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화 상대가 생긴다는 건 좋은 일
우르릉-!
하늘 위의 허공이 꺼지더니 길이가 삼십 장에 달하는 소용돌이가 생겼다.
이어 흑백 두 가지 색을 띤 손바닥이 안에서 천천히 나와 도제형상을 잡으려 했다.
세상만물이 모두 잡혀 손바닥 앞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손바닥의 힘은 무제보다 약하지 않았다.
도제형상도 몸이 굳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손바닥에서 뭔가 느낀 게 분명했다.
"간이 부었구나! 내가 보호하는 사람을 감히 조사하려고 하다니!"
이때, 엄청난 위압이 끝없는 허공 깊은 곳에서 용솟음쳤다.
무연각이 강림했다.
"응? 너는 누구냐?"
허공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꺼져라!"
외침과 함께 끝없는 노란색 빛이 쏟아져 내렸다.
노란색 바다가 부딪쳐오는 것처럼 음양의 팔을 허공에 밀어 넣었다.
"역시……."
진남과 싸우던 희미한 사람 형상은 감탄했다.
그것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힘에 산산조각 났다.
도제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부적의 힘도 대부분 사라졌다.
사막은 다시 조용해졌다.
황사가 휘몰아쳤다.
"선배님, 어떻게 된 겁니까?"
진남은 부적을 거두었다.
방금 전의 상황으로 많은 걸 깨달았지만 더 깊은 비밀은 알지 못했다.
"우선 올라오거라. 여기를 떠나자."
무연각의 신비한 청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빛이 진남을 감싸 정원으로 데려갔다.
"선배님……. 응? 천기할멈?"
정원에 오자 진남은 신비한 청년 옆에 천기할멈이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
"하하, 녀석. 오랜만이다."
천기할멈은 쉰 소리로 한마디 했다.
"중요한 일부터 얘기하자. 진남, 너 자초지종을 얘기해 보거라."
신비한 청년은 말투가 무척 엄숙했다.
진남은 보탑을 만난 것과 마음속의 반응을 설명해줬다.
"맞는다면 아마 음양노도(陰陽老道)가 손을 쓴 것일 거다. 그 보탑은 무도규칙을 초월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천기할멈이 말했다.
"영감탱이, 음흉한 성격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구나."
"음양노도요?"
진남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선배님들, 보탑 안의 형상은 양대 무혼이 있었습니다. 혹시……."
"맞다, 그는 신방에 오른 천재다. 무도규칙을 초월했다."
신비한 청년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신방에 이름이 오른 천재라고요?"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중주에 와서 무도규칙을 초월한 후 그는 진정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석청범, 불타 진자래, 마녀 천천 등도 무도규칙을 초월하지 못했다.
'신방에 이름을 올린 천재 중에 무도규칙을 초월한 자가 있구나.'
"응. 요즘은 예전과 비교가 안 된다. 우리 때에는 자아무조 경지에 오르면 매우 대단했다. 대륙 전체에 자아무조 경지에 오른 자가 서른 명이 넘지 않았었다. 또한, 예로부터 지금까지 팔천 년 전의 그분만이 무도규칙을 초월했다."
신비한 청년이 말했다.
"다만 시간이 흘러 창람대륙에는 천재가 점점 더 많아졌다. 하여, 아홉 번째 세대에도 너처럼 무도규칙을 초월한 자가 있었다."
진남은 말하지 않았다.
무연각의 말이 틀린 건 없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창람대륙의 무도는 점점 번창할 것이었다.
천기할멈이 말을 이었다.
"반신지국의 살신금지의 살신비가 부서졌다. 유실약원의 후계자가 나타났다. 또 구자무신, 액난무신(厄難武神)의 전승도 움직임이 보인다. 게다가 반신지국의 삼대 세력에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들이 나타났다."
"삼대 세력에도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가 나타났다고요?"
천기할멈의 말에 진남은 깜짝 놀랐다.
천기할멈의 말대로라면 그를 포함하여 창람대륙에 이미 무도규칙을 초월한 사람이 네 명이나 되었다.
"응. 그러나 그들은 무도규칙을 초월할 때 쉽지 않았다. 오늘 너와 싸운 그자도 본체는 아직 남천신지에 있다. 십 년 내에는 진짜로 출관할 수 없다."
신비한 청년이 말했다.
"그는 남천신지의 사람입니까?"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안색이 평온해졌다.
"선배님, 그는 이름이 뭡니까?"
"나는 그의 모든 걸 너에게 알려줄 수 없다. 그러나 다른 걸 알려주겠다. 그는 무혼이 세 개 있다."
신비한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무혼이 세 개라고요?"
진남은 놀라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만약 세 개 무혼이 모두 천급 십품의 무혼이라면 진짜 대단했다.
무혼마다 천지를 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었다.
삼대 무혼이 한데 뭉치면 전력이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선배님, 저는 그의 이름과 내력을 알고 싶습니다."
정신을 차린 진남은 눈에 두 개의 빛을 반짝거렸다.
"지금 안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다. 너와 그는 오래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될 거다. 그때면 너는 알게 될 거다."
천기할멈이 쉰 소리로 말했다.
"곧 다시 만난다고요?"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진남,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진 나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일은 경종을 울린 거나 마찬가지다. 너는 준비를 잘해야 한다. 곧 너의 모든 것이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신비한 청년의 두 눈이 예리해졌다.
"선배님,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진남은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또 천천히 내쉬었다.
입가에 번졌던 미소가 사라졌다.
"좋다. 그럼 먼저 가거라."
신비한 청년이 손을 젓자 신비한 힘이 진남을 감싸고 무연각을 떠나보냈다.
"번거롭겠다. 진남의 신분이 폭로되면 남천신지, 음양노도, 칠대 금지가 모두 그를 주시할 것이다. 무연각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 같구나……."
천기할멈이 고소한 어투로 말했다.
"틀렸습니다. 제방과 신방의 어르신들은 모두 진남을 좋아합니다."
신비한 청년이 말했다.
"허허, 제방과 신방, 그것들이 뭘 할 수 있느냐? 그것들이 움직이면 창람도 움직일 거다."
천기할멈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신비한 청년은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진남의 팔목에서 붉은 실로 된 팔찌를 본 것 같은데?'
천기할멈은 문득 뭐가 생각난 듯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진남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반신지국에 자신처럼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그도 마음에 변화가 생겼겠지?"
"그것만 말하면 저는 머리 아픕니다."
신비한 청년은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진남은 이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놀라더니 나중에는 흥분했습니다. 발견하지 못하셨습니까?"
"흥분했다고?"
천기할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적이 없으면 매우 고독합니다. 진남에게 진정한 상대가 생겼으니 흥분한 것이 당연하죠."
신비한 청년은 말하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시대가 변하고 있었다.
진남의 길을 그는 상관할 수 없었다.
앞날이 어떻든 진남이 스스로 걸어야 했다.
* * *
그 시각, 중주, 반신지국, 남천신지.
한 신비한 금지 안에 머리가 긴 청년이 뒷짐을 쥐고 서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 끝없는 성광이 반짝이고 등 뒤에 세 개의 신비한 무혼이 떠올랐다.
천지도 그의 빛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강했다.
흑백지기가 긴 머리 청년의 옆에 떨어지더니 말했다.
"그 젊은이를 보호하는 강자는 내력이 비범하다. 나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방금 음양추연(陰陽推演)을 펼쳤지만, 그의 생김새, 기운, 배경을 알아내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긴 머리 청년이 담담하게 말했다.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니 당연히 거물이 보호할 겁니다.
처음부터 나는 그 자의 신분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중주에 진짜 무도규칙을 초월한 자가 나타났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여전히 나를 믿지 않는구나."
흑백지기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긴 머리 청년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지금 중주에는 무도규칙을 초월한 천재, 사제가 들어 올린 단천도, 살신금지의 후계자, 그리고 구자나 고악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풍파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중주는 창람대륙의 핵심이다. 반신지국도 중주에 속한다."
흑백지기가 평온하게 말했다.
"그들과는 어떻게 합의했습니까?"
긴 머리 청년이 문득 물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면 중주의 제방쟁탈전 전에 삼대 세력이 너희 셋의 일을 선포할 것이다. 대륙을 놀라게 하여 중주를 공격할 것이다."
흑백지기가 웃으며 말했다.
"반신지국이 시끄러워지겠다."
"좋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천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긴 머리 청년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중에 저도 가보겠습니다."
"그 청년을 찾아가려고?"
흑백지기가 물었다.
"네."
긴 머리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만약 그자가 나오지 않으면 핍박해서라도 나오게 할 겁니다."
* * *
같은 시각, 중주, 천도문의 한 궁전.
비범도제가 눈을 번쩍 떴다.
몸에서 혼잡한 기운이 풍겼다.
"진남 이 자식은 누구를 건드린 거야? 왜 음양도인의 기운이 느껴지지?"
비범도제는 음양도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신비한 힘이 공격하여 그의 의지를 자른 것처럼 그는 거기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안 되겠다. 당청산더러 폐관하라고 해야겠다."
비범도제는 결심을 내렸다.
'제명쟁탈전이 시작되면 당청산더러 공격하게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자.'
"후, 진남에게 물어볼까? 됐다. 그 자식은 설사 일이 있었다 해도 알려주지 않을 거다."
비범도제는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결정으로 당청산은 큰 재난을 모면하게 된 걸 지금은 몰랐다.
* * *
중주의 한 옛 수림 속.
무연각이 자신을 어디다 놓았는지 진남도 몰랐다.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수림 속을 천천히 걸었다.
요수들이 송곳니를 드러냈다.
앞에 있는 인간은 먹어도 될 것 같아서 몇 번 큰소리로 울부짖더니 시뻘건 입을 벌리고 물려 했다.
그러자 옅은 위압이 인간의 몸에서 떠올랐다.
용위였다.
요수들은 순식간에 깜짝 놀라 사방으로 도망쳤다.
그들은 억울했다.
'용위가 있으면서 기운을 거두고 여기서 산책하다니, 일부러 우리를 놀리는 건가?'
몇백 보 걸은 진남은 큰 돌을 발견하고 위에 앉았다.
바람이 불어와 그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침착하자, 침착해."
진남은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심신을 거두었다.
무엇 때문인지 무연각에서 나온 후 그의 왼쪽 눈과 두 손, 체내의 혈액 그리고 전신의 혼 모두 조금씩 떨고 있었다.
모두 흥분했다.
이런 상태는 처음이었다.
무연각과 천기할멈이 오늘 그에게 한 말은 충격이었다.
진남은 창람대륙의 모든 것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반신지국에 세 사람이 무도규칙을 초월했다.
이는 그와 관련된 것이었다.
무연각은 그가 무도규칙을 초월한 일을 오래 숨길 수 없으니 준비하라고 했다.
'만약 아홉 그루의 무수와 단천도가 폭로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중주에 큰 소란이 일어나고 나는 제방 삼백일 위에서 순식간에 뛰어올라 반신지국을 포함한 모든 세력에서 최고급 천재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매우 위험할 것이다.'
"관두자."
진남은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방에 커다란 돌을 산산조각 냈다.
상대가 생긴다는 건 좋은 소식이었다.
시대의 큰 변화나 폭로로 인한 위험 따위는 상관없었다.
그의 목표는 남천문을 부수고 전신을 다시 나타나게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든 그는 지금 강해져야 했다.
"먼저 유영루와 용제에게 소식을 전하자. 지금 어떤 강한 금지가 열리고 있는지 봐달라고 하자."
진남은 빠르게 두 개의 영패를 꺼내 신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