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2화 뇌겁대전의 시작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주 성주, 뇌령성은 장사를 하는 곳입니다. 저는 뇌령성에 놀러 온 건데, 설마 고객을 환영하지 않는 겁니까?"
진남은 그가 영패를 꺼내는 순간 주 성주가 그의 신분을 조사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천도문이 추격하는 제자 중 한 명이었다.
비록 청동 등급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하하!"
주 성주는 호탕하게 웃으며 칭찬했다.
"역시 소년 영웅이다! 맞다, 뇌령성은 천도문 소속이긴 하지만 천도문의 청동, 백은 등급의 적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너희는 얼마나 많은 제정을 가지고 왔느냐?"
"제정은 넉넉합니다. 다만 주 성주의 도박이 그 정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진남의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하하, 안심하거라. 열흘 후, 뇌령성에서 역천무성에 천급 이품의 무혼을 가진 천재 두 명이 뇌겁을 부르고 싸울 것이다. 몇 달 동안 규모가 가장 큰 장면이 될 거다."
주 성주는 말하면서 진남을 내려다봤다.
"그때 가서 네가 어떻게 하는지 기대하겠다."
"실망시키진 않을 겁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주 성주의 뜻은 간단했다.
진남이 천도문의 적이지만 그들은 모른 척할 것이라고.
다만, 그런 신분으로 뇌령성에 왔으니 제대로 놀고 대량의 제정으로 내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자잘하게 내기를 하거나 구경을 하러 왔다면 미안하지만 뇌령성은 그들을 반기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어 몇 마디 잡담을 나눈 후 진남은 만찬을 사양하고 성주부에서 나왔다.
대화를 통해 진남은 주 성주에 대해서도 파악했다.
그는 이익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진남, 의외요. 천도문의 청동 등급 추격 대상이라니. 에잇, 배짱도 크오. 주 성주가 우리를 공격이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사마공은 툴툴거렸다.
진남의 방법은 너무 모험적이었다.
"그건 그만하시죠. 오늘의 내기가 곧 시작된다고 하니 우리 빨리 가봅시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전에 갔던 대전에 갔다.
그들은 신분을 확인한 후 순조롭게 지하 성으로 들어갔다.
"와, 뇌령성은 제법 놀 줄 아는구나……."
사마공은 눈앞의 펼쳐진 것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의 눈앞에는 넓은 대로가 펼쳐져 있고 양옆에는 대전들이 늘어서 있었다.
대전은 재질, 진법, 높이 등등이 모두 확연히 달랐다.
귀빈전에는 아름다운 시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때 도박판이 시작되고 많은 무인이 내려왔다.
몇백 명은 되어서 무척 북적거렸다.
"어르신, 귀빈전으로 모시겠습니다."
미인 한 명이 진남 앞으로 다가와 길을 안내했다.
그들은 귀빈전에 들어섰다.
귀빈전은 먼 곳의 커다란 도장을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벽에도 여러 가지 강한 법진이 가득했다.
뇌겁 싸움의 여파가 이곳에 닥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어르신, 환령석(幻靈石)입니다. 도박판이 시작되면 이 돌을 통해서 내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미녀는 돌멩이 하나를 건네고는 눈을 깜박였다.
"그 외에 어르신께서 특별한 요구사항이 있어도 만족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던 천기견들은 그 말에 두 눈을 빛내며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마공은 어이가 없었다.
'설마 네 놈들에게 암컷 두 마리를 데려다줄까?'
"그럴 필요 없다."
진남은 손을 내저었다.
그때.
멀리 있는 넓고 커다란 도장에서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사람의 그림자가 한 줄로 내려왔다.
무조 육 단계의 위압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기세가 엄청났다.
도박판이 시작되었다.
* * *
같은 시각 성주부.
"성주, 방금 보고를 받았습니다. 진남 일행이 이미 성중성에 들어갔고 도박을 관람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 진짜 그자를 도박에 참여시켜도 됩니까?"
대전에서 한 노인이 더 말하려다가 말았다.
"허허."
주 성주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안 될 게 뭐 있겠느냐. 도박에 참여하라고 해.
열흘 후 천도문 내문제자가 와서 도박에 참가할 거다. 그때 진남이 몇만 개의 제정을 잃으면 살려줄 것이고 뇌령성의 제정을 따간다면 천도문 제자에게 그의 정보를 흘리거라. 우리는 칼을 빌려 진남을 제거하면 된다."
진남은 당당히 신분을 밝혔다.
분명 믿는 구석이 있어서 뇌령성을 겁내지 않으니 그렇게 했을 것이었다.
하니 굳이 그들이 손을 쓸 필요 없이, 나중에 천도문 제자가 손을 쓰게 하면 뇌령성에는 아무런 타격도 없고 오히려 좋은 점만이 가득할 것이었다.
"성주, 영명하십니다!"
노인의 눈이 밝아지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역시 성주구나. 빈틈이 없이 계략을 짜다니, 이미 진남을 꽉 잡고 있구나.'
* * *
같은 시각 지하 성
진남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크고 넓은 도장 위에 한 노인이 서 있었는데, 검은 머리카락에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붉은색 장포를 걸치고 있다.
"내 소개를 하겠소. 나는 뇌령성의 대장로인데, 화 장로(火長老)라고 부르면 되오."
화 장로는 양쪽에 늘어선 대전을 둘러보며 말했다.
"먼저 상황을 설명하겠소. 이번에 도겁을 할 자들은 천급 일품의 무혼을 가진 무적무성 경지의 두 천재들이오."
그는 말이 끝나자 슉슉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두 여인이 도장의 좌우에 각각 섰다.
그녀들의 몸에는 봉인을 쳤는지 힘이 전부 억제되어 있었다.
"두 명의 천급 일품 무혼을 가진 여인들?"
"오늘은 큰 내기군!"
"하하, 평소에 이런 단계는 보기 드물지! 오늘은 내기 돈을 좀 올려야겠다."
"누가 이길 것 같아?"
"……."
귀빈전, 하객전, 일반 대전에서 잇달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고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방금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펴보았다.
두 여인은 모두 엄청난 제술을 수련했다.
둘은 서로 다른 이성 세력에서 온 것 같았다.
만약 도겁을 한다면 엄청난 천지의 힘이 모여들 것이었다.
"이 두 분은 일 번과 이 번이요."
화 장로는 높이 외쳤다.
"지금부터 내기 돈을 거시오. 시간은 반 주 향이 타는 동안이요!"
그의 말에 여러 대전에서 요란하게 들리던 소리가 잠잠해졌다.
모든 사람이 내기를 시작했다.
"진남, 우리 누구한테 걸겠소?"
사마공은 흥분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는 진남의 수단을 절대적으로 믿기 때문에 이런 내기는 제정을 공짜로 가지는 거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진남은 환령석을 힐끗 보았다.
일 번과 이 번의 배율(賠率)은 일 할과 일 할 반이었다.
뇌령성은 이번 천재를 더 좋게 봤다.
확실히 그러했다.
일 번 천재는 제술 등이 이 번에 비해 부족했다.
진짜 뇌겁을 불러일으킨다면 이번은 질 게 분명했다.
"이 번에 거십시오. 많이 살 필요는 없고 오천 제정이면 됩니다."
진남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바로 환령성에 신념으로 내기를 걸었다.
그는 원래 더 많은 돈을 걸 수 있었다.
하지만 진남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걸고 싶지 않았다.
만일 너무 많이 벌어버린다면 주 성주의 이익만 노리는 성격에 그들과 틀어질 게 분명했다.
지금은 조용히 지내고 이보의 상황을 확실히 알아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크게 내기를 하는 것이 맞았다.
반 주 향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모든 대전 안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무인들은 자신의 내기를 건 것에 대해 떠들었다.
"시간이 다 됐소. 뇌겁 대전을 시작하겠소."
화 장로는 어떤 신념을 받고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크게 외치고 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우르릉- 쾅-!
이 거대한 도장 아래에서 한 대진이 움직였다.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사방으로 뻗어 눈 깜짝할 새에 도장을 감쌌다.
빛은 방어용이었다.
"해체하거라!"
두 여인은 오래 기다렸다.
그녀들은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손으로 법인을 만들고 성력을 움직여 몸 안의 봉인을 완전히 풀었다.
두 여인의 몸에서 천지의 힘이 하늘을 찌를 듯이 웅장하게 솟아올랐다.
수많은 먹구름이 순식간에 쌓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먹구름은 십만 리가 넘었다.
그리고 급격히 줄어들더니 검과 창으로 변했다.
그녀들은 천급 일품의 무혼을 가졌고 무적무성 경지였기에 이상 뇌겁을 불러왔다.
"와, 좀 흥분이 되는군!"
엄청난 뇌겁 기운을 느끼자 사마공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기견들은 겁을 먹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부들부들 떨었다.
뇌겁이란 천지의 겁이었다.
즉 천지의 위엄을 대표했다.
뇌겁 아래서 천지만물은 저도 몰래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그게 바로 뇌겁 싸움에 많은 무인들이 몰려든 까닭이었다.
그들은 공포를 느끼고 엄청난 뇌겁 싸움을 구경하면서 말로 할 수 없는 자극을 받았다.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흥분이 되었다.
"온다!"
진남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도장 위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펑-!
바로 지금 그때, 도장 상공에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투명한 파문이 일었고 곧이어 보이지 않는 천지의 힘이 마치 거대한 산처럼 두 여인의 머리를 무섭게 누르는 것 같았다.
원래 두 여인은 빠르게 퍼지는 천지의 힘 속에서 버둥거리다가 결국 움직이지 못하고 잠잠해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뇌령성의 수단은 아주 전면적이구나. 천지의 힘을 추격할 수 없어……."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진남이 천지의 힘을 좇으려고 하자 보이지 않는 힘에 그대로 가로막혔다.
"허허, 진남. 뇌령성 이보를 노리는 거요? 미리 말하지 그랬소? 나는 수단을 사용해서 그것의 근원을 추적할 수 있소."
"네?"
진남이 어리둥절하다.
"이건 황량고충이요. 우리 도제 혈통들만이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거요. 천지 파동이나 기운으로 보물을 추적할 수 있소. 보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야 훔치기 쉽지 않겠소?"
말하던 사마공이 손을 뒤집자 손바닥에 황금빛을 띤 고충이 몇십 마리 나타났다
후-!
사마공은 가볍게 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열 마리의 황금빛 고충이 마치 살아난 듯 날개를 흔들며 하늘을 향해 날아가더니 놀랍게도 몸통이 투명해지고 기척이 없어졌다.
전신의 왼쪽 눈동자는 약간의 흔적을 볼 수 있었으나, 다른 사람은 아예 느낄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나면 황량고충이 이보가 있는 곳을 찾을 거요. 그리고 심술로 그것들이 본 것을 전송하오."
사마공은 우쭐해서 말했다.
"대단합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물과 연관된 일이라면 사마공이 수단을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싸움이 시작되었소. 저기 보시오!"
사마공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은 고개를 돌려보았다.
도장에는 뇌검과 뇌창이 떠 있었다.
그것들이 풍기는 파멸의 기운은 천지를 부술 것 같았다.
두 뇌겁은 상대방의 존재를 발견했는지 대로했다.
두 뇌겁은 상대방이 자신을 방해하러 온 거라고 생각했다.
쿵-!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뇌검과 뇌창이 부딪히며 수많은 뇌정이 생겼다.
곧 알 수 없는 검법과 창법이 펼쳐졌다.
그것들은 빠른 속도로 서로 부딪히며 천지를 울리고 커다란 도장을 진동했다.
눈앞의 장면은 마치 세계의 종말 같았다.
그 자리에 있던 무인들은 마음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식은땀이 나고 머리털이 곤두서고 두피가 저려 왔지만, 흥분을 금할 수 없다.
다들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무인들의 피가 자극을 받아 들끓었다.
"천지의 힘이 서로 싸우는 건 정말 재미있긴 한데……."
진남은 미소를 짓고 신념으로 금인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