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화 석온도화(石蘊道花)
진남은 힘을 전부 드러내서 매우 강했다.
그러나 몇백 마리의 화룡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그는 그대로 밀렸다.
"에잇! 어떻게 나가지?"
진남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봉우리의 신비한 힘에 빨려 들어왔다.
그런데 신비한 힘에게 미움을 샀으니 어떻게 나가면 좋단 말인가?
바로 그때 신비한 비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신비한 힘이 진남을 감쌌다.
"고맙……."
진남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는 밖으로 나왔다.
몇백 마리의 화룡들은 억울한 듯 포효하며 비석을 발로 잡아 뜯었다.
그러나 화룡의 공격에도 비석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봉우리 밖의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했다.
봉우리에 꽂혀있던 보도와 고도들이 가볍게 떨리며 빛이 전보다 옅어졌다.
그러나 영성이 생겼다.
슉-!
진남은 두 번째 구름층에 도착했다.
주변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방금 그가 봉우리 내부에 들어갔다 온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깨어있는 제자들의 신념은 전부 산꼭대기에 집중되어 있었고, 아직 깨지 않은 제자들은 당청산 등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고 최선을 다해 깨우치는 중이었다.
아무도 진남이 사라졌던 걸 몰랐다.
"조금 전에는 위험했어. 비석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큰일 났을 거야. 하지만 다행이다. 이번에 그래도 수확이 있어……."
진남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몇백 마리의 화룡들의 반응을 보니 꽃 다섯 송이의 가치가 고도보다 못하지 않은 것 같았다.
비록 비범도제의 손에서 명정오룡 영패를 가질 수 없지만, 적어도 당청산이 흑도의 품질을 높이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철컥-!
그때, 산꼭대기에서 당청산이 눈을 번쩍 떴다.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는 손을 뻗어 두 개의 고도를 뽑았다.
문무도 손을 뻗어 고도를 뽑았다.
아무런 저항도 없었다.
도천중도 패기를 풍기며 두 개의 고도를 동시에 뽑았다.
"하하하, 이번 구도고봉에서 다섯 개의 고도를 뽑다니, 예상 밖이다! 잘했다, 잘했어! 도천중, 당청산, 문무 너희들 모두 잘했다! 장로들은 내 명을 들어라. 제자들을 데리고 구도고봉을 떠나거라!"
천광도제의 목소리가 봉우리 위쪽에서 울렸다.
"떠나라고?"
"지금 떠나라니? 나는 아직 칼을 못 뽑았는데?"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곧 엄청난 진동 소리에 묻혔다.
대장로와 다른 장로들은 흥분된 마음으로 제자들을 데리고 구도고봉을 떠나 도장으로 향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등급에 따라 한 줄로 서서 떠났다.
"어, 진남? 너……."
당청산은 무언가 생각이 나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여덟 개의 고도는 저와 인연이 없나 봅니다."
진남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에게 사과할 게 뭐 있느냐? 인연이 없었을 뿐이지, 뭐."
당청산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두 개를 뽑았다.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하나 줄게."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소란이 끝나고 장로들과 제자들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드디어 일부 사람들의 시선이 진남에게 쏠렸다.
"어? 진남은 고도를 뽑지 못했네."
"생각났어. 그는 보도 하나도 못 뽑았어."
"하하, 속이 다 후련하구나. 진남은 천도문과 맞서더니 우리한테서 고도나 보도를 가져갈 생각까지 하다니?"
"내가 보기에 진남의 도의도 별로야."
"속이 후련하다. 오늘 천도문에는 좋은 일만 있구나."
특히 봉주와 장로들은 진남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 기뻐하며 조롱했다.
일부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문무와 진불회 등은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
그들은 진남의 도의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결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당청산은 눈빛이 사나워지고 살기가 몸속에서 솟구쳤다.
'이 세상에서 누가 감히 내 사제를 조롱하느냐! 감히 종문이라도 안 된다!'
"선배님, 됐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진남은 얼른 나서서 말렸다.
당청산은 심호흡을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의 살기가 사라졌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도천중, 당청산, 문무는 나를 따라오너라! 봉주와 장로들은 보도를 세 개 이상 얻은 제자들에게 상을 주거라."
천광도제의 형상이 나타나서 우레 같은 소리로 말했다.
"대장로 등은 연회를 준비하거라. 경축해야지!"
도장은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사람들의 시선은 진남에게서 움직였다.
도천중, 당청산, 문무는 천광도제가 데려가고 장로와 봉주들은 제자들에게 상을 나눠주고 잡역제자들은 명령에 따라 연회를 준비했다.
천도문 전체가 떠들썩했다.
진남은 진불회 등의 참석 요청을 거절하고 당청산의 대전에 왔다.
그는 천도문의 연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당청산 사형이 돌아오면 꽃을 전해주고 내일은 천도문을 떠나야겠어."
진남은 생각에 잠겨 만상옥간의 소식을 살펴보았다.
명정오룡 영패가 없으니 명정문에 간다고 해도 의미가 없었다.
슉-!
그때, 사람 그림자가 진남 앞에 나타났다.
바로 비범도제였다.
"선배님, 저는……."
진남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남."
비범도제는 진남을 뚫어지게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너에게 참 실망이 크다."
비범도제는 성격이 매우 유순하고 괴상한 데가 있어 한 가지 일에 실망하는 일이 적었지만, 이번에는 우울했다.
진남은 이번에 제방 순위가 칠백 위나 올라갔으며, 당청산이 보기 드물게 칭찬한 사람이었고, 도왕비를 부수기도 했다.
게다가 비범도제는 진남에 대한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고도 두 자루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며칠 사이에 여러 천재지보를 수집하며 수많은 심혈을 기울여 흑도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진남은 실패하고 고도 한 자루도 손에 넣지 못했다.
"너를 탓할 수 없다. 너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한 내 잘못이다."
비범도제는 고개를 저었다.
진남은 그에게 빚진 것도 없었고, 당청산에게 빚진 것도 아니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저도 여덟 개의 고도와 아무런 인연이 없을 줄 몰랐습니다."
진남은 미안한 얼굴로 사과를 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선배님, 제가 구도고봉에서 얻은 물건인데 쓸모 있는지 봐주십시오."
말을 마치고 그는 신기한 꽃을 한 송이 꺼냈다.
"고도 외에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네가 가지고 있거라. 오늘은 이만 얘기하자. 먼저 갈게……."
비범도제는 쳐다보지도 않고 떠나려고 하다가 곁눈질로 꽃을 보더니,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응? 석온도화(石蘊道花)? 너 어떻게 이 꽃을 얻었느냐? 설마 구도고봉 내부에 들어갔느냐?"
비범도제의 눈에 충격의 빛이 비쳤다.
천도문에서 오직 그와 천광도제만 알고 있었다.
구도고봉의 진짜 신비롭고 무서운 것은 바로 봉우리 내부에 있었다.
둘은 불의 지역에 있는 신비한 비석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얼마 못 가고 신비한 힘에 의해 튕겨져 나왔다.
처음에 비범도제와 천광도제는 제자들도 들어갈 수 있는지 살펴봤다.
그러나 여러 번 실패하자 그 생각을 접었다.
비범도제는 비석에 있는 다섯 송이의 석온도화가 욕심나고 그 비밀도 궁금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진남이 내부에 들어갔고 석온도화까지 따왔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
수많은 궁금증이 비범도제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선배님, 석온도화는 쓸모 있습니까?"
진남은 비범대제의 표정을 보자 이 꽃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흑도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쓸모 있다. 매우 쓸모 있지!"
비범도제는 진남의 물음에 정신이 들어서 궁금증을 뒤로 하고 흥분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석온도화는 얻기 무척 힘들다. 중주 대륙에서 거의 사라졌다. 흑도의 품질을 높이는 데 이것만 한 게 없다. 옛말에 한 송이면 고도를 개변하고 두 송이면 고영이 변하고 세 송이면 도혼을 연마한다고 했다.
아쉽게도 한 송이밖에 없구나. 세 송이만 있으면 흑도는 엄청난 도혼을 연마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한 송이를 얻은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비범도제는 진남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불의 지역과 비석이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왜 진남은 내부에 들어갈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천재들이 못한 것을 진남이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양대 도제가 못한 일을 진남이 이루었다. 진남은 대단한 녀석이야!'
"세 송이면 도혼을 연마할 수 있다고요?"
진남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선배님, 저에게 꽃이 한 송이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한 송이만 있는 게 아니라고?"
비범도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진남에게 세 송이가 있을까?'
진남은 손을 뒤집어 남은 네 송이의 석온도화를 전부 보여줬다.
"이런!"
비범대제는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진남이 비석에 있는 다섯 송이의 석온도화를 전부 뜯어왔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 진남은 어떻게 신비한 힘에 튕겨나지 않은 거지?'
"선배님, 정말 이상합니다. 제가 아무리 수단을 사용해도 여덟 개의 고도는 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를 공격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봉우리를 느끼려고 했는데 이상한 힘이 저를 내부로 끌어들였습니다. 그래서 이 다섯 송이의 석온도화를 딸 수 있었습니다."
진남은 비범도제의 표정을 보자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동시에 그는 시름을 놓았다.
그는 비범도제에게 약속을 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비범도제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당청산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 그는 미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석온도화의 작용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하니 이것만큼 좋은 결과가 없었다.
'석온도화가 다섯 송이나 있으면 흑도는 어떤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비범대제는 다섯 송이의 꽃을 받고 심신이 떨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들은 황당하고 터무니가 없는 것들이었다.
다섯 개의 고도와 천재지보로 실현할 수 없었던 일들을 석온도화가 있다면 다 해결할 수 있었다.
호종신도의 도의를 빌려 흑도를 연마한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흠흠!"
자신이 실례했다는 것을 느낀 비범도제는 헛기침을 하며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녀석, 처음에 너를 오해했다. 부디 마음에 두지 말기 바란다. 너는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니 나도 섭섭하지 않게 대접하겠다."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명정오룡 영패가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이 영패가 있으면 명정문이 여는 경매에서 보물 다섯 개를 맘대로 사고 제정을 지불할 필요도 없었다.
진남이 입을 열려고 하는데 비범도제가 진지하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마. 명정오룡 영패가 다섯 송이의 석온도화에 비하면 가치가 훨씬 떨어진다. 그러니 이 부적도 받거라."
"이건……."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허, 녀석. 이 부적은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것이다.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다. 보통 상황에서는 부적을 꺼내기만 해도 중주의 많은 사람을 진압할 수 있다. 일부 문파의 무제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조심해서 잘 사용하거라. 배웅은 하지 않으마. 잘 가거라!"
말을 마친 비범도제는 다급하게 허공을 찢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