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화 불멸전승이 나타나다
두 눈을 꼭 감고 표정이 평온한 진남을 보며 불멸무제는 뭐가 생각난 듯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눈길은 점점 확고해졌다.
'이천 년이 지났다. 나도 집념을 버릴 때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쉽게 제술을 전해주지 않을 거다. 제술은 내가 죽기 전에 신겁의 의지를 연마하여 예전과 다르다.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너의 인연에 달렸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너에게 기회를 더 많이 주겠다."
불멸무제는 중얼거리며 큰 손을 저어 금빛을 진남의 체내에 주입했다.
이어 그는 침묵했다.
그는 진남이 마음에 들었지만, 공짜로 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인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진남이 그의 제술과 인연이 없으면 다 소용없었다.
예전에 그는 신격과 인연이 없었기에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진남 체내의 기운이 완전히 평온해졌다.
여덟 개의 전신의 나무는 모두 삼 장으로 자라고 자아무수는 오 장으로 자랐다.
진남은 자랄수록 전신의 나무의 기운과 위력이 더 강해져 다시 한 번 자아무수에게 도전하려는 걸 느꼈다.
"나중에 방법을 대 자아무수를 제고해야겠어. 아니면 조만간 전신의 나무에 눌릴 것 같아."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눈을 번쩍 떴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두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하고 말했다.
"나는 하마터면 너를 죽일 뻔했다. 그런데 왜 나에게 고맙다고 하는 거냐?"
불멸무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에겐 기회였습니다. 제가 계속하는 걸 선택했으니 어떤 결과가 있든 스스로 책임지는 게 마땅한 겁니다. 강해지는 데 위험은 항상 따르기 마련이죠.
선배님께서 이렇게 귀중한 차와 선차를 내어주신 건 저에게 은혜를 베푸신 겁니다. 실패했다 해도 고맙게 생각했을 겁니다."
"하하! 자식, 말은 잘하는구나!"
불멸무제는 통쾌하게 웃더니 뭔가 느낀 듯 미소를 거두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올 것 같다."
"다른 사람이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정원 위의 허공에 파동이 일었다.
강벽난, 이관, 구양소소 그리고 한 무인이 동시에 내려왔다.
강벽난은 온몸의 기운이 매우 평온했다.
다른 세 명은 피투성이고 매우 처참했다.
"진남?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느냐?"
이관 등은 어리둥절하여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유적 안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이 대답하기도 전에 불멸무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심사를 통과했다. 대단하다."
그의 말은 이관 일행의 주의를 끌었다.
그들은 그를 보며 빠르게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불멸무제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하하! 됐다. 시험을 통과했으니 상품을 주겠다. 이 다섯 개의 보물을 각자 알아서 선택하거라."
그가 손을 젓자 세 개의 기이한 영초와 고권, 그리고 단약이 허공에 떠올랐다.
"적양련옥화(赤陽煉獄花)?"
"용탁목(龍卓木)?"
"구전불멸단(九轉不滅丹)?"
이관 등은 힐끗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보물들은 범상치 않고 매우 진귀하다. ……고적은 불멸무제가 스스로 창조한 제술인가?'
"나의 제술은 여기 없다. 내 제술을 얻는데 고작 이 몇 가지 심사로 되겠느냐?"
불멸무제가 핀잔을 하며 말했다.
"제술은 아직 기회가 있다. 그건 나중에 알려주마. 우선 보물을 선택하거라."
불멸무제는 진남을 가리켰다.
"네가 먼저 고를 거냐?"
이관과 구양소소 일행은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
이 다섯 개의 보물은 가치가 다 달랐다.
먼저 선택하는 사람이 유리했다.
"선배님, 드릴 말씀 있습니다. 왜 저자가 먼저 고릅니까?"
구양소소가 성큼 나서며 말했다.
그는 용탁목이 마음에 들었다.
진남을 먼저 고르게 하는 것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선배님, 저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관이 말했다.
진남은 두 사람을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자의 심사 내용을 너희들은 모른다. 그러니 납득되지 않는 것도 이해된다."
불멸무제는 화를 내지 않고 허허 웃으며 말했다.
"자, 차 한 잔 주마."
그가 손을 젓자 삼엽장홍 두 잔이 그들 앞에 떨어졌다.
"차를 마시라고요?"
이관과 구양소소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찻잔을 들어 한 번에 마셨다.
우르릉-!
두 개의 방대한 힘이 터졌다.
양대 천재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은 체내의 무혼과 무조 나무 그리고 온갖 제술을 순식간에 움직여 체내의 기운을 눌렀다.
커다란 힘을 들여서야 두 사람은 차력을 누를 수 있었다.
그들이 조금만 반응이 늦었더라도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었다.
"선배님, 이건……."
이관과 구양소소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설마 우리가 이의를 제시하여 불멸무제가 우리를 혼내주려는 건가?'
"이자는 심사에서 이 삼엽장홍을 여섯 잔이나 마셨다."
불멸무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네?"
두 천재는 순식간에 안색이 변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섯 잔을 마셨다고? ……대체 어떻게 버텼지?'
진남은 두 사람을 향해 공수하더니 망설이지 않고 용탁목을 가져갔다.
용탁목은 그의 자아무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 광경을 본 구양소소와 이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불복?
불복하면 삼엽장홍을 여섯 잔 넘게 마셔야 했다.
그들은 몰랐지만 진남이 겪은 심사는 더 대단했다.
강벽난, 이관 등도 남은 보물을 전부 골랐다.
"이천 년이다. 나는 여기 이천 년이나 있었다. 매번 후계자를 뽑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아직 이 세상에 미련이 있다."
불멸무제가 감탄했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겠느냐? 하지만 계속 고집을 부려도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말을 마친 불멸무제는 진남과 강벽난 등을 훑어봤다.
"나의 진정한 전승을 얻으려면 인연이 있는지 봐야 한다!"
말을 마치자 불멸무제의 형상은 흩어져 수많은 광점으로 변하여 사방으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만법지의 풀밭과 열 개의 검은 문 그리고 금색 문과 은색 문 등 공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우르릉- 쾅-!
귀청을 때리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전승지의 모든 공간이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진남 등이 있는 정원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된 거지?"
이관 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대한 힘이 진남 등을 휘감고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흰색 풀밭 위.
처음에 전승에 들어온 무인은 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중 일부는 죽고 일부는 탈락해 전송되어 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풀밭 주위에 숨어 기회를 봐 빼앗으려 했다.
"어떻게 된 거지? 왜 검은 문이 갈라졌지?"
숨어있던 이십여 명의 무인들은 눈앞의 광경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열 개의 커다란 검은 문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 돼 문 전체에 퍼졌다.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열 개의 검은 문이 엄청난 화염으로 변하여 초원에서 휘감아 올라 허공을 삼켰다.
방원 백 리가 흔들렸다.
"무슨 일이지?"
"검은 문이 부서졌다! 누군가 전승을 가졌단 말인가?"
"가자, 어서 가보자!"
초원에서 요수와 싸우던 수많은 무인들은 이변을 느끼고 깜짝 놀라 빠르게 몸을 날려 날아왔다.
그들도 보물을 빼앗을 생각이었다.
휙-!
불빛이 사라진 후 초원 위 하늘에 신비한 대진이 나타났다.
대진 가운데서 금색 문, 은색 문에 들어갔던 무인들이 나왔다.
진남 등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지?"
"공간이 무너진 것 같아!"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몇십 명의 무인들은 의문이 들었다.
그중에 몇 명은 욕설을 퍼부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해골 소홍, 현월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막 그들이 보물을 얻으려는 중요한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준비하거라. 불멸무제의 말을 들어보니 전승을 내놓을 것 같다."
강벽난은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불멸무제의 몸이 터지던 모습이 아른거렸다.
혼란스러웠다.
이때, 딸랑하는 맑은 방울 소리가 무인들의 귀에 들려왔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따라 바라봤다.
어느샌가 흰색 초원 위에 금색 상자가 나타났다.
상자에선 옅은 제의가 풍기고 있었다.
가운데는 용봉이 춤을 추는 것 같은 큰 글자가 있었다.
불멸전승!
"저건 혹시……"
이관, 구양소소를 비롯한 모든 무인들이 숨을 죽였다.
시끄럽던 현장이 조용해졌다.
"손을 써라!"
"어서 빼앗아! 전승이 안에 있다!"
"막지 마라! 막는 자는 모두 죽일 거다!"
사람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무인들은 숨을 헐떡이며 수단을 움직여 금색 상자를 잡으려 했다.
제술이 하늘에 가득 퍼졌다.
초원은 시끄러운 싸움터가 되었다.
그들은 검은 문과 대문 안의 공간이 왜 무너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제의와 상자에서 풍기는 기운은 거짓이 아니었다.
"진남!"
강벽난은 크게 소리쳤다.
"응?"
진남은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빼앗는 금색 상자를 보자 순식간에 깨달았다.
'불멸무제가 자신이 창조한 제술을 꺼냈구나.'
이때, 휙 하는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섯 개의 방대한 기세가 허공을 가르고 이곳에 강림했다.
강림한 다섯 사람은 무조 정상 경지의 강자들이었다.
"하하! 불멸전승이 드디어 나타났구나! 불멸전승은 나의 것이다!"
대머리 사내는 크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손은 피가 묻은 마수로 변하여 다른 무인들의 제술을 뚫기 시작했다.
"흥! 시건방지고 어리석구나."
붉은 머리카락의 노인이 싸늘하게 한마디 하더니 차가운 장검을 뽑았다.
검기가 엄청났다.
이성 세력, 검문의 장로였다.
오대 무조 경지 정상의 강자들은 불멸전승 때문에 만법지에 온 것이었다.
다만, 그들은 쟁탈에 참가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지막에 빼앗으려 했다.
아래의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자 안색이 크게 변했다.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다른 만법지의 강자들을 끊임없이 끌어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경지로 쟁탈에 참가할 수 없다.'
'만약 무제 강자가 있다면 그들도 손을 쓸 것이다.'
"강벽난! 자리를 피하자!"
진남은 낮게 소리치더니 강벽난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를 끌고 빠르게 뒤로 물러갔다.
싸움터는 혼란스럽고 강자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섣불리 싸움에 참가하면 손해가 클 수 있었다.
게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진남이 실력을 드러난다고 해도 여기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 없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 해골 소홍과 현월도 빠르게 쫓아왔다.
"진남, 방법이 있어. 너 십 리 밖으로 도망가.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 내가 금술을 써 금색 상자를 너에게 전해줄게. 그럼 상자를 갖고 도망쳐."
강벽난은 표정이 침착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 넌?"
진남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
'내가 가면 강벽난은 위험해지잖아?'
"저들 수준으로 나를 잡을 순 없어."
강벽난은 담담하게 말했다
거절하려던 진남은 문득 뭔가 느끼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몇 개의 보라색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나무에서 파동을 느꼈다.
그의 예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중 한 개의 보라색 나무가 눈부신 보라색 빛을 뿜더니 폭발음과 함께 터져 수많은 보라색 안개로 변하여 초원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