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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07화 (607/1,498)

607화 운이 참 좋소

"도망가!"

허무노인, 진후, 남궁위 셋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들은 지옥전천룡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법보와 부적들을 펼쳐 몸을 감싸고 허공으로 숨었다.

"도망가려고?"

진남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는 왼쪽 눈으로 허공을 뚫어보고 단천도를 꺼냈다.

그리고 수많은 전의와 붕멸의지를 칼끝에 모아 힘껏 휘둘렀다.

쿵-!

허공에서 연신 폭발음이 들렸다.

"진남, 이 나쁜 놈아!"

세 개의 목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졌다.

"봉인을 풀자."

진남은 악귀 팔시 봉인을 전부 풀었다.

'이 사람들은 함께 있고 다치기까지 했어. 그러니 이번 기회에 셋 다 해결하자!'

이때, 커다란 용발이 진남의 머리 위를 힘껏 내리쳤다.

진남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서 붕멸영역을 드러냈다.

펑-!

진남의 서 있는 땅이 갈라지고 틈이 주변으로 뻗어 거미줄 같았다.

붕멸영역은 세상의 모든 것을 소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남의 붕멸무수는 무조 육 단계밖에 되지 않기에 힘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옥전천룡의 용발이 뿜는 힘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발을 다치게 할 수 없었다.

"아홉 개의 무수는 전부 모습을 드러내거라!"

진남은 크게 외쳤다.

그의 등 뒤로 여러 갈래의 빛들이 번쩍였다.

붕멸무수가 가운데 있고 다른 여덟 개의 전신의 나무는 양쪽에 늘어섰다.

전황고림의 위쪽에는 순식간에 전의가 격렬하게 들끓었다.

그것들은 왕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여덟 개의 전신의 나무로 모여들었다.

"진압하라!"

진남은 손을 휘둘렀다.

아홉 개의 무수가 뿜은 수많은 제술 의지들이 서로 엉켰다.

모여든 전의는 지옥전천룡을 힘껏 눌렀다.

쿵-!

사방의 땅이 부서지고 지옥전천룡은 커다란 구덩이 속에 진압당했다.

그는 온몸에 상처가 벌어지고 피를 흘리며 생기를 잃었다.

원래도 중상을 입었기에 공격을 막지 못했다.

"후……."

진남은 한숨을 내쉬며 아홉 개의 무수를 불러들였다.

이번 싸움에서 그는 힘을 많이 소모하지 않았다.

하지만 허무노인, 진후, 남궁위 같은 강자들을 상대하느라 심력을 많이 소모했다.

빠르게 영기를 들이킨 진남은 정신이 회복되자 지옥전천룡을 살폈다.

"아쉽다. 지옥전천룡은 영지를 가지고 있지만 온전하지 않구나.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미쳐 날뛰다니. 그것만 아니라면 좋은 탈것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문득 그의 눈에 빛이 번쩍였다.

그는 용의 시체를 들었다.

용의 피나 용 비늘 등 용의 모든 것들이 진귀한 보물이었다.

특히 용의 경지가 높을수록 그것들은 더욱 가치가 있었다. 그러니 진남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 * *

연황전장.

난장판이 된 땅 위쪽 허공이 부서지더니 세 그림자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허무노인, 진후, 남궁위였다.

진남이 허공에서 휘두른 공격은 그들을 다치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을 감싸고 있던 부적의 힘과 법보의 힘이 부서졌다.

"나는 이렇게 큰 수모를 당해본 적이 없다!"

진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의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왔다.

남궁위도 표정이 어둡기 그지없었다.

허무노인은 이를 갈며 말했다.

"우선 회복하고 다시 죽이러 가자!"

"그래!"

진후와 남궁위는 동시에 주먹을 꽉 쥐었다.

* * *

전황고림.

진남은 왼손에 커다란 용의 시체를 들고 오른손에는 광한화를 낚은 조보간을 들고 다시 산골짜기로 돌아왔다.

"너 지옥전천룡을 죽였어?"

묘묘공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바로 해명했다.

그는 지옥전천룡을 죽인 공로를 아까워하지 않고 허무노인 등에게 돌렸다.

묘묘공주는 재미있어하며 은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로 연신 웃었다.

"마침 잘 됐다."

묘묘공주는 눈알을 굴리더니 영패를 들고 신념을 전했다.

"진남, 광한화는 내가 가져갈게."

그녀는 손을 휘둘러 보이지 않는 천지의 힘으로 광한화를 감쌌다.

그리고 그녀는 납계에서 나무통을 꺼냈다.

"이게 뭐야?"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무통은 '운소고목(雲霄古木)'이라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나무만으로도 가치가 엄청나고 중주에서 보기 드물었다.

진남은 운소고목 통에서 순수하고 방대한 힘을 느꼈다.

통 안은 신기하기 그지없었는데 전신의 왼쪽 눈으로도 뚫어볼 수 없었다.

"이건 순원상선주(純元上仙酒)야. 약원의 장로가 삼 년 동안 공들여 만든 건데 마지막 재료인 광한화를 첨가해야 완벽하게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지."

묘묘 공주는 입가에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을 함께 마시자고 너를 찾아온 거야!"

"순원상선주?"

진남은 깜짝 놀랐다.

유실약원의 장로는 엄청난 등급이었다.

그런 사람이 삼 년을 공들여 만든 술이라면 가치가 대단했다.

'공주가 나를 찾아온 게…….'

진남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는 공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그녀는 항상 앞에 나서서 막았다.

좋은 물건이 생기면 또 이렇게 달려와서 나눠주었다.

"왜 그렇게 봐?"

묘묘공주는 얼굴이 상기되어 눈을 부릅떴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진남은 말을 더듬었다.

그는 부끄러워서 말을 돌렸다.

"월광동이 그렇게 신비하다는데 우리 들어가 볼까?"

"그래, 또 다른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묘묘공주는 눈을 반짝거리고 손뼉을 쳤다.

그녀는 광한화를 운소고목 통에 넣으며 말했다.

"한 시진 후, 순원상선주가 완성될 거야. 아직 시간이 있으니 먼저 월광동에 가보자."

둘은 월광동으로 향했다.

동굴에 들어서자 진남은 눈 앞에 벌어진 장면에 깜짝 놀랐다.

동굴은 길이가 팔십 장이고 높이가 칠십 장이며 넓이가 삼백여 장으로 무척 넓었다.

동굴 안에는 많은 보물 조각들과 시체 조각들이 있고 바닥은 수정 같았는데, 그 위에 이상한 형태의 보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동굴의 가장 안쪽에는 높이가 삼 장이 되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바위는 온통 노란색이었고 부드러운 빛을 뿜었다.

덕분에 동굴에 있는 모든 것들이 평범하지 않게 보였다.

마치 달빛 아래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달빛의 순수한 아름다움이었다.

"이건 혼원구광석(混元九光石)이야. 강자가 실패한 후에 연황전장의 의지와 결합하면서 변한 것이다."

묘묘공주는 기뻐서 말했다.

"진남, 너 혼원구광석의 힘을 빌어 수련하면 경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크게 될 거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너는?"

"에이, 나는 유실 약원의 후계자인데 이것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느냐? 어? 너 그건 무슨 눈빛이냐?"

묘묘공주는 짐짓 화를 내며 진남을 바라보았다.

"아니다. 너는 유실 약원의 후계자이니 필요 없겠지."

진남은 속으로 웃었다.

그는 혼원구광석이 공주의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아냈다.

"와, 이건 풍화대겁령(風火大劫令)이잖아? 이 보물의 조각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묘묘공주는 진남을 무시하고 눈을 반짝거리며 바닥에 널린 보물들을 살폈다.

진남은 보물들을 훑어보았지만,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는 혼원구광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바위 안에는 어떤 힘이 자라고 있었는데, 형언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그래서 주변에 광한화 같은 천지영약이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진남은 혼원구광석이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

갑자기 진남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강한 기운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설마 허무노인 등이 구원병을 찾아 다시 찾아온 것일까?'

진남은 돌아서서 왼쪽 눈으로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흑룡 통령이 부하들을 데리고 산골짜기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뭘 두려워하느냐? 빨리 오너라!"

묘묘공주는 동굴 입구로 가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흑룡 통령 일행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들은 심호흡하며 용기를 불어넣고 빠르게 날아왔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묘묘공주가 그들을 불러들여 죽게 할까 봐 두려웠다.

이곳은 전황고림의 깊숙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산골짜기에 들어서자 월광동 입구에 있는 묘묘공주를 발견하고 살짝 넋이 나갔다.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공주는 달의 여신 같았다.

"이, 이건 지옥전천룡입니까?"

한 강자가 목소리를 덜덜 떨며 물었다.

흑룡 통령 일행은 소리를 따라 쳐다보고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그들은 지옥전천룡을 잘 알고 있었다.

지옥전천룡이 힘을 전부 폭발시키면 반제 강자보다도 더 강했다.

'그런 지옥전천룡을 죽였다니?'

"공주, 이들은 왜 불렀어?"

진남은 궁금했다.

공주는 웃더니 바로 굳은 표정으로 바꾸고 말했다.

"한 시진 내에 용을 구워서 익히거라. 맛도 있어야 한다. 제대로 못 하면 나한테 혼날 줄 알아!"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공주가 그들을 부른 게 그런 목적일 줄은 몰랐다.

진남은 속으론 기대되었다.

그는 비록 맛있는 음식에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용 고기는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반제 등급의 지옥전천룡이었다.

"네, 네!"

흑룡 통령 일행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제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묘묘공주를 바라보았다.

묘묘공주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이미 알아봤지만, 실력이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다.

"뭣들 하느냐? 빠르게 움직이거라!"

흑룡 통령은 돌아보며 호통을 쳤다.

강자들은 흩어져서 적화술(赤火術), 류도술(柳刀術) 등을 술법들을 펼쳐 지옥전천룡을 익숙한 솜씨로 손질했다.

그들은 평소에서도 보물을 찾고, 고기를 먹고, 여인을 찾는 것들을 즐겼기에 이런 작업이 익숙했다.

"진남, 상의할 게 있어. 잠깐 나가 있을래?"

묘묘공주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없이 나갔다.

그가 동굴에서 나오자 강한 금제가 입구를 막았다.

동술과 신념을 막는 금제라 안을 볼 수 없었다.

'공주는 뭐 하려는 걸까?'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흑룡 통령 일행을 바라보았다.

지옥전천룡을 요리하려면 불만 지피면 되는 게 아니었다.

여러 수단을 사용하여 맛을 보장하는 동시에 고기에 있는 영력이 사라지지 않게 해야 했다.

진남은 여러 가지 새로운 술법들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자네는 묘묘 공주와 어떻게 알게 됐소?"

흑룡 통령은 한참 머뭇거리더니 진남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통령인 그는 눈치가 빨랐다.

묘묘공주는 그들에게 십 년 동안 충성을 다하라고 했지만, 그녀의 실력으로 그들을 필요하지 않았다.

흑룡 통령이 살펴본 데 의하면 공주의 본심은 진남에게 충성하라는 것 같았다.

"오래전에 알았소."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운이 참 좋소."

흑룡 통령은 부럽고 질투가 났다.

진남은 제방 구십육 위의 천재이고 단천대제가 남긴 물건을 가지고 있지만 통령이 보기에 아직은 애송이 천재였다.

묘묘공주처럼 아름답고 내력이 대단한 여인에게서 그런 대우를 받는 진남을 어떤 사내라도 질투할 것이다.

진남은 웃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때, 용의 시체에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옥전천룡의 혼이 육체에서 분리되어 날아올랐다.

그는 시뻘건 눈으로 흑룡의 무인들을 둘러보며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비천하고 보잘것없으며 뻔뻔한 인간족들아, 감히 내 육체를 건드리다니, 오늘 다 죽었어!"

흑룡 강자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용의 혼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지만, 반제 강자의 위압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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