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8화 화도산맥
중주의 한 성 안.
대진이 반짝거리더니 진남 등이 나타났다.
"여기는 어디요?"
진남은 진법을 지키는 시위에게 물었다.
"낭아성(狼牙城)이요!"
"나는 낭아성에 대해 아는 바가 있소. 삼성 세력 중에서 순위가 뒤쪽이오. 그러나 이 성의 몇천 리 밖에 백산 중 하나인 화도산맥이 있소. 산맥 안에 들어가면 주 성주 등이 전부 온다고 해도 내 수단으로 따돌릴 수 있소. 그들은 따라잡을 수 없을 거요."
사마공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진남은 싸움 실력은 발군이었지만, 도망치고 훔치고 하는 건 도제후계자인 그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우리 화도산맥으로 갑시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마공이 길을 안내하여 그들은 날아갔다.
* * *
한참 후.
우르릉-!
주 성주, 이장로, 최립허 등등 무려 서른 명의 모습이 진법에 나타났다.
조금도 감추지 않은 엄청난 위압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낭아성 전체를 휩쓸었다.
낭아성의 강자들이 놀라 날아왔다.
"천기견들과 천기서와 함께 있는 두 사람을 봤느냐?"
주 성주는 스산한 눈빛으로 진법을 수호하는 시위에게 호통쳤다.
마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일 것만 같았다.
"보, 보았습니다. 저쪽으로 갔습니다."
진법을 지키는 호위는 몸을 떨더니 진남 일행이 간 방향을 가리켰다.
"쫓아라!"
주 성주는 두말하지 않고 엄청난 기세로 허공을 뚫고 날아갔다.
그들은 낭아성의 강자들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 * *
시간이 꽤 흐른 뒤.
진남과 사마공은 멈춰 섰다.
그들의 앞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연거푸 나타났다.
불에 타는 것처럼 시뻘겋고 하늘 위의 구름도 새빨갛게 물들었다.
온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멀리서 보면 기이한 열기가 퍼지는 것 같았다.
화도산맥은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주 성주 일행이 오고 있습니다."
진남의 왼쪽 눈에 보라색 빛이 반짝거렸다.
머나먼 하늘에서 빠르게 날아오는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진남의 말에 천기견들은 두 발을 맞잡고 경건하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번 추격을 무사히 벗어나게 해주세요.'
"우리는 운이 진짜 나쁘오. 지금 추격대는 여덟 무리로 나뉘어 우리를 쫓고 있소. 하필이면 우리를 쫓아온 자들이 제일 강한 자들이요."
사마공은 답답하여 푸념했다.
문득 그의 미간에 도제금인이 나타났다.
"천지를 바꾸고 나의 명을 듣거라!"
사마공은 낮게 소리치며 손을 저어 금빛을 뿜어 진남, 천기견들과 천기서에게 뿌렸다.
화염의 기운이 그들에게서 타올랐다.
멀리 있는 화도산맥의 기운과 똑같았다.
"대단합니다!"
진남은 눈이 반짝거렸다.
주 성주 일행이 수단이 특별하지 않고선 그들을 찾을 수 없을 터였다.
"진남, 자네 실력이 어떻소?"
사마공은 진남에게 물었다.
"무조 육 단계를 상대하는 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진남이 말했다.
"무조 이 단계인데 육 단계를 상대할 수 있소?"
사마공은 귀신을 본 것처럼 놀란 표정을 하더니,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 진짜 대단하오. 됐소, 자네 실력이 그 정도라면 화도산맥에 들어갈 수 있겠소."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공과 그는 생각이 같았다.
도제후계자인 사마공은 수단이 비범하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할 주 성주, 최립허 등 서른 명도 쉽게 볼 수 없는 상대들이었다.
때문에, 그들이 자신들을 발견할 수단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산맥에 들어가야만 안전할 수 있었다.
화도산맥의 깊은 곳은 도처에 위험이 가득하여 주 성주 등이 추격하는 수단을 크게 방해할 수 있을 터였다.
"후, 아쉽소. 홍진변신술이 위력이 아직 부족하오. 완성본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사마공은 앞으로 걸으며 한탄했다.
그가 얻은 홍진변신술은 찢어진 책이라 위력에 한계가 있었다.
동주 같은 곳에서는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완성본이 있다면 아무렇게 변해도 추격을 피하는 건 매우 쉬웠다.
진남 등이 떠난 후 주 성주 일행이 화도산맥 기슭에 강림했다.
"진남의 기운을 느꼈소?"
주 성주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아직 그들의 기운을 발견하지 못했소."
이장로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무혼 용음초(龍吟草)는 사람의 기운을 찾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그들은 틀림없이 화도산맥에 들어갔을 것이요."
주 성주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보며 낮게 소리쳤다.
"다들 추적 수단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전부 펼치시오!"
"영허귀신(靈虛鬼神)! 나오거라!"
최립허가 제일 먼저 손을 썼다.
그가 부적을 태우자 머리가 열 개 달린 귀신이 산맥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무혼을 펼치자!"
"금여충(金如蟲)!"
"……."
다른 장로들도 잇달아 무혼을 펼쳤다.
고충, 부적, 무혼, 법도 등 엄청난 수단이 펼쳐졌다.
아무리 강한 은닉술이 있고 경지가 무조 정상에 도달했다고 해도 도망치기 어려울 정도였다.
* * *
잠시 후, 산맥 안.
진남 등은 시뻘건 나무 안에서 빠르게 전진했다.
그들은 몸이 산맥과 하나가 되어, 요조 등급의 대요의 옆을 지날 때도 아무런 경계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이자들은 진짜 대단하구나."
고개를 돌린 진남은 산맥 안에 들어온 온갖 기이한 물건들이 보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진남 등이 방향을 바꾸면 주 성주 등도 바로 알아챘다.
그들은 진남의 정확한 위치는 몰랐지만, 바짝 쫓아왔다.
십 주 향의 시간이 지난 뒤 진남 등은 산맥 깊은 곳에 도착했다.
이곳의 요수들은 이미 요조 육 단계 정도에 도달했다.
수림 속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진남이 전신의 왼쪽 눈이 있다 해도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사마공, 앞에 금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그곳에 숨으면 되겠습니다."
진남은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앞쪽 몇십 리 밖에 커다란 산골짜기가 있는 걸 발견했다.
산골짜기 안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커다란 틈은 위치가 은폐되어 동술이 없다면 발견할 수 없어 보였다.
"좋소!"
사마공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뭔가 생각하고 엄지손가락을 물었다.
"꼭두각시 영술, 흙을 사람으로 만들거라!"
몇십 개의 볏짚으로 만든 꼭두각시들이 불에 타기 시작했다.
사마공은 서둘러 정혈을 몇 방울 떨어뜨렸다.
볏짚은 진남, 천기견들과 천기서, 그리고 사마공의 모습으로 변했다.
기운도 똑같아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은 본질을 꿰뚫어 봤다.
볏짚은 아무런 전력이 없었다.
사람을 유인하는 능력밖에 없었다.
"너희들에게 맡긴다!"
사마공이 입김을 불자 볏짚들은 기운을 뿜으며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갑시다!"
진남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진남 등은 화염 산골짜기에 도착했다.
"진짜 대단한 화염이구나. 무조 삼 단계 이하의 무인들은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겠소."
사마공은 산골짜기 앞에 서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커다란 산골짜기에서 불이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사마공이라 할지라도 광막을 펼쳐야 막을 수 있었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앞으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열려라!"
진남은 기운을 커다란 칼처럼 내리쳐 화염 속에 길을 만들었다.
"헉……."
사마공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번에 화염을 자르다니. 설사 무조 육 단계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건 단천도 때문이었다.
단천도는 화염뿐만 아니라 그 무엇이라고 해도 자를 수 있었다.
"따라오십시오!"
진남은 손을 젓더니 긴말하지 않고 앞에서 걸었다.
그가 지나는 곳마다 화염이 갈라지고 커다란 길이 나타났다.
"도착했습니다!"
진남 등은 화염 산골짜기 안에서 빙빙 돌아 동굴을 지나고 금제가 쳐진 위험한 곳을 피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의 앞에 시커먼 틈이 앞으로 쭉 뻗어 있었다.
틈 안에선 차가운 바람이 새어 나와 산골짜기 안의 화염을 전부 막았다.
'이상한 곳이구나. 산골짜기가 갈라지고, 화염이 하늘을 태우고 있다니.'
사마공은 두 눈이 점점 반짝반짝 빛나고 흥분하여 말했다.
"진남, 이 틈 아래에 전승이 있을 가능성이 크오!"
그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음……. 그럼 내려가 봅시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에 전승이 있든 없든 그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몸을 날려 틈 안으로 들어갔다.
몸이 가벼워지고 빠르게 아래로 떨어졌다.
잠시 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바닥에 닿았다.
"이건……?"
진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었다.
그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의 발아래는 시뻘건 도장이었다.
도장의 다른 편에는 맑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에는 여러 가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이었다.
호수의 양옆에 자란 기이한 화초는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낡은 궁전이 있었다.
오랫동안 아무도 오지 않은 것처럼 조용했다.
"여기는 강자가 만든 동굴 같소. 강자는 생전에 경지가 무조 정상급보다 낮지 않았소!"
사마공이 눈빛이 이글거리며 말했다.
"진남, 난 먼저 가보겠소."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날려 대전을 향해 뛰어갔다.
이 광경을 본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서로 마주 보더니 사마공의 뒤를 쫓아갔다.
"이 동굴에는 강한 지보는 없다. 다만 은밀하여 폐관하기 좋겠다."
동굴을 한번 둘러본 진남은 흥미를 잃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저장주머니를 꺼냈다.
그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얻은 물건들을 한번 보자. 여기까지 왔으니 주 성주 등이 쫓아오는 건 불가능하겠지.'
"이번에는 제정도 적지 않게 벌었다!"
진남은 갖고 있는 제정을 세어보았다.
이만 개 정도 되었다.
'사마공에게도 제정이 적지 않게 있을 거다. 나중에 사마공에게서 받으면 또 전신의 혼을 진급할 수 있겠다!'
"천지의 힘도 충분하다!"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뇌령성과 마지막에 최호에게서 천지의 힘을 흡수하여 나는 천지의 힘을 꽤 모았다. 더 중요한 건 뇌령성의 지보도 엄청난 천지의 힘을 갖고 있다. 만약 그걸 흡수하면 양이 더 많을 것이다. 분명 내가 도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후, 단천대제가 남긴 두 번째 보물이 무엇인지 보자!"
진남은 한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고 수정함을 꺼냈다.
"열려라!"
진남이 신념을 움직이자 무조의 힘이 용솟음쳤다.
오른팔이 스스로 떨리며 단천의 기운을 내뿜었다.
수정함에서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느낀 것처럼 위에 덮여있던 금제가 순식간에 부서지고 천천히 열렸다.
휙-!
그림자가 안에서 날아 나왔다.
그림자는 매우 초라한 단천대제 같았다.
단천대제는 전에 매개 보물에 그의 의지를 남겼다고 했었다.
"선배님!"
진남은 서둘러 공수했다.
"흥! 선배라고 부르지 말거라. 창피한 녀석 같으니!"
단천대제는 언짢은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고작 뇌령성에서 너는 이렇게 복잡한 수단을 써 겨우 물건을 손에 넣었느냐? 너는 직접 싸울 줄 모르냐? 얼마나 간단하냐?"
"선배님 저는 아직 경지가 부족하여 함부로 싸움을 걸 수 없습니다."
진남은 표정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전신의 혼은 전천전지, 무소불전, 무소불승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슨 일이나 싸움으로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니다. 만약 무제 강자, 무신 강자를 만나도 싸움을 걸어야 하나? 지금의 나는 그들과 싸우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진남은 전신의 혼의 근본적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싸움을 피해도, 일단 무제 강자, 무신 강자를 만난다면 그는 절대 두려워하지 않고 물러서지도, 고개를 숙이지도 않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