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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11화 (611/1,498)

611화 아직은 때가 아니다

윙-!

청동수정관이 뭔가 느낀 듯 보이지 않는 힘을 뿜어 고관을 꽁꽁 감쌌다.

시커먼 화염도 빠르게 타올라 사방을 휩쓸었다.

궁전도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보간은 진남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조보간에서 뿜어져 나온 보이지 않는 힘은 장벽에 부딪히자 미친 듯이 앞으로 공격하여 끝내는 시커먼 화염과 궁전 안의 보이지 않는 힘을 뚫었다.

"……연황지령을 낚을까?"

진남의 머릿속에 더 엄청난 생각이 떠올랐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네 번 정도 낚을 수 있겠다. 마지막에 연황지령을 낚을지 말지를 결정하자!"

진남은 중얼거리며 몇백 개의 보물, 부적, 단약에 시선을 돌렸다.

그는 빠르게 회색 조롱박을 발견했다.

조롱박에는 몇 개의 보라색 용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이 어떤 보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진남은 직감적으로 조롱박이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롱박을 낚은 후 그는 깃털과 눈동자 모양의 단약을 낚았다.

"마지막이다!"

진남은 시커먼 문을 힐끗 봤다.

문 안의 힘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모르겠다. 길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낚자!"

진남은 결심했다.

그는 다시 조보간을 던졌다.

보이지 않는 힘이 시체에 떨어졌다.

조보간은 천하지보를 낚을 수 있고 이론적으로 신기도 낚을 수 있었다.

연황지령은 연황전장의 영성으로, 보물의 한 가지이기에 이론적으로는 낚을 수 있었다.

이때, 노란색 유포를 감은 시체의 시커먼 눈에 선홍색 빛이 두 개 떠올랐다.

매우 강력한 기운이 대전을 휩쓸었다.

"아차!"

진남은 보답천하를 써 검은색 대문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그는 검은색 대문과 거리가 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왼발이 문을 넘었을 때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덮었다.

간발의 차였다.

그는 미처 반항할 새도 없이 보이지 않는 힘에 끌려 문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고 검은색 대문이 사라지는 걸 보고만 있었다.

"왜? 나의 보물을 세 개나 가져가고는 이대로 가려고?"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전의 온도가 빠르게 낮아지고 바닥에 서리가 깔렸다.

"어……. 선배님……?"

진남은 난감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끼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수정관 뚜껑이 천천히 열렸다.

노란색 유포를 감은 시체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시체는 진남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의 보물을 낚은 건 그렇다 치자. 마지막에 나도 낚으려고 했지? 너 간이 부었구나."

"흠흠……."

진남은 멋쩍어하며 헛기침했다.

그는 기침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연황지령은 전력이 나의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절대 상대가 안 된다. 다른 도망칠 방법을 생각해야 해.'

"선배님, 진짜 죄송합니다. 좀 전에는 제가 경솔했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시체는 손을 젓더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보물을 낚은 건 따지지 않겠다. 네가 나를 낚으려 한 것도 따지지 않겠다. 그러나 이곳을 떠나려면 석청범처럼 검은색 비석에 너의 종문과 이름을 남겨야 한다. 그자보다 더 깊게 새겨야 한다."

"종문과 이름을 남기면 갈 수 있습니까?"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노란색 유포를 감은 시체가 그를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요구가 이렇게 간단할 줄이야.

"아, 비석에 글자를 새기는 게 어려운 건가?"

진남은 빠르게 깨달았다.

'검은색 비석이 지보인가 보구나. 보통 사람이 비석에 글자를 남기기 매우 어려운가 보다.'

"어서 해 봐라, 시간을 조금 주겠다."

시체가 말했다.

"좋습니다!"

진남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빠르게 왼팔을 들어 힘을 모아 검은색 비석을 찍었다.

펑-!

큰 폭발음과 함께 진남의 왼손이 튕겼다.

검은색 비석은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역시!"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바로 전신 제일 식, 전자무쌍을 드러냈다.

그의 기세가 빠르게 높아져 전의가 정상에 도달했다.

노란색 유포를 감은 시체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진남에게 이렇게 강한 전의가 있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은 것 같았다.

"열어라!"

진남이 크게 외치자 오른손 손끝에서 파괴적인 도기가 검은색 비석을 향해 날아갔다.

단천도의 칼날은 세상 만물을 벨 수 있었다.

단천도의 도기가 비석 삼 촌 되는 곳까지 들어갔다.

드드득-!

진남이 팔을 움직이자 걸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가 글을 쓰는 걸 방해하는 것 같았다.

단천도의 도기는 진남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참 후 그는 비석에 글자를 다 새겼다.

'용제원 인족봉 봉주 진남'

"빠르게 비석에 삼 촌 깊이의 글자를 새겼구나. 대단하다."

시체는 말투가 여전히 담담했다.

"그러나 너는 아직 갈 수 없다. 나를 도와 '선(仙)' 자를 새겨달라. '선' 자를 새긴다면 네게 엄청난 조화를 주겠다."

"선 자요? 엄청난 조화를 준다고요?"

진남은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이맛살을 찌푸렸다.

'문파와 내력을 쓰라고 하더니 지금은 또 '선' 자를 쓰라고 하다니. '선' 자를 쓰면 조화를 이루게 하겠다고? 선 자를 쓰면 연황지령도 뭔가 얻을 수 있나? 아무리 봐도 좀 이상하다…….'

"좋습니다. 써드리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길게 들이쉬더니 오른팔을 천천히 단천도로 변화시켰다.

'석청범도 비석에 내력과 이름을 새겼다. 그러나 선 자는 보이지 않는다.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석청범이 새기지 못했거나 아니면 시체가 석청범에게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가능성이든 선 자는 새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베거라!"

진남은 크게 외쳤다.

단천도에 엄청난 도기가 솟아올라 커다란 검은색 비석을 향해 날아갔다.

펑 하는 큰소리와 함께 도기가 이십 촌 되게 박혔다.

진남은 팔목을 움직여 도기를 붓으로 삼아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ㅅ'을 썼을 때 엄청난 저항이 맹수처럼 몰려왔다.

진남은 커다란 산이 도기가 전진하는 걸 막는 것 같았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연황지령도 처음으로 표정이 흔들렸다.

선홍색 빛을 뿜는 눈은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 기대하는 것 같기도 했다.

"붕멸의지!"

진남은 손목을 떨었다.

붕멸의지가 순식간에 도기와 하나로 뭉쳐졌다.

도기가 더욱 시커메져 계속 글을 썼다.

쿵-!

그의 도기가 조금 움직일 때마다 큰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방대한 강기가 대전을 휩쓸었다.

진남이 글을 쓰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계속 조금씩 썼다.

받침 'ㄴ'의 마지막 획을 그어 '선'자를 완성하려는데 눈부신 빛이 시커먼 비석에서 뿜어져 나왔다.

눈부신 빛에 대전이 새하얘졌다.

진남은 마음이 서늘해져 고개를 들었다.

어디에서 온 지도 모르는 천지의 힘이 그의 머리 위에 모여 수라, 강시, 악마, 해골 등으로 변했다.

그것들은 흉악한 살기를 풍기며 진남을 공격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선 자를 썼을 뿐인데 하늘의 노여움을 샀나?'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진남은 바로 체내의 붕멸무수를 드러내 천지를 눌렀다.

가까이 다가온 악마나 수라 등은 모두 산산조각 났다.

"감출 거 없다. 너에게 아홉 그루의 무조의 나무가 있는 걸 알고 있다. 너의 경지를 전부 드러내 선 자를 쓰거라. 만약 선 자를 쓴다면 너는 엄청난 조화를 이룰 것이다."

뒤에 서 있던 시체가 말했다.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연황지령이 아홉 그루의 무수에 대해 알고 있구나. 그렇다면 연황전장에서 있은 일을 연황지령이 모두 알고 있겠다.'

그러나 진남은 위험을 느끼지 못했다.

연황지령이 그를 죽이려고 공격한다면 그의 지금의 경지로는 이길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잠깐 망설이더니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선 자가 도대체 어떤 묘한 용도가 있는지 보고 싶었다.

"무수, 드러나거라!"

진남이 길게 소리치자 그의 등 뒤에 나머지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가 동시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엄청난 전의를 뿜어 대전 전체를 흔들었다.

그의 뒤에 서 있던 연황지령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전에 아홉 그루의 무수를 본 적 있었다.

아홉 그루의 무수는 남달랐다.

그는 흥분되었다.

'이 청년은 선 자를 쓸 수 있을까?'

"부숴라!"

진남은 아홉 그루의 무수의 힘을 전부 단천도에 모아 아래로 그었다.

속도가 매우 느렸지만 칼날은 여전히 앞으로 움직였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진남의 칼날이 조금 움직일 때마다 그의 머리 위의 천지의 힘은 더 커졌다.

다행히 아홉 그루의 무수의 위력이 엄청나 천지의 힘을 전부 막았다.

'조금 남았다!'

진남은 속으로 외쳤다.

그의 의지는 활시위처럼 팽팽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단천도는 마지막 획을 그을 수 없었다.

이 광경을 본 연황지령은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는 걸 느끼고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르릉-!

시커먼 비석에서 반동의 힘이 폭발하여 진남이 쥐고 있던 단천도를 튕겼다.

진남은 눈을 찌푸리고 빠르게 왼팔을 들어 앞을 막았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튕겨 나갔다.

방금 그가 새겼던 마지막 한 획을 긋지 못한 '선' 자가 빠르게 사라졌다.

한데 모였던 천지의 힘도 바람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조용해졌다.

"역시 쓰지 못했구나……"

연황지령은 저도 모르게 한탄했다.

"선배님, 진짜 죄송합니다. 저는 선 자를 쓰지 못하겠습니다."

진남은 벌떡 일어나 아홉 그루의 무수를 거두고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선 자를 쓰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네 탓이 아니다."

연황지령은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너는 아홉 그루의 무수가 있어서 무도규칙을 초월했고 체내에 많은 비밀이 있다. 내가 본 천재 중에서 가장 비범하다. 다만, '선' 자를 쓰기가 너무 어려울 뿐이다."

"선배님,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선' 자를 쓰면 어떻게 됩니까?"

진남은 떠보듯 물었다.

"별거 아니다. 이 세상에는 신선이 없다. '선' 자를 쓰게 되면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선' 자를 쓰지 못하는 건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연황지령의 말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선홍색 눈으로 대전을 지나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너 아느냐? 이 세상은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를 모두 안에 가뒀다. 아쉽다. 아쉬워. 팔천 년 전의 그녀도 이 감옥을 부수지 못했지."

진남은 몸이 떨리고 마음속에 파문이 일었다.

그는 또 팔천 년 전의 그 여인이란 말을 들었다.

'그 여인은 대체 누굴까?'

'세상에는 신선이 없다', '세상은 감옥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진남은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세상에는 신선이 없다는 무슨 뜻이지? 세상은 감옥이라는 말은 또 무슨 뜻이지?'

연황지령은 돌아서더니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용제원 봉주 진남이라고 했느냐? 너와 같은 천재를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 부디 나중에 내가 대도를 이루었을 때 네가 죽지 않았기를 바란다."

진남은 이해하지 못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걸 너에게 주마. 언젠가 내가 너에게 도움을 청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연황지령이 손을 젓자 옥병이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옥병 안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들어있었다.

진남은 물방울을 훑어봤지만 기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가거라."

연황지령이 말했다.

진남이 대답하기도 전에 기이한 힘이 진남을 감싸고 사라졌다.

진남은 자신이 전송되어 떠날 때 왼팔에 찬 붉은색 팔찌에 옅은 빛이 반짝인 걸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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