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화 농담이잖소!
"왜 그러시오?"
옆에 있던 사마공은 깜짝 놀랐다.
그는 이제 모든 희망을 진남에게 걸었다.
"음양의 힘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진남은 표정이 굳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음양의 힘을 움직인 후 열 개이던 힘은 빠른 속도로 흩어졌다.
속도는 진남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뭐라?"
사마공은 안색이 변했다.
"속도가 얼마나 빠르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움직입시다."
진남은 걸음을 다그쳤다.
그는 왼쪽 눈을 사용해서 노점상들을 빠르게 훑었다.
하지만 인과의 힘이 강한 곳은 없었다.
그때, 음양의 힘은 이미 절반이나 사라졌다.
"큰일이군. 노점상들이 많고 옛 지도가 많지만 역천개명의 기연이 꼭 여기에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여기에 하나도 없다면 음양도액도 낭비인데……."
진남은 점점 걱정되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사마공은 울상을 짓고 속으로 여러 신들에게 기도했다.
음양도액은 무척 비쌌다.
그런데 아무런 수확도 없다면 손해가 컸다.
바로 그때.
찌익- 찍-!
천기서가 손짓, 발짓했다.
그것은 두 눈을 빛내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쥐가 미쳤다!"
천기견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천기서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저쪽에 있다는 말이냐?"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노점상들을 지나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지나서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왼쪽 눈에서 엄청난 빛이 반짝거렸다.
그의 어깨에 앉은 천기서도 얌전해졌다.
"이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노점상에 여러 지도가 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짐승 가죽으로 된 지도 조각에서 엄청난 인과의 힘이 뿜어 나왔다.
전에 것들과 비교했을 때 몇백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진남, 뭔가 발견했소?"
뒤에 있던 사마공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도제 후계자라도 이런 일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시름이 놓였다.
왼쪽 눈에 있는 음양의 힘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
지도 조각이라도 찾았으니 다행이었다.
"선배님, 이 지도 조각 두 개를 우리가 사겠습니다."
진남은 지도 조각 두 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노점상 주인은 경지가 무조 구 단계인 흑포 노인이었다.
그는 진남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젊은이들, 이 지도 조각에 확신이 있나 보오. 멀리서 달려와서 사려는 걸 보면 말이오. 그렇다면 이 두 개 지도 조각은……. 사만 개의 제정을 지불하시오."
"사만 개의 제정이요?"
사마공은 그 말에 화가 버럭 나서 말했다.
"어디서 사람을 속이려 드십……."
진남은 그의 말을 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사만 개를 받겠다니 사만 개로 드리겠습니다. 제정을 지불하십시오."
"젊은이 통쾌하구먼!"
흑포 노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사마공은 눈치를 채고 말없이 사만 개의 제정을 꺼내 흑포 노인에게 건넸다.
흑포 노인도 지도 조각을 건네줬다.
"잠깐만!"
이때, 오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지도 조각들을 우리가 가지겠습니다. 오만 개의 제정을 드리겠습니다."
기세가 드높은 소년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허리춤에서 파란색 영패를 꺼냈다.
눈부신 파란색 영패는 사람들에게 소년의 신분이 보통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소년은 이 둘이 다급하게 달려가서 지도 조각 두 장을 사려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이 지도 조각 두 장이 대단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오? 젊은이가 더 높은 가격……."
흑포 노인은 눈을 빛내며 말을 하려고 했다.
그는 상도덕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제정을 버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렇습니까?"
진남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보라색 영패를 꺼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젊은이, 미안하오. 이 거래는 이미 끝났소."
진남은 지도 조각 두 장을 사는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 줄은 몰랐다.
"이건……."
흑포 노인과 소년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보라색 영패를 가지고 있어?'
"왜 그러시오? 빼앗아 갈 작정이요?"
사마공은 허리춤에서 보라색 영패를 드러내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남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말했다.
"또 보라색 영패?"
소년과 흑포 노인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몸이 부르르 떨렸다.
보라색 영패를 가진 사람이 한 명이면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지만, 보라색 영패를 가진 사람이 둘이라면 그들이 미움을 살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삐었나 봅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소년은 연신 사과를 하며 자리를 떴다.
"두 분, 정말 미안하오. 이 두 장의 지도 조각은 삼만 오천 개의 제정에 팔겠소."
흑포 노인은 안색이 변해서 오천 개의 제정을 깎아줬다.
진남은 사양하지 않고 손을 뻗어 지도 조각을 잡으려고 했다.
이때, 이변이 벌어졌다.
보이지 않는 힘이 내려와 진남의 손을 덮었다.
"무슨 일이지?"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몸 안의 힘이 일렁거리며 지도 조각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써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쿵-!
엄청난 힘이 그의 식해에서 터졌다.
한 인형(人形)이 그의 식해에 강림했다.
"죽어라!"
목이 쉰 듯한 고함과 함께 인형이 엄청난 살기를 드러내며 진남의 식해를 찌르려고 했다.
대단한 초식이었다.
그것은 진남의 식해를 없앨 작정이었다.
"천지가 만들어낸 살초다. 설마 내가 음양도액을 사용해 역천개명 지도를 알아본 것이 천지규칙을 위반한 건가?"
진남은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는 금인을 움직여 그 힘을 눌렀다.
펑-!
인형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서진 부분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마치 영원히 죽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무도의 규칙도 뛰어넘었다. 그런데 천지의 규칙 따위가 나를 어떻게 하려고?"
진남의 의지는 최고로 높아졌다.
그는 신념을 미친 듯이 금인에 주입해서 엄청난 힘으로 금인을 운용했다.
촤르륵-!
금인 아래에 수많은 금빛 부문들이 모여들더니 파도처럼 쏟아졌다.
그림자는 버둥거리더니 이내 소멸되었다.
그러나 그림자는 파멸된 후 어두운 회색의 기운으로 변해 금인의 봉쇄를 뚫고 진남의 무혼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살초는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신식을 파괴하고 무혼을 멸한다니. 잔인한 수단을 사용하는구나! 전신의 힘, 전천전지, 무소불전, 무소불승!'
진남은 속으로 생각했다.
전신의 혼은 내력이 비범하고 위력이 하늘에 닿았다.
비록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없지만, 무언가 스스로 찾아와 도발한다면 진남은 무혼의 의지를 깨울 수밖에 없었다.
전신의 혼은 그의 부름에 호응하듯이 텅 빈 두 눈에 빛이 반짝였다.
오랫동안 잠들었던 신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어두운 회색 기운은 별안간 멈추더니 벌벌 떨며 두려워했다.
쿵-!
전신의 위압이 누르자 회색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후!"
진남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몸 안에서 피로감이 몰려오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금인의 힘을 빌려 진압하고 전신의 혼으로 회색 기운을 없애느라고 소비한 힘이 엄청났다.
"진남, 왜 그러오?"
사마공은 놀란 눈을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흑포 노인도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
진남의 곁을 지키던 천기서는 그저 벌벌 떨고 있었다.
천기견들은 잔뜩 겁을 먹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들은 진남의 몸에서 무서운 기운이 솟구쳐 자신들의 영혼을 내리치는 느낌을 받았다.
"괜찮습니다."
진남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지도 조각들을 가질 수 있었다.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진남은 안도감이 들어 사마공을 바라보았다.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기견들과 천기서를 데리고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흑포 노인은 여전히 충격받은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원으로 돌아온 진남은 지도 조각을 사마공에게 던졌다.
"저는 회복을 좀 해야겠습니다. 그러니 지도는 혼자 연구하십시오. 아, 그리고 이번에 천기서의 도움이 컸으니 좋은 것 좀 주십시오."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역천개명의 기연은 하늘이 정한 것이다.
그의 행동은 하늘에 도발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천기서의 도움을 받고 금인과 전신의 혼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음양도액을 감당할 수 있는 눈이 있다고 해도 쓸모없었다.
하늘과 싸우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가?
진남은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허허, 꼬맹이, 네 덕이 크다."
사마공이 천기서를 바라보며 손을 튕기자 특이한 나뭇잎 하나가 몸속으로 들어갔다.
천기서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뚱뚱한 형씨, 잘 모르겠지만 천기서가 그곳을 발견한 건 우리 덕이다. 아니면 이놈 혼자의 힘으로……."
천기견들은 침을 바닥까지 흘리며 얼른 입을 열었다.
"썩 꺼지거라!"
사마공은 눈을 흘겼다.
'누구를 속이려고?'
천기견들이 아무렇지 않게 계속 말하자 사마공은 그것들을 무시하고 두 장의 지도에 시선을 돌렸다.
"이건……."
사마공은 눈동자가 작아지고 지도를 잡은 손이 떨렸다.
육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간 뒤에야 진남은 눈을 뜨고 천천히 혼탁한 숨을 토했다.
그의 심신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진남."
사마공은 진남이 깨어나기를 한참 기다렸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도제전인이지만 도제의 재능만 물려받았고 남겨진 물건은 얻지 못했소. 그런데 마침 이 지도가 도제의 무덤과 연관이 있소. 나는 이것이 필요하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물론, 나는 절대로……."
"도제의 무덤? 그렇다면 가지셔야죠. 다른 말은 할 필요 없습니다."
진남은 사마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런 우연이 생기자 이번 모험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다.
사마공은 몸을 가볍게 떨었다.
도제의 무덤이 있는 지도는 조각이라고 해도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진남은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에게 양보했다.
시마공은 지난날의 어둡고 힘든 일들이 떠올라 눈시울을 붉히며 코를 훌쩍이더니 이내 허허 웃었다.
"자네도 참, 나 감동했소. 하마터면 사랑할 뻔했소."
그 말에 진남은 깜짝 놀라 안색이 대뜸 변했다.
"어? 그건 무슨 표정이요? 농담이잖소!"
사마공은 눈을 흘겼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일반적인 농담이라면 당연히 받아줬을 것이다.
다만, 그는 사마공의 말에 저도 몰래 청룡성지의 큰 사형을 떠올렸다.
"응? 유영루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진남은 영패가 진동하자 눈을 반짝이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뇌령성, 삼성 세력이고 천도문이 뒤를 봐준다. 뇌령성은 세워진 이후 이보 하나를 얻었다. 이 이보는 천지의 힘을 진압할 수 있어 수많은 중주의 무인과 천재들이 이곳에서 도겁을 한다. 뇌령성의 첫 번째 성주는 그에 영감을 받아 뇌겁대전을 열었다. 대전은 매일 열리는데 한 달에 한 번 큰 도박이 벌어진다…….'
진남은 영패를 확인하더니 눈이 밝아졌다.
중주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그것도 천도문의 수하 세력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영패에서 언급한 뇌겁대전이란 두 무인이 동시에 도겁하는 도중에 뇌겁을 무기로 서로 부딪히며 싸우면 구경하는 무인들이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하는 것이었다.
도박은 매우 공평했다.
천지뇌겁은 평범한 사람이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뇌령성은 이보가 있어 천지의 힘을 진압할 수 있었고, 무인들은 뇌겁의 크기를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덕분에 뇌겁 도장은 엄청 커졌고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