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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03화 (603/1,498)

603화 지금은 그럴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진남과 묘묘공주는 연황전장을 떠나 중도성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크게 싸우려고 준비했던 진남은 따라오던 '꼬리'가 전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의아했다.

다음 날, 둘은 중도성에 도착했다.

네 번째 날.

창람 대륙 동주의 푸른 하늘에 진남과 묘묘공주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났다.

묘묘공주의 말대로 진남이 동주에서 왔을 때 엄청난 힘이 솟아올랐다.

무제 강자도 그 힘 앞에서는 빛이 바랬다.

진남은 미리 기운을 거두어 무성 경지 정상급으로 낮추었다.

그러자 그 힘도 사라졌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진남은 사방의 낯익은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실 금의환향이라는 말에 대해 비교적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그는 원래 제명 쟁탈전에 참가하고 제위에 올라 이름을 날린 후 당당하게 돌아오고 싶었다.

"공주, 가자!"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그는 이미 살계를 펼칠 준비를 끝냈다.

진남과 공주는 분천고국으로 날아갔다.

시국이 바뀌어 분천고국은 이미 동주의 제일 세력이 되었다.

진남과 친한 주벽화, 분천황제 등 강자들 외에도 수많은 무성 강자들이 나타났다.

그 외에도 수많은 청년들이 부상했다.

무도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진남은 구름층 꼭대기에서 왼쪽 눈으로 성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에 수상한 사람은 없어."

진남이 말했다.

"응, 나도 발견 못 했어."

묘묘공주는 천지의 힘을 거두고 큰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하역으로 돌아갈 거야? 아니면 저들에게 먼저 물어볼 거야?"

그녀가 말하는 저들은 분천황제 등을 가리켰다.

진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저들과 한가롭게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다.'

두 사람은 곧 하역으로 출발했다.

몇 시진 후 그들은 드디어 하역에 도착했다.

진남은 여기저기 알아보고 소식을 얻었다.

며칠 동안 하역에는 별다른 큰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진남은 그제야 안심했다.

아버지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하역에 폭풍우가 휘몰아쳤을 것이다.

그러니 진남의 아버지는 지금 안전했다.

지금 하역은 여러 세력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현령종은 여전히 가장 큰 세력이었다.

현령종은 다른 세력의 성장을 막지 않았다.

그리고 진천은 종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진남의 옛 친구들조차도 하역에서 발전하지 않고 동주로 갔다.

진남은 일찍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

황용 등은 자부심이 강한 자들이라 자그마한 하역에서 평생을 보내려고 하지 않았다.

"현령종에 가보자."

진남은 공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공을 찢고 현령종으로 내려갔다.

지금의 현령종은 산문이 크고 영기가 짙었는데 수많은 제자들이 무예를 연마하고 있었다.

진남이 다가가 한 청년을 잡고 물었다.

"진천 종주는 어디에 있느냐?"

"왜 그러십니까?"

청년은 진남에게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경계하며 슬며시 손에 부적을 쥐었다.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선노, 황용, 소냉, 초운, 소경설과 잘 아는 사이이다."

청년은 깜짝 놀랐다.

그는 곧 반응했다.

선노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세상의 일에 관심을 끊고 숨어 살았다. 현령종의 제자들 외에는 아무도 선노의 존재를 몰랐다.

'이 청년은 진짜 사숙의 친구인 것 같아.'

"선배님, 조금 전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청년은 황급히 말했다.

"진천 종주는 이제 현령종에 없습니다. 하역과 동주를 돌아다니고 있어서 정확한 행방은 저도 모릅니다. 아니면 임수성에 가서 찾아보십시오."

"임수성?"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포권하며 말했다.

"고맙다."

그와 묘묘공주는 허공으로 뛰어들어 임수성으로 향했다.

청년은 두 사람이 허공을 뛰어넘는 신통한 재주가 있을 줄은 몰랐다.

청년은 문득 방금 만난 자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설마…….'

그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하역의 전설, 그가 다시 돌아온 거야?'

* * *

임수성.

임수성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훨씬 방대해지고 무인들도 많아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하역의 전설이자 동주의 전설인 진남이 태어난 곳이라 그를 숭배하는 무인들이 모여들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진남은 성 중앙에 거대한 조각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쩜 곳곳에 네 조각상이 있느냐? 못생겼어!"

묘묘공주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왼쪽 눈으로 성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는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진천은 진씨 가문에 있었다.

그러나 진씨 가문은 예전과 달리 보이지 않는 금제로 가득 둘러싸여 있었다.

이런 금제는 무성 정상의 강자가 와도 막을 수 있었다.

'설마 분천 황제 등이 도와준 것일까?'

진남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생겼다.

그는 공주와 함께 진천이 있는 가주 대전으로 날아갔다.

"그들 셋은 어떻게 되었느냐? 내가 보기엔 세 아이 모두 훌륭한 인재인데……."

진천은 철삼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진천과 철삼은 진작에 무종 경지를 돌파했다.

그러나 무혼의 한계 때문에 그 이상은 돌파하지 못했다.

"아버지!"

진남의 눈에 설렘이 드러났다.

그는 중주에서 풍운을 일으키는 인재가 되었지만, 아버지를 보자 여전히 설렜다.

진천과 철삼은 고개를 들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안색이 밝아졌다.

"소주!"

"이놈아, 어떻게 오늘 돌아왔느냐?"

진천이 크게 기뻐하더니 곧 정색하고 혼냈다.

"무도의 길은 걷기 시작하면 뒷걸음질 치면 안 된다. 자꾸 집을 그리워한다면 언제 정상이 될 수 있겠느냐? 너……."

진남은 욕을 먹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마땅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철삼은 웃음이 줄지 않았다.

"아저씨, 제가 진남에게 오자고 졸랐어요. 그러니 혼내지 마세요."

"응? 묘묘공주? 자, 이리 와서 앉으세요."

진천은 공주를 보자 안색이 바로 변했다.

그는 딸을 대하듯이 자상하고 화기애애하게 말했다.

"묘묘공주, 중주는 어떻습니까? 이놈이 공주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습니까? 우리 아들 성격은 제가 잘 압니다. 소처럼 고집이 세니 공주께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진천이 수다스럽게 말했다.

묘묘공주도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아주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는 때때로 고개를 끄덕이고 때때로 살갑게 아저씨라고 불렀다.

진천은 얼굴이 상기되고 웃음소리가 호탕했다.

"흠흠, 아버지."

진남은 기침하며 물었다.

"요즘 수상한 일이 없었습니까?"

진천은 그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혹시 중주에서 무슨 미움을 샀느냐?"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서른여 개의 이성 세력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면 진천은 무척이나 걱정할 게 뻔했다.

"네가 온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겠구나 하고 짐작은 했다."

진천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며칠 동안 임수성에 낯선 자들이 여럿 나타나 진씨 가문을 살피더구나. 그런데 어느 날 신비한 무인 한 분이 나타나 그들을 전부 죽였다."

"신비한 무인이요?"

진남은 눈빛이 서늘해졌다.

이어 그는 깜짝 놀랐다.

"아버지, 혹시 그 신비한 무인을 본 적이 있습니까?"

진남이 물었다.

"그는 진씨 가문에 찾아와 요즘 외출하지 말라고 당부하더구나. 그리고 자신은 용호동천에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오겠다고 했다."

진천은 진남에게 말했다.

"그분은 네 친구겠지? 진씨 가문을 도왔으니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진남과 공주는 눈이 마주쳤다.

둘은 어안이 벙벙했다.

'용호동천?'

용호.

진남의 기억 깊숙이 남은 이름이었다.

용호는 여색을 좋아하고 파렴치하며 낯짝이 두꺼웠다.

사람 모습으로 변하면 이마에 커다란 혹이 두 개 생겨 우스웠다.

다만, 한 사건으로 진남과 용호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음……. 알 것 같다. 공주, 아버지와 함께 있어. 나는 볼일 좀 보고 올게."

진남은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대전에서 나온 진남은 날아서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는 진씨 가문을 내려다보았다.

"전신지의, 단천도, 이곳에 녹아들어 안전하게 보호하거라."

진남은 나지막이 외쳤다.

그는 몸 안에 있던 전신의지와 단천도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금제에 주입했다.

금제들은 떨리더니 기묘한 변화가 생겼다.

진씨 가문 주변을 거닐던 무인들은 온몸에 한기가 돌아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들은 이유는 모르지만 진씨 가문이 변한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두려웠고,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의지, 가거라!"

진남은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가락을 튕겼다.

정혈 두 방울이 날아갔다.

이것은 다른 정혈과는 달리 그의 의지 등이 녹아있어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위험에 처하면 두 방울의 정혈은 엄청난 힘을 뿜을 것이었다.

진남은 손을 크게 휘두르자 정혈은 진천과 철삼의 몸에 들어갔다.

다만 외부인은 알아차릴 수 없었다.

"아직 부족해!"

진남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체내의 의지를 조절하였다.

그는 신념을 움직여 의지를 따로 뽑아냈다.

이건 제부와 같았다.

의지를 따로 꺼내는 것이었다.

진남은 의지를 그들 몸에 그대로 주입했다.

의지를 진천과 철삼 그리고 일부 원로들에게 주입한 진남은 그제야 안도했다.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의지를 분리하는 일은 힘을 많이 소모했다.

"이젠 사람을 보내더라도 아버지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진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상대방이 무성 경지의 강자를 보낸다면 분리된 진남의 의지는 충분히 그를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단을 사용하여 동주의 영을 속인 후 무조 강자나 무제가 직접 나선다면 또 무연각으로 막을 수 있을 터였다.

무연각은 행방이 묘연했지만, 진남의 가족을 돌봐주고 있었다.

덕분에 진남은 걱정이 없었다.

진남은 굳이 온 것은 무존이나 무성 강자들까지 무연각이 상대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지 두 시진이 지나자 진남은 회복을 마쳤다.

그는 진씨 가문에 들어갔다.

그는 급히 떠나지 않고 묘묘공주, 진천, 철삼과 저녁 식사를 같이했다.

평범한 음식과 평범한 술이었지만 진남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 어떤 것도 비교할 수 없었다.

"진남, 너는 사내다. 그러니 공주를 잘 보호해줘야 한다. 그럼 우리 두 늙은이도 걱정할 게 없다. 이후에는 밖에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진천의 당부를 들으며 진남과 묘묘공주는 저녁 무렵 진씨 가문을 떠났다.

한 가지 걱정거리를 해결하자 진남은 많이 홀가분해졌다.

그는 문득 묘묘공주의 하얀 팔목에 옥팔찌가 늘어난 것을 보고 물었다.

"왜 이런 팔찌를 끼고 있어?"

진남이 의아해하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옥팔찌는 최상의 백옥으로 만들었고 많은 법진을 새겨 넣어 귀중했다.

하지만 중주에 가면 이 정도 팔찌는 전혀 가치가 없었다.

"뭐가 이런 팔찌야?"

묘묘공주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팔을 흔들며 팔찌를 보더니, 저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

"이건 아저씨가 준 거야. 평범해 보여도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아버지가 줬어?"

진남이 어리둥절했다.

'이건 무슨 상황이야?'

진남은 신경을 온통 무예를 연마하는 게 집중했지만, 멍청하지는 않았기에 눈치챌 수 있었다.

진남은 고개를 돌렸다.

그는 공주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자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고 생각을 날려 보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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