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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82화 (582/1,498)

582화 약탈에 익숙한 진불회

'어청동?'

사람들은 모두 석청범의 뒤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봤다.

여인은 몸매가 늘씬하고 시커먼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드리우고 두 눈은 물처럼 맑았다.

그녀는 하찮은 눈길로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저 여인은 천급 사품 무혼, 무조 칠 단계 경지다. 배에 있는 천재들과 비하면 오십 위 안에도 들지 못할 거다.'

여인을 훑어보던 진남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청동의 자질이라면 석청범이 직접 바래다줄 정도는 아니다. 설마 저 여인은 석청범의 도려(道侣, 도를 같이 수련하는 동반자)인가?'

그뿐만 아니라, 모든 천재들의 머릿속에 똑같은 의문이 떠올랐다.

그들은 어청동이란 인물을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다.

"됐소. 나는 이만 가겠소."

석청범은 공수하고 인사했다.

떠날 때 어청동을 보며 전음했다.

"너의 앞에 있는 머리카락이 시커먼 청년이 진남이다. 그와 관계를 잘 처리하거라. 절대 그와 원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남?"

어청동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의 명성은 들은 바 있다. 그러나 제방 서열 삼백일 위인 녀석을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진남 도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자."

석청범은 진남을 보며 전음하더니, 히죽 웃고 사라졌다.

천재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와 어청동에게 말을 건넸다.

석청범이 직접 바래다주고 특별히 당부하는 사람이면 보통이 아닐 것이었다.

어청동은 천재들이 추켜세우자 오만한 표정이 더 짙어졌다.

석청범이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화지진은 방금 하려던 말을 계속할 수 없었다.

"어청동이란 여인에 대해 사형에게서 들은 적 있다. 그녀는 석청범과 매우 친한 것 같다. 다만, 무엇 때문인지는 사형도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진불회가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자래가 네 사형이냐?"

진남은 그를 힐끗 봤다.

"맞아. 불타 진자래가 내 사형이다."

진남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그는 지난번에 진불회가 왜 자신을 도와줬는지 이해가 되었다.

"진남, 실례지만 반신의 무덤에서 연합하지 않겠느냐?"

진불회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 여기 있는 천재들은 모두 나보다 강하다. 내 실력으로는 아마……."

진불회는 말끝을 흐렸다.

"좋다. 나중에 나를 찾아오거라."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불회가 마음에 들었다.

그와 연합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고맙다!"

진불회는 표정이 밝아졌다.

'사형은 진남 칭찬을 많이 했어. 진남은 능력을 많이 숨겼을 것이다. 만약 진남과 연맹을 이루면 이번 반신의 무덤 행에서는 분명 수확이 있을 것이다.'

"응?"

진남은 문득 고개를 들어 바다 밑 깊은 곳을 바라봤다.

화열과 다른 세력의 대장로들도 표정이 변하며 동시에 소리쳤다.

"반신지묘가 곧 열린다!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

화열과 대장로들은 서로 마주 보며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낡은 영패를 꺼냈다.

크게 소리치더니 힘을 영패에 주입했다.

모든 영패가 동시에 떨리더니 빛을 뿜어 무우선을 덮었다.

무우선의 깊은 곳의 기영도 깨어나 묵직한 소리로 포효하며 배를 밀어 바다 밑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바다 밑 풍경도 괜찮구나."

"하하, 장 형, 바닷물은 모두 무우해요. 우리들의 경지로 바닷물에 들어가면 아마 뼈도 못 추릴 것이오."

천재들의 주의력은 바다 밑 모든 것에 끌렸다.

바다 안은 빛이 번쩍거렸다.

가끔씩 기이한 해수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진남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진남이지? 석청범이 나더러 너와 친해지라고 했어. 그가 제방 서열 삼백일 위의 제자를 신경 쓰는 건 처음이야."

어청동은 석청범의 당부가 떠올라 진남에게 전음했다.

"석 도우가 과분한 칭찬을 했구나."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청동은 눈썹을 찌푸렸다.

진남의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자 왠지 기분이 나빴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고 돌아서 더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나는 틀린 말을 한 거 없다. 그런데 어청동이 왜 화를 내는 거지?'

시간이 조금씩 흘러 잠시 후 무우선은 바다 밑에 가라앉았다.

사방이 시커멨는데, 동술을 써도 멀리 볼 수 없었다.

"다들 준비하오. 반신의 무덤에 곧 도착하오."

화열이 말했다.

천재들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우르릉-!

먼 곳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깊은 바다의 커다란 용 같은 큰 배가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달려갔다.

큰 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무우선과 멀어졌다.

"어떻게 된 거지?"

장로들과 천재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번 반신의 무덤 행은 모든 이성 세력이 함께 약속하고 하늘에 맹세했다. 그런데 누가 왔지? 설마 어느 세력이 수단을 써 약속을 어겼나?'

그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큰 배는 이미 사라졌다.

"속도를 높입시다!"

화열은 정신을 차리고 크게 소리쳤다.

장로들은 법인을 꺼내 무우선의 속도를 높였다.

천재들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방금 그 네 자식은……."

진남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용 모양의 큰 배는 속도가 빨랐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배에 서 있는 네 개의 그림자를 봤다.

세 사람은 매우 익숙했다.

명정고성의 곽무룡 등 세 제자였다.

다른 한 청년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도천중보다도 더 대단했다.

심지어 마녀보다도 더 강했다.

하지만 중주 제방에 오른 천재가 아니었다.

'삼대 제자가 반신지국의 신방 천재와 연합했나?'

이런 생각이 들자 진남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반신의 무덤 행은 점점 재미있어지는구나.'

시간이 꽤 흐른 뒤 바다 밑에 길이가 백 장에 달하는 청동문이 나타났다.

문에는 수많은 신마의 그림자가 새겨졌고, 가운데서 흰색 빛이 반짝거렸다.

"큰 배의 사람들은 이미 반신의 무덤에 들어갔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오."

화열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휙-!

도천중, 화지진 그리고 여러 세력의 천재들은 모두 빠르게 손을 써 흰색 빛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가자."

진남은 진불회를 힐끗 보더니, 몸을 날려 뒤를 따라갔다.

제자들이 다 들어간 후 타마산장의 대장로가 말했다.

"나는 이미 장주에게 전음했소. 이번에 일에 사사로이 개입한 자가 있으니 장주가 엄히 조사할 거요."

"나도 종주에게 통지했소."

"반드시 엄하게 조사해야 하오."

장로들은 일제히 말했다.

모두 화가 많이 났다.

* * *

같은 시각, 청동문 안.

문에 들어서자 진남은 소용돌이 같은 신비한 힘에 빨려 어딘가로 끌려갔다.

"응? 각자 위치가 임의로 선정되는 건가?"

진남은 눈을 떴다.

그의 앞에는 싸움터가 나타났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싸움터는 황량하고 사람 그림자 하나 없고 아무런 영기의 파동도 없었다.

"진남 도련님! 진남 도련님……!"

천기견들과 천기서가 다급하게 불렀다.

진남은 수미납계와 소통하여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해골 소홍을 불러냈다.

"어? 주인님, 지금 반신의 무덤 안에 있어요?"

해골 소홍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 무덤의 주인을 알아?"

진남은 눈이 반짝거렸다.

"아니요."

해골 소홍은 싸늘하게 말했다.

"나는 반신의 기운을 느꼈을 뿐이에요."

"헉! 반신의 무덤이라니! 도련님, 크게 한 건 하려는 겁니까? 잠깐만요, 도련님 제가 지금 술법을 써서 우리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보겠습니다."

천기견들의 눈에서 빛을 뿜어져 나왔다.

천기서도 흥분했다.

한바탕 기이한 춤을 추더니 천기견들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왼쪽 앞을 가리켰다.

"도련님, 왼쪽으로 가면 수확이 있을 겁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들과 함께 왼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날아가면서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반신의 무덤이 열렸다는 건 생전의 반신 강자가 전승을 남겨 후계자를 찾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런 도움이 될 만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지? 설마 천재들더러 자신의 운으로 스스로 알아보라는 건가?'

"어?"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싸움터를 벗어나 숲에 도착했다.

숲의 구석진 곳에 작은 못이 있었다.

못은 붉은색이고 매우 짙은 선기와 영기를 풍겼다.

선령지(仙靈池)였다.

선령수(仙靈水)는 한 방울이라도 매우 소중했다.

복용하면 좋은 점이 적지 않았다.

"도련님……."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기대감에 동시에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좋다. 실력이 진짜 괜찮구나."

진남은 웃으며 그들에게 홍몽지기를 주입하고 말했다.

"우리 선령지를 나누자."

그는 손을 저어 선령지를 네 몫으로 나누었다.

"사방에 아무도 없으니 흡수하기 좋구나."

진남은 입을 벌려 선령수를 삼켰다.

엄청난 선령지기(仙靈之氣)가 폭발하여 그의 온몸을 적셨다.

체내의 아홉 그루의 무수도 빛이 반짝거리고 나뭇가지와 잎이 자라났다.

"도련님, 계속하겠습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흥분하여 도발하듯 해골 소홍을 힐끗 보더니 다시 술법을 펼쳤다.

"잠깐!"

진남이 말했다.

방금 그는 왼쪽 눈을 통해 앞쪽 수림에서 두 명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앞에 선 자는 무극신맹의 천재였다.

경지가 높지 않고 무조 칠 단계였다.

뒤에 따르는 자는 진불회였다.

"진남?"

무극신맹의 천재는 진남을 발견하고 어리둥절하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지닌 것들을 내놓거라. 아니면 너를 가만두지……."

손을 쓰려던 진남은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응? 그건 무슨 표정이야? 나는 무극신맹의 진전제자다. 감히…… 악!"

천재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절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그의 비명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들도 놀라 벌벌 떨었다.

진불회가 손에 불광이 번쩍이는 큰 몽둥이를 들고 천재의 뒤에 서 있었다.

방금 진남은 진불회가 강한 은닉술을 써 무극신맹 제자의 뒤를 따라오고 또 불봉(佛棒, 부처의 방망이)을 꺼내는 걸 봤다.

때문에, 진남은 표정이 묘하게 변한 것이었다.

"아미타불, 좋다, 좋아. 진남 도우, 방금 나는 영패를 통해 네 위치를 발견했다. 오는 길에 이자가 너에게 함부로 하는 걸 보고……."

진불회는 왼손 손바닥을 세워 인사하며 오른손의 불봉을 힘껏 내리쳤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무극신맹의 천재가 땅 밑으로 들어갔다.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천재의 몸에서 저장주머니를 꺼냈다.

진남,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그 광경에 얼떨떨했다.

"진남, 웃지 말거라."

진불회는 당당하게 말했다.

"사부가 출가한 사람은 악을 징벌하고 선을 널리 알려야 하며 자원을 낭비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셨다."

"성과라……."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진불회가 수련한 은닉술과 불봉은 모두 약탈하기 위한 것이었다.

싸움이 일어나면 한 방에 천지가 뒤집히기에 저장주머니는 남을 수 없었다.

이 광경은 그의 생각을 뒤집었다.

그는 진불회가 약탈하기를 좋아할 줄 몰랐다.

"응?"

진남은 문득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 깊은 곳에 열 개의 붉은색 빛이 유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더니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저쪽에 틀림없이 뭔가 있을 거다."

진불회가 말했다.

반신의 무덤에는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지금 붉은색 빛이 나타난 건 묘지의 주인이 생전에 만든 것이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람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갔다.

백 리 정도 날아간 후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또, 칠백 리 날아가더니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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