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화 아, 큰일 났다!
"도천중은 영아암전에서 볼 수 있구나! 어떻게 한 거지?"
신방 천재는 애가 타서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럴 수가! 왜 이렇게 강한 거야! 신방 천재와 화지진 둘 중 누가 실력을 감춘 거지?"
도천중은 기분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큰일이군! 내가 강자의 목표물이 되다니! 도천중일까? 신방 천재일까? 그것도 아니면 화지진? 설마 삼대 제자?"
"에잇, 이 사람은 나와 원한이 있는 자인가? 왜 나를 물고 놓지 않지? 대체 누구야!"
"상대방은 나를 볼 수 있구나! 큰일이다!"
천재들은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들은 보지도 못하고 알아볼 수도 없었다.
그저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안중에도 두지 않던 진남이 도장을 전부 제압하는 걸 알면 그들은 깜짝 놀랄 것이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진남은 어둠 속 악마처럼 천재들을 숨도 못 쉬게 제압했다.
그들이 아무리 비장의 수를 사용해도 진남을 털끝도 다치게 할 수 없었다.
이윽고…….
"시간이 되었다!"
시커먼 사람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울려 퍼졌다.
"시간이 됐다고?"
진남은 서서히 걷히는 어둠을 보며 망설이지 않고 붕멸의지를 손에 모았다.
그가 손바닥을 흔들자 몇십 개의 빛들이 신방 천재와 도천중 등에게 날아갔다.
펑-!
천재들은 몸을 흠칫했다.
여러 방어 제술들이 전부 무너진 것을 보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드디어 어둠이 전부 걷히고 도장은 환해졌다.
진남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빠르게 도장을 살폈다.
화지진은 참담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삼대 제자는 얼굴이 멍들고 옷이 찢어져 볼품이 없고 제자의 품위가 온데간데없었다.
신방 천재와 도천중 등은 큰 상처를 입었는지 얼굴이 창백했다.
"누구냐? 도천중! 자네가 우리 셋을 돌며 공격했소?"
곽무룡은 화가 잔뜩 나서 도천중에게 따졌다.
한 시진 동안 세 제자들이 겪은 수모는 평생 잊을 수 없었다.
"도천중, 신방 천재, 실력을 이렇게 깊이 감췄을 줄 몰랐습니다. 제가 반드시 알아내서……."
화지진은 목소리가 미약했지만, 한기가 가득했다.
"이런! 도천중, 네가 공격한 건가? 네가 공격한 거 맞지?"
"화지진이 아니면 저 둘 중 한 명이다!"
다른 천재들은 도천중과 신방 천재를 화가 나서 노려봤다.
둘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살기가 가득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도천중, 너를 과소평가했어! 네 놈이 그런 재간이 있을 줄이야!"
"모른 척하기는. 네가 신방 천재이고 천급 육품 무혼을 가졌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아?"
양대 천재는 날카롭게 대립했다.
시커먼 사람이 없었다면 둘은 이미 싸웠을 것이다.
도장은 살기가 가득했다.
신방 천재, 삼대 제자와 다른 제자들은 방금 벌어진 일들이 도천중이 벌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천중은 신방 천재가 모든 일을 벌였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진남은 아예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만하거라!"
그때, 시커먼 사람이 호통쳤다.
엄청난 위압이 사람들의 마음을 압박했다.
신방 천재, 도천중은 가슴이 떨려서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시합은 끝났다. 이제 이긴 사람을 선포하겠다."
시커먼 사람은 담담하게 말했다.
신방 천재와 도천중 등은 긴장되어 표정이 변했다.
그들은 싸움에서 완전히 제압되었기에 이길 가능성이 적었다.
화지진과 삼대 제자는 안색이 더 어두웠다.
그들은 전혀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상품은 무야 전승과 단천대제가 남긴 상자였다.
그들은 보물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천중,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했다. 이 다섯 번째의 상자를 주마. 반신지국의 천재도 잘했다. 너에게는 네 번째의 상자를 주마."
시커먼 사람은 손가락을 튕겨 네 번째, 다섯 번째 상자를 신방 천재와 도천중의 손에 떨궜다.
도천중과 신방 천재는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보물을 얻었으니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시커먼 사람의 반응을 보니 그들은 이 위, 삼 위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일 위는 누구일까?
"설마 화지진? 설마 실력을 숨긴 걸까?"
도천중과 신방 천재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도장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일 위는……."
시커먼 사람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진남이다! 진남이 일 위를 했다. 남은 상자는 전부 진남에게 주겠다!"
그는 팔을 휘두르더니 남은 다섯 개의 상자를 전부 진남에게 날려 보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진남은 기뻤다.
그는 그제야 시름이 놓였다.
모든 것들을 얻었으니 싸움에서 최선을 다한 보람이 있었다.
도천중은 어안이 벙벙했다.
신방 천재도 어안이 벙벙했다.
화지진과 삼대 천재 그리고 다른 천재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천중이 아니었어?'
'신방 천재도 아니고 화지진도 아니었어?'
'진남이라니?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진남은 고작 무조 오 단계다. 한데, 영야암전에서 일 위를 할 줄이야!'
'진남이 네, 다섯 경지를 뛰어넘어 천재들을 전부 제압했어?'
'불가능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무야 선배님,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 고작 진남이 어떻게 우리를 전부 제압한다는 말입니까? 이건 분명……."
화지진은 어디서 난 용기인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펄쩍 뛰었다.
"맞는 말입니다!"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다른 천재들도 덩달아 입을 열었다.
"그래?"
시커먼 사람은 그 모습을 보자 손가락을 튕겨 광막을 만들었다.
광막에는 진남이 타요봉으로 화지진을 때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제방 십삼 위인 화지진은 본체로 변한 후에도 반항도 못 하고 얻어맞으며 비명을 질렀다.
장면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그제야 진남은 시름을 놓았다.
그의 추측이 맞았다.
무야반신은 진남이 아홉 그루의 무조 나무를 가진 사실을 폭로하지 않았다.
"이, 이게……."
화지진은 충격을 받고 뒷걸음질 쳤다.
그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아무렇게나 죽일 수 있을 것 같던 진남이 자신을 반격할 힘도 없게 만든 신비한 천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흡-!
신방 천재, 도천중, 삼대 제자 그리고 다른 제자들은 저도 몰래 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안중에 두지도 않고 신경도 쓰지 않았던 진남이 이런 엄청난 힘을 가졌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러분!"
진남은 앞으로 나서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양보해줘서 고맙소!"
짧은 한마디였다.
다만, 겸손이 아니라 경고였다.
진남은 제방 삼백일 위였지만, 신방 천재나 도천중 같은 천재들을 만나도 역전할 수 있고 실력으로 모두를 제압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전신의 후계자 진남의 진짜 실력이었다.
그는 모든 천재들과 싸움으로 우열을 가렸다.
그때, 커다란 도장이 가볍게 떨리고 주변의 공간에 금이 갔다.
금은 빠른 속도로 퍼졌다.
"응?"
진남은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설마 반신의 무덤이 무너지려는 걸까?'
"너희들은 가거라!"
천재들이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시커먼 사람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엄청난 힘이 천재들을 밖으로 전송했다.
옛 진법이 펼쳐지더니 놀랄 새도 없이 밖으로 전송되었다.
"반신지국 사람들은 반드시 조사하러 올 거다. 그래서 나는 자리를 옮기려고 반신의 무덤을 망가뜨리는 거다."
시커먼 사람은 진남의 궁금증을 알아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무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말했다.
"이 목걸이를 받거라. 그리고 십 년 후, 나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주어라."
시커먼 사람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파란색 목걸이를 진남에게 건넸다.
"좋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밀었다.
그때 화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체 어쩌자고 그러는 거냐?"
화가 잔뜩 난 시커먼 사람이 멀리서 뛰어왔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시커먼 사람이 둘이나 있을 줄 몰랐다.
그러나 진남은 곧 둘을 구분할 수 있었다.
방금 나타난 사람은 마른 우물에 있던 자였다.
"썩 꺼지거라!"
목걸이를 건넨 시커먼 사람이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느냐? 그런데 그녀는 나를 배신했다. 나는 하마터면 그녀 손에 죽을 뻔했다! 그런데 너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느냐? 왜?"
"너……."
쫓아 온 시커먼 사람은 머뭇거리더니 화가 나서 말했다.
"어찌 됐건 그녀에게 보복하면 안 된다!"
촤르륵-!
목걸이를 건네던 시커먼 사람이 손을 휘두르자 검은 소용돌이가 생겨 쫓아 온 시커먼 사람을 삼켰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된 거지? 방금 살펴본 데 의하면 두 시커먼 사람은 모두 무야반신인 것 같던데?'
"잘 간직하거라."
시커먼 사람은 목걸이를 진남의 손에 놓았다.
"선배님, 방금……."
목걸이를 받은 진남은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시커먼 사람은 손을 휘두르더니 진남을 내보내려고 했다.
진남이 거의 사라질 때 그는 이어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내 사랑하는 마음이 변한 것이다. 그를 베야 나는 무신이 될 수 있다."
'사랑하는 마음을 베야 한다고?'
진남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밖으로 내보내졌다.
* * *
같은 시각, 무우해 깊숙한 곳.
여러 장로들은 반신의 무덤에 이상한 변화가 생긴 걸 알아차리고 무우선을 타고 그곳에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하자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콰쾅-!
구리 대문 안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몇십 리 떨어져 있어도 귀가 울리고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옛 대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문이 부서지려는 건가?'
'누군가 전승을 얻었다는 건가?'
장로들은 가슴이 떨렸다.
슉-!
그때, 검은 소용돌이가 무우선에 나타나더니 그 속에 들어갔던 천재들이 하나둘 떨어졌다.
신방 천재, 도천중, 화지진과 다른 천재들 그리고 천기견들과 천기서, 해골 소홍, 진불회 등도 있었다.
진남은 그들보다 조금 늦게 떨어졌다.
"반신의 무덤이 곧 무너진다. 얼른 배를 몰고 떠나자!"
검문의 장로가 크게 외쳤다.
여러 장로들은 천재들에게 상황을 물어볼 새도 없이 최선을 다해 무우선을 움직였다.
무우선은 용처럼 심해에서 솟아올랐다.
속도는 올 때 비해 열 배는 더 빨라진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들은 해면에 떠올랐다.
그때, 심해에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로들이 내려다보니 바다 밑의 빛은 오색찬란하게 변하여 매우 현란했다.
한 이성 세력의 장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대처해서 다행이었다.'
"누가 전승을 얻었느냐?"
"려아(麗兒), 너 전승을 얻었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작은 사제는? 설마 죽은 거냐?"
장로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천재들에게 상황을 물었다.
"이놈아, 얼른 도망 안 가고 뭐 하느냐?"
이때,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상자 중 하나에 담긴 단천대제의 의지였다.
"도망가라고? 아, 큰일 났다!"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보물을 얻는 건 쉽지만 지키는 건 쉽지 않았다.
여러 세력들은 누가 전승을 얻던지 서로 빼앗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무야 전승과 단천대제가 남긴 상자에 대해서는 서로 안면몰수하고 빼앗을 게 뻔했다.
게다가 화열 장로도 진남의 적이었다.
"가자!"
진남은 놀란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해골 소홍을 감고 보답천하를 펼치며 빛으로 변하여 배에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