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화 인간족의 전설이 시작되다
화지진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미소를 거두고 말했다.
"이번 대전은 용제원에서 제방 서열이 올라간 제자들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진짜 목적은 제자들을 자극하고 고무하고 장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에 저는 심혈을 기울이고 온갖 수단을 사용하여 사제와 사매를 동시에 역천개명시켰습니다. 용제원에서 절대 저를 푸대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은 조금도 틀린 곳이 없었다.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상을 달라는 것이구나.'
화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한 표정으로 공정한 듯 말했다.
"공로가 가상하다. 용제원은 절대 네 공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마침 봉주들이 여기 있으니 요구가 있으면 바로 말하거라."
"저는 전력이 용제원에서 첫 번째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사람을 거느리는 데 능합니다. 용제원의 여러 봉우리 중 인족봉은 자원이 풍부하지만 인재가 적습니다. 저는 인족봉 봉주가 되어 인족봉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화지진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깨달았다.
'인족봉을 가지려는 거구나!'
용제원의 사람들은 모두 화지진과 진남이 갈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또, 인족봉은 도원정석이 있고 진남의 수단으로 영기 등이 매우 짙어져 제일 봉 전룡봉과 대등했다.
봉주들과 장로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은 진남의 신분과 진남이 역천개명한 것을 염두에 두고 손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화지진이 용기를 낼 줄이야.
봉주들과 장로들은 모두 속으로 감탄했다.
'화지진 대단하구나. 공로를 먼저 얘기하여 거절을 못 할 상황을 만들었구나. 참 용의주도하다.'
"봉주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화열은 대답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동의하오!"
"화지진이 이번에 이룬 공로는 대단하오. 게다가 그가 말했기도 하지만, 그는 제자들을 이끄는 것이 능하오. 그가 인족봉 봉주가 되어도 괜찮을 것 같소."
"맞소. 그는 인족봉 봉주의 적임자요!"
봉주들은 일제히 말했다.
대부분이 지지했다.
그들 중 일부는 화열의 편이었다.
일부는 진짜 화지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진남을 질투했다.
그러나 전룡봉, 구미봉, 기린봉의 봉주들은 모두 의사를 밝히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화지진이 나의 아들이지만 그가 한 일을 여러분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거요. 나는 화지진을 지지하겠소! 이미 절반 이상의 봉주들이 지지하니 우리 용제원의 규정에 따라 오늘부터 진남은 더는 인족봉의 봉……."
화열은 이변이 일어날까 봐 바로 결정하여 상황을 끝내려 했다.
화지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전력은 용제원 제자 중 첫 번째는 아니었지만, 일을 꾸미고 형세를 장악할 수 있었다.
'진남, 네가 인족봉에 남긴 물건을 가진 후 다시 너를 혼내주겠다!'
화지진은 눈빛이 싸늘했다.
그는 인족봉에 중요한 보물이 있으며, 하나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가 인족봉을 빼앗으려고 한 것은, 진남을 상대하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보물을 빼앗으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오늘 일어난 일은 전부 그가 꾸민 연극이었다.
사제와 사매가 역천개명에 성공한 것엔 그의 공로가 있지만 별로 크지 않았다.
그는 사제와 사매들에게 '구문충(九紋蟲)'이라는 보기 드문 영수를 먹여 천지에 맹세하게 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하면 그들은 그를 거역할 수 없었다.
"잠깐!"
별안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공 장로였다.
"응?"
화열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들도 약속이나 한 듯 쳐다봤다.
'대세가 정해졌는데 전공 장로는 뭐 하려는 거지?'
"진남……! 진남의 제방 서열이 나왔소!"
전공 장로는 목소리가 떨렸다.
진남이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영패로 진남과 소통하여 서열을 알아보았다.
오동방, 소청청, 암름, 목목 등은 눈이 반짝거렸다.
그들은 진남이 내문제자 일 위가 되어 속으로 불만이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진남의 서열이 몇 개나 올라가는지 궁금했다.
"얼마요?"
화열은 화난 표정을 지었다.
'왜 지금 진남의 서열을 말하는 거지? 한 번에 오백 위 이상 올라가지 못하면 무슨 의미 있다고? ……전공 장로는 상황 파악이 안 되는구나. 나중에 저자의 지위도 조정해야겠어.'
"진남의 제방 서열은……. 삼, 삼백일 위요! 칠백 위나 올라갔소!"
모든 이들이 순식간에 굳었다.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천여 위에서 삼백여 위로 올라가다니! 이는 삼천여 위에서 이천여 위로 올라간 것과 비교가 안 된다. 앞으로 갈수록 서열은 높아지기 더 어렵다. 왜냐하면 서열이 높은 천재들은 모두 대단한 인물이라 얕잡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순위전이 끝난 후 아직 한 달도 안 되었다. 진남은 무슨 일을 겪었기에 이렇게 많이 높아졌을까?'
짧디짧은 침묵이 흐른 뒤 도장은 시끄러워졌다.
"칠백여 위나 올라가다니!"
"전공 장로 농담하는 거 아니오?"
"농담? 이런 일로 농담할 수 있소? 정말 대단하오! 용제가 전례 없는 인간족 제자를 용제원에 들인 것도 다 이유가 있었소!"
"인족봉을 개조하고 역천개명하더니 이번에는 한 번에 제방 순위 삼백여 위라니……! 이대로라면 진남은 제방 서열 십 위안에 들 수 있지 않을까?"
봉주와 제자들 모두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무도 다른 말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창천, 소청청, 암름 등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나중에는 진심으로 탄복했다.
'진남이 타요봉 덕을 봤다고? 인맥 덕을 봤다고? 절대 아니다!'
"우리 용제원에 이런 천재가 나올 줄 몰랐다! 화지진 너 아직도 인족봉 봉주가 되고 싶으냐?"
전룡봉 봉주는 화지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이상한 눈길로 다시 한 번 화지진을 바라보았다.
"어……."
정신을 차린 화지진은 안색이 퍼레졌다.
'진남이 한꺼번에 칠백 위나 올라갔다. 중주에서 풍파를 일으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삼대 요제도 놀랄 것이다. 완벽하게 계획했지만 지금 인족봉 봉주가 되려는 건 말도 안 된다.'
문파에 솟아오른 샛별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화열도 상황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 사제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올라갈 줄 몰랐습니다. 좀 전에는 제가 당돌했습니다. 용제원을 위해 일하는 건 저의 영광입니다. 상품은 됐습니다. 저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화지진은 공수하더니 몸을 날려 떠나갔다.
그의 뒷모습이 초라했다.
그는 진남이 나타나기도 전에 졌다.
이 광경을 본 전공 장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진남 편이었다.
때문에, 화지진 등이 음모를 꾸몄을 때 그는 속으로 화가 났다.
그러나 그는 화열보다 지위가 낮아 반대해도 별 소용 없었다.
한데, 진남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 번에 실력으로 모든 음모를 산산조각 냈다.
이때, 그림자 몇 개가 멀리서 날아왔다.
"진남 사형이 돌아왔습니다."
"진남의 가슴을 봐. 진짜 삼백일 위야!"
"아, 나는 현월이 부럽다."
"진남 사형은 진짜 패기 있구나!"
"장담하는데, 그는 삼 개월이 안 돼 반드시 백 위 안에 들 거다."
도장은 시끄러워졌다.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진남에게 쏠렸다.
천기견들과 현월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진남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의 서열이 높아진 것이 놀랍긴 했지만, 나타나자마자 이렇게 큰 반응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화열은 왜 나를 이렇게 아니꼽게 보는 거지?'
이때, 신념이 진남의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전공 장로였다.
"화지진 나의 인족봉을 가지겠다고? 내 그자를 잊고 있었구나. 용제원에서 아마 그자가 나를 가장 원망할 것이다. 언젠가 기회를 봐 화씨 가문 부자에게 타요봉의 위력을 보여줘야겠어."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순 없지.'
그때.
"진남!"
위엄 있는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길이가 칠 촌 되는 자룡이 구름 위에서 헤엄쳐 나와 도장을 내려다보았다.
용위가 꿈틀거렸다.
"원장님을 뵙습니다."
화열 등은 깜짝 놀라 서둘러 인사했다.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진남의 서열이 올라간 건 풍파를 일으켰다.
"좋다. 천여 위에서 삼백여 위로 올라가다니. 중주 전체를 둘러봐도 엄청난 성과이다. 네가 계속 노력하길 바란다. 그리고 요구가 있으면 바로 말하거라. 최선을 다해 만족시켜주마."
자룡이 말했다.
그의 눈에 드러난 만족감은 조금도 거짓이 없었다.
진남의 서열은 삼대 요제조차 깜짝 놀라게 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용제의 말을 듣자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용제가 직접 진남에게 요구를 말하라고 하다니.'
'용제의 제자가 되겠다고 하거나 용제의 진전을 얻겠다고 해도 어마어마하잖아.'
"어떤 요구나 다 됩니까?"
진남은 뭔가 생각나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었다.
"녀석, 너무 지나친 요구는 제기하지 말거라.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
자룡은 진남의 모습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고 전음했다.
"좋습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저는 다른 요구는 없습니다. 문파에서 저에게 수련할 때 쓸 제정을 백만 개 주십시오."
"제정 백만 개? 너…… 진심이냐?"
자룡은 깜짝 놀랐다.
봉주, 장로, 제자들도 어리둥절했다.
'제정 백만 개?'
'우리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원장님, 우리 용제원에 제정 백만 개도 없습니까?"
"어? 아, 아니다!"
자룡은 정신이 번쩍 들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다. 백만 개 제정이다. 여기 있다!"
자룡은 발을 휘둘러 저장주머니를 던졌다.
진남은 기뻤다.
이제 그는 제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을 본 사람들은 시끄러워졌다.
'용제에게 아무 요구나 제기할 수 있다!'
'진남이 제정 백만 개를 달라고 하다니?'
'백만 개의 제정은 많은 양이지만 다른 것과 비하면 천지 차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절대 제정을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부터 진남은 용제원의 진전제자가 되었다!"
자룡이 말했다.
용제원에서의 인간족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몇 년 후에도 많은 요족들은 오늘 일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대전이 끝난 후 그 사이 있었던 일들이 용제원에 퍼졌다.
수많은 사람들은 소문에 깜짝 놀랐다.
봉주들도 제자들더러 진남을 따라 배우라고 가르치고 잡역제자, 내문제자들은 진남을 본보기로 삼았다.
용제원에 돌아오자 육령용맥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자식, 잘했다. 단천대제도 예전에 너처럼 대단하지 않았다."
그의 말은 마음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단천대제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 세상 사람들에게 기적을 보여주었지만, 진남은 용제원에 온 지 이 년도 안 되었다.
"선배님 과찬이십니다."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천기견들은 잘 수련하여 천기술을 완전히 장악하십시오. 천기서도 천기견들과 함께 수련하거라. 소홍, 너는 이 자들을 데리고 폐관하거라. 현월은 인족봉을 떠나시오."
현월은 어리둥절했다.
'진남이 나를 쫓아내는 건가?'
"도련님, 그러지 마라. 현월은 좀 멍청하지만 일편단심이다. 게다가 앞날이 창창하잖아."
천기견들은 깜짝 놀라 다급히 말했다.
그들은 평소에 현월과 자주 싸웠지만, 이미 현월을 친구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