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화 속임수에 걸려들었구나!
진남은 어리둥절하여 신념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뇌령성에서 전해온 소식이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내일 오시에 천도문 천급 삼품 무혼, 무적무성 경지의 천재가 천급 이품 무혼, 무적무성 경지의 천재 세 명과 대결한다. 이건 뇌령성 역사이래 제일 규모가 큰 대결이다. 도우들이 와서 참가하길 바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남이 소식을 받았을 때 뇌령성 뇌겁대전에 참가했던 무인들이 잇달아 영패를 꺼냈다.
저도 모르게 신념으로 영패를 본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뭐라고? 천급 삼품 천재가 세 명의 천급 이품 천재와 대결한다고?"
"허, 뇌령성은 이번에 일을 크게 벌였구나."
"가자, 반드시 가야지. 이런 볼 것을 어떻게 놓칠 수 있어?"
"이런 뇌겁대전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심에 상상할 수 없는 좋은 점이 있을 거야. 뇌령성으로 가야겠어."
"하하하, 어서 스승님에게 전음하자. 스승님께서는 이런 장면을 제일 좋아하신다."
"……."
뇌령성의 도박을 즐기는 무인들은 참지 못하고 중주 각 곳에서 몰려왔다.
뇌령성은 벌써 소란에 빠졌다.
정원 안의 사마공은 일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후 두 눈에 흥분이 드러났다.
"진남, 기회가 왔소. 내일은 무척이나 시끄러울 거요. 자네가 일을 크게 벌 강자들의 주의를 끄는 건 문제 없겠소."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잠깐과 일 주 향의 시간은 차이가 엄청났다.
이번에 뇌령성에 이변이 일어난건 그들에게 기회였다.
"사마공, 명심하십시오. 첫 번째 문의 진법의 허점은 왼쪽 모퉁이의 제일 위쪽의 두 개의 별빛이 반짝이는 곳입니다. 두 번째 문의 진법의 허점은 가운데의……."
진남은 빠르게 말했다.
뇌령성의 진법은 방어력이 강하지만 아직 허술한 부분이 많았다.
광막에 가려졌지만, 그는 전부 파악했다.
"알았소!"
사마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두 사람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가득 퍼졌다.
진남이 강자들의 주의력을 끄는 것이나 사마공이 손을 쓰는 것이나 매우 위험했다.
어떠한 잘못이 생겨도 주 성주나 다른 강자들의 주의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 * *
다음 날 새벽.
뇌령성은 다른 날과 달리 시끌벅적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와 강자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시간이 됐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가자!"
진남은 눈을 뜨고 숨을 천천히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사마공을 보지도 않고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데리고 정원을 떠났다.
그는 사마공에게 믿음이 있었다.
때문에, 말을 길게 하여 압력을 주지 않았다.
"응? 강자들이 왜 이렇게 많지?"
성 안의 대전에 도착한 진남은 빼곡하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려 이백여 명이 모여있었다.
그중 두 명은 경지가 무조 칠 단계에 도달하고, 세 명은 무조 오 단계 정도이고, 아홉 명은 무조 이 단계 정도였다.
나머지는 무성정상급의 경지였다.
게다가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뇌겁대전이 시작되면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모일까?'
"강자가 많을수록 나에게 불리하다. 이따 일을 최대한 크게 벌여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겠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결심하더니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싸움은 규모가 크지만 진남은 귀빈 신분이라 영석을 지불할 필요 없이 안에 들어갔다.
성중성 안의 일반대전과 귀빈대전 안은 이미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수많은 뇌령성의 시녀들이 왔다 갔다 하며 요리와 술을 나르느라 바삐 돌아다녔다.
진남은 귀빈대전으로 걸어갔다.
시녀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려는데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저자는 누구지?"
"주 성주가 직접 마중 나가다니, 신분이 뭐지?"
"주 성주뿐만 아니라 이장로, 삼장로, 사장로도 계신다. 또 두 명의 천도문의 내문제자가 따르고 있다."
"설마 천도문의 진전제자도 왔나?"
"……."
감탄하고 의아해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넓은 길 위 혹은 귀빈대전, 일반대전 안의 무인들의 시선이 모두 끌렸다.
'천도문의 진전제자가 왔다고?'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봤다.
큰길 저편에 한 청년이 오만한 표정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등에 세 자루의 고검을 지고 팔짱을 낀 채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반보제기의 긴 두루마기에서는 제위가 뿜어 나왔다.
그의 뒤를 따르는 천도문의 두 내문제자도 단인보다 약하지 않았다.
그 뒤는 주 성주 등이 따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비범한 청년을 주목했다.
제황이 강림한 것처럼 기세가 방대했다.
진남은 청년을 잘 알고 있었다.
제방심사에서 만난 적 있는 최립허였다.
"저자가 어떻게 여기 왔지?"
진남은 어안이 벙벙하여 눈을 찌푸렸다.
그는 최립허를 피해야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립허가 온 것이 그의 계획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앞을 막고 뭐 하느냐? 어서 비켜라!"
이때 사나운 호통이 울려 퍼졌다.
최립허 뒤의 천도문의 내문제자의 소리였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지만, 진남만이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걸 본 내문제자가 바로 호통쳤다.
"진남?"
주 성주 등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눈길이 싸늘해지고 손바닥에 무조의 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제는 이번 뇌겁대전의 일을 신경 쓰느라 이 자식을 까먹고 있었구나.'
주위의 강자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배짱이 대단하구나. 길을 비키지 않다니.'
"어? 진남? 너 어떻게 여기 있느냐?"
주위를 둘러보던 최립허는 진남을 발견하는 순간 눈을 살짝 찌푸리고 원래 얼굴에 비꼈던 도도한 미소가 사라지고 오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어두워졌다.
매번 그와 맞서는 당청산은 그가 제일 미워하는 사람 중에서 이 위였다.
진남이 일 위였다.
진남을 보자 그는 저도 모르게 유정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제방 삼대 천재의 일이나 제정을 상품으로 받은 일이나 그에게는 악몽이었다.
최립허는 태어나서 그때 처음 창피를 당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연속 두 번이었다.
주변의 무인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앞에 있는 청년이 진남을 알 줄 몰랐다.
"최 도우, 혹시 나를 보고 기분이 나빠진 거야?"
진남은 최립허의 안색이 변한 걸 보며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최립허는 몸이 떨렸다.
그는 하마터면 욕설을 퍼부을 뻔했다.
'어찌 기분이 나쁜 정도일까? 진짜 짜증난다!'
"사형, 저자를 죽일까요? 제 기억에 진남은 우리 천도문 청동 등급의 적입니다."
두 내문제자는 안색을 살피더니 최립허에게 전음했다.
"그럴 필요 없다!"
최립허는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제방 삼 위안에 든 천재들이 모두 진남과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이 싫었지만, 그는 함부로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싸움에 참견하고 싶지도 않았다.
'만일 삼대 천재의 미움을 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다. 그리고 진남은 겨우 천급 일품 무혼이라 오래 거들먹거리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최립허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기분 나쁠 리 있겠느냐? 다만 진남 도우가 내기하러 왔을 줄 몰랐다. 우리와 한 편이 될 거냐?"
그의 눈에 빛이 스쳤다.
진남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진남을 골탕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립허가 말하지 않아도 그는 따라가려 했었다.
주 성주 등은 서로 마주 보았다.
'좀 전까지도 최립허와 진남이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신념이 그들의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주 성주 등은 깨달았다.
'최립허에게 속셈이 있구나.'
주 성주 등은 앞에 있는 진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최립허 등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귀빈 전 안의 지존전(至尊殿)에 도착했다.
독실은 일반적인 것보다 몇십 배나 더 컸다.
온갖 향기가 흘러넘쳐 기분이 탁 트이고 기분이 상쾌했다.
위치가 매우 좋아 도장 전체를 바라볼 수 있었다.
"최 사제, 진 도우, 나는 방금 명령을 내렸다. 뇌겁대전이 바로 시작된다. 잠깐만 기다리거라."
주 성주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어 아름다운 여인들이 걸어 들어왔다.
노래와 춤이 화려하고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일반상황이라면 최립허는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진남이 있기에 그는 진남이 골탕 먹는 걸 보고 싶었다.
반 주 향의 시간도 안 돼 쿵 하는 큰소리가 도장에서 울려 퍼졌다.
시끌벅적하던 대전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몇천 쌍의 눈길이 일제히 도장 중앙에 쏠렸다.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그때, 뇌령성의 이장로가 허공에 떠올라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시험에 참가한 건 천도문 외문제자 최호(崔昊)다! 상대는 별칭만 알려주겠다. 어떤 이성 세력의 뇌일(雷一), 뇌이(雷二), 뇌삼(雷三)이다. 판돈은 일 점 오 대 일이다. 일 주 향의 시간을 주겠다. 빠르게 판돈을 걸거라."
그의 말이 끝나자 도장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뇌일 일행에게 걸겠습니다."
"당연하지! 천급 삼품 무혼과 천급 이품 무혼은 차이가 엄청나다. 그러나 상대는 세 명이나 된다."
"하하, 저는 최호에게 걸겠습니다."
"……."
뇌일 일행에게 거는 사람이 꽤 많았다.
이들의 말을 들은 최립허의 눈에 흐뭇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고개를 돌려 진남을 보며 말했다.
"진남 도우, 까먹고 말하지 못했다. 이번에 시합에 참가하는 건 내 동생이다. 우리 누가 이기는지 내기할까?"
최립허는 멈칫하더니 계속 말했다.
"나는 당연히 동생이 이긴다에 걸어야겠지? 어떠냐?"
"그래? 얼마를 걸 거야?"
진남은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이 광경을 본 주 성주 등의 눈에 빛이 반짝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립허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많지 않다. 오늘은 적당히 하자. 칠만 개 제정이면 어떠냐?"
진남은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저도 몰래 눈썹을 추켜세웠다.
'최립허 이 자식……. 아무리 신분이 비범하다 해도 칠만 개 제정을 걸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있나?'
진남이 대답하지 않자 최립허는 바로 비웃으며 말했다.
"왜? 인족봉 봉주가 칠만 개 제정도 내놓지 못하는 거냐?"
옆에 있던 주 성주가 차가운 눈길로 말했다.
"진남 도우, 며칠 전에 너 내 앞에서 한바탕 허풍을 떨지 않았느냐?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것이 제일 싫다!"
그의 몸에서 무조 팔 단계의 기세가 어른거렸다.
"칠만 개 제정이요? ……그럼 칠만 개 제정으로 합시다!"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표정이 엄숙해졌다.
마치 칠만 개 제정이 그에게 엄청 많은 양인 것만 같았다.
'자식! 속임수에 걸려들었구나!'
최립허와 주 성주의 눈에 웃음이 번졌다.
'이제 기다리자. 결과가 나오면 진남은 깜짝 놀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