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8화 이걸 버텼다고?
잠깐 사이에 진남은 넉 잔이나 되는 차를 마셨다.
아홉 개의 무조 나무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그의 몸은 진작에 터졌을 것이었다.
삼엽장홍을 이제 겨우 두 잔 마셨다.
"천금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친구는 얻기 어렵다. 오늘 같은 날 술이 없는 것이 진짜 아쉽구나. 자, 한 잔 더 마시자."
불멸무제가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선배님."
진남도 한 잔 더 마셨다.
차를 마시자 불멸무제가 말했다.
"좀 전의 두 명은 재미있구나.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또 뭘 발견했느냐?"
"이 둘은……."
진남은 대답했다.
그가 대답을 마치자 불멸무제가 찻잔을 쳐들었다.
과정은 폭풍우처럼 매우 빨리 진행되었다.
진남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차력을 버텨야 할 뿐만 아니라, 불멸무제의 질문도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력은 원래도 대단한데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력도 더 많이 소모했다.
때문에, 보통이라면 정신을 집중하여 불멸무제의 문제에 대답할 수 없을 터였다.
차를 잘못 마시면 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도를 잘못 말하면 전승을 받을 수 없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 네 개 수막 속의 강벽난 등은 위험을 겪고 있었고, 정원 안의 불멸무제와 진남은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셨다.
마치 치열한 싸움처럼 대화가 매우 빠르게 오갔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오랜 친구들이 만난 줄 오해할 수도 있었다.
'이 녀석……?'
불멸무제의 눈에도 놀라움이 드러났다.
'진남은 이미 삼엽장홍을 네 잔 마셨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넉 잔의 삼엽장홍을 마시고도 표정이 변하지 않고 무사하다니, 실로 놀랍구나.'
'진남은 경지가 무조 사 단계밖에 안 된다. ……설마 차력이 진남에게 아무 효과 없는 건가?'
불멸무제는 의문이 들었지만, 크게 웃으며 말했다.
"좋다, 좋아, 아주 좋다! 네 번째 문의 음양전환은 나의 견문을 넓혀주었다. 자, 오늘 간만에 기분이 좋구나. 남은 네 잔도 모두 끓여 마시자!"
그는 손가락을 튕겨 찻주전자를 하나 더 꺼냈다.
두 찻주전자가 각기 끓기 시작했다.
한참 후 불멸무제는 찻주전자를 들어 뜨거운 찻물을 한꺼번에 다 마셨다.
'한 번에 두 잔을 마시다니!'
진남은 눈길이 차가워졌다.
불멸무제가 마지막에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
"에라 모르겠다!"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찻주전자를 들어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우르릉-!
방대한 차력이 그의 체내에서 폭발했다.
아홉 개의 무조 나무도 매우 대단한 흡입력을 뿜었지만 전부 빨아들일 수 없었다.
진남은 육신이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혈관이 뚜렷이 보이고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한 번에 두 잔이나 마시니 이 자식도 버티기 힘들 것 같구나.'
불멸무제의 눈이 반짝거렸다.
'금인!'
진남은 속으로 외쳤다.
신비한 금인이 윙윙 떨리는 소리를 내더니 금빛을 뿜으며 차력을 진압했다.
아홉 개의 무조 나무는 자극을 받은 것처럼 더 대단한 흡입력을 폭발해 차력을 깨끗이 삼켰다.
"응? 어떻게 된 거지?"
손을 써 진남을 도와주려던 불멸무제는 어리둥절했다.
'삼엽장홍 두 잔이다. 설령 무조 팔 단계의 천재라도 한꺼번에 마시면 중상을 입을 것이다.'
진남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불멸무제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여섯 잔의 삼엽장홍을 마시니 그의 경지는 어느새 돌파하기 직전에 이르렀다.
"선배님, 좋은 차입니다. 더 있습니까?"
'불멸무제가 차를 끓이며 도를 논하자고 했으니 한꺼번에 넉넉히 내놓으라고 하자! 이 기회에 경지를 돌파할 수 있겠다!'
불멸무제는 황당해하며 진남을 바라보았다.
이천 년 동안 수많은 천재가 이곳에 와서 그와 함께 차를 끓이며 도를 논했다.
끝까지 버틴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진남처럼 다 마시고 차가 더 있는지 묻는 자는 처음이었다.
"좋다!"
불멸무제는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오늘 이 네 가지 제술 구상은 대단하다. 나도 탄복했다. 너 같은 천재를 만났으니 나도 차를 숨기지 않겠다. 오늘 통쾌하게 마시자!"
말하면서 그는 옥병을 꺼냈다.
짙은 선광(仙光)이 떠올랐다.
"선력(仙力)?"
진남은 깜짝 놀랐다.
어떤 천재지보든 선 자가 들어가면 평범하지 않았다.
옥병 안의 찻잎들은 금색을 뿜고 변두리가 칼날처럼 예리하고 선기가 흐르고 있었다.
찻잎의 무늬는 대도가 붓으로 그린 것 같았다.
삼엽장홍은 옥병 안의 찻잎들과 비하면 천지 차이였다.
"이건 금엽선차(金葉仙茶)다."
불멸무제는 아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그가 전에 태고의 유적에서 매우 고생하고 얻은 것이었다.
한 근밖에 안 되었는데 이천 년 동안 마시고 이제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이 차를 내놓은 이상 너는 다 마셔야 한다. 아니면 죽는다."
불멸무제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손을 젓자 하늘에서 맑은 샘이 쏟아 내려와 찻주전자에 흘러들었다.
금엽을 주전자에 넣자 찻잎들은 살아난 것 같았다.
용이 물에서 헤엄치는 것 같았다.
향기가 사방에 퍼졌다.
정원 안의 나무와 화초들은 모두 향기에 하느작거렸다.
"선배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선차는 입에 들어간 후 경지를 보지 않고 무혼과 의지를 본다. 강자만이 마실 수 있지. 진귀한 보물인데 어찌 아무나 마실 수 있겠느냐?"
불멸무제는 말하며 찻잔을 들어 한꺼번에 다 마시더니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찻잔을 들어 두 모금에 마셨다.
화르륵-!
찻물은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로 변하여 선기가 용솟음쳤다.
진남의 온몸의 경맥과 골격은 강한 타격을 받은 것처럼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진남은 흔들리지 않고 속으로 소리치며 무조 나무를 움직여 차력을 빨아들였다.
선차도 그의 영혼과 의지를 흔들지 못했다.
아홉 개의 무조 나무는 선차의 공격을 버틸 수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을 무혼 등급으로 나누는 건 매우 불공평하다.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희망을 저버렸느냐? 진남, 너는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하느냐?"
불멸무제는 기세가 폭등하더니 차를 한 잔 더 마시며 진남에게 질문했다.
정원에는 보이지 않는 강풍이 윙윙 불어왔다.
그의 말은 평범한 한마디가 아니었다.
'고도음(叩道音)'이란 제술을 움직인 것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천둥처럼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의지와 영혼을 흩어지게 할 수 있었다.
이건 겨우 일 단계를 드러낸 것이었다.
"불공평한들 어쩌겠습니까? 성공하고 못 하고는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그 누구도 원망할 필요 없습니다."
진남은 얼굴이 상기되었지만 두 눈은 맑았다.
그는 또 한 잔을 마셨다.
"틀렸다! 철 같은 규칙이다. 너의 의지가 대단하고 운이 좋아 기연을 끊임없이 만났다 해도 철창 같은 세상은 네가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잔을 벌하겠다!"
불멸무제는 목소리를 높이더니 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주위의 허공에 천둥이 울리더니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묵직한 기운이 주위를 휩쓸었다.
고도음 이 단계였다.
진남은 두 잔을 들어 동시에 마셨다.
체내에는 힘이 솟구쳤지만, 정신은 끝없는 억압을 받아야 했다.
"팔천 년 전에 해낸 사람이 있는데 왜 지금은 아무도 하지 못합니까?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입니다!"
진남은 낮게 소리쳤다.
그의 정신은 여러 개의 현이 뭉친 것처럼 단단하여 불멸무제의 외침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체내의 금인으로 누르며 무조 나무를 움직여 차력을 흡수했다.
웅-
순식간에 진남의 몸에서 선광이 풍기기 시작했다.
그의 기운도 정상에 도달했다.
불멸무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연거푸 세 잔을 마시고 고도음 이 단계의 공격을 받고도 붕괴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지가 돌파할 기미를 보이다니! 이 정도의 천재는 손꼽아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성공하거나 붕괴될 거다. 버티지 못하면 너는 자격이 없다!"
불멸무제는 눈길이 사나워졌다.
그가 손을 저어 금엽선초를 전부 물에 넣었다.
이어 찻주전자가 스스로 떠올라 한 명에게 다섯 잔씩 찻잔에 찻물을 붓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진남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마지막 다섯 잔이다. 마셔라."
불멸무제는 먼저 마셨다.
"선배님의 취미를 맞춰드려야죠. 제가 끝까지 친구를 해드리겠습니다."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다섯 잔의 찻물을 전부 마셨다.
우르릉-!
다섯 개의 방대한 차력이 그의 체내에서 폭발했다.
금인이 때맞춰 움직였지만, 그의 체내에는 상처가 수없이 많이 생기고 시뻘건 피가 흘렀다.
골격, 경맥, 살갗 등 하나도 성한 곳이 없었다.
아픔이 밀려왔다.
"빨아들여라!"
진남은 소리치며 최선을 다해 차력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불멸무제는 예리한 두 눈으로 다시 소리쳤다.
"만약 제명이나 신격을 얻지 못하면 무제나 무신이 될 수 없다. 제명이나 신격을 얻지 못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냐?"
진남이 말하기도 전에 불멸무제가 태고의 용처럼 포효했다.
"너는 스스로 뚫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규칙은 벽과 같고 운명은 쇠와 같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천재가 이루지 못했다!
팔천 년 전의 그분도 이루지 못해, 무신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구천 위의 천재들도 모두 이루지 못했다. 불공평하다, 불공평해. 여전히 불공평하다!"
고도음의 가장 높은 삼 단계였다.
한마디 한마디가 대도의 공감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정원 안에 수많은 울림이 들려왔다.
허공이 빠르게 붕괴되더니 보이지 않는 힘이 정원을 삼키기 시작했다.
'대도가 무너지고 있구나!'
진남은 정신이 광풍에 휘말린 듯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의 몸 안에서는 선차의 힘이 미친 듯이 부딪히고 있었다.
불멸무제는 무제의 풍채를 드러냈다.
천재를 한 명 무너뜨리는 것일 뿐이었다.
그의 손에 죽은 천재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무혼……! 나오거라!"
위급한 상황에 진남은 길게 소리쳤다.
그의 등 뒤에 전신의 혼이 우뚝 솟아오르더니 허공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것의 위압과 금인의 작용으로 체내의 선차는 아무리 반항해도 소용없었다.
무조 나무에 흡수되는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몸 안의 기운이 가라앉았다.
진남은 고개를 들어 대도를 비롯한 무너진 모든 것을 보며 칼 같은 의지로 말했다.
"불공평해도 상관없습니다. 후회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한탄하지 않으며,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운명이 불공평하다고 한탄하지 않을 것이다.
제명이 없고 신격이 없고 운명이 불공평해도 그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고도음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한 말들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처럼 무너진 모든 것들을 찢었다.
정원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진남의 체내의 선력도 완전히 흡수되어 새로운 기운이 풍기기 시작했다.
그의 경지와 아홉 개의 무조 나무는 모두 돌파했다.
"이건……."
불멸무제는 놀란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봤다.
'이걸 버텼다고?'
처음에 진남은 이미 여섯 잔의 삼엽장홍을 마셨다.
게다가 금엽선차와 고도음이 압박하는 것은 무조 십 단계의 경지인 천재라도 버틸 수 없을 터였다.
"대단하다, 대단해!"
정신을 차린 불멸무제는 눈에 묘한 빛을 드러내고 말했다.
"예전의 나라도 하지 못했을 거다. 오늘 너는 나의 견식을 넓혔다."
진남은 불멸무제를 향해 웃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체내의 자아무수, 전신의 나무는 전부 일 장이나 컸다.
그뿐 아니라 그의 마음, 영혼 등은 고도음과 선기 덕분에 조금씩 돌파했다.
그는 경지를 높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