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화 천현정석
"어?"
싸움을 구경하던 사마공은 기운을 느끼고 돌아보더니 시선을 옮기지 못했다.
그는 두 손이 저도 몰래 떨렸다.
그는 도제전인이라 보물을 잘 알았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금인은 그가 알고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진남은 그를 무시했다.
무조의 힘을 금인에 불어넣자 신비한 흡입력이 쏟아져 나와 커다란 두 손으로 변해 도장으로 날아갔다.
순간, 두 개의 뇌겁에 있던 천지의 힘이 빠르게 두 손에 흡수되었다.
"응?"
두 여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멀쩡하던 뇌겁의 힘이 점점 작아졌다.
하지만 그녀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뇌령성의 공로라고 생각했다.
한참 후, 두 여인도 느끼고 주변의 무인들도 발견했다.
뇌검과 뇌창의 위능은 여전히 대단하기는 했지만 점점 흐릿해졌다.
"멈춰야겠다."
진남은 금인을 멈추었다.
"이번 뇌겁대전에서 천지의 힘을 조금밖에 흡수 못 했어. 열흘 후라고 해도 내가 흡수할 수 있는 천지의 힘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군."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은 금인의 힘을 전부 발휘할 수 없었다.
아니면 무인들에게 해가 되고 난리가 벌어질 게 분명했다.
그러니 그가 흡수할 수 있는 천지의 힘은 아주 적었다.
"며칠 후 뇌령성 깊숙한 곳에 있는 이보가 대체 무엇인지 알면 미리 손을 쓸 수도 있겠어. 그렇지 않으면 뇌령성에 오래 머물러도 되고."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도장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조금 전의 그 작은 변화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
싸움은 어느새 가장 다채로운 순간이 되었다.
뇌검과 뇌창이 서로 부딪히며 우열을 가릴 것 없이 훌륭한 싸움을 이어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이 번 여인이 저장주머니에서 둥그런 정석 하나를 꺼내더니 입에서 세 방울의 정혈을 토했다.
정석 위에서 빛이 타올랐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 위에 있던 뇌창이 자극을 받은 것처럼 폭발하더니 기운이 점점 더 강해졌다.
"너……!"
일 번 여인은 안색이 흉측하게 변했다.
"공평하게 싸워야지, 보물을 사용하다니!"
"파렴치하다! 파렴치해!"
"뇌령성에 보물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없지만 다들 암묵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욕설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다시 한 번 변화가 생겼다.
일 번 여인은 음침한 표정을 짓더니 오래된 부적을 꺼내 무조의 힘을 불어넣었다.
부적은 순식간에 타올랐다.
그녀의 머리 위 뇌겁의 힘은 부쩍 불어나서 이 번 여인을 넘어섰다.
이것은 그녀가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
다만 이 번 여인이 먼저 보물을 사용하기 기다린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명분이 생기고 떳떳하게 이길 수 있었다.
계략은 일 번 여인이 훨씬 많았다.
역시 무인들은 일 번 여인을 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한다고 박수했다.
특히 일 번 여인에게 돈을 건 자들은 더욱 흥분했다.
상황을 보면 일 번 여인이 이길 것 같았다.
"나는 너희들과 아무런 이익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 세계는 약육강식이다. 내가 이 번 여인에게 돈을 걸었으니 이 번이 이기게 할 수밖에 없다."
진남은 두 눈을 반짝거렸다.
그는 신념으로 금인을 움직였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던 일 번 여인의 안색이 변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왜 뇌겁의 힘이 점점 떨어지지?'
무인들도 안색이 변했다.
화 장로도 안색이 약간 변했다.
오늘은 상황이 이상했다.
이 번 여인의 어두워졌던 두 눈에 희망이 떠올랐다.
그녀는 뇌겁을 사용하는 동시에 수단을 펼쳐 뇌겁의 힘을 전부 발휘했다.
그다음 상황은 거의 일방적이었다.
이 번 여인이 대승을 거두었다.
무인들은 욕설을 퍼부었다.
오늘 상황은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진남, 그것으로 뇌겁을 조종한 거요?"
사마공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이긴 자의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네, 혹시 이 금인을 아십니까?"
진남이 호기심이 동해 물었다.
"모르오. 하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은 역천했소. 지금까지 그것을 만드는 수법은 여전히 전설처럼 존재하오. 단천대제도 그렇게 할 수 없었소. 진짜 귀한 것이지……"
사마공은 여전히 충격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내력은 저도 모릅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이어서 그들은 이긴 제정을 받고 도장을 떠났다.
그날부터 진남 일행은 고충의 소식을 기다리며 도박장에서 뇌겁대전에 참가했다.
주 성주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진남은 계속 이기지는 않았다.
닷새 동안 세 번 지고 두 번 크게 이겼다.
그들은 만 오천 개의 제정을 땄다.
그러던 중.
"진남, 고충이 소식을 보냈소."
사마공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네?"
진남은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며칠 동안 그는 적지 않은 천지의 힘을 흡수했지만, 여전히 적어서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했다.
하여. 고충의 소식이 더욱 중요했다.
* * *
같은 시각 성주부.
"어? 무슨 상황이야? 이자가 왜 왔지?"
성주는 영패를 보더니 충격을 받았다.
"성주, 누가 온다고요?"
노인은 어리둥절했다.
"최립허라고 들어봤느냐? 천도문의 정상급 천재 중 한 명이다."
주 성주는 엄숙한 표정으로 규칙 있게 나무 의자를 두드렸다.
뭔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성주……. 이건 좋은 일 아닙니까?"
노인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최립허 같은 등급의 사람이 뇌령성에 오는 건 영광이잖아.'
"그는 이번에 제자를 한 명 데리고 온다. 그의 둘째 동생이지. 천급 삼품 무혼이고 무적무성 경지다. 최립허는 그를 내기에 참가시키려 한다."
주 성주는 한숨을 쉬었다.
노인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뇌령성의 뇌겁대전은 줄곧 무혼 등급이 비슷하고 경지가 대등한 사람들끼리 진행했다. 그래야만 공평하다. 지금 뇌령성에서 준비한 대결에 참가할 최강의 천재는 겨우 천급 이품 무혼이나 무적무성 경지다. 한데, 어떻게 최립허의 동생과 대결한단 말인가?
……그러나 최립허가 요구한 거라 우리는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하면 뇌령성에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주 성주는 문득 눈이 반짝거리더니 절묘한 생각이 떠올라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우리가 상상한 것처럼 나쁘지 않겠다. 어서 전음하거라."
주 성주는 빠르게 준비했다.
그는 진남은 까맣게 잊었다.
* * *
그 시각, 뇌령성 큰 정원 안.
천기견들이 정신을 집중하여 고서를 읽고 있었다.
그들은 며칠 전에 혼난 이후로 자신들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들은 계속 이렇게 살 수 없고 멋있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것들은 결심하고 제술을 제대도 배우기 시작했다.
'개들은 제술을 쓸 수 없다고?'
'흥! 그럼 우리 개만의 개술을 만들어내지 뭐!'
"무유이래, 황량삼몽. 제인이 천하를 명령하니 다들 복종하거라."
사마공은 어두운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주술을 읊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간에 박힌 도제인에서 금빛이 반짝거렸다.
"개세신통, 본심상련, 나타나거라!"
사마공은 크게 외치더니 손가락으로 허공을 찍었다.
화르륵-
기묘한 광막이 나타났다.
광막에 금제의 빛이 반짝거리는 시커먼 성벽이 떠올랐다.
"이건 황량고충이 천지의 힘을 따라 뇌령성 깊은 곳에 들어가 본 것이요."
사마공이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광막을 쳐다봤다.
광막의 장면은 연거푸 바뀌었다.
첫 번째엔 성벽이 나타나더니, 이내 몇십 개의 성벽이 또 나타났다.
성벽 옆에는 금지 외에 두 명의 무성정상의 제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뇌령성 깊은 곳은 방어가 진짜 엄격하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광막 위의 성벽이 사라지고 작은 궁전이 나타났다.
작은 궁전은 반보제기였다.
뇌령성의 제일 깊은 곳에 떠 있었고, 주위에 강한 진법이 얼기설기 펼쳐져 강한 제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방어든 황량고충에는 아무 효과가 없었다.
궁전 안의 모든 것이 광막에 나타났다.
"이건……."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궁전 안에 기묘한 작은 제단이 있었다.
제단 위에는 엄청난 천지의 힘을 뿜는 커다란 보라색 수정이 있었다.
수정 위에는 기묘한 신비한 수정함이 걸려 있었다.
'이 수정함은 단천대제가 남긴 삼대 보물 중 하나잖아?'
"천현정석(天玄晶石)이오. 이런 정석은 깨끗한 천지의 힘이 있소. 움직이면 뇌겁을 누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소. 뇌령성이 뇌겁대전을 일으킨 건 이 보물이 있기 때문이오."
사마공은 옆에서 한탄하며 말했다.
"진남, 나는 자네의 왼쪽 눈이 왜 안을 꿰뚫어 볼 수 없는지 이제야 깨달았소. 첫 번째, 금제가 너무 많소. 두 번째, 이 제단 때문이오.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한 거 같은데 이 신비한 수정함이 모든 동술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오. 다만 이 신비한 수정함이 도대체 어떤 내력인지 모르겠소."
도제의 후계자로서 그는 매서운 눈썰미로 모든 걸 꿰뚫어 보았다.
진남은 눈에 빛이 반짝거리고 호흡도 가빠졌다.
'신비한 수정함은 단천대제가 남긴 나머지 두 개 보물 중 하나다!'
천현정석은 엄청난 천지의 힘이 있으니 그의 금인이 천현정석을 흡수하게 할 수 있었다.
천현정석을 흡수하면 금인을 가득 채울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위력 있는 뇌겁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경지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물건은 진남에게 큰 작용이 있었다.
"어? 진남, 자네 왜 그러오?"
사마공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물었다.
그는 진남이 이렇게 흥분한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사마공!"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정중하게 물었다.
"뇌령성의 각종 방어는 위력이 어느 정도입니까? 사마공의 능력으로 안에 들어가 물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요?"
사마공은 눈을 부릅뜨고 오만하게 말했다.
"유영성 등급의 거물도 아니라 나는 쉽게 가져올 수 있소."
사마공은 잠깐 멈칫하더니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어려운 점은 있소. 내가 손을 쓰기 전에 뇌령성 무조 삼 단계 이상 강자들의 주의력을 돌려야 하오. 아니면 보물을 잡은 후 도망칠 시간이 잠깐밖에 없소."
"잠깐이요?"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뇌령성 강자의 주의를 돌리지 않으면 그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그들은 전체 뇌령성의 강자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잠깐으로는 시간이 모자랐다.
"강자들의 주의를 돌릴 수 있다면요?"
진남은 눈이 반짝거렸다.
"주의를 돌리면 우리는 도망칠 시간이 일 주 향 정도 되오."
사마공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일 주 향의 시간이면 우리는 중주성으로 가 진법을 타고 떠나기에 충분하오. 그들은 우리의 그림자도 발견하지 못할 거요."
"일 주 향이요?"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강자들의 주의력을 끄는 건 간단했다.
뇌령성에서 준비한 양대 천재 대결에서 그가 뇌정수단을 펼치면 쉽게 주의력을 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매우 위험했다.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진남은 뇌령성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럼 좀 기다려봅시다. 닷새 후에 크게 한번……."
진남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때, 진남이 갖고 있던 뇌령성 귀빈영패에서 빛이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