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화 무우해에 모이는 천재들
"나를 떨어뜨리겠다고?"
진남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보답천하를 펼쳤다.
휙-!
그의 그림자는 번개처럼 허공에서 빠르게 날아갔다.
다섯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도록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속도가 꽤 빠르구나."
송동 일행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방금 진남을 무시했다.
사실 처음부터 진남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다.
"용제원을 벗어난 후 이 자식을 혼내주지 않겠느냐? 나는 잠깐 동안은 천기를 막을 수 있다."
화열은 화지진에게 전음했다.
"아버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삼대 요제는 그를 매우 중시합니다. 만약 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좋지 않습니다. 무우해에 도착하면 그를 혼내줄 방법은 수두룩합니다."
화지진은 고개를 저었다.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 상대를 죽이고 힘을 쓰지 않는 것이야말로 좋은 방법이었다.
한참 후 화지진은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한 걸 다행이라고 느꼈다.
만약 그들이 진남을 공격했다면 타요봉에 사정없이 맞았을 것이었다.
* * *
이틀 후.
큰바람이 불었다.
바람에는 비린내와 무우지의가 섞여 있었다.
무우지의는 사람들을 모든 고민을 잊고 근심 걱정이 사라지게 했다.
"나는 지금 수단을 드러내 무우지의를 끌어오겠다. 너희들은 잘 느끼거라."
화열은 목소리가 엄숙해졌다.
그가 손을 펼치자 다섯 개의 빛이 화지진과 진남의 몸에 떨어졌다.
허공에 흩어져 있던 무우지의는 음식 냄새를 맡은 굶주린 늑대처럼 미친 듯이 덮쳤다.
진남의 몸에는 매우 짙은 무우지의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이것이 무우지의인가? 무우해는 진짜 대단하구나."
진남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보통 사람이 무우지의를 버티지 못하면 마음속의 모든 걸 내려놓게 된다.
그러면 게으름 등 기분이 생겨 나중에는 무도심이 무너지게 된다.
생령에 근심 걱정이 없다면 그건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였다.
"포원수일(抱元守一)."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어 무우지의를 막았다.
동시에 엄청난 무예 천부를 폭발해 무우지의를 느꼈다.
* * *
세 시진이 지난 후.
처음에 진남, 화지진의 몸에서 반짝이던 빛이 모두 어두워지고 눈빛이 평온해졌다.
이제 일부러 정신을 가다듬지 않아도 무우지의를 막을 수 있었다.
이때, 바닷바람이 점점 세게 불어오더니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다.
"도착했다."
화열이 가장 먼저 허공에서 뛰어내렸다.
화지진과 진남 등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고개를 들어 앞을 보기도 전에 강대한 도광이 날아왔다.
도광은 엄청난 기세로 화열 등을 잘라 산산조각 내려 했다.
화열은 콧방귀를 뀌더니 손바닥을 내밀어 다섯 발가락을 드러내 힘껏 내리쳤다.
방대한 힘이 도광을 부쉈다.
"하하! 화열 대장로. 잘 지냈소?"
큰 웃음소리와 함께 천도문의 대장로 그리고 도천중과 다른 두 명의 진전제자, 두 명의 내문제자가 걸어왔다.
진남을 본 대장로는 눈을 살짝 찌푸리더니 시선을 옮겼다.
"잘 지냈소."
화열은 옷자락을 흔들더니 싸늘한 태도로 말했다.
송동 일행 세 명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도문에서 도천중을 파견했을 줄 몰랐다.
도천중은 제방 서열 구 위였다.
진남의 왼쪽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천도문을 떠난 지 며칠밖에 안 되었는데, 도천중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용제원에서는 화지진 너 혼자 왔느냐? 오창천 그들은? 그들이 오지 않았으면 너무 재미없구나."
도천중은 화지진을 보더니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화지진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오창천 등 사형들은 지금 폐관 중이라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용제원에서도 천재가 왔습니다."
화지진은 진남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방 서열이 칠백 위나 올라간 진남입니다. 도 형도 아마 아실 겁니다."
도천중은 진남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돌아서 떠나갔다.
도천중 주변에 있던 네 명의 천도문 제자들은 참지 못하고 비웃음 소리를 내며 도천중을 따라 떠나갔다.
'진남?'
'한꺼번에 칠백여 위 올라갔으면 뭐 해? 여전히 삼백여 위잖아.'
'구도고봉이 열렸는데 고도를 한 자루도 뽑지 못한 걸 봐서 진남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진남은 안색이 평온했다.
그가 어찌 화지진의 속내를 알아채지 못했을까?
구미요제가 신신당부했지만, 화지진이 한 번 수를 부릴 때마다 그는 마음속에 고이 새겼다.
그는 반신의 무덤에 도착한 후 화지진을 혼내줄 생각이었다.
"가자."
화열은 앞으로 날아갔다.
화지진 등은 비웃는 얼굴로 진남을 힐끗 보더니, 화열을 따라갔다.
그들의 앞에 기이한 바다가 나타났다.
바닷물은 옅은 금색이었다.
해면에는 가끔씩 커다란 해수(海獸, 바다의 요수)가 꿈틀거렸다.
해수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우해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반신의 무덤은 무우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다. 무제강자도 함부로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에 여러 세력이 연합하여 무우선(無憂船)을 준비했다. 우리는 무우선을 타고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갈 것이다."
화열은 전음했다.
한참 날았을 때, 해면에 커다란 배가 나타났다.
배에는 옅은 보라색 빛이 반짝거렸다.
배의 깊은 곳에는 태고의 요수가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기운이 엄청났다.
전에 천도문에서 탔던 허곤선은 무우선과 비교도 안 되었다.
진남은 왼쪽 눈을 움직였다.
배에는 천도문 외에 이미 풍뇌각(風雷閣), 염월문(炎月門), 청성산(靑城山), 천조종(千鳥宗), 비성애(飛星涯) 등 이성 세력의 진전제자들이 와있었다.
"여러 세력의 진전제자들은 진짜 대단하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방금 왼쪽 눈을 움직여 진전제자들을 훑어봤다.
다들 제방 서열이 백 위 안에 든 존재였다.
가장 낮은 자라도 천급 사품 무혼, 무종 팔 단계의 경지였다.
그중 다섯 명은 천급 오품 무혼, 무조 정상의 경지에 도달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진남의 수준과 명성으로 구도고봉 같은 연회에서는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들 속에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용제원의 사람들이 왔어."
"화지진은 경지가 또 강해진 것 같아."
화열 등이 배에 들어오자 시끄러워졌다.
사람들은 화지진 등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진남을 본 그들은 살짝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용제원에서 경지가 이렇게 낮은 진전제자를 파견할 거라고 생각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저 묘한 표정을 지을 뿐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배에 들어온 화지진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 다른 세력의 천재들과 악수하고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었다.
그는 강한 인맥을 과시했다.
진남은 화지진이 떠나자 속이 후련했다.
그는 모퉁이에 서서 상황을 관찰했다.
얼마 안 돼 창우궁, 극한곡(極寒穀), 무급신맹 등 이성 세력이 잇달아 왔다.
배 위의 천재들이 점점 많아지고 분위기도 점점 짙어졌다.
'창우궁의 진전제자는 진짜 비범하구나. 체내에 매우 강한 수혼(獸魂)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이 그의 비장의 수겠다.'
'극한곡의 제자는 이미 절대빙봉(絶對氷封)을 연마했나?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겠구나.'
진남을 일일이 훑어보며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이제 겨우 중주의 제방 위층의 천재들을 만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여전히 궁양이나 옥나찰을 발견하지 못하여 무척 실망했다.
"응? 그들의 세력은 오지 않은 것 같은데."
진남은 뭔가 깨달았다.
중주의 여러 세력은 이성, 삼성으로 나뉘었다.
이성 세력에도 위아래가 있었다.
용제원, 보제사, 표묘환부, 천도문, 혼난문, 무심종, 검문, 타마산장 등은 이성 세력 중에서 강한 문파였다.
문파마다 정상 경지의 무제 강자가 있었다.
"혼난문의 사람들이 왔어!"
"저들은 무심종이야!"
"타마산장, 검문, 보제사 제자들도 왔어!"
"어, 오대 세력의 천재가 같이 왔군. 설마 약속한 건가?"
배 위가 시끌벅적해졌다.
천재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진남도 마찬가지였다.
맨 앞에는 여섯 명의 대머리 중이었다.
그들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불광을 풍겼다.
진남과 안면이 있는 진불회가 세력의 뒤에서 왔다.
다음은 혼난문이었다.
맨 앞에 선 천재는 얼굴이 상처투성이이고 눈에 혈광을 반짝이고 악기를 풍겼다.
무심종의 맨 앞에 선 진전제자는 대머리 여인이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두 손을 모으고 합장했다.
다만, 그녀의 몸에서는 불광이 풍기지 않고 조용한 기질이 뿜어져 나왔다.
타마산장과 검문에서 이번에 파견한 진전제자는 경지가 한 단계 낮았다.
가장 강한 자라도 제방 서열이 고작 오십 위 정도였다.
도천중, 화지진 등과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배 위는 순식간에 시끌벅적했다.
이미 팔십여 명의 천재들이 도착했다.
제방 백 위 안에 든 천재들이 절반 넘게 모였다.
제방 최고급 천재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남, 너도 왔구나?"
진남을 본 진불회는 눈을 반짝이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도우들, 어렵게 다들 한자리에 모였는데 내 말 한마디 듣겠소?"
이때, 화지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온화해보였다.
하지만 진남은 바로 눈썹을 찌푸렸다.
천재들의 눈빛이 일제히 화지진에게 쏠렸다.
"오늘 천재들이 한데 모였소. 진짜 쉽지 않은 일이오. 원장님의 부탁으로 나의 사제 진남이 이번 반신의 무덤에 같이 가게 되었소. 잘 부탁드리오."
화지진은 진남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다들 진남에 대해 들은 바 있을 거요. 얼마 전에 제방 서열이 칠백여 위 올라갔소. 나도 그보다 못하여 부끄럽게 생각하오."
"얼마 전에 들은 바 있어."
"제방 서열이 삼백여 위라고 했지?"
천재들은 눈썹을 찌푸리고 진남을 힐끗 보고는 빠르게 눈길을 돌렸다.
그들은 진남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들은 제방 서열이 올라간 건 거짓이고 자신의 전력이야말로 진짜라고 생각했다.
진남의 지금의 수준은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화지진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다시 말하려 했다.
그가 방금 한 말은 시작에 불과하고 지금 하려는 말이 중요했다.
이때, 엄청난 기세가 하늘에서 전해왔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도천중을 포함한 장로, 천재들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한 청년이 다섯 명의 표묘환부의 천재들을 거느리고 빠르게 날아왔다.
청년은 제방 제일 천재 석청범이었다.
"하하, 도천중, 화지진 너희 둘도 있구나."
석청범은 배에 내리며 사람들을 한 번 둘러봤다.
그의 눈길이 진남에게 잠깐 멎더니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도천중과 화지진은 표정이 굳었다.
석청범이 아무런 위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들은 저도 모르게 석청범에게 눌렸다.
"석청범 도우, 설마…… 자네도 반신지묘에 들어가려는 거요?"
보제사의 장로가 물었다.
천재들은 모두 가슴이 떨렸다.
그들은 무도심이 수많은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석청범의 능력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석청범이 반신의 무덤에 간다면 결과는 이미 불 보듯 뻔했다.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석청범은 뒤에 있는 여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 온 건 저의 사매 어청동(於淸彤)을 배웅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디 반신의 무덤에서 도우들이 내 면을 봐서 사매를 괴롭히지 말기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