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화 직감
여기서 강벽난을 만나게 될 줄 전혀 생각지 못한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바로 인연이라는 건가?'
그는 정신을 차리고 강벽난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제방심사가 끝나고 헤어진 후 강벽난은 경지가 무조 오 단계에 도달하고 체내의 죽음의 힘은 더 짙어졌다.
진짜 전력을 가늠할 수 없었다.
진남은 왠지 느낌이 묘했지만,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여기는 사람이 많고 시끄러우니 우리 다른 데 가서 얘기하자."
강벽난은 전음하고 돌아서 떠나갔다.
진남은 일행을 거느리고 따라갔다.
조용한 홍옥 정원에 도착하자 강벽난은 눈을 반짝이며 웃으며 말했다.
"진남, 이자들은 너의 일행이냐? 안녕? 난 강벽난이야."
천기견들과 천기서, 반신해골도 자기소개를 했다.
강벽난은 잠깐 사이에 그들과 친해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현월의 눈에 연민의 감정이 스쳤다.
"불멸전승(不滅傳承) 때문에 온 거야?"
진남이 물었다.
"맞아."
강벽난이 대답했다.
"너를 만났으니 너와 연합하고 싶어. 너는 전력이 방대하니 삼 대 칠로 나누자. 어때?"
"좋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느낌이 묘했다.
그러나 딱히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중주에서 온갖 풍파를 겪은 후로 진남은 강벽난에게 믿음이 생겼다.
"응. 긴말하지 않겠어. 지금 동술을 써 비옥진의 경지와 그들의 특징 등을 꿰뚫어 보고 알려줘."
강벽난이 말했다.
진남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긴말하지 않고 전신 제일 식을 펼쳐 전의를 최고로 끌어올려 왼쪽 눈을 움직였다.
커다란 비옥진엔 오가는 무인들이 매우 많았다.
무려 오백일흔세 명이나 되었다.
"보제사 제자, 천급 삼품 무혼, 무조 경지 육 단계. 청옥부(靑玉府) 제자, 천급 이품 무혼……."
훑어보던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 사람이 무려 백스물세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모두 경지가 무조 칠 단계 이상이었다.
큰 위협이 될 사람은 열다섯 명이었다.
그들은 경지가 강할 뿐만 아니라 천급 사품 무혼을 갖고 있었다.
"이 열다섯 명은 각각 제방 서열 팔백이십삼 위의 이관(李觀), 구백이십일 위의 구양소소(歐陽霄霄), 구백오십오 위의 장낙비(張若飛)……."
강벽난은 표정이 평온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 여덟 구의 해골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이관과 구양소소는 불멸무제전승 쟁탈에 참가할 거래."
만법지에는 수많은 전승이 있었다.
많은 무인들은 다른 전승이 나타나는 걸 기다리기 위해 비옥진에 온 거고, 꼭 불멸무제전승 때문에 온 건 아니었다.
불멸무제전승이 열린 건 이천 년 사이에 열 번도 안 되었다.
수많은 천재가 아무도 얻지 못했다.
"대단하다! 대단해! 우리도 이 둘이 우리의 적인 것 같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천기일맥이라 화복(禍福)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강벽난은 천기일맥이 아닌데 어떻게 이 둘이 불멸무제전승으로 갈 거라는 걸 알아냈지?'
현월과 여덟 구의 해골들도 깜짝 놀랐다.
진남만이 아무렇지 않았다.
그는 줄곧 강벽난의 지혜를 탄복했었다.
"이 두 사람? 한데……."
진남은 뭔가 말하려다 안색이 변하여 낮게 소리쳤다.
"숨죽여, 누가 왔다!"
강벽난은 순식간에 손을 저어 기묘한 부문을 정원 사방에 뿌렸다.
모든 기운이 가려져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진남은 바로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비옥진 하늘의 구름 안에 보라색 비녀를 꽂은 청년이 서 있었다.
청년은 싸늘한 표정으로 혈색 꽃잎이 반짝이는 두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동술을 움직여 마을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강하구나! 무조 팔 단계, 천급 사품 무혼이다. 혈화지동(血花之瞳)을 갖고 있어!"
진남이 말했다.
"혈화지동? 그렇다면 이성 세력 명정문의 내문제자 일 위인 희야일 거야. 제방 서열 육백삼 위다. 매우 차갑고 지독해 여지를 남기지 않지."
강벽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때, 하늘 위의 희야가 눈길을 거두더니 몸을 날려 빛으로 변하여 만법지에 들어갔다.
"갔어."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희야는 불멸무제전승 때문에 온 것이 아닌가?'
"진남 도련님, 희야는 좋은 사람 같지 않아. 우리를 방해할 것 같아!"
대황과 대흑이 말했다.
진남과 강벽난은 눈을 마주쳤다.
천기견의 직감이 모두 맞는다고 할 수 없지만, 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다.
'불멸무제전승이 아직 열리지 않아 희야는 떠나갔다. 설마…….'
진남과 강벽난이 동시에 알아차렸다.
만법지는 언제든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수많은 천재 무인들이 안에서 연마하고 있었다.
희야는 안에 수단을 설치하여 다른 사람이 전승을 얻으면 뺏으려는 것이었다.
보물을 빼앗는 것이 힘들지만 지키는 건 더 힘들었다.
"아마 적지 않은 사람이 희야처럼 만법지 안에서 지키고 있을 거야. 참 재미있구나."
진남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무법지대구나.'
'규칙도 없고 도리도 없고 싸움과 계략뿐이다!'
진남은 이번 싸움이 용제원에서의 쟁탈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피가 끓기 시작했다.
이때, 휙 하는 다급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만법지에서 울려 퍼졌다.
반짝이는 빛이 허공을 찔렀다.
쿵쿵-!
폭발음과 함께 빛이 찢어지고 방대한 제의가 파도처럼 사방에서 몰려왔다.
현세에 이상이 나타나고 전승이 시작되었다.
비옥진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잠시 후 온갖 기운들이 동시에 폭발하여 물 끓듯 떠들썩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가자, 어서."
"어서 따라가자."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자!"
정원 안의 진남도 낮게 소리치더니 빛으로 변하여 날아갔다.
비옥진 하늘 위에 수백 개의 그림자가 강한 기운을 뿜으며 빠르게 날아갔다.
그 기세가 방대하여 광경이 웅대했다.
가장 주의를 끄는 건, 맨 앞의 두 개의 기운이었다.
두 명의 청년이었다.
한 명은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손에 녹죽(綠竹) 부채를 쥐고 있어 고상해 보였다.
다른 한 명은 등에 세 개의 창을 지고 있었다.
창끝엔 피가 묻어있고 살기등등했다.
그들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저들이 이관과 구양소소군."
진남은 중얼거렸다.
얼마 안 돼 위풍당당하던 무인들은 부적 벽 안으로 걸어 들어가 만법지에 들어갔다.
"이건……?"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사방은 커다란 수림이었다.
수림 속의 나무나 화초는 모두 짙은 무도의지를 뿜고 있었다.
하나도 중복된 것이 없고 수많은 다른 제술 같았다.
"만법지는 이름대로 세상의 모든 법술이 있는 곳이구나."
강벽난은 진남의 의문을 알아차린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설에 의하면 만법지에는 만법주(萬法珠)라는 이보가 있대. 만법주를 얻으면 세상의 만법을 장악할 수 있대. 수많은 무제 강자들과 반신지국의 천재들이 소문을 듣고 왔었대."
"만법주? 세상의 모든 만법을 장악할 수 있다고?"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짜 그런 만법주가 있으면 틀림없이 커다란 싸움을 일으킬 것이었다.
맨 앞에서 걷던 이관과 구양소소는 속도를 늦추었다.
많은 제의가 숲 깊은 곳에서 천천히 날아오기 시작했다.
"거의 도착한 것 같아!"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왼쪽 눈을 움직여 사방을 둘러보았다.
만약 희야나 다른 강자들이 보물을 뺏으려 한다면 틀림없이 사방에 숨어있을 것이었다.
한 바퀴 둘러본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주위에는 무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는 경지가 강한 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희야는 없었다.
'마지막에 보물을 뺏으려면 희야는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천기견들의 직감이 틀렸나?'
강벽난은 진남의 표정을 보더니, 문제가 생긴 걸 알아차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어찌 됐건 가장 나쁜 상황을 산정하고 있어야 해."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걸음을 재촉했다.
반 주 향의 시간이 지난 후 맨 앞의 이관과 구양소소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진남은 바로 정신을 집중하여 바라봤다.
기이한 보라색 나무 뒤에 드넓은 흰색 초원이 나타났다.
흰색 풀들은 모두 짙은 제의를 풍기고 있었다.
초원 위에는 열 개의 온통 시커멓고 길이가 삼 장, 넓이가 이 장 되는 대문이 조용히 떠 있었다.
대문 가운데는 수많은 무늬가 모여 희미한 '멸(滅)'자를 이루고 있었다.
글자는 기세가 높았다.
"십대 검은 문이구나. 안에 들어가면 전승을 쟁탈할 수 있어."
"어느 문을 선택해야 하지? 문을 잘못 들어가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들었어!"
"이 부적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보자!"
몇백 명의 무인들은 소란스러워졌다.
이관과 구양소소도 눈썹을 찌푸리고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진남은 그들을 한참 바라보다 눈길을 돌렸다.
열 개의 검은 문은 매우 기이했다.
그가 동력을 펼치자 가운데의 '멸'자가 동력을 빨아들여 관찰할 수 없었다.
천기견들은 흥분하여 고개를 쳐들고 여덟 구의 해골과 현월을 힐끗 보더니 폴짝폴짝 뛰며 우습고 기이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천재들은 모두 눈을 찌푸렸다.
"이 다섯 개의 보라색 나무는 좀 이상하구나……."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왼쪽 눈을 움직여도 다섯 개의 보라색 나무의 내력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이때, 이관과 구양소소가 결심한 듯 몸을 날려 두 개의 검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무인들은 모두 놀라 빠르게 따라 들어갔다.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진남 도련님, 우리 마지막 두 번째 검은 문으로 들어가자. 이 안에 좋은 것이 있을 거야!"
천기견들은 대진을 펼친 후 흥분하며 말했다.
진남은 눈길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행을 데리고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몇백 명의 무인들이 검은 문에 들어간 후 초원 뒤쪽의 다섯 개의 보라색 나무가 '사르륵사르륵'하는 소리를 내더니 기이한 혈색 꽃잎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진남 등은 검은 문에 들어섰다.
앞이 흐릿해졌다.
그들은 낯선 곳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기도 전에 말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어디지?"
"어? 여기 길이 있어!"
진남은 말소리를 듣고 바라봤다.
회백색의 도장에 무인 여덟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직감을 믿고 마지막 두 번째 문에 들어온 자들이었다.
여덟 명의 무인들도 진남 등의 눈길을 느끼고 경계하는 시선을 보냈다.
진남 일행은 여덟 구의 반신시골까지 열 명이나 되었다.
또, 딱 봐도 그들은 경지가 낮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진남, 저것 좀 봐!"
강벽난이 놀란 표정으로 손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
진남은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길이가 몇천 장 되는 산봉우리가 그들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산봉우리는 끝없는 노을이 반짝이고 기세가 엄청났다.
노을 안에 들어가면 사라질 것 같았다.
산봉우리 위에는 길이 한 갈래 있었다.
산기슭에서 산봉우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산길에는 수많은 계단이 있었다.
계단은 모두 파란색이고 계단에는 발자국이 얼기설기 찍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