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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87화 (587/1,498)

587화 나는 죽은 게 아니다

"아차!"

진남은 안색이 확 변했다.

그는 서둘러 금인을 움직여 몸을 보호했다.

끝없는 흑기가 바로 휘몰아쳤다.

금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옅은 금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꽤 흐른 뒤 흑기의 충격이 완전히 사라졌다.

진남은 천천히 한숨을 쉬고 금인을 거두더니 문 안쪽을 바라봤다.

암홍색 흙길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많은 사람이 들어왔던 것 같았다.

진남은 왼쪽 눈으로 두 번 훑어보고는 흙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금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우- 아- 우- 아-

얼마쯤 갔을까, 길 앞쪽에서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노랫소리였다.

다만, 노랫소리가 묘한 게, 영원히 두 개 음만 중복되었다.

깊게 들어갈수록 노랫소리가 점점 커졌다.

무엇 때문인지 진남은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살짝 슬퍼졌다.

"대단한 노랫소리구나."

진남은 몸을 떨며 정신을 차리고 정신을 빠르게 집중했다.

그는 지금까지 무도심을 연마하여 전신 위압의 세례도 받았다.

진작에 비범한 정도에 이르렀다.

불멸무제가 고도심과 선차로 협공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노랫소리에 쉽게 흔들린 것이었다.

이때, 노랫소리가 멈추고 사방이 조용해졌다.

진남은 살짝 머뭇거렸다.

계속 앞으로 몇십 보 걸어가니 앞이 더는 시커멓지 않고 빛이 많아졌다.

그는 암홍색의 흙길 끝까지 걸어왔다.

그의 앞에 황량한 사막이 드러났다.

"이 사막은 첫 번째 층 마지막 그림 속의 황량한 사막이잖아?"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시커먼 낡은 우물 외에 다른 건 없었다.

툭-

이때, 시커먼 손이 낡은 우물에서 나와 우물 입구를 잡았다.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의 오른손 손끝에서 도기가 뿜어져 나왔다.

슥-

한 형상이 낡은 우물에서 뛰어나왔다.

형상은 매우 기이했다.

몸은 먹을 뒤집어쓴 것처럼 시커멨다.

"선배님은…… 누구십니까?"

진남은 떠보듯 물었다.

"나 말이냐?"

시커먼 사람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 무덤의 주인이다."

"주인이요? 반신 강자입니까?"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반신 강자? 아니다, 아니다. 나는 실패자다."

시커먼 사람은 손을 저었다.

"실패자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맞다. 실패자다."

시커먼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너 그 그림을 보지 않았느냐? 많은 강자들을 거느리고 나를 죽이려던 사람은 예전에 나의 도려였다. 내가 삼백육십칠 년을 사랑한 여인이다."

그의 웃음소리에는 자신을 비웃는 느낌이 없었다.

"선배님…… 설마 배신을 당하셨습니까?"

진남은 조금 놀랐다.

첫 번째 층에서 그림을 봤을 때 조금은 짐작했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맞다. 배신을 당했다."

시커먼 사람이 물었다.

"너는 도려에게 배신을 당한 적이 있느냐?"

"선배님, 저는 도려가 없습니다."

진남이 말했다.

"그럴 리 없다. 너는 있다."

시커먼 사람은 두 눈에 빛이 반짝거리며 말했다.

"만약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아, 네가 사랑하고 있지만 도려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맞느냐?"

"선배님, 진짜 죄송합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층 대전을 관찰하여 두 개의 파란색 눈동자를 찾고 구혼지에 와서 강 밑의 대문을 발견했습니다. 그곳의 흑기를 막으니……."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커먼 사람이 말허리를 잘랐다.

"너의 말은 틀렸다. 앞에 것들은 임의로 설계한 장치일 뿐이다. 이 우물을 보았느냐? 내가 문정정(問情井)을 모방하여 만든 거다. 만약 사랑하는 여인이 없다면 우물 방원 천 리에 접근할 수 없다."

시커먼 사람은 진남을 바라보더니 기분이 좋아져 말했다.

"나는 확신할 수 있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다만 네가 모를 뿐이다. 너 우물을 들여다보거라, 물에 네가 사랑하는 사람의 용모가 떠오를 것이다."

"문정정이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고요?"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마른 우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시커먼 사람이 음모를 꾸밀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만약 반신 강자의 수단으로 음모나 계략을 꾸민다면 그는 버틸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고 싶었다.

진남은 우물 옆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우물 아래에 맑은 물이 가득했다.

바람이 불어와 진남은 휘청거렸다.

맑은 물에 물결이 일더니 묘묘 공주의 아름다운 용모가 천천히 나타났다.

진남은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맑은 물은 다시 흔들렸다.

짧은 흰색 머리에 예쁘게 생긴 강벽난이었다.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물결이 계속 출렁이더니 거울이 나타났다.

이어 옥나찰, 목목, 그리고 구미요제…….

맑은 물은 세게 요동쳤다.

마지막에 사마공, 당청산, 궁양, 용호요종 심지어 천기견들과 천기서도 나타났다.

꽈당-

진남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정정?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용모를 볼 수 있다고? 내가 당청산, 사마공, 궁양, 용호요종을 사랑하나? 또, 천기견들과 천기서도 사랑한다고?'

"아쉽다. 나는 문정정 모방에 실패했다. 네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여줄 수 없구나."

시커먼 사람은 고개를 내밀고 보더니 전혀 미안해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나를 믿어라. 너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선배님, 더는 이 화제를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그냥 알게 될 겁니다."

진남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선배님, 중요한 일을 얘기합시다. 선배님께서는 이번에 무슨 생각으로 고분을 여셨습니까? 탈사하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환생하기 위해서입니까? 후계자를 찾으시려는 겁니까?"

구리거울이 지키고 있기에 진남은 탈사가 두렵지 않았다.

후계자를 찾는 거라면 쉬웠다.

"모두 아니다."

시커먼 사람은 사랑 문제로 얽매이지 않고 평온하게 말했다.

"모두 아니라고요?"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죽지 않았는데 왜 탈사하겠느냐? 그리고 후계자는 찾고 싶지 않다."

시커먼 사람은 기지개를 켜더니 관심 없는 듯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벼락이 내리친 것 같았다.

'죽지 않았다고? 죽지 않았다면 왜 무덤을 지었을까?'

"어쩔 수 없다. 죽은 척하지 않으면 안 됐다."

시커먼 사람은 눈길이 싸늘해지더니 말했다.

"반신의 경지는 높아 보여도 결국 창람대륙에서 정상에 도달하지 못한 수준이다. 예전에 남천신지의 무신 한 명, 반신 세 명, 대제 여덟 명이 나를 추격했다. 내가 만약 죽은 척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무신 한 명, 반신 세 명, 대제 여덟 명이요?"

진남은 숨을 길게 들이켰다.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그렇게 많은 강자들에게 추격을 당한 거지?'

"첫 번째 층의 조각상을 아직 기억하느냐? 모두 나를 추격했던 사람들이다. 나는 줄곧 기다렸다. 시기가 되면 무덤을 부수고 나가 그자들이 빚을 갚게 할 것이다."

엄청난 살기가 퍼졌다.

황량한 사막 전체가 흔들렸다.

그의 분노는 천지를 흔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무덤을 여신 겁니까? 때가 도래해서?"

시커먼 사람의 살기에도 진남은 전혀 영향받지 않고 물었다.

"십 년 안에 나는 나갈 수 없다. 그리고 얼마 전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시커먼 사람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뭘 도와드려야 합니까?"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건 너에게 알려줄 수 없다. 네가 나의 심사를 통과하면 그때 알려주겠다."

시커먼 사람은 기운을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

"네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너의 비범함을 증명했다. 여기 앉아 이야기나 듣겠느냐?"

시커먼 사람은 마지막에 한마디 보탰다.

"다른 사람들이 가장 높은 층에 도달한 후 너를 보내주겠다."

"좋습니다."

진남은 바로 대답했다.

신방 천재, 도천중 등이 가장 높은 층에 도달하려면 위험을 겪어야 했다.

가장 높은 층으로 오는 과정에 많은 걸 얻겠지만, 그만큼 약해질 것이었다.

그는 그 과정 없이 가장 높은 층에 도달했으니, 크게 이득을 본 셈이었다.

"나는 삼백삼십 년 전에 창람대륙의 서주, 전왕황조(戰王皇朝)에서 태어났다. 전왕황조의 제일 작은 황자였다. 다행인 건 나의 형님들은 모두 나를 매우 아꼈다. 적어도 나를 황권 다툼에 끌어들이지 않았지.

나중에 황조가 멸망하고 둘째 형님, 셋쨰 형님, 넷째 형님은 나를 구하기 위해 모두 죽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시커먼 사람은 중얼거렸다.

그는 슬퍼하지도 않고 분노하지도 않았으며, 평온했다.

다만, 무엇 때문인지 그가 다시 한 번 그 여인을 말할 때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후 시커먼 사람은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들이 왔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들려주겠다."

"선배님……."

진남은 말하려 했다.

시커먼 사람이 웃으며 손을 젓자 묘한 힘이 진남을 덮었다.

진남은 사라졌다.

시커먼 사람은 고개를 돌려 문정정으로 걸어가더니 몸을 날려 우물 안에 뛰어들었다.

우물은 그가 문정정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었다.

비록 환상 경지이지만 그는 과거로 돌아가 예전에 사랑하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 * *

그 시각, 반신의 무덤.

휙!

진남은 바닥에 떨어지자 조금도 쉬지 않고 왼쪽 눈을 움직여 사방을 둘러봤다.

그는 약간 얼떨떨했다.

그는 길이가 삼백육십칠 장이고 넓이가 삼백이십삼 장 되는 낡은 도장에 서 있었다.

도장 안에는 금제가 가득했다.

커다란 충격을 받아도 파손되지 않았다.

도장 옆에는 옥을 박은 의자들이 수없이 많았다.

연무도장이었다.

휙-

사람들의 형상이 연달아 허공에 나타났다.

신방 천재, 도천중 등이었다.

그들은 열두 명이 아니라 열한 명이었다.

한 명은 오는 길에 죽었다.

"드디어 그곳에서 나왔다."

"방금 그 유령의 말에 따르면 여기가 마지막 관문이다."

"어? 여기는 도장인데? 응? 누군가 있어!"

신방 천재, 도천중 등은 흥분하고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땅에 떨어지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사방을 관찰했다.

도장을 보고 놀란 그들은 사람이 있는 걸 발견하고 안색이 변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람이 진남인 걸 발견했을 때 그들은 천둥이 내리친 것처럼 머리에서 윙윙 소리가 났다.

'……진남? 정말 진남인가? 설마 죽지 않은 건가?'

커다란 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도장의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천재들이라 심지가 굳건하지만, 그들도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진남이 신방 천재의 공격에 맞아서 날아가는 걸 직접 보았다.

일반적인 무조 경지 구 단계를 죽일 수 있는 신방 천재의 공격이었다.

'진남은 무조 오 단계의 경지로 어떻게 그 공격을 막은 거지?'

진남은 조금도 다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화지진, 신방 천재, 그리고 너희들. 내가 죽지 않아서 실망했느냐?"

진남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 나는……."

화지진은 저도 모르게 대답하려 했다.

"하하! 내 공격을 받아내고도 살아있다니. 꽤 괜찮은 놈이었구나!"

신방 천재가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오만했지만, 진남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경멸이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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