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화 계속할 거냐?
"너무 업신여기지 말라고?"
곽무룡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곽씨 가문은 용제원과 원한이 좀 있지. 그러니 내가 용제원 사람들을 괴롭힐 수도 있지 않느냐? 용제원은 쓰레기다. 불만 있으면 더 많은 제정을 가져오든가!"
한마디 말에 제자의 패기가 돋보였다.
곽무룡은 목목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주제 파악을 못 한다면 그도 더는 쓸데없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오동방, 소청청, 암름은 화가 잔뜩 났다.
목목의 눈에도 노여움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분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칠층 방 안의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속에서 화가 솟구쳤다.
'용제원은 쓰레기라고? 오늘 용제원을 괴롭히겠다고? 그럼, 네가 무슨 재주가 있는지 좀 봐야겠다.'
진남은 냉랭하게 말했다.
"곽 도우, 돈이 많구나. 그렇다면 내가 상대해주마. 다만, 나는 제정이 얼마 없으니 천만 개를 지불하겠다."
'제정 천만 개를 지불한다고?'
무인들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가격이 열 배나 뛰었다.
부처 사리를 세 개 살 수 있는 제정을 고작 무정사에 걸다니!
육층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표정이 흔들렸다.
"어떻게 된 거야?"
곽무룡과 다른 두 제자는 안색이 변했다.
'용제원 사람들을 괴롭혔을 뿐인데 위층 대인이 나설 줄이야!'
처음에 진남은 용제원에 대해 그다지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후에 삼대 요제의 태도, 그리고 용제원에서 겪은 일들 때문에 진남은 이제 자신을 용제원의 일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남은 화가 잔뜩 난 상황이었다.
"대인, 이건……."
허국정은 깜짝 놀랐다.
진남이 아무리 제정을 올려도 소용없었다.
명정오룡 영패만 있다면 보물을 다섯 개 무료로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작 무정사 때문에 한 번의 기회를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사마공은 빙그레 웃으며 말리지 않았다.
'내가 당사자라면 욕을 퍼부었을지도 몰라.'
어떤 일은 하면 큰 손실을 감안을 하고서라도 반드시 해야 했다.
인생에는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 없이 사는 것도 중요했다.
"선배님, 제 어떤 점이 무례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죄송합니다. 무정사는 제가 사겠습니다. 백만 제정을 지불해서 선배님께 사죄의 의미로 드리겠습니다."
곽무룡은 정신을 차리고 사과했다.
그는 자신의 건방진 태도가 선배에게 미움받았다고 생각해서 자세를 낮추었다.
비록 그가 제자이지만 무제에게 미움받는 짓은 감히 못 했다.
"나는 됐다. 저 용제원 여인에게 주거라."
진남은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곽무룡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지켜보던 무인들은 칠층을 올려다보며 헛숨을 들이켰다.
"무제야!"
"이번 경매에서 무제의 강자를 끌어들일 줄이야!"
"그래서 곽무룡이 꼬리를 내렸구나!"
"선배님 감사합니다!"
오동방, 소청청은 얼른 감사의 말을 건넸다.
"고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목목은 공수했다.
그녀는 의문스러웠다.
'칠층의 무제 강자가 왜 나를 도왔을까?'
"그럴 필요 없다. 나는 용제원과 인연이 좀 있다. 그래서 나선 것뿐이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제야 사람들도 깨달았다.
곽무룡은 답답한 표정이었다.
용제원 때문에 무제 강자의 불만을 사게 될 줄은 몰랐다.
목목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왠지 칠층의 신비인이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설마…….'
그녀는 기억 속 청년의 모습이 떠올라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진남이 어떻게 칠층에 있을 수 있어? 아닐 거야.'
칠층에서 사마공은 진남에게 눈을 찡긋했다.
"허허, 왜 목소리를 변조하오? 저들이 자네인 걸 알면 좋지 않소? 그럼 저들은 충격을 받을 테고 자네는 체면이 설 텐데."
진남은 사마공을 흘겨봤다.
상대하기도 귀찮았다.
그 후 보물들이 계속 올라왔다.
뒤의 보물은 과연 앞보다 훨씬 좋았다.
역천개명을 할 수 있는 이보가 세 번이나 나타나서 여러 세력은 쟁탈전을 벌이고 경매장은 열기가 뜨거웠다.
"다음은 백 개의 이보입니다. 모두 특별해서 외부의 힘으로 파괴할 수 없습니다. 다만 내력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각 이보는 만 개 제정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한 번에 다 사시면 팔 할의 가격에 드립니다."
은발의 노인이 손을 내저었다.
철기 조각, 피 묻은 지도, 잘린 칼, 검 조각 등 옛것을 들고나왔다.
그것들은 아무런 영기도 없고 효용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흥미진진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자질구레한 옛 물건 속에서 내력이 놀라운 이보를 고르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진남은 훑어보다가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있던 구리거울과 금인이 동시에 펄쩍 뛰었다.
"응?"
진남의 표정이 돌변했다.
'혹시 이 물건들 속에 구리거울이나 금인과 비슷한 것이 들어 있을까?'
"저 붉은 끈인가?"
진남은 한 바퀴 둘러보다가 빛을 잃은 붉은 끈을 발견했다.
그것은 구리거울, 금인과 기운이 똑같았다.
"다 주세요!"
진남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구리거울과 금인은 모두 그 신비한 여인과 연루된 보물이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기에 그는 이 붉은 끈을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명정오룡 영패 효력으로 모든 이보를 사갑니다!"
허국정이 높게 외쳤다.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곧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무제 강자가 눈독을 들이는 거면 이 속에 반드시 엄청난 보물이 있을 것이었다.
"진남, 무엇을 발견했소?"
사마공이 급히 물었다.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진남이 이보들을 사들이자 그의 식해에서 구리거울과 금인이 모두 옅은 빛을 발산했다.
진남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경매는 계속 진행되었고 점점 더 많은 보물들이 나왔다.
육층에 있던 자들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연신 놀라운 숫자를 외쳤다.
진남은 입을 열지 않고 사마공에게 가격을 제시하라고 했다.
"이 윤회화(輪回花)는 매우 소중하고 윤회의 힘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작가는 백만 개 제정입니다."
"오백만 제정을 내겠습니다!"
오륜법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육백만!"
백발 주선도 끼어들었다.
"제가 가지겠습니다."
사마공은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
육층에 머문 거두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만년제혈삼(萬年帝血參)은 무척 귀합니다. 구십만 제정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가지겠습니다!"
또 사마공의 목소리였다.
"……."
다시 침묵이 흘렀다.
남은 네 번의 기회는 모두 사마공이 사용했다.
서로 가지려고 하던 가치가 높은 네 개의 보물이었다.
오륜법왕, 백발주선의 마음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무제의 강자가 올 줄 알았으면 그들은 이 경매에 절대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물건은 손에 넣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명정오룡 영패로 다섯 번 보물을 가져갈 기회가 있으니 너무 불공평했다.
"대장로, 수고하셨습니다. 물건을 가져오십시오. 우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
횟수를 모두 썼으니 진남과 사마공은 경매에 참가할 필요가 없었다.
"좋습니다!"
허국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섯 개의 봉투를 가져왔다.
"갑시다."
경매 분위기가 한창 뜨거울 때 진남과 사마공은 유유히 떠났다.
그들은 아무런 시선도 끌지 않고 조용히 객잔에 돌아왔다.
"통쾌하다! 너무 통쾌해! 명정요룡 영패는 너무 멋있어!"
사마공은 객잔에 돌아오더니 흥분해서 꽥꽥 소리를 질렀다.
'네 가지 이보가 생겼다! 황천 점포에 가면 틀림없이 더 좋은 물건을 교환할 수 있을 것이다!'
진남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저장주머니에서 붉은 끈을 빼내 눈앞에 두고 관찰했다.
"이게 자네 마음에 드는 이보요? 특별한 게 없는 것 같소만?"
사마공이 다가왔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붉은 끈은 갑자기 살아난 듯 진남의 손목에 감기더니 붉은 끈 팔찌로 변했다.
"응?"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경지로도 붉은 끈 팔찌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마치 팔찌가 진남의 손목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어? 이상하오. 내가 해 보겠소."
사마공은 미간에 도제지인이 떠올랐다.
그가 나서기도 전에 팔찌에서 세 줄기 흰빛이 번쩍였다.
구리거울의 신비한 여인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포기할 거냐……? 계속할 거냐?"
그녀는 보기 드물게 멈칫거리며 말했다.
"포기할 건지 계속할 건지 선택하라고?"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무엇을 포기하고 계속할 것인지 말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삼생겁말이다. 계속할래, 그만둘래?"
신비한 여인이 차갑게 말했다.
"삼생겁이 무엇이냐?"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구리거울의 위력, 단천대제와 무연각의 반응을 보면 이 신비로운 여인은 엄청난 내력을 가진 게 분명했다.
'엄청난 내력을 가진 사람이 왜 구리거울, 금인, 붉은 끈 이 삼대 지보를 나에게 줬을까? 뭔가 의도가 있을 거야.'
"너는 질문이 너무 많아."
신비한 여인은 말했다.
"그냥 포기할 건지 계속할 건지만 말해주면 된다."
"내 사전에 포기라는 말은 없다. 계속하겠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비록 신비한 여인은 너무나도 차갑지만, 진남을 많은 위험에서 구해주었다.
그래서 그는 그 은혜를 기억하고 삼성겁이 무엇인지 몰라도 대답한 것이다.
세상일은 그랬다.
뜻밖에 강한 물건을 얻었으면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했다.
신비로운 여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래, 그럼 기다리거라."
"기다리라니? 뭘?"
진남은 저도 몰래 또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비한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고 구리거울 위의 빛도 차분해졌다.
"진남, 어떻소? 너무 이상하오. 도제인이 이 붉은 끈을 움직일 수 없소. 이상하오……."
사마공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제 후계자인 그는 보물에 대해 잘 알았다.
그러나 이 붉은 끈은 그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진남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몸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붉은 끈을 얻은 후 이 신비한 여인이 말한 삼생겁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붉은 끈이 나중에 어떤 용도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건 일단 신경 쓰지 말고 우선 무예를 깨우치고 오야가 되면 황천 점포에 갑시다."
진남은 사마공을 향해 말하고 눈을 감았다.
* * *
같은 시각 구천.
끝없는 얼음 평원에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선전(仙殿)이 있었다.
선전의 가장 높은 곳에는 한 여인이 흰 옷자락을 날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에는 적, 등, 황, 녹, 청, 남, 자색의 기이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금색 빛을 뿜는 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별은 바로 창람대륙이었다.
그녀가 살았던 곳이었다.
한참 후에야 백의 여인은 시선을 거두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적량(赤良)."
슉-!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그림자가 백의 여인 앞에 나타나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말했다.
"여제, 분부를 내리십시오."
"내 명령을 전해라. 선도비(仙道碑)를 움직이거라!"
"적마고문(赤魔古門)을 열어라!"
"삼천극법대선진(三千極法大仙陣)을 운행하거라!"
"오백 선장(仙將)들에게 빨리 돌아오라고 하거라!"
백의 여인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솟구쳤다.
마치 시공간도 멈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