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화 얕잡아 보는 거야?
폐관한 지 사십팔일 째 되었을 때 진남의 경지는 크게 돌파되었다.
그의 이상무수인 붕멸무수는 팔 장으로 자라고 무조 경지 팔 단계에 도달했고, 다른 여덟 그루의 전신무수는 육 장으로 커졌다.
여덟 그루의 무수를 드러내지 않고도 그의 실력은 이미 중주에서 상급 수준에 이르렀다.
만약 무수를 전부 드러내면 이십 위 안에 들어가는 건 전혀 문제없었다.
"제방서열전까지 두 달 남짓 남았다. 나의 실력은 아직도 부족하다. 계속 노력해야 해!"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동굴을 떠나지 않고 폐관했다.
또다시 긴 시간이 지났다.
진남은 예전에 여러 유적이나 금지에서 모험하느라 이번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폐관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온갖 기상천외한 무예나 술법이 떠올랐다.
폐관한 지 육십삼일 되었을 때 제방 서열이 다시 한 번 조정되었다.
진남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순위가 오십이 위로 올라간 걸 확인한 그는 어리둥절했다.
'두 달 사이에 나는 천재들과 겨루지도 않았고 전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제방은 내 순위를 십오 위나 높였지?'
"설마 서열이 나보다 높은 천재 열 몇 명이 한꺼번에 죽었나?"
진남은 서둘러 유영루의 영패를 꺼냈다.
이렇게 오랫동안 폐관했으니 그는 하루 동안 쉬면서 중주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려 했다.
이때, 진남의 봉주 영패가 반짝거렸다.
진남은 눈썹을 찌푸리고 영패를 들여다봤다.
구미요제가 말을 전해왔다.
"진남, 신방제명쟁탈전이 시작되었다. 제방의 제어가 중주에 강림한 것이다. 빨리 용제원으로 돌아와 제어(帝漁)에 오를 준비를 하거라."
중주에는 제방과 신방 두 가지 방이 있었다.
신방에는 제명쟁탈전뿐만 아니라 신방쟁탈전도 있었다.
때문에, 반신지국의 천재들은 제방에 참가하지 않았다.
진남은 신방의 제명쟁탈전에 대해선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제어가 뭐지?'
"됐다. 이번 폐관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용제원으로 돌아가자!"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너에게 빚을 졌다."
혼원구광석지령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다음에 다시 만나자."
진남은 큰소리로 웃으며 손을 젓더니, 몸을 날려 잔양성으로 날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유영루에서 소식이 왔다.
그는 빠르게 영패에 신념을 주입하여 확인했다.
유영루의 소식을 확인한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망도인이 제방 오십이 위의 나초(羅超), 오십사 위의 황보문정(皇甫問情), 육십일 위의 백리파(百里破), 칠십구 위의 설비(雪飛) 등 제방 서열 백 위 안에 든 천재 스물세 명을 죽여 대제가 쫓고 있다. 지금 행방불명이다.'
'도천중은 신방 천재와 대결했는데 승부는 모른다. 제방 서열이 오 위로 올라갔다.'
'무인 방상청은 고하산맥(古河山脈)으로 가 천하에 홍수를 일으켰다. 홍수를 이용하여 수련하여 제방 서열이 사십이 위로 올라갔다.'
'마녀 천천과 불타 진자래가 대결했다. 진자래가 지고 마녀 천천은 제방 이 위로 올라갔다.'
'당청산은 제방 서열이 삼십 위로 올라갔다. 도천중을 초월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인 귀화(鬼火)는 역천개명하여 천급 오품 무혼과 반제금신(半帝金身)을 얻어 제방 서열이 육백구십구 위로 올라갔다. 예전의 진남과 비슷해졌다.'
'공포해의 공포대제의 봉인이 있는 곳에 움직임이 느껴진다.'
'반신지국 신방의 제명쟁탈전이 시작되었다.'
'…….'
많은 소식에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사망도인? 강벽난은 왜 이렇게 많은 제방천재들을 죽였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행방불명이라고?'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폈다.
'강벽난은 총명하고 주도면밀하다. 그녀는 공격하기 전에 틀림없이 후수를 준비했을 것이다. 대제 강자의 노여움을 샀다 해도 살아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 그는 계속 영패를 들여다봤다.
그가 폐관한 이 두 달 사이에 중주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몇백 건이나 일어났다.
모두 금지 전승, 서열 변화, 역천개명, 승부 등이었다.
어느 일이나 중주의 무인들의 흥미를 자아낼 수 있었다.
진남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소식만 보고도 머릿속에 기세가 웅장한 천재들이 겨루는 장면이 떠올랐다.
"폐관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진남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폭풍 속에서 풍운을 일으키고 영웅들과 싸우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아 참! 제어가 뭔지 물어보는 걸 까먹었구나."
진남은 빠르게 유영루에 신념을 전했다.
유영루에서 신념이 전해져왔다.
신념을 한참 들여다보던 진남은 드디어 깨달았다.
제어는 매번 제명쟁탈전이 시작되기 전에 나타났다.
제어는 제방의 신물이었다.
내력을 알 수 없고 지금까지 아무도 그것의 오묘함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것은 중주의 한 곳에 강림하여 중주의 사방으로 헤엄쳐가곤 했다.
중주에 있는 무인들은 자신의 경지를 펼쳐 제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제어에 오르는 건 그렇게 쉽지 않았다.
실력이 어느 정도 되거나 기연이 있어야만 오를 수 있었다.
제어에 오르면 제어는 천재들을 태우고 허공으로 들어갔다.
천재들은 여러 가지 훈련에 참가하여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예전에도 제방쟁탈전이 시작되기 전에 많은 천재들이 제어에 올랐다.
일부는 역천개명하고 또, 일부는 천급 팔품 무혼의 기연을 얻었다.
때문에, 제어는 수많은 천재들이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제어는 수련이나 연마와 비슷하구나. 한데, 제방은 왜 제어를 드러내는 거지?"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상관없다. 제어에 올라 여러 천재들과 함께 연마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구나."
말을 마친 진남은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잔양성을 지날 때 그는 일부러 주루에 잠깐 머물렀다.
그러나 주루의 무인들은 제어에 대해 이야기 나눌 뿐 그를 찾아온 혈갈의 사람은 없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궁양을 만나려던 생각을 포기하고 중도성으로 날아갔다.
몇 시진 후, 그는 용제원에 돌아왔다.
봉우리마다 매우 방대한 요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응?"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왼쪽 눈으로 훑어보았다.
요기들은 용제원의 천재 제자들이었다.
"진 사형, 돌아오셨습니까?"
"진 사형, 서열이 높아진 걸 축하드립니다."
"진 사형을 뵙습니다."
그가 인족봉에 돌아가기도 전에 많은 천재들이 그를 발견하고 복잡한 눈길로 인사를 건넸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용제원 제자들이 나를 원망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요족 천재들이 이 정도로 깍듯하게 나를 대하다니?'
"너의 타요봉 덕분에 우리는 사흘이나 고된 훈련을 하고 다들 경지가 돌파했다."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지진이었다.
화지진은 몇 달 사이에 경지가 높아져 제방 십 위에 도달했다.
그의 말을 들은 진남은 모든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머릿속에 장면이 떠오르고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화지진은 마음속의 분노를 누르고 웃으며 말했다.
"진남,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얼마 전에 용제원에서 얼굴을 가린 여인이 너를 찾았다. 너의 친구인 것 같던데 이름이 뭐냐?"
지난번에 급히 헤어졌지만, 얼굴을 가린 여인은 그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 여인이 그에게 이런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때문에 화지진은 참지 못하고 진남에게 물었다.
"그건 왜 묻는 거냐?"
진남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별거 아니야. 친구로 사귀고 싶어."
화지진은 뭔가 생각난 듯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그 여인이 너의 도려야?"
"아니."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화지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도려가 아니면 알려줘도 괜찮잖아? 너 아직도 예전의 일로 나에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이 말했다.
"그녀는 나의 도려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나와 한 침대에서 잤어."
"뭐라고?"
화지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진남은 인족봉으로 날아갔다.
'화지진, 이 녀석. 묘묘 공주를 좋아하다니? 어림없다!'
화지진의 표정을 생각하자 진남은 기분이 좋아졌다.
인족봉을 훑어보던 그는 여덟 구의 해골과 천기견들과 천기서가 모두 사라진 걸 발견했다.
"진남, 너 돌아왔구나. 너 그것들을 찾느냐? 네가 두 달 동안이나 보이지 않기에 내가 밖에 나가서 스스로 연마하라고 했다."
육령용맥이 웃으며 말했다.
진남은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이마를 쳤다.
그는 자신이 수련하는 것만 생각하고 천기견들과 천기서, 소홍 일행을 잊고 있었다.
그것들을 밖에 나가 스스로 수련하게 하는 것도 잘됐다고 생각했다.
이때, 구미요제의 목소리가 용제원 상공에 울려 퍼졌다.
"제어가 강림한다. 용제원의 모든 제방 서열 이천 위 안에 든 제자들은 도장에 모여라!"
구미요제의 말이 끝나자 강한 기운이 여러 산봉우리에서 날아왔다.
"제어가 드디어 왔구나."
"이번에는 천재들이 몇 명이나 참가하여 기연을 얻을지 모르겠구나."
수군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깐 사이에 도장에는 몇백 명의 천재들이 모였다.
몇 달 사이에 용제원의 많은 천재들이 죽었다.
그러나 또 많은 천재들이 일어섰다.
진남은 육령용맥에게 공수하고는 발끝을 튕겨 빛을 뿜으며 도장으로 왔다.
"사형을 뵙습니다."
제자들은 공수하고 인사했다.
진남은 손을 저으며 그들을 힐끗 봤다.
눈에 빛이 스쳤다.
그가 잘 알고 있던 용제원의 내문제자 오동방, 소청청, 암름, 목목, 화극무도 등은 모두 경지가 급등했다.
오동방은 무조 경지 팔 단계에 도달했고, 다른 사람들은 목목이 무조 경지 육 단계이고 나머지는 무조 경지 칠 단계였다.
오동방은 체내에 방대하고 신비한 힘이 꿈틀거렸다.
기연을 많이 얻은 게 분명했다.
"진남!"
진남을 본 오동방은 흥분되어 전의를 뿜으며 말했다.
"드디어 돌아왔군. 이따 제어에 오른 후 겨루어보고 싶다."
그동안 그는 진남을 목표로 미친 듯이 수련했다.
그는 지금 역천개명하고 천급 오품의 요수혈맥을 가졌고 제방 서열이 육십삼 위에 도달했다.
소청청, 암름, 화극무도 등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들은 오동방처럼 강하지 못하지만 제방 서열이 백 위 안에 들었다.
그들은 타요봉이 없는 진남과 겨루면 삼 할 정도의 이길 확률이 있었다.
목목만은 표정이 싸늘했다.
진남은 옅은 미소만 지었다.
"나를 얕잡아 보는 거야?"
오동방은 낮게 소리쳤다.
"나도 이제는 제방 육십삼 위야. 겨뤄도 꼭 진다고 할 수 없다고."
다른 천재들은 이 광경을 보고도 눈에 빛을 반짝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도 오동방의 실력으로 진남을 상대하는 건 문제 없고, 설령 진다고 해도 너무 비참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너를 얕잡아 본 적 없다. 기회가 되면 우리 겨뤄보자."
진남은 여전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은 혹시 나의 진짜 실력이 제방 오십이 위 정도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두 달 동안 폐관하여 싸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동방이 기어코 싸우겠다면 어쩔 수 없지.'
"체!"
오동방은 콧방귀를 뀌더니 속으로 결심했다.
'제어에 오르면 진남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지금의 오동방은 예전과 다르다는 걸 보여줄 거야.'
"다들 조용하거라."
이때, 구미요제의 형상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