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화 찬란한 땅
진남은 몸을 떨고 눈에 신광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평온을 되찾지 못했다.
'기다리라고? 무슨 뜻이지? 시커먼 손은 나를 공격하러 온 게 아닌가? 제어마저 부술 수 있는 시커먼 손은 어떤 신분일까?
……남천신막에 이변이 발생하고 시커먼 손이 나타났다. 어떤 강한 거물이 나를 노리고 있구나!'
진남은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눈길이 사나워졌다.
'나를 공격하지 않으면 나는 절대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한데 감히 나를 공격하다니. 배후의 인물이 아무리 강해도 진상을 알게 되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진남은 결심하고 나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는 강벽난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은 찬란한 땅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늘에는 별빛이 가득했다.
빛은 전혀 눈부시지 않고 부드러웠다.
그들의 사방엔 끝이 보이지 않는 기이한 수림이 있었다.
나무들은 모두 기이하고 모습이 다 달랐다.
찬란한 땅은 겉으로 보기에 다른 금지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진남 도우, 너 단천대제가 남긴 보물과 무야 반신의 전승을 꺼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느냐?"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기 청년이었다.
마기 청년의 등 뒤의 제방 서열 삼십 위 안에 든 천재들도 살기를 드러냈다.
보라색 구역의 천재들도 표정이 변하여 속으로 궁리하기 시작했다.
"무슨 뜻이야? 많은 사람이 모여 진남을 괴롭히는 거냐?"
진남이 말하기도 전에 오동방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그의 뒤에는 소청청, 화극무도, 암름 그리고 차가운 표정의 목목이 서 있었다.
그들은 진남을 보호하려 했다.
"내가 도와줄까?"
강벽난은 진남을 보며 물었다.
진남은 강벽난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체내에서 전혈이 끓기 시작했다.
'신비한 시커먼 손이 나를 공격하고 이 자들도 나를 공격하려는 구나. 그럼 본때를 보여주자.'
"너희들 다섯 명이 우리와 싸우겠다고?"
마기 청년은 귀찮은 듯 말했다.
"여기 있는 많은 천재 중에 우리만 진남을 공격하려는 건 아니겠지? 여러분 우리 연합하여 진남을 죽이고 각자의 재능에 따라 보물을 나눕시다!"
"좋다!"
"맞아. 단천대제가 남긴 보물과 반신의 전승은 응당 다 같이 나눠야 해!"
주위에 있던 천재들은 눈이 반짝이더니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
마기 청년 일행 일곱 명 외에 또 스물한 명의 제방 서열 백 위에서 백오십 위에 든 천재들이 가담했다.
오동방 등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이렇게 많은 천재들의 상대가 못되었다.
"진남, 너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 내놓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십, 구, 팔, 칠……."
마기 청년은 기세를 뿜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주위의 다른 천재들도 체내의 기운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기 청년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공격할 생각이었다.
"진남 사형, 먼저 가십시오. 우리가 뒤에서 엄호하겠습니다."
오동방이 결심한 듯 소리쳤다.
"하하, 고맙다!"
진남은 큰소리로 웃었다.
눈길이 싸늘해지더니 맨 먼저 앞으로 뛰쳐나갔다.
마기 청년 등은 눈을 찌푸렸다.
진남이 이렇게 많은 천재들 앞에 두고 대담하게 먼저 공격할 줄 몰랐다.
'진짜 무모하구나!'
"무혼, 드러나서 전신의 위압으로 눌러라!"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신의 혼을 드러냈다.
엄청난 전신의 위압이 펼쳐져 방대한 산처럼 사람들을 눌렀다.
"천, 천급 오품 무혼?"
마기 청년 등과 오동방 일행은 모두 깜짝 놀랐다.
천급 오품 무혼은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진남의 무혼이 천급 사품이라고 알고 있었다.
'진남이 또 역천개명 했나?'
천재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매우 강한 위압을 느꼈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탄복했다.
무혼을 드러내려던 천재들은 자신들의 무혼을 드러낼 수 없는 걸 발견했다.
그들의 무혼은 떨고 있었다.
"단천대제가 남긴 보물을 원하지 않았느냐? 지금 줄게."
진남의 오른팔이 단천도로 변하여 엄청난 도기를 뿜으며 마기 청년과 스물여덟 명의 천재들을 향해 날아갔다.
순식간에 도기가 폭풍우로 변하여 하늘에 꽉 찼다.
사방이 가득하여 도망갈 곳이 없었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마기 청년 등은 정신을 차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제술을 펼쳤다.
그들은 무혼을 드러낼 수 없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진남 일행 몇 명을 상대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동방, 암름, 소청청 등도 경지를 드러내더니 망설이지 않고 싸움에 참가했다.
"낯선 곳에 오자마자 싸우다니. 유치하구나."
이 광경을 본 강벽난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몸에서 죽음의 기운이 천천히 뿜어져 나왔다.
유치하지만 그녀는 싸움에 참가할 생각이었다.
이때.
쿠쿠쿵-!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머나먼 수림 속에서 울려 퍼졌다.
땅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림 속에서 천군만마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 같았다.
"응?"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발끝을 튕겨 공격을 피하며 뒤를 바라봤다.
"어떻게 된 거지?"
마기 청년 일행도 움직임을 느끼고 신념으로 훑어봤다.
잠시 후, 천재들은 높이가 삼 장 되고 머리에 뿔이 나고 몸에서 성광이 반짝이는 기이한 요수가 미친 듯이 달려오는 걸 발견했다.
요수들은 천여 마리나 되었다.
그중 일곱 마리는 높이가 육 장 되고 더 용맹스러웠다.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이건 어떤 요수지?'
'이것들은 경지가 조금도 없잖아?'
"진남, 이것들은 견인수(牽引獸)야! 이것들을 타면 너를 찬란한 땅의 보물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 거야!"
강벽난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뭐라고? 보물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고?"
천재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찬란한 땅에 떨어졌지만, 지도가 없었다.
아무런 도움 없이 보물을 찾는다면 언제 찾을지 알 수 없었다.
하여 견인수가 안내하는 것은 어둠 속의 빛이나 다름없었다.
"진남, 보았느냐? 저 가장 큰 일곱 마리가 견인수의 왕이다. 저것들을 타자!"
강벽난은 말하며 빠르게 발끝을 튕겼다.
그녀는 흑포를 날리며 견인수 왕의 등에 올라탔다.
견인수 왕은 고개를 쳐들고 길게 소리치더니 속도를 높여 앞으로 뛰어갔다.
진남은 손을 뻗어 오동방 등을 잡았다.
'이번에 뛰어온 견인수들을 타지 못하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다음번 견인수가 나타날지 모른다. 때문에 먼저 보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 있는 천재들은 나중에 혼내줘도 된다.'
"도망갈 생각하지 마!"
정신을 차린 마기 청년 등은 안색이 변하여 제술을 드러냈다.
그러나 진남 등은 이미 견인수 왕에 올라타 속도가 매우 빨랐다.
마기 청년 등은 따라잡을 수 없었다.
"멍하니 서서 뭐 해? 어서 견인수에 올라 추격하자!"
마기 청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크게 소리치며 견인수에 올라탔다.
다른 천재들도 견인수에 올라탔다.
일곱 마리의 왕이 앞에서 달리고 몇십 리 뒤에 견인수 무리가 뒤따랐다.
왕과 견인수들의 속도는 점점 차이가 커졌다.
"저건 용혼초(龍魂草)잖아?"
"헉, 저 갑옷은 예전에 비무대제(飛舞大帝)가 입었던 비무(飛舞) 갑옷 같아!"
오동방 등은 길 양옆의 보물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찬란한 땅은 명실상부한 곳이었다.
진남은 힐끗 봤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한참 후에야 그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먼 수림 속에 팔 층 높이의 옛 궁전이 있었다.
궁전 외벽에는 수많은 신마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별빛이 비치자 신마들은 살아난 것처럼 위엄을 뿜었다.
오동방 등의 눈에도 놀란 빛이 스쳤다.
그들은 멀리서 궁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렸다.
"강벽난은 뭔가 아는 것……."
진남은 강벽난을 힐끗 봤다.
그러나 흑포로 얼굴을 가린 강벽난은 깊은 생각에 빠져 진남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크르르르-!
이때, 큰 포효소리가 궁전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 오동방 등은 궁전을 바라봤다.
새하얀 빛에 휩싸인 형상들이 당황하며 엄청난 속도로 궁전 대문을 빠져나왔다.
"응?"
진남은 얼떨떨했다.
다섯 형상 중에서 세 명이 눈에 익었다.
이들은 바로 예전에 청룡성지에서 봤던 교철, 동주에서 만났던 있는 검존자, 그리고 원래는 적이었지만 나중에 부하가 된 적풍운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여기 있지?'
진남은 의아하여 그들을 훑어봤다.
적풍운, 교철, 검존자 등은 경지가 강하지 않았다.
무성 팔 단계의 경지였다.
다른 일남일녀는 경지가 더 약하여 무성 경지 사 단계였다.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빛은 진남도 꿰뚫어 볼 수 없는 신비한 힘이 있었다.
이때, 엄청난 살기를 띤 붉은색 형상이 궁전에서 뛰어나왔다.
오 장 높이의 붉은색 형상은 온몸에 불끈불끈한 근육이 솟아있었고, 용처럼 구불구불한 핏대가 튀어나와 있었다.
붉은색 형상은 눈이 다섯 개이고 등에 커다란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형상은 반제의 경지에 도달했다.
크아아아-!
붉은색 형상은 포효하며 엄청난 혈권(血拳)을 뿜어 적풍운, 교철, 검존자를 공격했다.
새하얀 빛이 그들을 보호해주고 있었지만, 붉은색 형상의 공격에 밀렸다.
적풍운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궁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반제 강자를 만나다니. 적풍운 등은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찬란한 땅에 있지?'
"저들이 어떻게?"
강벽난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교철과 적풍운을 알았다.
"하하하! 진남, 왜 멈췄느냐? 죽을 준비나 하거라!"
이때, 뒤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마기 청년 등이 나타났다.
그들은 옛 궁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살기등등한 붉은색 형상을 보자 안색이 시커메졌다.
"반제 강자?"
마기 청년 등은 긴장했다.
이때, 반제 강자가 진남 등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적풍운 등을 향해 엄청난 공격을 날렸다.
"진남 사형, 저 반제 강자가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때 빨리 궁전으로 들어갑시다!"
위험에 부딪혔다고 생각했는데 붉은색 형상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자 오동방 등은 기뻐하며 빠르게 진남에게 전음했다.
강벽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적풍운 등을 도와주려면 반제 강자의 공격을 버텨야 할 뿐만 아니라 마기 청년의 공격도 버텨야 했다.
그러면 매우 위험할 것이었다.
그러나 적풍운, 교철, 검존자는 진남과 친분이 있었다.
구하든 말든 진남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다.
"또 도망칠 거냐?"
마기 청년 등은 화를 냈다.
"강벽난, 너 오동방 등을 데리고 먼저 궁전으로 들어가거라. 나는 저들을 구하러 가겠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발을 굴려 뛰어갔다.
그는 적풍운 등을 감싸고 있는 빛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들은 죽을 게 뻔했다.
그가 위험해지는 건 대수롭지 않았다.
이들은 그의 친구였다.
경지가 무성 정도밖에 안 되었기에 그는 그들을 구해야 했다.
"붕멸무수(崩滅武樹), 눌러라!"
이상무수 한 그루가 하늘로 솟아올라 붕멸영역을 펼쳐 반제 강자를 눌렀다.
반제 강자는 위기를 느끼고 낮게 소리치더니 커다랗고 시뻘건 팔을 휘둘렀다.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붕멸무수가 연거푸 떨렸다.
진남도 신음을 흘렸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진남은 이미 예상하고 발끝을 튕겨 반제 강자를 돌아 적풍운 등을 잡았다.
그들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진남?"
"영, 영장님?"
교철, 검존자, 적풍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일남일녀는 어찌 된 영문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이 순간에 누군가 자신들을 구해줄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