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4화 불멸무제전승(不滅武帝傳承)
진남은 도원정석 안으로 날아들었다.
"주인님? 당신이 주인님인가요?"
"경지가 보통인 거 같은데?"
"너무 약해."
진남이 들어오자 일곱 쌍의 시선이 그를 살피며 실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일곱 개의 반신시골들이었다.
그들은 홍몽지기를 흡수한 후 영지가 생겼고 경지가 무조 일 단계가 되었다.
하지만 뼛속 깊이 새겨진 거만함 때문에 진남의 경지를 확인하고 그를 얕잡아 보았다.
"닥쳐!"
진남이 입을 열기 전에 해골 소홍이 차갑게 호통을 쳤다.
"허리 굽혀 인사하거라!"
일곱 개의 해골은 몸을 흠칫 떨더니, 무서운 것을 만난 것처럼 얼른 허리 굽혔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하나가 된 듯 일치하고 꾸밈이 없었다.
해골 소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장군이 병사들을 혼내는 것 같았다.
"주인님, 이것들이 멍청해서 실수한 것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해골 소홍은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곱 해골들은 몸을 비틀었다.
마치 그녀의 말에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별거 아니다."
진남은 손을 흔들었다.
그는 이상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는 경지가 무조 삼 단계가 된 것 같구나?"
"예, 주인님. 저는 무도 오 단계까지 상대할 수 있어요. 이것들까지 힘을 합치면 무조 칠 단계의 강자를 발목 잡을 수 있고요!"
해골 소홍은 또박또박 말했다.
진남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홍몽지기를 흡수한 해골 소홍은 지력도 지난번보다 더 높아졌다.
"황 어르신이 왔다!"
"흑 어르신이 왔다!"
"서 어르신이 왔다!"
이때, 흥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기견들이 흔들거리며 엄청난 기세로 걸어오고, 천기서는 대흑의 머리 위에 뒷짐을 쥐고 서 있었다.
마치 진남이 소일천랑을 타고 다니던 분위기가 났다.
도원정석 안에 있던 여덟 해골들은 어이가 없었다.
'어디서 굴러온 개 두 마리와 쥐 한 마리가 이리도 건방을 떨어?'
"뭡니까? 폐관 수련을 한 번 했다고 이제 위엄을 부리는 겁니까?"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기를 뿜었다.
"아, 위대한 도련님이구나. 우리가 감히 네 앞에서 위엄을 부릴 수 있겠느냐? 네 빛은 일월성진처럼 대지를 비추고……."
천기견들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바로 아첨하고 경배하는 표정으로 확 바뀌었다.
여덟 개의 해골은 그 모습을 보자 어이가 없었다.
진남은 할 말을 잃었다.
문득 그의 눈에 빛이 돌았다.
그는 왼쪽 눈으로 천기견들과 천기서 몸속에 천기의 힘이 각성하는 것을 느꼈다.
천기 할멈의 기운과 똑같았다.
천기 할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이번 변화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천기견들과 천기서가 나중에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너희 일곱의 이름은 소일부터 소칠이라고 짓겠다. 그리고 이 아이는 소홍이다. 이들은 대황과 대흑 그리고 천기서이다. 너희들은 서로 이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가족이다."
이들은 진남이 현재 데리고 있는 인재들이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여덟 시골은 서로 마주 봤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호기심과 경멸이 담겼다.
"나는 가서 적합한 임무가 있나 보겠다."
진남은 입을 열었다.
제명쟁탈전이 열리기까지 반년이 남았다.
용제원에만 있는다면 아마 실력이 제고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여러 금지로 가서 연마하는 게 훨씬 나았다.
임무전에 가면 임무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금지의 동향도 알 수 있었다.
진남이 자리를 뜨자 천기견들과 천기서도 빠른 속도로 진남을 따라갔다.
* * *
임무전.
사방에서 날아온 제자들이 걸음을 재촉하여 안으로 들어갔다가 또 급하게 자리를 떴다.
어떤 봉주와 장로들은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북적북적한 것이 예전 같지 않았다.
용제원 외에 다른 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천재들은 금지로 가서 목숨 걸고 싸워야 실력이 빨리 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남과 천기견들 그리고 천기서는 일부러 기운을 숨기고 구석에 서 있었다.
진남은 임무들을 살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한 가지 문제를 놓치고 있었다.
단천대제의 보물을 그는 두 번째까지 얻었고 하나 남은 건 아직 얻지 못했다.
'마지막 보물은 어디 가서 얻어야 할까? 아무 곳에나 가서 부딪혀 봐야 하나?'
바로 그때.
눈에 띄는 붉은 글씨가 임무전 위에서 반짝였다.
"빨간 글씨?"
"전승이 나타났나 보군."
"허, 제방순위전 이후에 백산십금구해삼하에 전승이 이미 여덟 개나 나타났어! 그런데 또 전승이 하나 나타나다니, 몇천 년 전에 속룡대제(屬龍大帝)가 남긴 거라고 하더군!"
"제방이 변하니 천하가 변했어. 새 시대가 열린 거지. 그래서 기연도 마구 나타나는 거고."
임무전 여기저기서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응? 붉은 글씨 임무?"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고개를 흔들었다.
전승은 유혹적이긴 하지만 단천대제의 세 번째 보물이 있을진 알 수 없었다.
유영루에 가서 소식을 얻는 수밖에 없었다.
별안간, 천기견들이 꼬리를 마구 흔들며 흥분했다.
붉은 글씨 임무가 있는 곳은 십대 금지 중 하나인 만법지기였다.
소문에 의하면 '불멸무제(不滅武帝)'라는 자가 신격쟁탈전을 놓치는 바람에 만법 오의를 빌려 무신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가 죽었다고 한다.
불멸무제는 자신의 의발을 전승받을 사람이 없는 것에 불만을 품고 만법지기에 전승을 만들었다.
그의 전승은 간단하지 않았다.
예전에 불멸무제는 무예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제명쟁탈전에서 제명을 빌려 불멸제술(不滅帝術)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펼치면 모든 제술을 죽일 수가 있었다.
진남은 불멸 무제가 만든 불멸제술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단천 보물을 찾는 시간을 놓칠까 봐 생각을 접었다.
그런데 갑자기 천기견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진남 도련님, 우리를 믿어야 한다. 이곳에 가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는 강한 직감이 든다."
대황은 얼른 말을 했다.
"직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콜록콜록."
대흑은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지만,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진남 도련님, 이 임무를 먼저 받아. 나와 대황이 연합하여 천기술을 펼치면 너도 알게 될 거야."
진남은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가고 안 가고는 그가 결정하면 될 일이었다.
진남은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데리고 인족봉 도원정석 안으로 돌아왔다.
여덟 개의 해골의 시선을 받으며 천기견들은 두 손을 마주 잡고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은 참 웃겼다.
"응? 이게 무슨 힘이야? ……천기의 힘인가?"
진남은 눈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
천기견들에게 풍기는 기운은 하늘을 벗어났고 땅에 속하지도 않았다.
마치 이 세상을 벗어난 것처럼 신비했다.
"오행팔괘, 천기중생!"
천기견들은 크게 외치며 발을 마주쳤다.
마주친 발 사이로 하늘색 몽환적인 선이 나와 엉키더니 진법을 이루었다.
중앙에는 거북이 등껍질이 있었는데, 빙글빙글 돌면서 멈출 줄 몰랐다.
"천기서, 이제 네 차례다!"
천기견들은 천기서를 쳐다봤다.
천기서는 오만하게 작은 발을 내밀어 거북이 등껍질을 눌렀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북이 등껍질이 순식간에 깨지더니 붉은색 빛으로 변했다.
그 가운데서 여러 선녀의 그림자가 날아올라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는데, 듣는 사람의 마음을 맑고 편안하게 해주었다.
"진남 도련님,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이건 선녀헌음(仙女獻音)이야. 이번 행이 아름답다는 뜻이지. 만약 안 가면 중요한 일을 놓칠 거다! 이건 진짜야! 우리를 믿어야 해!"
천기견들은 흥분해서 소리쳤다.
오랜만에 드디어 제 역할을 했다.
드디어 공짜 밥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선녀헌음? 이게 천기의 법인가? 제방이 나에게 준 보라색 정석 세 개의 작용이 꽤 크군."
진남은 눈을 반짝이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천 보물에 대해 그는 아무런 실마리도 없었다.
때문에, 아예 천기견들을 믿고 다녀오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혹시 의외로 수확을 거둘 수도 있었다.
"우리 떠납시다, 현월!"
진남이 외치자 커다란 소일천랑이 엄청난 요위를 풍기며 허공을 뚫고 날아왔다.
진남은 손을 흔들어 여덟 개의 해골과 천기견들 그리고 천기서까지 데리고 현월의 머리에 올라타더니 허공을 찢고 날아갔다.
그의 모습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 * *
진남이 용제원을 떠날 때, 만요원.
"후."
가볍게 숨을 내뱉은 오창천은 두 눈을 떴다.
그는 두 눈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곁에 있던 구구와 양제도 깨어나서 그의 얼굴을 보더니 말을 삼켰다.
"그 녀석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어."
오창천은 문득 머릿속에 진남이 자신을 타고 다니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는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생각보다 그리 싫은 것 같지만은 않았다.
* * *
만법지기는 위치는 중부 서북부에 있고 서열이 낮은 삼성 세력에 소속되었다.
진남은 현월 등을 데리고 진법을 타고 삼성세력에 들어오더니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현월은 으르렁거렸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머리에 태운 것도 억울한데 이것들이 거들먹거렸기 때문이었다.
"만법지기의 전승이 열리면 강자들이 많이 몰릴 거야."
진남은 왼쪽 눈에서 보라색 빛을 반짝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까지만 해도 그는 적어도 십여 개 무리의 이성 세력에서 온 천재들과 무인들을 만났다.
그들 중 몇 명은 제방 오백 위 안에 든 자들이었다.
제명쟁탈전이 바로 코앞이니 다른 천재들도 진남과 같은 생각으로 여러 전승지를 돌아다니며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이었다.
"비옥진(非玉鎭)에 도착했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앞에는 회색 부문들이 허공에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그 수가 많고 불규칙하게 붙어 있었기에, 태고의 성벽처럼 모든 것을 막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만법지기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상한 마을이 있었다.
마을에는 몇백 개의 집이 있었는데, 빨갛고 파란 옥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고옥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만법지기에서 나오는 기운을 막을 수 있었다.
비옥진 안에는 사람들 소리가 들끓고 무인들이 오갔다.
불멸무제전승(不滅武帝傳承)이 나타났으나 열리는 시간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무인들은 이곳에서 기다렸다.
또 다른 전승을 기다리는 무인들도 있었다.
"우리도 가봅시다."
진남이 훑어보자 현월은 사람 모습으로 돌아왔다.
해골 소홍은 똑똑했다.
그녀는 검은색 두루마기를 꺼내 몸을 감싸고 기운을 숨겨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마을에 들어서자 원래 이 마을에 살던 무인들이 여럿 몰려왔다.
그들은 마을의 여관에 대해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마을에 무인들이 많이 오니 객잠이나 여관들이 많구나. 나중에 돌아다니며 소식을 얻어야겠어."
문득 가느다란 손이 사람들 틈에서 쑥 나오더니 진남의 손목을 잡았다.
"어?"
진남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나야."
듣기 좋은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전해졌다.
진남은 깜짝 놀라 살펴보니 흑포를 입은 자가 보였다.
흑포 아래에는 아름다운 얼굴이 있었다.
낯설면서 익숙한 사망도인 강벽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