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화 칠대 금지
"보자!"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적을 펼쳐보기 시작했다.
고적을 깊이 이해할수록 그의 마음속의 놀라움이 점점 커졌다.
불멸무제가 죽기 전에 무신뇌겁(武神雷劫)으로 제술을 다시 개조하여 그것의 위력은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어쩐지…….'
"이천 년 동안 수많은 천재가 와도 불멸무제가 제술을 내놓지 않을 만했구나!"
"이번에는 진짜 수확이 크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어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이 제술은 붕멸지술(崩滅之術)로 개조되었다.
모든 술법을 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걸 멸할 수 있었다.
위력은 천지신겁(天地神劫)처럼 모든 걸 심판하는 듯 엄청났다.
잘 습득하면 등급을 넘어 싸우는 건 말할 나위 없었다.
제술은 의지가 엄청났다.
만약 무수와 융합되면 무수를 성장시킬 수도 있었다.
"폐관을 시작하자!"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두 눈을 감더니 심신합일의 경지에 들어갔다.
진남 등이 폐관할 때, 만법지에서는 많은 무인이 여전히 열심히 희야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만법지 깊은 곳엔 엄청난 골짜기가 퍼지고 있었다.
골짜기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수많은 무도 기운이 안에서 용솟음쳤다.
커다란 야수가 포효하는 듯한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이곳은 만법지에서 명성이 자자한 금지 중 하나인 만법구(萬法溝)였다.
만법구 안에는 수많은 기연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들어가면 대부분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강벽난은 만법구 앞에 서 있었다.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이 세 개의 사신부적은 나 자신을 위해 쓰자.'
그녀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한탄했다.
좀 전의 대화를 생각하니 강벽난은 화가 나 고개를 저었다.
"관두자."
강벽난은 마음을 추스르더니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려 만법구에 뛰어들었다.
나무처럼 미련한 남자를 돕는 것만이 자신의 인생이 아니었다.
그녀도 자신을 위해 살아야 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단 해 보자. ……내가 죽으면 그 자식이 가슴 아파할까?'
닷새 후 만법지의 천재들 대부분은 유영루나 다른 곳에서 희야가 죽은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놀라는 동시에 한숨을 쉬더니 만법지를 떠나 각자의 종문으로 돌아갔다.
물론 남아서 다른 전승을 찾는 자들도 있었다.
희야의 죽음은 큰 풍파를 일으키지 못했다.
* * *
그 시각.
"붕멸제의(崩滅帝意), 무수에 융합되거라!"
진남은 눈을 뜨고 심신을 통해 붕멸술의 의지를 자아무수에 주입했다.
무조 나무의 나뭇가지와 나뭇잎은 다른 기운을 풍기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용탁목!"
진남을 기회를 봐 용 형상이 휘감긴 고목을 자아무수에 튕겨 넣어 둘을 하나로 만들었다.
자아무수의 기세가 순식간에 솟아올라 찬란한 빛이 세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자아무수는 자라고 있었다.
붕멸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내 짐작이 맞는 것 같구나."
진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도의 나무는 높이로 판단할 뿐만 아니라 일반무수, 무적무수, 역천무수, 자아무수 사대 경계로 나뉘었다.
자아무수는 최고의 경지까지 연마하면 또 이상무수(異象武樹)라고 불렀다.
불타 진자래의 보제무수, 진남 체내의 전신무수는 모두 이상무수였다.
진남의 자아무수는 다른 천재들의 자아무수에 비하면 특이점이 없었다.
때문에, 진남은 붕멸의지를 기초로 용탁목을 보조로 자아무수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성공하면 그의 자아무수는 '붕멸무수'가 될 수 있었다.
"붕멸무수가 되려면 한 번으로는 안 된다. 나중에 붕멸술의 의지를 높여 다른 천재지보를 연화해야 한다."
진남은 잠시 자아무수를 관찰하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붕멸술을 느끼기 시작했다.
붕멸술은 오 단계로 나뉘었다.
그는 현재 이 단계, 열물(裂物)의 경지까지 느꼈다.
"주인님! 주인님!"
이때, 천기견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멀리에서 들려왔다.
천기견 등은 먼저 출관하였다.
천기견들과 천기서의 천기직감으로 해골 소홍과 현월을 거느리고 이익이 되는 것은 쫓고 해로운 건 피하면서 주위의 좋은 물건을 모두 긁어모았다.
고개를 든 진남은 해골 소홍이 어깨에 소녀를 메고 있는 걸 발견했다.
소녀는 시커먼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드리우고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눈썹 사이에 검은 안개와 금빛이 어울려져 있었다.
그녀는 새하얀 얼굴이 창백해지고 고통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마녀잖아? 그녀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마녀 천천이 중상을 입은 걸 발견했다.
"도련님, 이 여인은 우리가 방금 발견했다. 공주처럼 예쁘지 않지만, 우리 인족봉으로 데리고 가 하녀로 부려도 괜찮을 것 같다."
천기견들은 흥분하여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현월은 놀라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천기견들의 말을 듣자 입가가 떨렸다.
"하녀로 부린다고요? 허허, 마녀 천천은 제방 삼 위입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하녀 노릇을 시킨다는 말입니까?"
진남은 화를 냈다.
천기견들은 표정이 굳어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마녀 천천이라고?'
"이 여인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해골 소홍이 말하며 마녀 천천을 진남의 앞에 내려놓았다.
"알고 있어."
진남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녀 천천은 제방 삼 위였다.
전력이나 수단이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
용제원 제자 중 가장 강력한 오창천도 그녀의 상대가 안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무제 강자도 그녀를 죽이는 건 매우 어려웠다.
'왜 이렇게 큰 상처를 입었을까? ……무제를 만났나?'
진남은 빠르게 왼쪽 눈을 움직여 그녀의 몸을 훑어봤다.
훑어보던 그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녀의 단전에 어떠한 의지가 그녀의 뼈를 갉아 먹고 있었다.
그녀의 체내에 남아있는 약한 불광이 이 의지를 막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붕멸술!"
진남은 낮게 소리치며 붕멸의지를 두 개의 손가락에 주입하더니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그녀의 온몸의 경맥을 짚었다.
붕멸의지가 끊임없이 침식하던 의지를 바로 산산조각 냈다.
마녀 천천은 몸을 떨었다.
그녀의 입가에서 녹색 피가 흘러나왔다.
고통스러워하던 얼굴이 편안해진 듯 펴졌다.
"비켜라."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전신 제일 식을 움직여 자신의 전의를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천기견들과 천기서, 해골 소홍 등은 일 리 밖으로 물러갔다.
"나오거라!"
진남은 크게 소리치며 손바닥으로 그녀의 단전을 내리치며 붕멸의지를 뿜었다.
쿵-!
엄청난 기운이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젊은 남자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젊은 남자는 몸에 용린으로 만든 긴 두루마기를 입고 눈이 날카롭고 기세가 엄청난 것이 높은 곳에 있는 천신 같았다.
천기견들과 현월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본능적으로 무릎을 꿇으려 했다.
"누구냐!"
진남은 하늘을 진동하는 우레처럼 차갑게 소리쳤다.
그는 고개를 숙여 진남을 바라보았다.
"허! 중주의 하룻강아지가 감히 나의 의지를 건드리다니. 죽어라!"
청년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큰 손을 뻗어 진남을 내리쳤다.
엄청난 위력이 천지를 진동했다.
그의 공격은 의지뿐이었지만, 맞으면 영혼이 부서질 수 있었다.
"의지 따위가 여기서 건방지게 굴다니! 부서지거라."
미리 준비하고 있던 진남은 단천도를 뽑아 내리쳤다.
도기가 엄청났다.
"허허, 나는 불멸허환영(不滅虛幻影)이다. 어떤 공격도 나를 건드릴 수 없다. 고작 도기……."
청년은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천도의 도기가 정확하게 그의 손바닥을 잘랐다.
"어떻게 된 거지? ……단천도? 단천도를 갖고 있느냐?"
청년은 순간 당황했다.
정신을 차린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화르륵-!
도기가 허공을 가르고 그림자를 산산조각 냈다.
위압이 사라지자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현월은 한숨을 쉬었다.
산골짜기의 바람도 원 상태를 회복하고 다시 가볍게 불어왔다.
그러나 진남은 눈썹을 더 세게 찌푸렸다.
'누구지?'
'중주의 하룻강아지'라는 말에서 그는 청년이 절대 중주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중주 사람이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경지가 있을까? 만약 단천도가 없었다면 아홉 개의 무조 나무를 드러내야만 형상을 깰 수 있을 것이었다.'
"음……."
이때, 두 눈을 꼭 감았던 마녀가 가벼운 신음을 흘리더니 눈을 천천히 떴다.
* * *
그 시각, 중주, 반신지국의 신비한 수림.
"중주의 하룻강아지가 단천도를 가졌을 줄이야."
신비한 청년이 중얼거렸다.
"이제 중주에서도 대단한 인물이 나오려나?"
말을 마친 그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언제 한번 중주에 다녀와야겠다. 단천도는 나의 것이다. 그리고 기회를 봐 그 천한 여인을 죽여야겠다.'
* * *
같은 시각, 만법지의 신비한 골짜기.
"진남……? 너 왜 여기 있어?"
마녀 천천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체내의 상황을 느끼고 물었다.
"네가 나를 구했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천기견들은 그녀가 깨어난 걸 보고 슬금슬금 도망갔다.
그들은 마녀가 자신들이 전에 한 말을 알까 봐 두려웠다.
그녀가 알게 되면 봉변을 당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봐야지."
진남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
"누가 너에게 상처를 입힌 거야?"
"후, 운이 나빴어. 다 그 대머리 놈 때문이야. 얼마 전에 그놈과 무예를 겨뤘다. 그런데 그놈이 나쁜 수단을 써 나는 크게 상처를 입었어. 그렇게 되어 그 개자식이 내 몸에 들어오게 된 거야."
마녀 천천은 이를 악물었다.
불타 진자래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는 그를 목 졸라 죽였을 것이다.
"마녀, 오해한 것 같아. 불타 진자래가 네 체내에 엄청난 불광을 남기지 않았다면 너는 진작에 죽었어. 나도 너를 구하지 못했을 거야."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응?"
마녀 천천은 어안이 벙벙했다.
불타 진자래는 그녀의 체내에 불광을 주입했었다.
그녀가 많은 수단을 썼지만 지울 수 없었다.
불력이 아무런 위험이 없는 걸 확인하고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흥! 그 대머리 놈이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마녀 천천은 기쁜 듯 가볍게 웃었다.
"아, 진남, 까먹고 있었다. 내가 만난 건 칠대 금지의 사람이다. 반신지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주에 온 것 같아. 조심해."
마녀 천천은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칠대 금지?"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너 몰랐어? 용제원은 너무 허술하구나. 이런 것도 너에게 알려주지 않다니."
마녀 천천은 어이가 없었다.
"칠대 금지는 중주의 백산십금구해삼하의 십대 금지와 달리 반신지국의 일곱 개 세력이야. 또 칠대 세력이라고 불러."
그녀는 멈칫하더니 계속 말했다.
"유실약원, 살신도장, 요신금지 등과 같아. 그들은 팔천 년 전에는 삼대 세력과 마찬가지로 강한 존재였어. 다만, 팔천 년 전에 일어난 이변으로 칠대 금지는 쇠약해지기 시작했어. 그러나 그렇다곤 해도 중주의 이성 세력보다는 훨씬 강해."
"유실약원?"
진남은 그녀의 말 중에 한 단어를 듣고 얼떨떨했다.
그는 묘묘 공주가 유실약원에서 왔고 약원의 공주라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제방에 공주의 행적이 보이지 않는데 혹시 돌아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