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6화 천급 사품 무혼
도장에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봉주들과 구미요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진남은 혼자서 천재들과 싸워 이겼고 대전을 미리 종료했다.
'그 말인즉, 여러 천재들과 몇백 명이 되는 제자들의 상처는 진남이 때려서 생긴 것이란 말인가? '
'고작 천급 일품 무혼에 무조 이 단계인 진남이 한 거란 말인가?'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돼는 소리야?'
사람들 속에 있던 진남은 기침 소리를 냈다.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으로 타요봉 같은 이보를 사용해서 힘들이지 않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기분에 그는 너무 취해서 결과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 일은 의외로 커졌다.
"좀 조심했어야 하는데……."
진남은 중얼거리며 미안한 시선으로 몇백 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몇백 명의 제자들은 그의 시선을 느끼자 몸을 흠칫 떨며 뒤로 물러났다.
마치 무서운 악마를 만난 것 같았다.
"어찌 된 일이냐?"
"믿을 수 없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현아, 말해 보거라. 대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얼른 말해 보거라!"
봉주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놀라서 외쳤다.
눈앞에 벌어진 일은 그들의 상식을 벗어났다.
대전에서 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그들은 상황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구미요제도 이상해서 답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요족 제자들은 쏟아지는 질문에 얼굴만 벌겋게 상기될 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현력과 다른 봉주들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이마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뭐 하는 짓들이야!'
'계획이 실패했는데 원인도 알 수 없다니?'
"요제 선배님, 봉주 여러분, 제가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이번 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저는 운 좋게도 요족들에게 살상력이 있는 이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사적인 원인으로 여기에 있는 제자들에게 대전에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않기로 하늘에 맹세를 시켰습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떠들썩하던 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보?'
'하늘에 맹세를 시켰다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치에 부합되는 해석이었다.
"진남, 대체 어떤 이보길래 이런 힘을 가졌느냐?"
구미요제는 두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모든 봉주들이 그랬다.
'몇백 명의 내문제자들을 전부 이기다니!'
'제기라고 해도 이 정도 힘은 없다.'
몇백 명의 내문제자들은 머릿속에 타요봉이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타요봉에 맞았던 아픔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요제 대인, 이보는 제 사적인 비밀이라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이 자리에 있는 강자들에게 지금 타요봉에 대해 알린다면 상황은 진남에게 불리할 수 있었다.
구미요제는 눈을 흘겼다.
화열과 현력 등 봉주들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 구미요제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보는 사적인 일이니 말 안 해줘도 된다."
그녀의 말에 봉주들은 더 물어볼 수 없었다.
요제가 결론을 지은 일인데 누가 감히 불복하겠는가?
누가 감히 진남에게 이보를 내놓으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요제 선배님, 봉주 여러분 이번 대전이 이런 상황이 되어서 유감입니다. 여러 사형제들에게도 불공평한 것 같으니 저는 일 위를 내놓고 대전에서 빠지겠습니다. 저를 제외하고 대전을 계속 진행해주십시오."
진남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진남이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하나는 일이 커진 것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진전제자의 신분이나 만요원에 들어갈 수 있는 건 그에게 별 의미가 없으니 오동방에게 양보하려는 것이었다.
"응?"
봉주들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오동방, 암름, 소청청 등 내문제자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양보할 줄은 몰랐다.
순간, 그들은 우울함이 반은 사라진 것 같았다.
진전제자의 자리가 아직 남았으니 그들도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괜찮겠다. 그럼 너희들은 계속 대전을 진행하거라."
구미요제는 감탄하고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이번 대전은 아무 일도 없었던 셈 치겠다. 봉주들은 제자들을 데려가서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고 내문제자대전을 계속하겠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화열과 현력 등은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진남, 너를 과소평가했구나. 이런 위기를 쉽게 벗어나고 진전제자의 자리까지 내놓다니……."
화지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난번 중도성의 일과 이번 일까지 그는 두 번이나 실패했다.
고작 진남에게 두 번이나 패배한 것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진남은 공수했다.
그리고 그는 화지진과 화열을 향해 미소를 짓고 빛으로 변해 인족봉으로 날아갔다.
도장은 다시 시끌벅적했다.
기가 죽었던 천재들은 다시 힘이 돋았다.
여러 봉주들도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폭풍우처럼 용제원을 휩쓸었다.
여러 봉우리의 장로들과 제자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그 소문 들었어? 진남이 내문제자대전에서 몇백 명의 제자들을 다 이겼대!"
"이보 때문이라면서?"
"이보 때문이라고 해도 대단하지!"
"맞아. 그것도 수단이잖아!"
"허허, 너 그 말을 진남 앞에서 할 수 있어? 진남이 이보로 몇백 명의 내문제자를 이겼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아? 무적무조도 할 수 없는 일이야!"
"……."
강자들은 감탄했다.
이번 일을 통해 용제원 사람들은 진남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 * *
같은 시각, 용제원 신비하고 깊숙한 곳.
"깔깔깔. 원장님, 못 보셨죠? 진남이 내문제자들을 바라보자 그들이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는 모습은 실로 멋있었어요."
구미요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진남에게 점점 관심이 많아졌다.
그녀는 야심한 밤에 진남을 찾아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하하, 그 녀석! 생각보다 수단이 많구나!"
용제의 웃음은 위안과 답답함이 반반 담겼다.
'하지만 진남의 진짜 실력이 아니잖아!'
그때, 빛이 허공을 뚫고 용제 앞에 떨어졌다.
"어?"
용제와 구미요제는 깜짝 놀랐다.
빛은 신념이었다.
거기에는 이런 말이 담겨 있었다.
'중주 북부에 제광이 나타나고 제기가 가득하다!'
"아……. 드디어 온 건가?"
용제와 구미요제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중주의 사람들은 제방의 제명쟁탈전과 신방의 신격쟁탈전을 다 알고 있었다.
대전을 통해 제명이나 신격을 얻어야 무제 혹은 무신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제명쟁탈전과 신격쟁탈전은 열리는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몇십 년에 한 번, 혹은 몇백 년에 한 번 열리기도 했다.
이상은 이미 드러났으니 제명쟁탈전도 열릴 날짜도 곧 정해질 것이다.
"지난번 제명쟁탈전이 열린 후 팔십 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제명쟁탈전이 다시 시작될 줄 몰랐구나."
용제는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장님, 걱정 마세요. 제광이 모습을 드러내고 제명쟁탈전이 열리기까지 오 년 이상이 걸리잖아요."
구미요제는 그가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입을 열었다.
"음."
용제는 탄식하고 뒷짐을 쥐며 말했다.
"걱정하는 게 아니다. 반신지국에 풍운이 일었으니 전설적인 천재가 곧 나올 것이다. 게다가 제명쟁탈전도 곧 시작된다고 하니 진남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그는 진남의 천부를 의심하지 않았다.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반드시 역천개명하고 중주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될 것이다.
"됐다. 네 말대로 아직 오 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이제부터 용제원은 네가 관리하거라. 나도 이제부터 돌아다니며 그 녀석을 위해 역천개명을 할 수 있는 기연을 찾아야겠다."
구미요제는 심정이 복잡해졌다.
* * *
같은 시각, 인족봉.
진남이 도착하자마자 육령용맥과 현월이 달려왔다.
진남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이 녀석……. 이번에는 너무 강렬했어!'
"저는 폐관 수련하겠습니다."
진남은 그들이 묻기 전에 한마디 던지고 도원정석 안으로 들어갔다.
육령용맥과 현월은 우두커니 제자리에 서서 씁쓸하게 웃었다.
"영호선과는 위력이 엄청나다. 복용해 보자."
진남은 도원정석에 들어서자 여덟 구의 해골을 살펴보고 영호선과를 꺼냈다.
그는 영호선과에 있는 선기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때, 해골 손바닥이 날아와서 영호선과를 잡았다.
"응?"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해골, 소홍이었다.
"영호선과에 관심이 있느냐?"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네……. 주인님! 이건 저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해골 소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탁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손을 흔들었다.
"그럼 네가 복용하거라."
영호선과는 귀하지만 여덟 구의 반신 시골은 절대 그를 배신하지 않을 테니 해골 소홍의 성장에 도움이 되면 손해 볼 게 없었다.
"고마워요, 주인님."
해골 소홍은 흥에 겨워 말하고 영호선과를 삼켰다.
영호선과는 순식간에 갈라지더니 몇백 개의 붉은 빛으로 변해 뼈를 타고 흘렀다.
해골 소홍의 몸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응?"
진남은 깜짝 놀랐다.
해골 소홍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그러나 다시 보니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해골이 서 있었다.
"방금 본건 아마 해골이 되기 전의 모습일 거다. 해골이 다시 살아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진남은 두근거렸다.
'해골이 다시 살아나면 반신 경지의 엄청난 강자가 될 것이다.'
"홍몽지기를 불어넣어 보자."
진남은 그것을 깨닫자 손을 휘둘러 홍몽지기를 남은 일곱 해골의 몸 안에 주입했다.
해골 소홍에게는 두 개를 주입했다.
한참 관찰하던 진남은 시선을 거두고 심신을 안정시켰다.
"대전에서 얻은 것이 많다. 아마 전신의 혼을 진급할 수 있을 것 같아!"
진남은 저장주머니를 전부 꺼냈다.
'천급 사품, 오래 기다렸다!'
그는 저장주머니에서 제정을 꺼내 세어보았다.
진남은 모두 사만 개의 제정을 빼앗았다.
적지 않은 수량이었다.
"진급하자!"
진남은 낮은 목소리로 외치며 손을 뻗어 제정을 하나씩 입에 가져갔다.
만 개!
이만 개!
삼만 개!
삼만 오천 개의 제정을 삼켰을 때도 전신의 혼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진남은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남은 제정을 전부 삼켰다.
우르릉-!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위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전신의 혼은 등 뒤에 네 번째 붉은빛이 반짝이며 솟아올랐다.
제방 천재 중에서 진남은 중상급으로 올라갔다.
무혼 등급이 그보다 강한 제자들은 이제 몇십 명뿐이었다.
"후, 드디어 진급했어!"
진남은 혼탁한 숨을 길게 내뱉었다.
무조 나무 아홉 개가 형성이 되었고, 이제 무혼도 천급 사품이 되었다.
석청범, 마녀 천천, 불타 진자래와 많이 차이 나지 않았다.
"어? 전신의 혼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전신의 혼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두 눈이 진남의 얼굴을 향했다.
마치 진남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입이 열리고 닫히는 것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진남은 처음 이런 일을 겪었다.
쿵-!
별안간, 전신의 두 눈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진남의 미간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