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화 황천 점포
"여제, 이게 대체……."
적량은 경악하며 말했다.
"설마 우리 전쟁을 시작하는 겁니까?"
그는 전쟁을 시작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았다.
분명 천하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아니."
백의 여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다시 금색 별을 바라보며 말했다.
"창람의 법인을 깨려고. 나는…… 창람에 다시 돌아가겠다."
* * *
창람대륙 반신지국의 무명금지.
이 금지에는 오랫동안 생령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 버림받은 곳처럼 찾는 사람이 없었다.
무명금지의 깊숙한 곳에는 커다란 바위 있고 그 위에는 옛 진법들이 새겨졌다.
사르륵-
흑포를 입고 온몸이 핏빛인 사람이 뒤에서 나왔다.
그는 바위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마치 조각상 같았다.
바로 그때, 바위 위에 있던 진법들이 반짝거리며 미약한 빛을 냈다.
진법은 마치 무형의 힘에 침식당한 것처럼 조금씩 사라졌다.
"이게 대체……."
핏빛의 그림자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마음속에 엄청난 공포가 일었다.
'팔천 년이다, 꼬박 팔천 년이 지났다. 그 대인이 드디어 창람대륙에 돌아오는 건가?'
"하하하!"
핏빛 그림자는 고개를 젖히고 미친 듯이 웃었다.
"창람! 그녀가 돌아온다. 그녀가 돌아와! 남천문으로 막을 수 있나 보자! 대륙의 생령들아, 너희들도 이제 해탈할 수 있다!"
그는 이날이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진법이 깨지고 여제가 다시 강림한다! 진법이 사라지는 속도를 보니 이십 년, 아니 십 년이면 다시 돌아올 수 있어! 하하하! 제방, 신방! 두 늙은이도 기대하거라!"
핏빛 그림자는 눈부신 빛을 뿜으며 말했다.
"좀만 더 기다리자! 십 년이 남았다. 이제 십 년이 남았다……."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그는 잠잠해졌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그의 몸에서 어떤 기운이 꿈틀거린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구천에서 벌어지는 일과 무명금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체 창람대륙에서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최고의 존재들도 알지 못했다.
대륙의 모든 것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었다.
* * *
경매도 드디어 끝이 났다.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 명정고성에 퍼지고 무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신비한 '무제 강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시간을 천천히 흘러 어느덧 밤이 되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오늘은 명정고성이 밤인데도 여전히 수많은 무인들이 거리에서 있었다.
사람들은 두 눈에 빛이 났다.
많은 무인들은 황천 점포를 위해 온 것이다.
드디어, 오야가 되었다.
음풍이 알 수 없는 곳에서 불어오고 귀신과 수라들이 물밀듯이 나타났다.
"황천의 작은 귀신을 빨리 잡아!"
"허, 나는 한 놈밖에 못 잡았어!"
"비켜, 이 귀신은 내 거야!"
성 안에서 고함이 울려 퍼졌다.
수많은 제술들이 연이어 번쩍거렸다.
객잔에서 수련 중이던 진남은 두 눈을 천천히 떴다.
사마공은 목을 비틀며 허허 웃었다.
"갑시다. 이제 도신 사마공의 능력을 보여주겠소."
두 사람이 객잔에서 나오자 흉악한 악귀 몇 마리가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진남은 몸을 날려 강기를 풍기며 악기를 산산조각 냈다.
"오륜법왕, 백발주선 그들의 기운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진남은 악기를 훑어보며 말했다.
"진남, 황천의 작은 귀신을 잡으시오. 백 마리 필요하오!"
사마공이 진남에게 소리쳤다.
진남은 고개를 돌렸다.
귀신들 사이에 검푸른 작은 귀신들이 짙은 황천지의(黃泉之意)를 뿜으며, 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날아오고 있었다.
작은 귀신들은 무조 경지 이 단계였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날려 작은 귀신을 잡았다.
그는 번개처럼 거리를 날아갔다.
그가 지나가는 곳의 황천 작은 귀신은 모두 진압되었다.
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자의 경지가 또 폭등했구나!"
사마공도 놀랐다.
적지 않은 무인들이 황천 작은 귀신을 잡고 있었지만, 진남과 사마공은 경지가 보통이 아니라 얼마 안 돼 백 마리의 작은 귀신을 빼앗았다.
"이제 어떻게 하겠습니까?"
진남은 궁금해서 물었다.
"잘 보시오."
사마공의 손바닥에 뇌화가 일더니 백 마리의 작은 귀신을 순식간에 태웠다.
흑기가 안에서 천천히 풍겨 나왔다.
"흑기를 잡으시오!"
사마공이 소리치자 진남은 바로 손을 썼다.
그들이 흑기를 잡는 순간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기이한 힘이 그들을 감싸더니 그들은 거리에서 사라졌다.
"이건 환상 거울인가?"
땅에 내려오자 진남은 주위를 둘러봤다.
시커먼 허공에 옛 거리가 떠 있었다.
거리 양쪽에는 대문이 굳게 닫힌 점포가 몇백 개 있었다.
거리에는 가끔 무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흑포를 걸친 것처럼 흑기가 씌워져 있었다.
진남의 왼쪽 눈도 그들의 대략적인 경지만 볼 수 있고 생김새와 기운은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오랜만에 오는 군. 진남, 갑시다."
사마공은 진남과 함께 옛 거리 앞쪽으로 걸어갔다.
끝에 도착해서야 걸음을 멈추고 황천 점포를 바라봤다.
사마공은 숨을 길게 들이쉬더니 표정이 굳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점포의 나무 문을 두드렸다.
우르릉-!
이때, 문에서 엄청난 혈광이 폭발했다.
진작에 준비하고 있던 사마공은 크게 소리치며 낡은 우산을 꺼내 혈광을 막았다.
진남은 눈썹을 실룩거렸다.
혈광은 아무런 공격력이 없지만, 무조 경지 팔 단계의 무인을 환상 거울에 빠져들게 할 수 있었다.
거친 목소리가 점포 안에서 울려 퍼졌다.
"한 사람이 길 가운데 서 있다. 서쪽에서 해가 솟아오르고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그는 동쪽으로 갈까? 아니면 서쪽 혹은 남쪽이나 북쪽으로 갈까?"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무슨 이런 문제가 다 있나?'
"그자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자살했다."
사마공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거친 목소리가 울리지 않고 끼익 하는 소리가 나며 나무 문이 천천히 열렸다.
"왜 자살했습니까?"
진남은 이해가 되지 않아 전음했다.
"자네 모르는군. 자살한 분은 삼천 년 전의 무제요. 애인이 죽은 후 그는 애인의 시체를 안고 길 가운데 서서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였다오. 그러다 무제는 자살하는 걸 선택했다오."
사마공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 비밀은 일반적인 진전제자들은 모르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경지를 시험하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말하는 건 온 사람의 신분이나 등급이 충분한지 보기 위해서였다.
나무문이 완전히 열리자 진남과 사마공은 동시에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에는 백옥으로 만든 큰 상이 있었다.
상 옆에는 자리가 여덟 개 있었다.
이미 여섯 명이 자리에 앉았고 두 개만이 남아있었다.
"무제 강자구나!"
진남은 심신이 떨렸다.
그는 방금 왼쪽 눈을 움직일 때 상석에 앉은 사람이 무제인 걸 발견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다섯 명 중 두 명은 무조 경지 팔 단계이고 나머지는 모두 반제등급이었다.
"허, 무제들로 이루어진 세력이군. 진남 우리는 운이 좋은 것 같소!"
사마공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여섯 명을 관찰할 때 여섯 명도 그들을 바라봤다.
정원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상석 오른쪽 의자에 앉은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콧방귀를 뀌더니 거친 소리로 말했다.
"무조 경지 오 단계나 육 단계 정도의 꼬맹이들이 들어오다니? 너희들의 신분을 밝혀라. 신분이 부족하면 썩 꺼져라."
오륜법왕이었다.
그는 경매에서 마음에 든 물건을 모두 빼앗겼다.
때문에, 그는 기분이 좋지 않던 차라 바로 화를 냈다.
다른 다섯 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명정오룡 영패를 꺼냈다.
"명정오룡 영패?"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들은 눈을 찌푸렸다.
그들은 명정오룡 영패가 뭘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앞에 있는 두 명이 이 영패를 지니고 있다는 건 그들의 신분이나 지위가 최소 제자 등급이라는 뜻이었다.
"귀하의 아버지는 누구시오? 어쩌면 내가 알 수도 있을 거요."
이때, 세 번째 자리에 앉아있던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이 말했다.
그와 다른 한 명은 경지가 겨우 무조 팔 단계였다.
그들의 본존은 곽무룡과 다른 한 제자였다.
명정오룡 영패를 본 순간 그들 둘은 경매에서 벌어진 광경이 생각났다.
'그때 그 무제 강자가 설마 이 두 자식은 아니겠지?'
"생각났소. 귀하 오늘 몇 가지 물건을 사지 않았소?"
오륜법왕이 싸늘하게 말했다.
"하하. 나는 장담할 수 있소. 오늘 일곱 번째 층에 앉아있던 사람이 너희들이구나."
다른 소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본존은 백발주선이었다.
진남과 사마공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명정오룡 영패를 꺼낼 때 이미 신분이 드러날 걸 알았다.
하지만 드러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아무도 그들의 진정한 신분을 몰랐다.
"쓸데없는 소리들 하지 마오. 두 분 앉으시오. 보물을 바꿀 준비를 하시오."
상석에 앉은 신비한 무제강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조용해져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오륜법왕, 백발주선, 곽무룡 그리고 다른 한 제자는 진남과 사마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중에서도 곽무룡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그는 오늘 경매에서 자신을 진압한 사람이 이 둘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겨우 무조 경지 육 단계 정도의 녀석들에게 진압될 줄 몰랐다.
신분이나 지위를 따지면 이 둘은 기껏해야 제자 정도밖에 안 될 것이었다.
그러나 곽무룡도 제자였다.
"나는 대천주를 가져왔다."
무제가 맨 먼저 구슬을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
구슬은 부드러운 흰색 빛을 뿜고 있었다.
안에 그림자가 가득하여 마치 수많은 환상 거울이 있는 것 같았다.
오륜법왕 등은 헛숨을 들이켰다.
'역시 무제구나.'
"저에게는 천엽화(千葉花)가 한 송이 있습니다."
"대천주는 좋은 물건입니다. 저에게 고검이 있는데 선배님 마음에 듭니까?"
"선배님, 저에게 육도수(六道水)가 세 방울 있습니다."
오륜법왕, 곽무룡 등은 빠르게 이보를 꺼냈다.
"진남, 대천주는 좋은 물건이요. 나에게 쓰임이 많소. 나는 바꿀 거요."
사마공은 진남을 바라보았다.
명정오룡 영패는 진남의 것이었다.
"저에게 말할 필요 없습니다. 사양하지 마십시오."
진남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경매에서 얻은 네 개의 이보는 모두 보기 드물고 효능이 비범했다.
그러나 진짜 진남에게 적합한 건 거의 없었다.
때문에, 형제인 사마공이 필요한 보물과 바꾸겠다니 그는 이맛살을 찌푸릴 이유가 없었다.
사마공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만지더니 윤회화를 한 송이 꺼냈다.
윤회화를 본 오륜법왕, 곽무룡 등은 눈빛이 반짝거렸다.
진남과 사마공의 신분을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들로는 부족하다."
신비한 무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오륜법왕과 백발주선 등은 눈썹을 찌푸렸다.
대천주는 매우 비범하지만, 더 많은 이보로 바꿀 값어치는 안 되었다.
"선배님, 제가 육도액 다섯 방울을 더 보태겠습니다."
곽무룡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대천주는 그가 수련한 공법에 뛰어난 효능이 있기에 그는 꼭 갖고 싶었다.
"고권을 하나 보태면 선배님께서 저의 내력을 알아볼 수 있으실 겁니다."
사마공은 고개를 들고 고권을 꺼냈다.
고권에 일곱 개의 파란색 핏자국이 있었다.
곽무룡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사마공이 자신과 경쟁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