남의 몸에 표식을 남기고 우리 먼저 궁전에 들어가 지보를 얻읍시다. 지보를 얻은 후 다시 와서 진남의 시체를 찾읍시다. 어떻소?"
마기 청년은 눈을 굴리더니 사람들에게 전음했다.
천재들도 미련하지 않았다.
그들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기 청년은 손바닥을 내밀어 조용히 기이한 마기를 뿜더니 진남을 향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진남 도우, 우리는 먼저 간다. 너는 두 반제 강자와 천천히 싸우거라!"
다른 천재들은 또 조롱하듯 웃었다.
"응? 간다고?"
진남은 마기 청년 등의 뒷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는 마기 청년이 남긴 한 개의 마기를 발견하고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흥! 양대 반제가 나를 죽인 후에 와서 내 시체를 거두겠다고?'
"영장님, 우리를 신경 쓰지 말고 가십시오. 양제 반제의 괴물은 우리를 공격하려고 오는 겁니다."
적풍운이 하늘 가득 퍼진 살기를 보며 크게 소리쳤다.
그는 자신들 때문에 진남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진남은 낮게 소리치며 힘을 드러내 적풍운 등을 잡고 빠르게 뒤로 날아갔다.
양대 반제 강자는 그들 뒤를 바짝 따랐다.
양대 반제 강자는 하늘을 향해 소리치며 공격을 펼쳤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 보답천하를 펼쳐 겨우 도망쳤다.
몇십 리 도망친 진남은 더는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적풍운 등을 큰 구덩이에 던지고 금제를 쳤다.
그가 뒷걸음질 친 건 적풍운 등을 잘 숨기기 위해서였다.
아니면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없었다.
이때, 양대 반제 강자가 손을 쫙 펴고 허공을 뚫고 진남의 머리를 내리쳤다.
폭풍같은 강기가 사방에 퍼졌다.
반제 강자들의 손에 맞으면 무조 정상의 강자도 죽을 정도였다.
"무혼, 드러나거라! 무수, 드러나거라!"
진남이 크게 외쳤다.
전신의 혼이 그의 등 뒤에서 우뚝 솟아올라 엄청난 전의를 뿜었다.
다른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도 하늘로 솟아올라 이상무수와 함께 한 줄로 서서 반제 강자들의 손을 막았다.
우르릉-!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사방의 허공이 무너졌다.
양대 반제 강자는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또, 반동의 힘에 몇 발 뒤로 물러섰다.
"죽어라!"
진남은 길게 외치며 오른팔을 폭발해 단천도를 드러내 내리쳤다.
하늘 가득 퍼진 도기를 보자 양대 반제 강자는 싸늘한 기운을 느끼고 순식간에 제술을 드러내 수많은 혈광을 이루었다.
그것들은 영지가 없지만 싸우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무수진건곤(武樹震乾坤), 일도쇄만물(一刀碎萬物)."
진남은 순식간에 결심을 내리고 아홉 그루의 무수로 양대 반제 강자를 꽁꽁 감쌌다.
그는 전신의 혼으로 그것들의 머리 위를 누르고 끝없는 전의로 그것들을 흔들었다.
붕멸의지는 단천도에 모여 붕멸도기(崩滅刀氣)를 이루었다.
양대 반제 강자는 몸을 떨더니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제술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여전히 무수의 속박을 벗어날 수 없었다.
도기가 몸에 핏자국을 내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양대 반제 강자는 상처를 입으니 크게 화가 났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금술을 움직여 몸에서 혈광을 번쩍였다.
그들은 아홉 그루의 무수의 구속을 벗어났다.
진남은 눈을 찌푸리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발끝을 튕겨 위로 날아올랐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 혈광이 번쩍이더니, 방원 십 장의 허공을 전부 덮었다.
양대 반제 강자는 두 마리 미친 짐승처럼 다시 뛰어오며 손과 발을 쓰며 공격을 펼쳤다.
혈광이 하늘을 찔렀다.
그들의 공격은 순서가 없고 허점투성이였다.
미쳐서 자신의 목숨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너희들을 두려워할 거 같아?"
진남은 콧방귀를 뀌더니 물러서지 않고 전신의 왼쪽 눈과 보답천하를 최대로 운용하며 달려들었다.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음이 하늘에 울려 퍼지며 허공이 연거푸 찢어졌다.
양대 반제 강자는 미친 듯한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따라 진남의 공격도 점점 더 세지고 전의도 더 짙어졌다.
전신의 혼은 전천전지, 무소불전, 무소불능이었다.
반제 강자들이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지만, 진남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머릿속에 싸움 생각뿐이 가득했다.
시간이 흘러 양대 반제 강자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진남도 상처를 입고 시뻘건 피를 흘렸다.
고통이 끝없이 밀려왔지만, 그의 눈에 드러난 전의는 전신이 환생한 것처럼 강렬했다.
반면 양대 반제 강자의 붉은색 두 눈에는 두려움이 나타났다.
그들이 방금 펼친 제술은 풍제살인술(瘋帝殺人術)이었다.
생사도, 고통도 모를 정도로 자신을 미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미친 사람을 두려워했다.
싸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이 미칠수록 진남은 더 미쳐 날뛰었다.
진남은 풍제살인술을 펼친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전투의지는 영혼에 스며들어 있었고 뼛속 깊이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천지가 무너지고 위기가 끝없어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크르으으-!
양대 반제 강자는 뭔가 느낀 듯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작게 소리치더니 물러갔다.
그들이 물러가자 진남은 도기를 미친 듯이 뽑아내며 폭풍우처럼 퍼부었다.
양대 반제 강자의 얼굴에 내키지 않던 표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들은 놀란 요수처럼 제술을 움직여 혈광으로 변하여 허둥지둥 도망갔다.
진남은 계속 쫓아갔다.
그렇게 쫓다가, 더 이상은 쫓을 수 없게 되자 그의 전의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천천히 흩어졌다.
"이 자식들!"
진남은 이를 깨물었다.
왠지 가슴이 답답했다.
'이제 재밌어지는데 도망치다니? 맥빠지는군!'
습!
진남은 헛숨을 들이켜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가볍게 비틀거리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의 실력으로 한 명의 반제와 싸우는 건 가능했지만, 두 명의 반제와 싸우는 건 많이 부족했다.
설사 반제 강자들이 영지가 없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이길 수 있었던 건 뼛속 깊숙이 새겨진 오기 때문이었다.
싸움이 끝나 긴장을 푸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고통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조금 회복한 후에야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있는 구덩이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오십시오. 다 갔습니다."
진남은 구덩이 옆에 앉아 금제를 풀고 말했다.
"갔, 갔다고?"
적풍운, 교철, 검존자 그리고 일남일녀는 모두 깜짝 놀랐다.
'방금 그들은 반제 등급의 괴물이었는데……. 진남이 혼자 그것들을 격파했다고?'
"영장님!"
구덩이에서 기어 나온 적풍운은 진남의 창백한 표정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괜찮다."
진남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세 분은 어떻게 만났습니까? 또, 어떻게 찬란한 땅에 왔습니까?"
"영장님이 가신 후 저는 결심했습니다."
적풍운은 빠르게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들은 진남은 그제야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되었다.
적풍운은 분천고국을 떠난 후 중주로 연마하러 갔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교철과 검존자를 만나 그들은 동행이 되어 함께 움직였다.
그들은 나중에 창람대륙의 남쪽에 보물이 있는 걸 발견하고 남주로 왔다.
그러다 남주 황성의 두 제자 진운(陳芸)과 진석(陳石)을 만났다.
그들이 찬란한 땅에 온 건 남주의 황성에서 십 년에 한 번씩 찬란한 땅으로 통하는 통로가 열려 문파 내의 제자들이 찬란한 땅에 들어가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진운과 진석이 적풍운 등을 데리고 찬란한 땅에 들어온 것이었다.
"진운, 진석?"
'제방 삼 위의 불타 진자래가 남주 출신이었던 것 같은데……. 이들도 모두 진 씨인데 혹시 진자래도 황실 제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