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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71화 (571/1,498)

571화 구도고봉

쿵-!

엄청난 전의가 커다란 용처럼 주변에서 꿈틀거렸다.

문무는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

천재들은 얼른 수단을 펼쳐 그 힘을 막았다.

진남의 말 한마디에 허곤선에서 벌어진 도회가 싸움터로 변했다.

한참 후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감탄했다.

"전의가 정말 놀랍구나. 오늘 견식이 넓어졌다!"

"아쉽다. 도의가 이렇게 강하니 진남의 칼도 엄청 대단할 것이다. 인연이 아닌 게 아쉽구나!"

"진남 도우, 고맙다. 덕분에 깨닫는 게 있구나."

"인생이 바로 그런 거지. 끊임없이 싸우고 부단히 진보하는 거지!"

"진심으로 탄복한다!"

문무도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여인의 몸이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천하를 정복할 장군처럼 패기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남의 전의를 본 후 그녀는 무엇이 진정한 패기인지 깨달았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물러서지 않는 것이 진정한 패기였다.

"너에게 술 한 잔 권하마!"

문무는 술잔을 들고 쭉 들이켰다.

"진남 도우, 우리도 한 잔 권하겠다!"

천재들은 일제히 말했다.

그들이 진남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겼다.

그들의 시선에는 존경이 담겨 있었다.

"다들 고맙다!"

진남은 마음속에 호기(豪氣)가 솟아올랐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천재도회는 고상한 취미를 가진 자들이 모여서 도의를 논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본질은 천재들 간의 신경전이었다.

진전제자가 있으면 어떠한가?

계략이 있으면 어떠한가?

진남은 실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사람들의 존경을 얻었으며, 음모를 깨뜨렸다.

이게 바로 그였다.

천재들은 차와 술을 마시며 한담을 나누었다.

문무도 격식을 차리지 않고 그들 사이에 껴서 대화를 나누었다.

분위기가 뜨거웠다.

정신이 든 임사와 최립허는 겁에 질린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더 이상 소란스레 굴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허곤선은 천도문으로 돌아왔다.

밤새도록 칼에 대해 대화를 나눈 천재들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진 도우, 이건 내 영패다. 기회가 있을 때 칼을 겨루고 도의를 논하자."

진남은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영패를 진불회에게 주었다.

"고맙다."

진불회는 감동해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을 겪고 그와 진남은 깊은 우정은 아니었지만, 벗이 되었다.

진남도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 그는 도술각으로 가서 계속 도술을 연구했다.

이번 천재도회에서 그는 전신의 왼쪽 눈과 무예 천부로 천재들의 결함을 짚어냈다.

하지만 여러 천재의 도의 중 그를 놀라게 한 것들도 있었다.

특히, 문무의 삼천 명 정예 기병에 대해 진남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지금 도술 서적들을 뒤져본다면 무언가 깨닫는 것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진남이 모르는 일이 있었다.

천도문의 제자들은 이미 호기심에 천재도회의 일을 알아보았다.

"그거 들었어? 천재도회에서 진남이 혼자 힘으로 모두를 제압했대!"

"듣자 하니 진남이 엄청 대단하다고 하더구나. 최립허 사형도 진남을 제압 못 했대!"

"어디 그뿐이야? 진남의 도의는 최립허와 임사를 동시에 진압하고 문무 사저의 도의도 없앴대!"

"진짜? 문무 사저의 도의도 없앴다고? 농담하는 거 아니지?"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많은 사람들이 진남을 주목했다.

천도문의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장로와 봉주들은 그 소식을 듣자 놀라고 화가 났으나 어쩔 방도가 없었다.

용제원에 강한 천재가 나타나 그들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지금이 처리하기 딱 좋은 기회였지만 그들은 손을 댈 수 없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천도문 전체가 구도고봉을 위해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틀 후 정오.

용이 포효하는 것 같은 도음(刀音)이 천도문의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드디어 열린 건가?"

진남은 왼쪽 눈으로 앞을 살폈다.

십 촌짜리 금색 소도 열 개가 허공을 가르더니, 한데 모여서 빛을 뿜었다.

빛은 곧 네모난 도장으로 변하더니, 점점 커져 길이가 삼천 장이 되는 커다란 도장이 되었다.

"외문제자 입장!"

도장의 양옆에 두 백발의 노인들이 날아와 서더니 외쳤다.

천도문의 외문제자들은 아래의 외문대전에서 날아 도장의 가장 뒷자리에 줄을 섰다.

진남은 예리하게 발견했다.

이들은 경지 순서로 줄을 섰고 등급이 명확했다.

"내문제자 입장! 다른 세력의 천재들 입장!"

그러자 내문제자들이 날아들었다.

"진남, 가자."

당청산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남은 도술각에서 날아올라 당청산과 나란히 도장에 들어섰다.

그 둘이 가장 앞자리에 서자 수많은 시선이 쏠리고 시끄러워졌다.

"장로 입장!"

"전주 입장!"

"진전제자 입장!"

곧 장로와 전주들이 도착했다.

진전제자들이 입장할 때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문무와 다른 세 명의 청년, 그리고 한 여인이 무표정으로 허공을 디디며 천천히 걸어왔다.

일행이 많지 않았지만, 강한 기운이 모든 사람들을 눌렀다.

천도문에서 진전제자의 지위는 양대 도제 바로 아래였다.

"저 청년이 천도문의 진전제자 일 위이고 제방 구 위인……."

진남은 한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의 기운은 묘했다.

때로는 엄청나게 커졌다가 때로는 엄청 허약했다.

또한, 동시에 여러 기운을 풍기는 것이 마치 몸에 여러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청년은 진남의 시선을 느끼고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진남을 한번 훑어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고 흥미를 두지 않았다.

"저 사람이 도천중(刀千重)이다. 천광도제의 아들인데 태어날 때 신비한 고도 세 개가 먼 곳에서 허공을 뚫고 날아와 몸 안에 들어갔다고 한다. 예전에 의지를 겨뤄본 적이 있는데 상대가 되더라고."

당청산은 진남에게 전음했다.

'태어나자 신비한 고도 세 개가 날아왔다고?'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기이한 소문은 처음 들어보았다.

하지만 당청산이 상대가 된다고 인정한 사람이라면 도천중은 실력도 평범하지 않았다.

이때.

"도제 대인을 모시겠습니다!"

두 백발노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슉-!

공중에서 인형이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자 주변이 어두워졌다.

그에게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옅은 제위가 도장을 휩쓸었다.

"도제 대인을 뵙습니다."

사람들은 공수했다.

소리가 하늘에 닿을 듯이 컸다.

"저자가 천도문의 다른 도제인 천광도제이다. 천광도제는 분신이 아니라 의지만 온 것 같구나. 이상하다……."

진남은 인형을 올려다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구도고봉은 십 년에 한 번 열린다. 이번에는 육 년 만에 이례적으로 열리게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모두 제명쟁탈전을 위해서이다. 마침 여러 세력의 천재들도 이 자리에 있으니 천도문의 제자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말고 비범을 실망시키지 말거라."

천광도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엄청난 패기가 느껴졌다.

"도제 대인을 실망시키지 않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천도문 제자들이 크게 외쳤다.

그들은 두 눈에 단호함이 불타올랐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천광도제는 목소리가 부드럽지만 사실 엄청난 제술을 사용했다.

불멸무제가 사용한 것보다 훨씬 강한 제술이었다.

제술은 사람들 마음에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천도문 제자들에게 작용이 컸다.

그때, 천광도제가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긴장했다.

다행히 천광도제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 구도고봉에서 대장로를 비롯한 열세 명의 장로들은 질서를 유지하거라. 구대 고도 중 하나라도 얻는 제자가 있으면 무혼 등급과 경지를 막론하고 내 친전(親傳)제자가 될 수 있다. 만약 내 제자 중에서 얻는 자가 있다면 후한 상을 내리겠다!"

천광도제의 말은 고요한 물에 돌을 던진 것 같았다.

천광도제의 친전제자가 되려면 적어도 천급 오품 이상의 무혼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실력은 종문 진전제자 정도는 되어야 했다.

최립허도 그저 기명(記名) 제자였다.

"뭐? 무혼과 경지가 상관이 없다고?"

"기회가 왔다! 도제 대인의 친전제자가 된다면 실력이 일취월장할 거다!"

"지난번에 구도고봉에서 느낀 게 있어. 그러니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어!"

천도문 제자들은 의지가 활활 불탔다.

"됐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겠다. 지금 호종신도에게 알려 구도고봉을 열자꾸나."

천광도제는 손으로 법인을 만들어 신비한 힘을 하늘에 올려보냈다.

"호종신도?"

진남은 놀라서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쿵-!

하늘에 걸린 커다란 고도가 엄청난 힘을 펼쳤다.

도의 하나가 폭발하여 허공에 떨어지며 방원 삼십 장이 되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구멍의 안쪽에서 바다가 철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종신도는 역시 강해. 방금 하마터면 단천도가 끌려갈 뻔했어."

진남은 오른팔에서 전해지는 전의를 느끼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빠르게 반응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대회는 열리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다섯 진전제자는 구도고봉에 들어가거라!"

대장로 등 열세 명의 장로들이 하늘에 날아오르며 외쳤다.

그러자 도천중, 문무 등은 빛으로 변해 그 속으로 사라졌다.

"내문제자들은 들어가거라."

당청산과 진남은 발끝을 차며 날아올라 사람들을 따라 들어갔다.

발이 땅에 닿자 진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있는 곳은 작은 섬이었다.

섬은 끝없는 바다 위에 덩그러니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바다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섬의 중앙에는 커다란 산이 높이 솟아있었다.

산은 높이가 팔천 장은 되는 것 같았다.

산 중턱에 세 층의 구름이 있었다.

마치 산을 세 개로 나눈 것 같았다.

산 중턱에는 온통 검은색을 띤 고목들이 가득했다.

고목들에는 보도(寶刀)들이 꽂혀있었다.

꼭대기에는 여덟 개의 신비한 고도가 있었다.

"어?"

진남은 눈앞이 흐릿해졌다.

조금 전까지 산 정상을 볼 수 있었는데, 갑자기 신비한 힘에 가려져 구름 위쪽의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

"신비한 힘은 봉우리 내부에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구도고봉에서 진짜 강한 것은 고도나 보도가 아니었다.

그것들을 품은 봉우리였다.

'이렇게 많은 칼을 한데 모은 봉우리는 대체 어떤 내력을 가지고 있을까?'

진남이 봉우리의 내력에 의문을 품을 때 천도문 대장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전제자는 첫 번째 구름층에 갈 수 있고 내문제자는 두 번째 구름층에 갈 수 있으며 외문제자는 세 번째 구름층에 갈 수 있다. 구름층에 가거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고봉산 중턱을 감고 있는 세 개의 구름층은 진전, 내문, 외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즉, 고도를 느낄 수 있는 확률은 진전제자가 가장 컸다.

봉우리의 신비한 힘 때문에 동술로도 정상에 있는 여덟 개의 칼을 볼 수 없었다.

한데, 첫 번째 구름층에서는 동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고도를 직접 볼 수 있고 거리도 가장 가까웠다.

한 장이 가깝더라도 고도를 느낄 기회는 훨씬 더 컸다.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도천종과 문무 등 다섯 진전제자는 첫 번째 구름층으로 날아갔다.

진남과 당청산 등 내문제자들은 두 번째 층으로 날아갔다.

모든 제자들은 세 개의 구름층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신념을 구도고봉에 집중했다.

그러자 구도고봉에 있는 보도들은 가볍게 떨리면서 빛을 뿜었다.

마치 부름에 응하는 것 같았다.

다만, 정상에 있는 여덟 개의 고도는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누가 고도를 얻을지 모르겠구나."

장로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산 정상을 바라보았다.

잠시라도 시선을 돌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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