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화 조기 종료
"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오동방, 소청청, 암름, 화극무도 등 요족 제자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눈앞에 벌어진 일은 그것들의 상식을 벗어났다.
'진남이 서른여 명의 제자들을 날려 보냈어?'
'무조 경지 정상급의 강자라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
'마, 말도 안 돼…….'
진남은 서른여 명의 제자들을 동시에 날려 보내고 멈추었다.
그는 놀란 사람들을 둘러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또 누가 나서겠느냐? 다 상대해주마!"
호수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진남이 들고 있는 타요봉만이 영롱한 빛을 반짝였다.
진남은 타요봉 덕분에 싸우지도 않고 이긴 것 같았다.
하지만 창람대륙은 잔인한 세상이라서 수단으로 보물을 얻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었다.
연무대에서 겨루는 것도 아니고, 군웅이 쟁탈전을 벌인 것이기에 수단이 강한 자가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되는 게 당연했다.
진남은 타요봉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더구나 문파 내부의 대전일 뿐이고, 전쟁이 아니었기에 진남은 힘을 전부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면 더욱 참담했을 것이었다.
침묵이 한참 흐른 뒤, 사대 천재가 먼저 정신이 들었다.
"다들 겁먹지 말거라. 저자가 들고 있는 몽둥이는 이보이고 강한 힘을 가진 것 같구나."
화극무도는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진남이 영호선과를 내놓지 않으려고 하니 우리 함께 공격하자. 진남은 수단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를 다 막아내진 못할 거다!"
진남의 실력은 화극무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때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요족 제자들에게 함께 공격하자고 부추겼다.
그리하면 진남은 반드시 죽을 것이고 문파에서 책임을 묻는다면 청광독유수족은 발뺌할 수 있었다.
"맞아, 함께 공격하자!"
"너무 건방지다! 혼자서 우리 모두에게 도발하다니!"
"무서움을 보여주자!"
요족 제자들뿐만 아니라 오동방, 소청청, 암름도 시선이 차가워지고 요위를 드러냈다.
제자들은 공격을 퍼부었다.
누구 하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제술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파도처럼 엄청난 기세로 진남을 덮쳤다.
이런 공격을 받으면 무조 정상급의 강자도 영락없이 죽었을 것이다.
"후, 혼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오랜만이군. 타요봉의 힘을 빌려야 하지만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 후련하게 싸워보자!"
진남은 길게 숨을 내쉬고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타요봉을 휘둘렀다.
웅-
신비한 힘이 호수 전체를 감쌌다.
요족들은 보이지 않는 힘이 밀려와 자신들을 옥죄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요조의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응?"
화극무도, 오동방, 암름, 소청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모든 요족들의 힘이 제압당했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엄청난 공포가 일었다.
'이, 이게 뭐야……!'
'요족 내문제자들이 몇백 명이나 되잖아! 요제 강자라고 해도 한 번에 우리의 힘을 모두 제한할 수 없어. 그런데 고작 무조 이 단계인 진남이 대체 어떻게……?'
목목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힘은 제한되지 않았지만, 놀라움에 꿈쩍도 하지 못했다.
"자, 그럼 몽둥이 맛을 보거라!"
진남은 번개처럼 날아다니며 타요봉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펑-! 퍼퍼퍼펑-!
요족 제자들은 숟가락 들 힘도 없는 사람처럼 맥없이 타요봉에 맞아 날아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제자들은 연이어 쓰러졌다.
짧은 시간에 몇백 명이나 되는 요족 제자들은 폭풍우에 휩쓸린 것처럼 날아가서 같은 곳에 떨어졌다.
그들은 겹겹이 쌓여서 산을 이루었다.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진남, 너……."
화극무도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진남을 노려보며 입을 열려고 했다.
"네 주인에게 내가 안부를 묻더라고 전하거라."
진남은 차가운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
타요봉은 몇천 개의 그림자로 변해 화극무도의 몸을 빼곡하게 덮쳤다.
화극무도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화극무도는 역천개명을 한 사람이라 심성이 단단하고 의지가 비범했다.
그러나 엄청난 고통에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바닥에서 굴렀다.
이런 고통은 참을 수 없었다.
"진남! 너 대체 무슨 요술을 부린 게냐!"
오동방은 굳은 표정으로 버럭 화를 냈다.
암름과 소청청도 같은 마음이었다.
요족의 삼대 천재인 그들이었다.
설마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날이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말해줄 수 없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하며 타요봉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암름과 소청청이 먼저 얻어맞고 날아갔다.
오동방은 바위처럼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록 고통스러워서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여전히 산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낮게 으르렁댔다.
"진남, 나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내답구나!"
진남은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그러나 그는 타요봉을 다시 휘둘렀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 인정하게 만들어야지'
퍽-! 퍼퍽-!
요족 제자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동방은 처음에는 굴하지 않더니 점점 흔들리고 마지막에는 울고 싶었다.
'진남, 이 잔혹한 놈! 진짜로 몽둥이를 휘두르는 거야? ……너무 아프다!'
드디어 오동방도 쓰러졌다.
태고자금전룡의 강골이라고 해도 타요봉의 횡포한 힘엔 당해낼 수 없었다.
호수 주변에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울려 퍼졌다.
위풍당당하고 기세가 대단하던 내문제자들은 모두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장관을 연출했다.
이 일이 밖에 전해진다면 아마 중주를 충격에 몰아넣을 것이다.
"저들의 제정을 거둬들이자."
진남은 발을 옮기면서 저장주머니들을 일일이 꺼냈다.
화극무도 외 다른 제자들의 저장주머니에서는 제정만 가져가고 다른 보물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결국 이들은 적이 아니라 전우였다.
"허허, 제정을 삼만 개나 얻었구나. 게다가 화극무도와 현아 일행까지 하면……."
힐끗 살펴본 진남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번에 전신의 혼을 또 진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남은 제자들에게 하늘에 맹세하게 하고 영패들을 가져갔다.
"타요봉으로 요족 제자들을 혼내줬으니 계속할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종문으로 돌아가자!"
다들 지켜보는 가운데 진남은 영패들을 한데 모았다.
웅-
영패들이 동시에 울리며 서로 공명했다.
곧이어 찬란한 빛이 영패에서 뿜어져 하늘로 치솟았다.
* * *
같은 시각, 용제원 신비하고 깊숙한 곳.
"진남이 내문제자대전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 모르겠구나."
용제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는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원장님께서 그 녀석은 비범하다고 하셨잖아요. 설마 내문제자대전에서 성적이 낮을까요?"
구미요제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 녀석은 확실히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용제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무조 이 단계의 힘은 내문제자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열 십 위 안에 들면 그걸로 만족한다!"
용제는 잠시 생각하더니 중얼거렸다.
"어?"
별안간 구미요제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느냐?"
용제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게……."
구미요제는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
"심사가 조기 종료되었어요."
그녀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 * *
같은 시각, 청광독유봉 신비한 궁전 내.
화열 대장로는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위압이 은은히 흘러나왔다.
그 아래에는 화지진, 현력 그리고 다른 봉주들이 앉아 있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화지진은 술잔을 들고 봉주들에게 말했다.
"하하. 화 소주, 고마워할 거 없다. 진남은 너무 건방져서 혼내줘야 한다. 내문제자대전에서 그는 반드시 죽을 거다!"
현력은 호탕하게 웃으며 같이 잔을 들었다.
윗자리에 있던 화열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지진이 찾아와 내문제자대전을 앞당겨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는 내키지 않았다.
'고작 진남을 공격하려고 이렇게 크게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 진남은 고작 천급 일품 무혼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설령 인맥이 좀 있으면 어떤가? 결국 그게 끝인데.'
"응?"
화열과 봉주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들의 영패가 동시에 반짝였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동시에 영패가 빛이 나다니? 설마 큰일이 벌어진 건가?'
궁금증을 안고 화열과 봉주들은 영패를 살폈다.
그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용제원의 다른 봉주들도 같은 시각에 소식을 받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문제자대전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벌써 끝났다고?'
'어떤 천재가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지닌 거야?'
* * *
잠시 후, 용제원의 도장 위.
슉슉슉 하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여러 봉주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짧은 시간에 쉰일곱 명의 봉주와 화지진이 전부 도장에 도착했다.
"누구냐?"
"사대천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대전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진 걸까?"
"믿을 수 없다!"
"……."
놀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다.
용제원의 대장로인 화열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지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눈앞에 벌어진 일은 이미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설마…….'
그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슉-!
그때 엄청난 제위가 퍼지더니 구미요제가 하늘에 나타났다.
"요제를 뵙습니다!"
봉주들은 동시에 공수했다.
"예를 거두거라. 용제원에서 수많은 내문제자대전을 진행했었지만, 오늘 같은 일은 없었다. 지금부터 진법을 움직여 구미계에 있는 천재들을 돌아오게 하겠다."
구미요제는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
수많은 빛들이 교차하더니 커다란 진법을 이루었다.
진법의 중앙에 내문제자대전에 참가했던 제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 이게 뭐야?"
대전에 참가하지 않은 제자들은 하늘을 꽉 채운 봉주들과 구미요제를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대전은 방금 막 시작된 거 아니었어?'
구미요제와 봉주들은 진법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들은 엄청난 장면을 목격했다.
오동방, 소청청, 화극무도, 암름, 현아, 그리고 내문제자들은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몇백 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전부 다친 거야?'
'내문제자들 중 누가 이런 실력이 있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현아야, 얼른 말해 보거라."
현력은 깜짝 놀라서 다그쳤다.
현아는 입을 벙긋하더니 무서운 존재가 떠오른 듯 말을 내뱉지 못했다.
"화극무도!"
"암름!"
"오동방!"
눈 깜짝할 새에 화열과 다른 봉주들도 제자들을 불렀다.
그러나 천재들은 몸을 흠칫 떨며 답을 하지 못했다.
몇백 명의 제자들과 천재들은 침묵했다.
화열, 현력, 화지진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목목, 네가 말해보거라!"
구미요제는 진남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제자를 바라보았다.
"스승님."
목목이 나섰다.
그녀는 전에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더니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번 일은 쉽게 말하면 진남 봉주께서 혼자서 천재들과 싸워 이겼기에 내문제자대전을 조기 종료한 것입니다."
그녀의 말은 청천벽력처럼 큰 파문을 일으켰다.
봉주들은 넋이 나갔다.
구미요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저도 몰래 되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진남이 혼자 천재들과 싸워서 이겼기에 대전을 종료했습니다."
목목은 다시 한 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