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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75화 (575/1,498)

575화 경매의 시작

기운이 비범하고 표정이 거만한 세 청년이 있었다.

그들은 열몇 명 강자들의 옹호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걸어왔다.

기운이 비범했다.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열몇 명의 강자들은 무적무조 정상급이었다.

그들은 눈매가 날카롭고 감정 변화가 전혀 없었다.

특수 훈련을 받은 사사(士師)들이 분명했다.

무적무조 정상급 강자들을 사사로 둔 세 청년은 어떤 신분일까?

"저 기세를 보니 삼대 제자(帝子, 무제의 아들)구나! 헛소문인 줄 알았더니 진짜로 왔구나!"

"삼대 제자? 세 무제의 아들?"

중주에서 여러 세력의 진전제자를 빼고 신분 지위가 높은 것이 무제의 자식이었다.

그들은 경지는 낮았지만, 중주에서 권력이 대단했다.

"못 들었느냐? 벌레 같은 것들! 썩 물러나!"

앞장을 선 노인은 오만함이 가득해서 떠들었다.

사람들은 불쾌했지만 어쩔 수 없이 길을 내주었다.

"삼대 제자? 위엄이 대단하구나. 못 비키겠다면 어떻게 할 거냐?"

음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흑포를 입고 해골 가면을 쓴 자가 앞쪽에 나타났다.

"지금 젊은이들은 규칙을 너무 몰라."

술 주전자를 든 백발노인이 술을 마시며 탄식했다.

"하하."

사람 중에서 눈에 띄지 않는 중년 사내가 나서서 호탕하게 웃었다.

"오륜법왕(烏輪法王)이야! 저분이 명정문에 오다니!"

"허, 오륜법왕은 적어도 제자 두 명과 진전제자 다섯은 죽였는데 수단이 잔인하다고 소문났어. 지난번에 한 제왕이 그를 추격하려고 했는데 도망갔대!"

"백발주선(白髮酒仙)! 유영루의 부 루주인데 경지가 반보 무제이고 유영루에서도 유영대제 바로 아래 서열이야."

"어머, 홍권(紅拳)도 왔어. 그는 홍권의 대표 인물이다!"

"저기 봐봐, 보제사의 맨발스님도 왔어!"

여기저기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중주에서 유명하고 무제 바로 아래 서열인 자들이었다.

모두 한 세력의 거두들이었다.

제자는 신분이 높았지만, 이런 자들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었다.

"여러 선배님들도 경매에 오실 줄 몰랐습니다. 방금 버릇없이 군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세 청년 중 한 명이 포권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봄바람같이 온화해서 화를 낼 수 없었다.

"다음에는 좀 겸손하게 행동하거라."

백발주선은 담담하게 한마디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오륜법왕 등도 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삼대 제자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것 때문에 삼대 제자와 적이 될 수 없었다.

제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데리고 유명한 거두들 뒤를 따라 경매장에 들어섰다.

그들은 조금 전의 거만한 기세가 전혀 없었다.

많은 무인은 속이 후련했다.

"이번 경매에는 숨은 인재들이 많구나. 이렇게 많은 유명인사가 올 줄은 몰랐다."

진남은 삼대 제자를 떠올리자 눈이 반짝거렸다.

삼대 제자도 쉬운 인물들은 아니었다.

조금 전 그들은 일부러 거만하게 굴었다.

숨어있는 거두들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삼대 제자가 그 소란을 떨지 않았더라면 진남은 오륜법왕, 백발주선, 홍권을 왼쪽 눈으로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었다.

"우리도 들어갑시다."

진남은 사마공에게 말했다.

둘은 사람들 틈에 끼어 명정오룡 영패를 제시하고 시녀들의 놀란 시선을 받으며 경매장에 들어섰다.

"두 분, 나는 명정문의 대장로인 허국정(許國正) 입니다. 경매가 진행하는 동안 제가 안내와 해설을 해드리겠습니다."

진남과 사마공이 들어서자마자 백발노인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백발노인은 진남과 사마공을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명정오룡 영패는 삼대 제자나 백발주선 같은 인물들도 가지지 못했다.

중주에 모두 세 개밖에 없었다.

진남은 사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경매장입니다. 삼만 개의 의자가 있는데 모두 천성화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게 첫 번째 층입니다. 두 번째 층은 방으로 된 특별석입니다. 태산령룡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 층은……."

허국정은 설명하면서 진남과 사마공을 데리고 계속 위로 올라갔다.

꼭대기 층인 칠층에서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칠층에는 방이 세 개 있었다.

허국정은 대장로 영패를 꺼내 수많은 금제를 풀고 진남과 사마공을 데리고 들어갔다.

"오호라……."

사마공은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내뱉었다.

진남도 깜짝 놀랐다.

방은 크지 않았다.

길이가 오십 장이 되었는데, 벽에 용 뼈를 끼운 수막이 걸려 있었다.

주변에는 영주, 영차, 영과 등이 있었고 가운데는 향로를 태우고 있었다.

향로에서 금색 연기가 솟아올랐는데, 단목향이 코를 찌르고 몸 안의 경지를 자극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가치가 엄청났다.

심혈을 기울여 장식한 방은 강한 수련 성지 같았다.

허국정은 호기심이 어린 시선으로 둘을 살펴보았다.

'명정오룡 방에 처음 온 건가?'

* * *

시끌벅적하게 경매장에 들어올 때 풍파를 일으킨 삼대 제자, 오륜법왕, 백발신선, 홍권 등 거두들은 육층의 방에 들어섰다.

어떤 이는 계략을 짜고 어떤 이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그들은 안색이 변해서 고개를 들고 살폈다.

그들이 살피는 곳은 진남이 머무는 방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칠층 방에 사람이 들었어?'

'이번 경매에 무제 강자도 관심을 가지다니?'

"얼른 유영루에 소식을 보내 어느 무제 강자가 왔는지 알아봐야겠어."

백발주선이 말했다.

"이번 경매 규모가 큰 것도 아닌데 무제 강자가 왔어? 설마 나처럼 그 물건에 눈독을 들인 건 아니겠지?"

목소리가 큰 홍권의 두 눈에 빛이 돌았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생각에 잠겼다.

무게자 오는 것은 큰일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과 무제가 원하는 게 같다면 결과는 뻔했다.

"무제 강자가 나타날 줄은 몰랐어."

방 안에 있던 삼대 제자 중 얼굴이 말쑥한 청년이 우울해서 말했다.

"설마 그 물건을 아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 거다. 그 물건은 우리도 우연히 알게 되고 존재하는지 아닌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우리도 확신할 수 없잖아."

다른 청년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는 오륜법왕을 잘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황천 점포에서 반드시 그 물건을 가져와야 해."

다른 두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눈에 뜨거운 열기가 떠올랐다.

* * *

백발의 노인이 경매 단상에 올랐다.

"도우들, 경매의 규칙은 다들 잘 알거라 믿고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백발노인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이제 첫 번째 보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진남과 사마공도 동시에 바라보았다.

명정문의 여 제자가 조심스럽게 향목 나무 상자를 들고 왔다. 그녀는 나무 상자를 돌기둥 위에 놓고 특별한 황동 열쇠를 꺼내 상자를 열었다.

쿵-!

엄청난 불광이 온 경매장을 휩쓸고 간간이 불음이 울려 퍼졌다.

상자에는 금빛 둥근 공 하나가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 위에는 여러 부처의 모습이 보였다.

"육령산맥에서 얻은 것입니다. 무조 정상급의 고승이 변한 불타 사리입니다."

백발노인이 말했다

"연화를 하면 반드시 천급 삼품 무혼으로 역천개명할 수 있고 실력이 대폭 늘 수 있습니다. 경매 시작가는 이십만 제정입니다."

"삼십만!"

"사십만!"

"저는 오십만 제정을 지불하겠습니다!"

경매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시작하자마자 이런 놀라운 보물을 내놓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마공은 부처의 사리를 보며 욕심이 나서 침을 꿀꺽 삼켰다.

당장 달려들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진남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전음했다.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뒤에 귀한 보물이 나오면 그때 삽시다."

부처의 사리는 매우 귀중하지만, 아직 명정오룡 영패를 낭비할 가치가 없었다.

"나도 알고 있소. 보기만 해도 안 되오?"

사마공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했다.

부처의 사리는 보제사의 맨발스님이 삼백만 제정에 사 갔다.

경매는 계속 진행되었다.

다음 보물도 귀했지만, 부처 사리에 비하면 가치가 적었다.

여섯 번째 층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나서지 않았다.

진남은 고개를 흔들더니 보물을 보지 않고 경매장의 사람들을 관찰했다.

문득 익숙한 그림자를 본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용제원의 내문제자 목목, 오동방, 소청청, 암름이었다.

"그들도 올 줄이야."

진남은 목목의 옆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더니 시선을 옮겼다.

서른여 점의 보물을 경매한 후 백발노인이 크게 웃었다.

"이번에 나올 물건은 무정사인데, 이 끈으로 상대방을 감으면 순식간에 감정이 사라집니다. 이 물건의 작용은 다들 잘 알 거라 믿습니다. 오만 제정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기둥 위에는 비단 상자 하나가 있고 비단 상자 가운데에는 눈처럼 새하얀 것이 실이 있었는데 무정의 기운을 풍겼다.

"육만 제정!"

"육만오천 제정!"

"육만육천 제정을 지불하겠습니다!"

일부 무인들이 가격패를 들기 시작했다.

잠자코 있던 목목이 번쩍 손을 들었다.

"십오만 제정을 지불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적잖은 사람들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정사는 매우 귀중하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없었다.

"십오만! 더 없습니까? 세 번 호명하겠습니다. 십오만, 십오만……."

은발의 노인이 소리 높여 외쳤다.

"하하, 무정사 좋지. 이십만 제정을 제시합니다."

육층에서 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십오만!

목목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삼십만 제정을 내겠습니다."

젊은 목소리가 웃으며 말했다.

"낭자, 우리 계속 경쟁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떠냐? 나와 낭자는 인연이 있는 것 같으니 올라와서 담소를 나눈다면 무정사를 선물로 주겠다."

젊은 목소리가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곽무룡(霍武龍)이다."

"뭐? 곽무룡이었어?"

"삼대 제자 중 한 명이었구나. 저자의 아버지는 곽릉대제(霍凌大帝)야!"

"역시 제자답다, 여인이 마음에 들어 삼십만 제정을 사용하다니!"

경매장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하지만 관심이 없다. 삼십오만 제정을 지불할게요."

구미요제의 제자인 그녀는 이번에 무정사를 사러 일부러 온 것이었다.

그러니 제정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격은 그녀의 예상을 훨씬 초과했다.

"오, 성깔이 좀 있네? 좋다. 칠십만 제정을 지불하겠습니다!"

곽무룡은 계속 말을 걸며 가격을 두 배나 올렸다.

무인들은 혀를 내둘렀다.

오동방, 소청청 등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곽무룡은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칠십일만 제정!"

목목은 하얀 손을 꽉 움켜잡고 입을 열었다.

"백만 제정!"

곽무룡은 담담하게 말했다.

"낭자, 나는 네 성격이 마음에 든다. 그러니 나와 경쟁하지 말거라. 너는 나를 못 이겨."

"곽무룡!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지 마!"

오동방은 성질이 급해서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백만 제정이면 여덟 개의 무정사를 살 수 있었다.

곽무룡은 제정을 믿고 목목을 몰아붙이는 것이었다.

다른 무인들은 별다른 말이 없이 고개를 저었다.

칠층에 있던 사마공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저 녀석들 용제원 제자들이잖소……."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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