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화 차를 끓이며 도를 논하다
무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다!'
"자네는 누구요? 신법제술만 봐도 범상치 않은 것 같소만!"
이관이 먼저 말했다.
그는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구양소소도 눈썹을 추켜세웠다.
대전 안의 무인들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남이라 부르면 되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솔직히 말했다.
"자네가 진남이요?"
구양소소는 뭔가 생각난 듯 두 눈에 빛이 반짝거리며 말했다.
"무조 사 단계 경지, 역천개명하고, 천급 사품 무혼이 있으며 제방순위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용제원 내문제자 일 위가 되었지."
그의 말에 많은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용제원 내문제자 일 위라고?'
'내력이 만만치 않구나!'
그러나 이관과 구양소소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남의 천부는 강하지만 실력이나 경지는 많이 부족했다.
"금제가 흩어졌다!"
천기견들과 천기서가 소리쳤다.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다급히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그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석대 위에는 아직 흩어지지 않은 금제가 조금 남아있었다.
"흠흠! 잘못 봤다. 미안하다."
천기견들은 헛기침을 했다.
천기서는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금제가 완전히 흩어졌다.
"수정 비밀 열쇠를 뺏자!"
"무조건 한 개는 빼앗아야 해!"
"태고 군왕저주술!"
순식간에 거의 모든 무인이 동시에 움직였다.
다들 바보가 아니었다.
다섯 개의 수정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다 알고 있었다.
수많은 제술의 빛이 반짝거리더니 대전 안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진남, 강벽난 그리고 이관과 구양소소, 그리고 몇 명의 강한 무인들은 모두 수단을 펼쳐 제술의 공격을 피하고 가장 먼저 석대 앞으로 왔다.
수정 비밀 열쇠는 다섯 개였다.
그런데 열 명이나 되었다.
슉-!
진남은 전의를 솟구쳐 가장 먼저 손을 썼다.
그는 옷자락을 감아 다섯 개의 수정 비밀 열쇠를 전부 가져가려 했다.
"간이 부었구나!"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무늠검술(霧凜劍術)!"
이관, 구양소소 등 무인들은 모두 눈빛이 사나워졌다.
'무조 사 단계의 경지로 전부 가지려 하다니!'
그들은 손에 제술을 일으켜 사방을 덮었다.
전혀 봐주지 않았다.
진남은 등에 눈이 달린 것처럼 모든 제술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고 그림자로 변하여 연거푸 몸을 날려 제술을 전부 피했다.
"응?"
이관, 구양소소 등 무인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가 연합하면 무조 사 단계는 말할 나위 없고 무조 칠 단계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진남은 어떻게 피했지?'
그들이 넋을 잃고 있을 때,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다섯 개의 수정 비밀 열쇠가 전부 사라졌다.
강벽난이 손을 쓴 것이었다.
진남이 손을 쓴 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
"아차! 당했다!"
이관, 구양소소 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수단을 펼쳐 빠르게 강벽난을 포위했다.
"너희들 솜씨를 한번 보자!"
강벽난은 가볍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겨 세 개의 수정 비밀 열쇠를 쐈다.
이관, 구양소소 등은 눈길이 사나워졌다.
꿍꿍이인 걸 알지만 세 개의 비밀 열쇠를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강벽난이 계획한 것이었다.
이관과 구양소소는 쉽게 수정 비밀 열쇠를 손에 넣었다.
"진남, 가자!"
강벽난은 몸을 날려 수정문에 들어갔다.
진남은 고개를 돌아보았다.
천기견들과 천기서, 여덟 구의 해골, 현월이 연합하고 있었다.
천기견들이 지휘하고 해골 소홍이 앞에서 제술과 싸우고 현월이 공격하고 있었다.
그들은 완벽하여 연합하여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저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정 비밀 열쇠를 꺼내 순조롭게 다른 문에 들어갔다.
궁전 안에서는 싸움이 계속되고 피가 흩날렸다.
* * *
진남은 낯선 공간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불멸무제는 이상하구나. 검은 문에서부터 수정 대문에 들어오기까지……. 도대체 뭐 하려는 거지?"
그는 작은 정원에 서 있었다.
정원은 크지 않고 화초가 가득했다.
또 차를 마실 때 쓰는 혈옥 다기가 놓여 있었다.
정원 밖은 새하얬다.
마치 정원이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끼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정원 안의 나무집 대문이 열렸다.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노인은 걸음이 무척 느렸다.
그러나 걸음마다 뇌정 같은 위세를 풍겨 천지가 흔들리고 일월이 떠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남도 소름이 끼쳤다.
전신의 위압을 느낀 후 일반적인 위압은 진남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
"어르신이 불멸무제십니까?"
진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맞다."
불멸무제는 다기 옆에 앉았다.
그는 진남에게도 앉으라고 하더니 감탄했다.
"친구, 너는 무예 천부가 높구나. 나는 그저 하나의 의지이다. 조만간 사라진다. 하니, 나와 함께 차나 마시자꾸나."
"차를 마시자는 겁니까?"
자리에 앉은 진남은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러나 무제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차를 마시는 것도 혹시 심사인가?'
"너는 차를 잘 아느냐?"
불멸무제는 다기를 들고 씻기 시작했다.
행동이 자연스러웠다.
"잘 알지 못합니다. 마시지도 않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차, 술, 음식, 무인들이 좋아하는 이 세 가지를 그는 즐기지 않았다.
"차를 마시지 않는구나. 잘 됐다."
예상 밖으로 불멸무제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칭찬했다.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불멸무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지난 후 다기를 다 씻은 불멸무제는 선홍색 찻잎을 조금 집어 물에 불리더니 다기에 불을 붙여 차를 끓였다.
행동은 우아하지 않고 심지어 거칠었다.
"불멸제술 때문에 왔느냐?"
불멸무제가 진남을 뚫어지게 보며 물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무예 천부가 높다. 불멸제술을 너에게 전수해주면 틀림없이 널리 알릴 것이다."
불멸무제는 만족하는 표정을 짓더니 화제를 돌렸다.
"그러나 세상의 물건은 얻기 쉽지 않다. 운도 계속 좋을 수 없다. 너는 나를 만나고 나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만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운이 좋은 거다. 때문에, 너를 시험해보겠다."
"선배님, 어떻게 시험하시렵니까?"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불멸무제의 말에서 그는 '운'이라는 단어를 포착했다.
불멸무제의 지난날을 생각하니 그는 조금 알 것 같았다.
"간단하다."
불멸무제가 손을 젓자 정원 위에 네 개의 수막이 나타났다.
안에는 강벽난, 이관, 구양소소 그리고 다른 한 명의 이름 모를 무인이었다.
그들은 모두 유적에 들어갔는데 위험에 처하여 제술로 저항하고 있었다.
진남이 불멸무제와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것과 비교하면 그들은 진짜 운이 나빴다.
"저들은 경지가 다르고 제술이 다르고 의지가 다르다. 한 시진 내에 너는 저들에게 맞는 제술을 창조하거라."
불멸무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네가 제술을 창조하지 못하면 한 시진 후에 저들 중 유적을 통과하는 자에게 제술을 주겠다."
"저들 네 명에게 제술을 만들어주라고요?"
진남은 얼떨떨해서 눈썹을 찌푸렸다.
'재미있구나!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제술을 만드는 건 들어본 적 없다.'
"이제 시작하거라."
불멸무제가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주전자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겼다.
향기를 맡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운이 진정되었다.
진남은 산처럼 꼼짝하지 않고 수막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머리를 굴렸다.
제술은 이름대로 무제의 술법이다.
제술을 만들려면 무제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진남은 무제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제술을 만들려면 제의를 드러내야 했다.
제의 문제는 해결하기 쉬웠다.
그러나 제술을 창조하기 전에 그는 무제 기세를 갖춰야 했다.
"한 시진은 충분하다. 조급해하지 말거라. 마침 나도 한가하니 방법이 생각나면 말해 보거라."
불멸무제는 진남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자, 우리도 옛 선배들처럼 차를 끓이며 도를 논하자."
무제가 차를 따라주니 진남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찻잔을 들어 단숨에 다 마셔버렸다.
그가 차를 마시는 건 낭비였다.
찻물은 목을 넘어가더니 엄청난 힘을 드러냈다.
힘은 진남의 사지로 퍼져 그의 몸을 터뜨릴 것 같았다.
진남은 눈을 찌푸리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차는 보통이 아니구나.'
'차를 끓이며 도를 논한다라……. 도를 논하는 건 중요하지 않고 차를 마시는 것이 중요하구나! 이 차야말로 불멸무제의 진정한 시험이구나!'
불멸무제가 찻잎을 꺼내는 순간 진남은 왼쪽 눈으로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진남이 미처 손쓸 새가 없게 불멸무제가 미리 수단을 펼친 것이었다.
'빨아들여라!'
진남이 속으로 낮게 소리치자 체내의 여덟 개의 전신의 나무, 한 개의 자아무수가 동시에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여 방대하고 순수한 힘을 전부 빨아들였다.
"이 찻잎은 힘이 대단하다. 한데, 나의 아홉 개의 무조 나무가 순식간에 힘을 빨아들일 줄 몰랐다. 차를 끓이며 도를 논하는 것이 하나의 기회일 수도 있겠다."
진남은 눈에 빛이 반짝거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홉 개의 무조 나무는 불가해다. 불멸무제는 나에게 이런 비장의 수가 있을 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응? 네 무조 나무는 제법이구나. 삼엽장홍차(三葉丈紅茶)의 힘을 이렇게 빨리 완전히 연화하다니."
불멸무제는 손을 저어 옥병을 꺼내며 말했다.
"삼엽장홍, 한 근이면 우리가 차를 끓이면서 도를 논하기 적당하겠다."
이번에 불멸무제는 기운을 가리지 않았다.
옥병에 차력(茶力)이 끓어 번지더니 몇 마리의 홍룡 그림자로 변하여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범상치 않았다.
진남은 잘 몰랐다.
그러나 잘 아는 다른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틀림없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삼엽장홍은 보기 드문 좋은 차이고 한 냥의 가치는 매우 컸다.
삼엽장홍은 차력이 대단하여 진남이 아니라 무조 팔 단계의 강자도 한 시진 내에 반 근을 마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육신이 차력에 터질 수 있었다.
진남은 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했다.
"천 년이 지나 천재를 만나 기쁘다. 오늘 차로 술을 대신하여 너에게 한 잔 권하겠다."
불멸무제는 잔을 들어 차를 다 마셨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찻잔을 들어 한꺼번에 다 마셨다.
미친 듯한 기세가 다시 한 번 체내에서 용솟음쳤다.
"이 네 명은 기운이 완전히 다르다. 너는 이 여자에게 어떤 제술을 창조해줄 거냐?"
불멸무제가 물었다.
진남은 연화하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이 여자를 잘 압니다. 죽음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이 죽음입니까? 존재하지 않고 살아있지 않으면 죽은 것입니다. 그녀가 입맞춤으로 죽음의 힘을 드러낸다면 엄청난 의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죽음의 입맞춤은 한 번에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좋은 생각이다."
불멸무제가 감탄하며 말했다.
"너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 한 잔 마시겠다."
"과찬이십니다."
진남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세 번째 잔을 마셨다.
둘은 차를 물처럼 들이켰다.
"그럼 이 백의 청년은 어떻게 할 거냐?"
불멸무제가 또 물었다.
"백의 청년은 겉으로 보기에는 점잖은 것 같지만 살육에 능합니다. 그는 웃음 속에 칼을 품고 있습니다. 그는 선술(扇術)에 능합니다. 무조 의지를 열 개의 칼로 변화시켜 부채에 숨기면 선중도(扇中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남은 냉철하게 분석했다.
"선중도? 듣기에는 괜찮은 것 같지만 실지는 의미가 없다."
불멸무제가 날카롭게 반격했다.
"칼이 도가 될 수 있고, 도가 칼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는 웃음 속에 칼을 품을 수 있으니 웃음 속에 도를 숨길 수도 있을 겁니다."
진남은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하하하! 웃음 속에 도를 숨기다니, 좋은 의미구나!"
불멸무제는 눈을 반짝이더니 또 한 잔 권했다.
진남은 거절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