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화 뭐가 그리 급해?
"역시 삼대 제자구나."
흑룡 통령 일행은 눈을 반짝거렸다.
많은 보물로 진남을 상대하니 분명 이길 수 있을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나도 풀려날 수 있겠어."
흑룡 통령은 혼잣말을 하며 몰래 제술을 움직였다.
그는 비록 삼대 제자와 연합을 했지만 삼대 제자를 믿지 않았다.
삼대 제자가 진남을 죽이고 그들이 여전히 풀려나지 못하면 단천 보물은 그가 가질 수 없었다.
바로 그때.
"무조 나무 모습을 드러내라!"
진남이 낮게 외치자 붕멸무수가 나타나서 바닥에 떨어지며 엄청난 붕멸의지를 드러냈다.
붕멸 영역이 순식간에 먹물처럼 번졌다.
펑-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대전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죽었나?"
곽무룡 등 삼대 제자는 뚫어지게 쳐다봤다.
흑룡 통령 일행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곧 안색이 변했다.
수많은 불빛이 흩어지자 법보들과 부적 등이 빠르게 녹아내렸다.
마치 불을 만나 녹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어떻게 해도 진남의 반 장 이내로 접근도 하지 못했다.
"이런……."
사람들은 저도 몰래 숨을 들이켰다.
'저건 대체 무슨 제술이야?'
'진남은 무조 경지 육 단계 이상일까?'
"수단을 전부 사용했느냐? 그럼 이제 내 차례다."
진남은 삼대 제자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붕멸영역을 벗어나 단천도를 세 사람의 목을 겨누어 휘둘렀다.
서늘한 기운이 삼대 제자의 마음속에서 터졌다.
그들은 겁에 질렸다.
삼대 제자는 잘 알고 있었다.
막아내지 못하면 죽음이었다.
"제부를 사용하자!"
곽무룡이 반응 빠르게 외치며 부적을 꺼냈다.
다른 두 제자도 그를 따라 부적을 꺼냈다.
셋은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부적을 부쉈다.
삼대 제자의 마지막 수단이었다.
원래는 계속 숨기고 싶었지만, 이제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쿵-!
세 개의 제광이 반짝이자 세 개의 커다란 형상이 대전에 떠올랐다.
제위가 폭풍우처럼 대전을 휩쓸었다.
삼대 제자의 부적은 일반 진전제자의 제부가 아니었다.
비범도제가 정혈로 만든 제부만큼은 아니고, 그것보다 조금 힘이 적은 정도였다.
"어떤 놈이 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하는 게냐?"
세 대제의 형상이 허공에 우뚝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호통을 쳤다.
그들의 목소리는 우레처럼 사람들 귀를 먹먹하게 했다.
"이름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저는 진남입니다!"
진남은 차갑게 웃었다.
삼대 대제의 허영을 마주하고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그가 훌쩍 날아오르자 무조 나무도 그 뒤를 따랐다.
붕멸의지가 밀려오며 단천도와 하나가 되어 베었다.
'대제의 의지면 어때? 똑같이 베어버릴 거다!'
삼대 제자와 흑룡 통령 등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진남이 배짱이 크기로서, 설마 대제의 허영을 공격할 줄 몰랐다.
"진남? 네놈이었구나! 죽어라!"
곽릉대제와 다른 두 대제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더니 곧 크게 화를 내며 손을 내리찍었다.
엄청난 힘이 폭발하여 진남의 도의와 부딪혔다.
쿵-!
두 힘이 부딪히며 강기가 터졌다.
진남의 도의는 산산조각 났다.
남은 진기가 진남을 덮치자 그는 왼팔을 들어서 막았다.
진남은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그러나 그는 물러나기는커녕 발끝을 차며 다시 솟아올랐다.
"고작 의지 따위가 나를 죽이려고?"
진남은 신념을 움직여 악귀 봉인을 풀었다.
그의 등 뒤로 전신의 나무 네 개가 솟아올랐다.
"……다섯 개의 무수?"
세 대제의 형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곽무룡 등 제자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묘묘공주는 표정이 진지해지고 시선이 날카로웠다.
'다섯 개의 무수? 무도 규칙을 초월한 거야?'
"진압하라!"
진남은 손을 휘둘렀다.
다섯 무수는 일자로 나란히 서서 의지를 폭발하더니 세 대제를 진압했다.
둥-!
대전은 마치 커다란 망치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
세 대제의 크고 웅장한 그림자는 다섯 무수의 공격에 눌려 바닥에 엎드렸다.
조금 전까지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세 대제는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강대한 칼날이 그들의 몸을 스쳐 지나가며 의지를 박살 냈다.
"이제부터는 너희들이다."
진남은 삼대 제자를 돌아보았다.
곽무룡 등은 겁에 질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들은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방금 벌어진 일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진, 진남! 뭐 하는 거냐? 우리를 죽이면 우리 아버지가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중주를 다 뒤집어서라도 너를 죽이려고 쫓아다닐 거야. 우, 우리를 살려주면 어떤 조건이라도 다 들어주마……."
곽무룡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이 그들의 신분을 생각해서 목숨을 살려주는 것이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진남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지, 진남!"
곽무룡은 정신이 무너져서 비명을 질렀다.
"우리 아버지가 하역에 사람을 보냈다! 네가 나를 죽인다면 진씨 가문도 멸망하고 네 아버지 진천도 죽을 거다. 너……."
"뭐라고? 하역에 사람을 보냈어?"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래!"
진남이 물러날 기미가 보이자 곽무룡은 희망이 보여 얼른 말했다.
"우리는 이미 네 뒷조사를 했다. 그래서 사람을 하역에 보냈지. 네가 우리를 죽인다면 아버지는 네 가족을 공격할 거다! 네가 우리를 풀어준다면 어떤 요구든지……."
진남의 평온하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그의 두 눈에서 엄청난 분노가 드러났다.
중주에 온 이후 진남은 지금처럼 화가 났던 적이 없었다.
가족은 그의 역린이었다.
'이놈들이 나를 압박하기 위해 내 가족을 공격하다니!'
"죽어!"
진남은 단천도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 * *
같은 시각, 중주 창우궁.
"누구냐? 대체 누가 감히 내 아들을 죽인 게냐!"
곽릉대제는 표정이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는 엄청난 살기를 풍겼다.
"누군지 알아내면 반드시 가문을 멸망시키겠다!"
그의 분노에 대전이 흔들렸다.
연황전장에서 벌어진 일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가 보낸 의지나 분신은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긴 하지만 독립적인 개체로 본체와 생각이 통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의지나 분신이 어디에서 죽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곽릉대제는 비범대제처럼 정혈로 의지나 분신을 만들었지만, 그저 힘의 파동만 느낄 수 있었다.
"명령을 전하거라. 둘째에게 빨리 창우궁에 돌아오라고 하거라."
곽릉대제는 심호흡을 하고 신념을 전했다.
곽릉대제는 화가 났지만 곽무룡이 죽었으니 창우궁 궁주로서 방향을 다시 조절하고 제자를 다시 임명해야 했다.
그는 아들이 여럿 있었다.
곽릉대제 뿐만 아니라 다른 두 이성 세력의 대제들도 엄청나게 화를 냈다.
그들은 사람을 보내 사건을 조사하게 하는 한편 제자를 다시 임명했다.
중주에서 삼대 제자가 죽은 것은 큰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삼대 대제가 사건을 일부러 은폐하는 바람에 아는 사람들이 극히 적었다.
* * *
연황전장, 청동 궁전.
흑룡 통령 일행은 넋이 나갔다.
그들은 진남이 삼대 제자를 전부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삼대 제자를 죽이다니! 대제들이 알면 어떤 신분인지를 막론하고 엄청난 미움을 받을 텐데…….'
"나보다 먼저 무도 규칙을 초월하다니, 역시 내가 정성스레 키운 보람이 있어!"
묘묘공주는 눈을 빛내며 진남을 살폈다.
그녀의 말투에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진남은 말없이 흑룡 통령 일행을 바라보았다.
흑룡 통령 일행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삼대 제자도 감히 죽이는데 우리라고 죽이지 못할까?'
"진남, 이들은 죽일 필요가 없다. 나에게 이들을 길들일 수 있는 수단이 있다. 네가 무도 규칙을 초월한 일이나 저 세 놈을 죽은 일을 절대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할 수 있어. 한 글자라도 폭로하면 바로 죽거든."
묘묘공주는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진남을 막았다.
흑룡 통령 일행은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를 길들인다고?'
'왜 동물을 길들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흑룡 통령 일행은 반항하려고 했다.
그들은 잔양성에서 위엄을 떨치던 강자들이었다.
길들여져서 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이 훑어보자 그들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길들여지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었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언젠가 이 신비한 여인과 상의해서 자유를 회복할 수도 있었다.
"그럼 이들은 너에게 맡기마. 공주, 나는 분천고국에 다녀와야겠다."
진남의 단천도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오른팔로 변했다.
'여러 세력들이 내 가족을 노리고 있으니 가봐야겠어.'
"뭐가 그리 급해?"
묘묘공주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창람대륙에서 강한 힘을 가졌다고 함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줄 알아? 무조 경지의 강자들은 동주에 갈 수 없다. 그들이 동주에 간다고 해도 제 힘을 눌러야 들어갈 수 있어. 대제 급의 강자들도 마찬가지야. 함부로 했다가는 동주의 영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어."
"동주의 영?"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문득 생각이 났다.
무량종의 비악무조가 중주에서 그를 죽이려고 왔다가 잠깐만 머물고 돌아간 일이 있었다.
"네 체내에 어떤 불안정한 힘이 있다. 우선 그 힘을 안정시킨 후 내가 같이 가줄게."
묘묘공주가 말했다.
"응?"
진남은 바로 반응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살폈다.
방금 악귀 팔시 봉인을 풀고 무수를 드러낸 것 때문이었다.
악귀 팔시 봉인은 다시 회복이 되기 시작했다.
단천대제는 진남이 봉인을 풀 것을 알았기에 다른 수단을 한층 더 배치했다.
"반 주 향이 탈 동안만 기다려줘."
말을 마친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봉인을 회복하고 심신을 조절했다.
동주의 영이 있다고 하지만 진남은 여전히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일을 다 처리하면 너부터 혼내줄 거야. 감히 나에게 명령하다니……."
묘묘공주는 진남을 향해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녀는 흑룡 통령 일행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과 상의하고 싶은 게 있는데 들어보겠느냐?"
흑룡 통령 일행은 저도 몰래 몸서리를 쳤다.
공주의 아름다운 미소가 그들 눈에는 악마처럼 비춰졌다.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진남은 체내의 악귀 팔시 봉인을 회복하고 여덟 무수를 봉인했다.
누구도 못 알아볼 정도였다.
묘묘공주는 흑룡 통령 일행과 합의를 보았다.
묘묘공주는 그들에게 극독이 들어있고 영성이 있는 약을 먹였다.
그들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거나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극독이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
"다들 듣거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 보물을 찾아놓거라. 만약 못 찾으면 너희들은 재수가 없다는 게 뭔지 알게 될 거다."
묘묘공주는 호통을 쳤다.
그녀는 흑룡 통령 일행에게 내장에 가서 보물을 찾아오라고 시켰다.
그러면 그녀가 돌아왔을 때 힘을 들이지 않고 지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하, 가자."
묘묘공주는 진남의 곁에 다가가 찬란하게 웃었다.
방금 흑룡 일행을 대하던 때와 사뭇 달랐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래쪽으로 출발했다.
"이런 빌어먹……."
흑룡 통령은 이를 악물고 '빌어먹을 여인'이라고 욕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다른 강자들은 그 모습을 보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도 욕설을 내뱉고 싶었지만 참았다.
"보긴 뭘 봐? 공주 말을 못 들었느냐? 얼른 가서 보물을 찾아오거라!"
흑룡 통령은 통증이 가라앉자 포효했다.
그는 마음속에 무기력함이 가득했다.
지금은 공주의 말대로 잘 따라야 비참한 처지를 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